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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나 -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
섀넌 카이저 지음, 손성화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말이 "정말 가능할까?"란 생각을 하며 읽었다.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을 직접 하며 어떤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 사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치우쳐서 자기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섀넌 카이저의 <미운 나>를 만나보았다. 그녀는 유명한 광고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가며 나름 훌륭한 작가란 반열에 오르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여전히 자기를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고 자기의 몸을 미워했고, 싫어했다. 몸을 미워하다 보니 자신의 전부가 미워졌고, 마음의 병으로 발전을 하여 우울증, 섭식 장애, 약물 중독의 과정을 겪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고 발전을 해갔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기애를 가진 사람으로 어떻게 거듭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한다. 그러면서 결국 독자들도 그렇게 하기를 조언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혼란이 오기도 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달달한 사탕을 너무 좋아하여 서랍 속에 넣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숨어서 먹어야 했고, 이것이 자신이 뚱뚱한 몸매를 가지는 발단이 되었을 수도 있으며, 자신이 살이 쪘다는 것에 대해 미워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예상대로 그녀의 어머니는 섀넌에게 사탕을 먹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상처를 받았다. 이때 그녀의 어머니가 어떻게 반응을 했었어야 하는가란 생각을 하니 혼란스러웠다. 한국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이 비만이 되는 것을 처음부터 차단하려 한다. 모든 한국 부모는 그렇다고 단정 짓긴 어려우니, 적어도 우리 부모님을 그러셨다. 여자는(남자도 역시) 뚱하면 안 된다, 밤에 먹으면 살찐다 등등 평생 나의 몸무게와 외모를 두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관리를 하신다. 나 역시 이를 통해 나의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나 역시 자녀를 두고 있는데, 꼭 살이 찔까 봐 그렇다기보단 몸에 안 좋고 치아에도 안 좋은, 그리고 사탕을 자꾸 먹고 달달한 음식에 익숙해지면, 건강에 좋은 홀푸드를 멀리하게 될까 봐 나 역시 사주지 않는 편이다. 어쩌면 섀넌 카이저의 부모도 그런 의미에서 사탕을 안 주려 했었을 수도 있다. 이런 동일한 상황에서 난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것일까, 안주는 것이 높이는 것일까? 우리 부모님이 나의 몸매 관리를 하시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사실 만약 그렇다면, 이 또한 정말 싫은데 말이다. 살이 너무 많이 찌고 있는데도, 계속 "먹어 먹어, 뚱뚱해도 널 분명 사랑하는 사람은 나타날 거야~ 먹는 게 즐거우면 먹으렴~"이라고 말하는 것이 나의 자존감을 지키고 자기애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건강에도?
자기애 실험을 통해 오롯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살이 쪄서 완벽한 몸매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며 거의 최면을 거는 수준으로 자기애를 강조한다. 즉, 나의 부정적인 모습을 바꾸려 채찍질을 하며 그리고 자존감을 스스로 낮게 만들며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고, 살이 빠지던 안 빠지던 난 나를 사랑해 란 마법과도 같은 주문을 매일 하며 건강을 되찾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 같았다. 긍정적인 효과를 동시에 가져다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인 것을.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뭐 어때? 난 나의 이런 점들도 모두 사랑해'를 외치며 자신 있게 살아간다면, 혹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그 병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30대를 겨냥해서 쓴 책 같은데, 난 모든 연령이 자기애 실험에 모두 동참했으면 한다. 결국, 나를 사랑하며 사는 인생이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