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매주 일요일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종이, 병, 플라스틱, 캔 등등을 분리수거하는 방식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이 되면 집안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물건들 중 버릴 것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가장 1순위는 이미 때지난 신문들, 그리고 그렇게 없애버린다고 했는데도

어디선가 나타나는 짱구와 도토리(요새는 도야지로 더 자주 불린다만)의 만화책..

얘들은 나나 와이프의 눈에 띌까 여기저기 숨겨놓고 나는 눈에 띄는대로

버릴라고 혈안이 되어있고..(내가 무슨 21세기 진시황도 아닌데 말야) 

어느 토요일 저녁.. 다음날 일찍 나가야할 일이 있어 현관 입구에 종이 쓰레기 (물론

만화책 포함)를 쌓아놓고 새벽에 일어나서 쓰레기를 갖고나가려고 챙겨보니

만화책들만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숨겨진 만화책들은 몇 주동안 집안을 떠돌다 드디어 엊그제 일요일에 정리를

당하고 말았다..

 

하루에 한가지씩 버리는 이야기로 가득했던 선현경의 <날마다 한가지씩 버리기>는

저자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는 소소한 관음증적 재미도 주면서 때때로 물건을 버리면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추억과 작별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책의 말미는 작년 4.16.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절절하다. 그렇게 벌써 1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유족들은 거리를 헤매이고 있다.

진정 버려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정말 알 수 있지 않을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래 산에 오르는데 대하여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산을 가자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 나서고 가자는 사람이 없으면 안 가는 그런 방식으로 계속

지내왔다. 재작년 지금 다니는 스포츠센터에 있는 스쿼시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그 동호회 내에
등산반이 소모임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회장은 스쿼시는 그닥이나 산은 아주 잘타는 20대 후반 처자였고, 유머와 재력을 겸비한 50대초반 형님이 비서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총무 역할을 하고 계셨다.

동호회 가입 후 친분이 좀 쌓이니 등산반에도 동참하라는 권유가 왔었고,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

배낭을 둘러매고 따라나선 산이 예봉산이었다. 처음에 산행을 시작하면서는 룰루랄라하면서

소풍나온 기분으로 시작을 했는데, 예봉산 중턱을 지나니 이게 장난이 아니기 시작했다.

산도 가파른데다가 (물론 내 기준에서)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 비스무리한 길이 진땀을 나게 하는 거다. 속으로 이 좋은 토요일날 여기와서 이 무슨 개고생인가 싶어 후회의 마음이 잔뜩 들었는데.... 다행히 고난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등산 시작한지 2시간 남짓 되어 정상에 도착했다.

등산반 멤버 중에는 산을 정말 다람쥐처럼 잘 타는 사람, 나같은 등산 초보보다도 더 저질 체력인 사람,산에 대한 정보보다는 산주변 맛집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 등등 멤버도 몇 명 안되면서 다양한 구색은 두루 갖추었다.

아무튼 예봉산 정상을 정복한 후 운길산 방향으로 내려왔는데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것인지

험난하거나 오르막이 없이 편안하게 내려왔다.

그 다음에 기다리고 행사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특별한 일없으면 무조건 등산반에 무조건

따라붙게 되었다. 운길산역 인근에 가니 장어를 파는 곳이 많았는데, 그 중에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식당으로 갔고 한참을 기다리니 자리가 났는데 맥주 상자 같은 거를 의자 삼아서

자리를 잡는 식당이었다. 드넓은 식당안에는 장어 굽는 연기가 자욱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자리를 잡고 막걸리에 소주에 장어를 먹으니 그 분위기에 금새 동화되어 버렸다.

장어의 가격은 일반적인 식당에서 먹는 가격에 비하여 많이 저렴한 듯했고, 각종 야채나 기타 등등의 식재료는 셀프 방식으로 무제한 제공되었다.

그곳에서 맛있는 장어와 농담과 웃음이 그치지 않는 대화에 등산 그 자체 보다는 뒷풀이의 매력에 빠져 청계산으로 검단산으로 오대산 월정사로, 낙산사로 두달에 한번씩은 배낭을 둘러매고

떠났다. 언제나 산을 처음 오르기 시작하면 항상 내가 왜 이걸 따라왔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산행을 즐기는 게 이게 종종 듣는 산숨이 트이는 과정인 듯도하다.

진정한 매니아가 되려면 혼자서도 등산을 가야하는데 나는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고 그리고 여전히 등산보다는 등산 이후의 잿밥에만 눈이 어두워 따라나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저께 간만에 스쿼시 코트에 발을 디밀어 3게임을 쳤다.
상당 기간 동호회 부동의 지존 자리를 지키던 형님과의 첫 게임에서 예상을 깨고

내가 15:13으로 이겼다. 나의 실력이 출중해 진것이 아니고 그 형님의 햄스트링에 문제가

있었던 게 나의 주요한 승리 요인이었다.

나머지 두게임은 뉴페이스들과의 경기였는데 나름 어렵지 않게 이겼다.

어제는 단식 2게임 치고 맥주 한잔내기 복식을 쳤는데 21:19로 간발의 차이로 패배해서

비교적 값비싼 패배의 대가를 치뤄야했다.

 

언젠가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부분은 있는거라는 입장이었고, 하면 못할게 무어 있겠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골프, 스쿼시,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해보면 도저히 넘지 못할 한계점을 느낄수밖에 없다.

(골프는 (스크린 골프 기준) 75타, 스쿼시는 동호회 2부리그 준우승, 달리기는 5킬로미터

 28분05초가 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이다..)

지금 당장 모든 일을 전폐하고 한가지 운동에 10시간 이상 매일 투자를 한다면

현재 수준보다는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시점에 또다른

벽을 만날 수 밖에 없다. 그 벽을 하나하나 허물기 위해 내가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의

가치도 생각해 봐야하고..그러니 완생은 안되고 평생 미생으로 살다가는게 아닐까?

그런데 그러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건 더 별로인 삶일 듯하다.

벽을 하나씩 허물어 뜨리는 재미로 오늘 아침을 맞이해 봐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몬스터 2015-03-1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개개인의 흥미와 가진 그릇이 다 다르니까. 왠지 짱구아빠님은 일 시작하시기 전에 ˝ to do list˝ 만드시고 하나씩 지워가시면서 일하실 것 같아요.

짱구아빠 2015-03-2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스터님> 혹시 저를 그전부터 아시던 분이신가요? ㅋㅋ 말씀하신대로 저는 아침에 출근하면
매일 해야할 일을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하나씩 할때마다 그걸 빨간 펜으로 지워가는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두뇌가 아주 우수한 편이 아니고 성격도 좀 덤벙대는 편이어서 신입 때 업무를 빵꾸낸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런 방식을 도입해 보았더니 나름 약 20년정도 효과가 있는거 같아요.
나중에 자서전 같은 거 쓰고 싶을 때 (그럴 만큼 대단한 일을 한게 쥐뿔도 없지만) 모아놓은 다이어리만 보면 비교적 사실에 입각한 자서전이 되지 싶습니다...^^

짱구아빠 2015-03-2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데,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여대생과 sns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당신과 같이 글을 잘 쓸수 있느냐는 질문에 ˝ 머 열심히 하면 되겠지? 근데 열심히 한다고 아무나 되겠나?˝ 라는 취지의 답글을 써서 오만하다느니 무례하다느니 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아는데, 사실 하루키는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잠재 능력을 어찌 개발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특정한 사람에게 잠재 능력이 있는지부터 알기가 쉽지 않으니.. 그냥 하루키의 주장을 인정하자니 좀 루저같은 느낌도 들기는 하고요..^^;;;

몬스터 2015-03-22 18:15   좋아요 0 | URL
제 첫 line manager와 비슷한 점이 있으신 듯 해서요. 그분이 이렇게 일하면 좋다. 하고 가르쳐 주셨거든요. 그 분 또한 감정이 아닌 사실을 journal에 기록하셨고 너도 해봐라. 십년뒤 펼쳐보면 니 삶이 보일거다 하셨어요.

많은 요소들이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니 , 열심히만 (?) 해서는 안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작년에 결성한 회사 독서클럽의 회장직을 금년 초에 내려놓으려 했으나,

경영전략회의 기타 등등의 준비로 총무는 도망갔는데 나는 미처 내려놓지를 못했다.

그래서 올해 본의 아니게 연임을 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연초에 신입 회원들이 제법 들어왔다.

입사 1~2년 밖에 안된 아주 영한 친구들부터, 나처럼 20년을 바라보는 늙다리(^^;;;)들까지..

그중에 중견 대리급에 있는 한 친구가 신입으로 들어와 자기 소개 시간을 가졌는데

약 20여명이 넘는 우리 멤버들 중에 유일하게 열독하는 책이 "자기계발서"류라고 한다.

당초 독서클럽 창설 시에 자기계발성, 경영/경제서 등은 배제하고 좀더 정서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책을 주로 보자는 결성 취지가 있어 "으잉"하는 느낌이 조금은 있었는데

지난 달에 어찌어찌하다가 이 신입이가 도서추천권을 갖게 되었고,

그가 추천한 책은 <쿨하게 생존하라> 였다.

 

 

 

 

 

 

 

 

 

 

 

 

 

 

이 책이 선정되고 나니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들이 들린다.

또다른 신입은 자기계발서는 좀 아니지 않냐고 공개적으로 질의를 하기도 하고..

우선은 도서추천권은 돌아가면서 자율적으로 부여한다고 해서

추천에 대하여 개방적인 시스템을 소개했고,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세상 자체가 문제인 경우도 있고,

내가 문제인 경우도 있을 거라.. 그동안 우리가 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세상의 문제라면 이번에는 나의 문제도 함 짚어보고, 자기계발서가 요구하는

시장에 부합하는 인간형으로 자신을 만들어 갈건지 그와중에도 독립된

인간으로 나만의 길을 걸어갈건지(직장 생활을 하는한 온전한 나만의 길이란

없지 싶지만) 토의해 보자고 했다.

독서에 대한 경향과 관심,가치관들이 제각각이다 보니 맞춰가기가 쉽지 않다.

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의 종국적인 솔루션은 후딱 회장직을

잘 할만한 사람한테 넘겨주고 조용히 뒤로 물러앉는게 맞는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말에 영화를 한편 보자는 마눌님의 제안을 받아 검색해보니..
예고편으로 볼 때 나름 흥미로워 보였던 <채피>의 평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영화에 대한 관점이 다 제각각이라 항상 그런 부정적인 류의 평가는 어떠한

영화에서도 있어  왔던 것이지만, <한겨레>의 영화평마저도 부정적인지라

귀얇은 평소 성향상 좀...

다른 볼만한 영화가 없나 싶어서 찾아보니 <위플래쉬>라는 영화의 평이

상당히 높은 평점을 받은 게 발견되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도 없고, 배우/감독 모두 생소하여

어떨까 싶었는데...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본 후에 찰리 파커, 이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을 질러버렸다.

재즈의 j자 조차 모르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는데, 재즈를 좀 들을 줄 알게되었다는

착각을 심어준듯하다.. 아울러 이 영화를 남들은 안가는 좀 드문 길을 가는 우리 큰아들

짱구 녀석한테 꼭 보여주고 싶다. 종목 불문하고 삶의 극한까지 몰아부쳐본 사람에

대한 경외감과 나의 40여년의 삶은 한번도 그러한 몰아부침이 없었지 않나라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 영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몬스터 2015-03-1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1월달에 극장에 올려졌다고 했는데 , 아마 제가 놓쳤나 봐요. itune에서 다운받아서 봐야겠어요.

짱구아빠 2015-03-2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스터님> <위플래쉬>를 저는 전율을 느끼며 보았고, 대단히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추천했더니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네요.. 아마도 플렛쳐 교수의 교수법 때문인 듯합니다. 영화 속에서 학생인 네이먼도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기위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만, 네이먼에게 그러한 동기를 부여한 것은 플렛쳐 교수입니다. 그의 가혹하고 지독하기 이를데 없는 레슨은 저같은 경우라면 단 하루도 못 버티고 나왔을 거 같아요..
질책과 칭찬...코칭을 하는데 있어서 양날의 검인 듯한데요, 비인간적인 교수법에는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고 그걸 현실에 적용할 경우 꼴통 소리 무지 들을거 같긴한데(결국 영화속에서 그도 댓가를 치룹니다만).. ˝그 정도면 충분해, good job˝이라는 소리가 제일 싫다는 주장은 나름 귀담아 들을만한지 않을런지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