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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평점 :
<걸어 다니는 어원사전>의 들어가는 글을 우연히 초딩 아들과 나란히 앉아 함께 읽는데 나보다 아이가 더 먼저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며 가지고 가서 한동안 안 돌려주었다. 그러고 하는 말이, "영어 더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아요!"였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 역시 궁금했고, 이러한 어원 관련 책을 좋아하기도 해서 아이에게 소개해 주면 어떨까 하고 데리고 왔는데 아이가 먼저 더 선수쳐서 읽겠다고 해서 우선 너무 좋았다.
이 책은 어원에 관해 거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심지어 어원에 대해 말하기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써 내려간 책이다. 얼마나 좋아했는지에 대한 작은 해프닝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진지하게 회의를 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정신병원에 수용해 치료하는 것보다 그냥 마음껏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출판업계에 도움의 손길을 구했다는 문장에 아들과 완전 빵 터졌다. 그 장면이 상상이 되면서 (아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출판업계가 사회복지의 구멍을 메워온 역사가 꽤 길다고 저자는 말한다. 위트까지! 마지막에 "주요 참고 문헌"에서도 위트를 엿볼 수 있는데, "이 책은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참고 문헌 목록을 제대로 수록하려면 지면이 본문의 두 배는 필요합니다. 그래서 종이를 아끼기 위해 수록하지 않았습니다."란 말에 또 한 번 씨익 웃게 된다.
<어원사전>이라는 딱딱한 책 제목과는 달리 오히려 좀 더 푸근하게 할아버지에게 어원 스토리를 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영어원서 제목의 느낌은 더 차갑다. The Etymologicon. 즉, 어원사전. ㅋㅋㅋㅋㅋ 이건 또 어찌 읽는 단어인고? 하며 아이와 끊어 읽기를 했다. ㅋ
적어도 한국 변역 책에는 "걸어 다니는"이란 수식어가 붙어, 좀 더 부드러워졌다,는 대화를 아이와 나누기도 했다.
영어를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알아가는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하고 공부하는 본인에게도 더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암기가 배제된 공부는 없겠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 잠재의식 어딘가에 저장되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나 역시 돌아서면 까먹는 short-term memory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으로 단어를 접할 때가 가장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도 비슷한 경험하길 추천한다.
그런 의미로서 이 책이 너무 좋았다. 존 스미스와 포카혼타스 이야기를 통해 bracket 이 존 스미스가 bragget을 잘못 적어 단어 철자가 bracket으로 고착되었다는 이야기, eat humble pie가 원래 umble pie (사슴의 내장으로 만든 파이)에서 민간어원 folk etymology이 작용해서, 누군가가 umble pie를 보고 umble이 뭔지 몰라서, h 가 빠졌나? 하면서 변형되어 umble pie에서 humble pie로 변경되었다는 둥, 이렇게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서 전개되어 어원사전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영어로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면 영어 어원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 같이 읽어보면 좋은 <걸어 다니는 어원사전>을 만난 것 같아 좋다. 책에서 등장한 이야기를 오며 가며, "너 그거 알아?" 하면서 이야기를 해줄 때도 있고, 반대로 아이가 먼저 야기할 때도 있어서 또 한 번 입 밖으로 야기를 해보니 알아가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이가 성장하니 이런 경험도 이젠 하는구나,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