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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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 진영이 다시 집권한다면 집권 초기에 무엇을 해치울 것인지, 어떠한 '제도적 말뚝'을 박을 것인지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 준비를 할 절호의 기회이자 반드시 필요한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142쪽, <플랜2 사회-경제 민주화>에서)
 
 
정치권력의 힘이 가히 무소불위(못 할 일이 없음)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설치류의 시절'에 말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진보 집권'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 그게 실로 설렘을 선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든 식상함만 안겨주는 내용을 담고 있든, 일단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국 교수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관한 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지 그의 책이나 글은 읽은 바가 없었거든요.
 
 
>>> 조국, 오연호, 진보집권플랜: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오마이북, 2010.   * 총 326쪽.
 
 
독서의 속도는 차츰 가속이 붙는 편이었습니다. 차츰 조국의 말이 예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점차 흡인력이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읽는 동안 지적으로나 (진보 집권이라는) 상상으로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진보집권플랜, 조국과 오연호의 대담, 진보-개혁 진영은 집권 후 플랜을 고민하자. ▩
  


조국과 오연호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 진보-개혁 진영에게 집권 전략만큼 중요한 것이 집권 후 플랜.
 
 
 
1. 이 책은?
 
오마이뉴스의 오연호가 서울대 교수 조국을 대담 자리로 유인(?)하여 나눈 대담한 대담의 기록. ^^ 오연호는 '이쪽' 판에 '매력 있는 사람'이 좀 나와주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 그런 사람으로 조국을 점찍은 거죠. 조국의 정치적으로 반듯한 생각들을 끌어내고 그것을 전파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 책에는 한국 사회의 온갖 현안들에 대한 조국의 생각이(그와 더불어 오연호의 생각도) 담겨 있습니다. 좀 과장해서 그런 조국의 생각이 이 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2. 집권 전략만큼 중요한 집권 후 플랜
 
한나라당 정권이 이명박 정권으로 끝날지, 연장될지 모르겠지만, 진보-개혁 진영에서 2012년 또는 2017년에 집권한다면 지난 민주 정권 10년의 성공과 좌절을 교훈으로 삼아 제대로 해봐야죠. 그리고 집권한다면 10년간은 연속으로 집권해서 한국 사회의 골간을 바꿔놓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아무리 늦어도 2017년부터 2027년까지는 진보와 개혁의 시대를 열자는 것입니다.   (80쪽, <플랜1 성찰 _ 왜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가>에서)
 
 
조국의 분류법에 따르자면 수구-보수 진영과 진보-개혁 진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이 대별됩니다. 진보-개혁 진영 쪽에서 수구-보수 진영으로 정치권력을 넘겨준 것은 (조국의 말을 거칠게 옮기자면), 진보-개혁 진영에 집권 전략은 있었지만 집권 후 플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조국은 그래서 집권 후 플랜을 이야기 하고 싶어합니다. 이 책의 대부분을 진보-개혁 진영의 집권 후 플랜으로 채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국의 청사진에 누가 귀를 기울일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그리고 집권 전략이 시급한 마당에 집권 후 플랜이 다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요. ^^; (물론, 그럼에도 집권 전략과는 별도로 집권 후 플랜이 필요한 것은 백번 옳은 이야기죠. 다시 정치권력을 내주는 일을 막기 위해서요.)
 
 
 
3. 아이돌 가수 브로마이드집을 연상시키는 잦은 사진 배치
 
적잖이 사진이 등장합니다. 저도 책에 사진이 등장해야할 필요성이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좀 잦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진이 등장합니다. 텍스트로만 책을 구성하긴 밋밋하다는 출판사의(오연호의?) 판단이었을까요? 사진의 등장인물은 거의 전부 조국과 오연호입니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해도 크게 사실과 다르지 않은 조국 교수죠. 그의 외모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출판사의 정치적 소망이었을까요?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선한(^^) 시도였다고 보는 쪽입니다.
 
 
 
4. 책에서 문학 소년 조국을 보다
 
그런데 하층의 부모가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자식을 위해 '올인'을 해도 자식의 계층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로 점점 바뀌고 있어요. 아주 무서운 구조죠. 정희성 시인의 시 <불망기>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꿈에는 앞핀이 꽂혀 있는 겁니다.   (171쪽, <플랜3 교육 _ 청년들의 미래에 투자하라>에서)
 
 
조국은 이 책에서 시인을 적잖이 인용합니다. 때로는 중국 고전을 인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최근에 방영된 우리 영화(예컨대, 내 깡패같은 연인)를 인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시를 인용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문학에 정서의 한 영역을 내주고 있는지라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런 정도의 시적(문학적) 감성을 지닌 이가 정치판에 있어준다면 대한민국 정치판의 천민성은 좀 희석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조국이란 사람을 알 수 있어 좋은 책.
 
어느날 우리의 대화 도중 그[조국]의 중학생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기에 부자지간의 통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는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 냉장고 열어보면 두번째 칸 오른쪽에 사다 놓은 거 있거든? 그거 먹은 다음에는‥‥‥."   (324-325쪽, <오연호의 이야기 _ 조국을 찜하다>에서)
 
 
위에 인용한 것은 책의 말미에 실린 오연호의 이야기에서입니다. 흔한 말로 '가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로 조국은 '가정적'이라는 밋밋한 말 그 이상일 듯 합니다. '냉장고 두번째 칸 오른쪽' 같은 대목에서 제 삶의 코드를 읽을 수 있어서 저로서는 일상 속 동질감을 느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만큼 '가정적'인 사람이, 그리고 교수(그것도 서울대 교수)직을 맡고 있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소위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농부로, 목수로, 시인으로, ... 잘 살아가는 누군가가 무기를 들고 싸움터로 향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겠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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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7
김동훈 지음 / 책세상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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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신분제처럼 굳어지는 학벌, 대학서열화, 공교육을 보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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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7
김동훈 지음 / 책세상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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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발적인 제목에 끌려 구입했던 책이고 나름 기대를 걸고 읽은 책입니다. '카스트'만큼 강렬한 표현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카스트'만큼 한국의 학벌에 관해 정곡을 찌르는 말이 있을까요. 일단 제목은 그랬다는 이야기고요. 내용에 관해서 말하자면 2% 부족한 느낌입니다. ^^
 
 
>>> 김동훈,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 책세상, 2001.   * 본문만 159쪽.
 
 
도서 구입은  새 밀레니엄이 열린 지 얼마 안 되어 했으나 읽는 것은 얇은 두께에 비해 지지부진(?)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새 집에 입주한 이듬해(2007년) 가을인가에 화장실에서 책읽기로^^ 읽기 시작했으나, 제 나름의 비법을 동원한 쾌변현상(!)^^으로  화장실에서 읽는 것이 흐지부지되었더랬습니다. 크흣. 화장실에서 읽기에는 이 책이 속도가 잘 나지 않는 것도 작용을 했던 거 같구요. ^^;;;
 
 
 
   ▩ 학벌은 또 하나의 카스트, 김동훈이 바라본 대학서열화 학벌사회 신분사회. ▩
   

김동훈의 책,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
신분제처럼 굳어지는 학벌, 대학서열화, 공교육을 보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
 
 
 
1. 학벌사회의 수혜자들과 옹호자들
  
학벌사회에 대한 비판은 필연적으로 현재의 기득권층에 대한 공격적 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학벌사회의 수혜자들은 이를 옹호하기 위한 직-간접적인 논리를 펼친다. 심지어는 콤플렉스가 있는 자의 한풀이라거나 패자의 심리적 보상행위라는 등 감정적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는 지성들조차 학벌문제는 침묵하거나 상식적으로납득하기 어려운 노리를 전개하기도 한다. (35쪽, 제2장 '학벌사회 옹호론과 그 비판'에서)
 
 
한국에서 학벌문제를 건드리면 먼저 '너, 콤플렉스 있냐'라는 식의 접근을 해오지요. 딴나라당의 새우젓같은 짓을 건드리면 '너, 전라도지?'하는 식으로 딴지 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학벌이라는 것도 하나의 기득권이라고 본다면 그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의 심사는 곱지 않겠지요. 사회가 곪아터지든 썩어문드러지든 본인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할테니까요.
문제는 김동훈의 지적처럼 학벌에 대해서 비판을 해야할 '지성'들조차 입다물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도 어쩌면 학벌사회의 수혜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 유리한 '신분'을 털끝만큼도 건드리기 싫은 것이겠지요.
 
 
 
2. 대학서열화, 신분사회의 토대이자 척도
  
... 대학서열화는 변형된 신분사회로서의 학벌사회가 구축되는 데 결정적 기반이 되고 있다. 신분 사회에서는 신분의 결정기준이 매우 획일적이고 고정적일 것을 요구한다. ... '수퍼 명문' 서울대는 성골이요, 그 밑의 연-고대는 진골이요, 그 밑 상위권 대학들은 육두품이니 하는 이야기가 성립하는 것 ... (90쪽, 제4장 '학벌사회와 대학서열화'에서)
 
 
신분사회는, 속성상 뒤집힐 수 없다는 것을 토대로 삼고 있지요. 그래서 김동훈은 자티(jati)라는 불가촉천민계급으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인도의 신분제 '카스트'를 제목에 동원한 것일 것이고요. "한국사회의 대학서열화가 인도의 카스트 같은 신분제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한다면, 크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 학벌사회의 슬픈 현실 입니다. 서울대는 성골, 연고대는 진골, ... 으으. 이거 너무 실감나는 표현입니다.
 
 
 
3. 전국적인 단위의 비교는 선(善)인가 독(毒)인가
 
근본적인 문제는 학력에 관해 전국적 단위는 물론이고 지역 단위 등 학교 단위를 넘어서는 비교지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학교 단위 내에서의 경쟁체제는 일정한 학습동기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117쪽, 제5장 '대학 입학 제도의 개혁'에서)
 
 
'일제고사'라는 일제시대(!)를 연상시키는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평가가 연상되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는 아니, 2mb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학서열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고교서열화' '중학교서열화' '초등학교서열화'까지 하려고 하는 판이지요.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현장을 전쟁터 정도가 아닌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저는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경쟁 지향적인 교육이 과연 옳으냐 하는 데에는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가 무언가를 잘한다고 하는 것. 그게 과연 경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었던가. 하는 생각도 있고요. 베토벤이 음악을 잘하고,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고, ... 했던 것이 과연 경쟁을 통해서였던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어린 애들 줄 세워서 다들 분발하게 만들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기죽고 누군가는 포기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다 보듬고 챙겨야할 우리들의 자식인데 말이죠. 초중등학교 일제고사를 보며 이건 좀 아니다 라는 생각하게 됩니다.
 
김동훈의 이야기처럼 교육현장에는 대학이든 고교든 ... 뭐든 전국적 단위의 비교지표가 동원되지 않는 것이 맞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4. 약간은 공허하게 느껴지는, 책 말미의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당위론
 
학벌사회의 극복을 위해서는 그 핵심에 있는 대학 자체도 혁신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133쪽, 제6장 '대학의 제도적 혁신'에서)
 
학벌차별을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같은 차원에서 접근하여 차별금지법이나 쿼터제 등의 보호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147쪽, 제7장 '의식개혁을 위한 7가지 요구 사항'에서)

... 학벌 관념을 타파하려는 의식개혁운동과 학벌 관념을 타파하려는 의식개혁운동과 학벌 관념을 생산하고 방조하는 세력과의 싸움을 ... (151-152쪽, 제7장 '의식개혁을 위한 7가지 요구 사항'에서)
 
 
옳은 이야기지만 공허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지요. "그래, 다 좋은데, 어떻게 그걸 할 건데?" 하는 반발심이 들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요. 김동훈은 이 책의 말미 제6장과 제7장에서 그런 이야기들과 주장들을 늘어놓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한편으론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벌문제, 대학서열화문제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은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방법론이 없는 당위론의 반복은 독자를 허탈하게 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차라리 학벌문제와 대학서열화를 둘러싼, 처절한 현실 폭로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5. 그래서, 이 책은?
 
이 책은 내심, 강준만의 역작(!)「서울대의 나라」(개마고원, 1996년)에서 접한 것과 비스무레한 놀람과 공감을 기대하며 집어든 책이었으나 거기에는 많이 못 미친 책이었습니다. 한국 축구도 아닌 것이, 뒷심 부족, 골 결정력 부족을 연상케 하는, '결정적인 그 무엇'을 건드리지 못하고 뱅뱅 돌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읽는 저로서는 허전함을 느끼게 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 지적은 책의 후반부가 그렇더라는 것으로 후퇴할 수도 있겠습니다. 책의 약 2/3 지점 정도까지는 그래도 김동훈이 선전(善戰)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학벌사회를 고착화시키는 주장을 은밀히 또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텍스트들에 비하면, 이 책은 가히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을 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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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나라
조기숙 지음 / 지식공작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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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간다."
참여정부에 대한 진보 사회단체의 비판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한 번도 좌파였던 적이 없다.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 비해 진보적이었을 뿐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일부 좌파들이 섞여 있는지는 몰라도 어느 면으로 보아도 참여정부가 좌파정부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189쪽,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간다?>에서)

 

조기숙 교수에 끌려 읽은 책입니다. 조기숙의 글은 명쾌합니다. 티비 토론에서 접한 조기숙 그리고 다른 책(공저)에서 접한 조기숙이, 저로 하여금 단행본을 검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공저의 책은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입니다. 독서는 독서를 부르고 책은 책을 부릅니다. 그렇게 조기숙을 읽게 되었습니다. 
 

>>> 조기숙, 마법에 걸린 나라, 지식공작소, 2007.   * 총 288쪽.


읽는 내내 지적으로, 정치적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조기숙 교수의 다른 책을 검색했으나 이런 성향(?)의 책은 아직 없군요. -.-;

 

▩ 마법에 걸린 나라(조기숙), 담론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사회를 지배한다! ▩

 

조기숙의 「마법에 걸린 나라」. 수구 세력의 '마법'은 마술처럼 잘도 먹힌다.
담론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사회를 지배한다. 권력만큼 중요한 담론에 관한 분석.


 
1. 조기숙 교수는? 이 책은?
 
청와대에 들어가게 된 것은 참여정부의 성공이 그리 녹록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회의 모든 권력이 보수의 손에 있는데 겨우 행정권력만 장악한 참여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라고 생각했다. ... 참여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은 버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했던 그래서 감히 진보임을 자처하지도 못했던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보진영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285-286쪽, <글을 마치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노 전대통령을 위한 악역(?)을 자임. 이화여대 교수, 정치학 박사. 티비 토론에서 명쾌한 논리와 정곡을 찌르는 말로 강한 인상을 남긴 토론 패널. 이런 수식어를 단 조기숙 교수가 책을 썼습니다. 2007년 출간된 이 책은 이미 썼던 글을 묶은 책이 아닙니다(적어도 독자로서의 느낌은 그렇습니다). 책 전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료합니다. 책의 각 장들은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한 꼭지 한 꼭지의 글은 그 글이 속한 장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시평집(?)으로는 오랜 만에 전체로서 읽히는 책을 접했습니다.

이 책에서 조기숙 교수는 대한민국이 '마법'에 걸려 있다고 말합니다. 언론과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수구 세력의 마법에요. 그리고 그 마법은 그야말로 마술같이 잘도 먹혀듭니다. 수구 세력은 미디어와 당을 통해서 담론 경쟁을 주도하고 그 경쟁에서 승리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조기숙의 표현대로 치졸함과 비열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조기숙은 그런 '마법'에 관해서, 장작을 팰 때 결을 따라 패듯, 굵직하고 중요한 것들을 골라 하나씩 격파해(?) 나갑니다.

  
 
2. 왜곡 보도가 진실이 되어버리는 마법
 
왜곡보도를 수십 번 당하다보면 어느덧 그것은 하나의 진실이 되어 버린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같은 주문을 열심히 외다보면 마법을 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236쪽, <경계 또 경계했어야>에서)

 
수구 언론(이라는 말도 아까운 신문지회사)은 대한민국 사회를 상대로 '마법'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술같이 잘도 걸려듭니다. 반복의 효과, 세월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죠. 더욱 슬픈 것은, 소위 진보 쪽에서도 그 '마법'에 빠져듭니다. 소위 조중동 프레임이라고 불리는 잣대와 기준과 해석으로 특정 대상을 난도질하는 것이죠. '마법'의 힘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

초입에 인용한 '좌파' 이야기도 같은 '마법'의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조기숙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에 대해 좌파정당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좌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유권자들을 선동하기 위한 일부 언론이나 한나라당의 책략이라고 할 수 있다"(267쪽).
 
 
 
3. 담론 경쟁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수구 언론과 정치 세력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이전 정부에 비해 특별히 일을 잘못해서가 아니다. ... 참여정부가 보수진영과의 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아니, 진보진영이 보수세력과의 담론경쟁에서 패했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마법에도 주술이 필요하듯 정치에도 담론이 필요하다. (27쪽, <마법사의 실력 차이>에서)

 
돌아가는 정치 현실을 보면서 늘 왜 저런 말(=담론)은 이쪽에서 먼저 쓰지 못하는 걸까 많이 답답했습니다. 실은 정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만큼이나 치열해야 할 담론 경쟁일 텐데 늘 이쪽은 끌려다니는 인상만 줍니다. (권력을 장악하는 경우에도) 미디어는 저쪽에서 장악한 상태이기에 담론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여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한 여론(=민심)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권력을 도로 내어주는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죠. 조기숙이 이 책에서 환기시킨 '담론 경쟁' 개념은 신선했습니다. 그 신선함만큼 현실적 힘을 획득했으면 합니다.
 
 
 
4. 수구언론의 사악하고 비열한 연좌제

어렸을 때 증조부[고부군수 조병갑]가 역사책에 나쁜 사람으로 나오는 것이 속상했지만 살아오면서 아버지조차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증조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205-206쪽)

<월간조선>이 2006년 10월호에 증조부에 관한 기사를 탑으로 실었다. 가장 독살[스럽게 나온] 내 사진을 사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뜬금없이 족보 검증을 하려니 자신들도 양심에 찔렸는지 내가 청와대 권력을 이용해 증조부의 선정비를 새단장했다는 소문을 입수했다는 것이 ... 동기라고 주장했다. (206쪽)

결국 <월간조선>이 스스로도 밝혔듯이 송덕비 단장은 터무니없는 헛소문이었고... (206쪽)
한 마디로 <조선일보>의 행태는 백주대낮의 테러였으며 비열하고 치졸한 족보 검증이었다.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남의 호적을 입수해 공개했고 나에 대한 대부분을 허위날조했로 일관했다. (207쪽) 

(205-207쪽, <비열하고 치졸한 족보검증>에서)

 
<월간조선> 따위 보지 않고 살기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조기숙 교수는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소위 '찌라시즘'에 물든 매체들은 상식과 법 같은 건 내팽개친 채 '소문'을 팩트라며 보도합니다. 진위가 입증되지 않은 그 소문은 대개 선상적이기 마련이어서 후속 보도로 정정을 하고 사과를 해도 대중들에게 행해진 각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구의 증조 할아버지가 학정을 펼쳤든 어쨌든 그것이 증손녀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증조할아버지의 역사속 부정적 이미지를 현실의 증손녀에게 씌우려고 안달인 겁니다. 자신들의 정적(政敵)에 대해 치졸하고 비열하고 사악하다 할 짓을 서슴지 않는 것이죠. 조기숙 교수와 그 가족의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의연하고 꿋꿋하게 대처한 모습이 감탄스럽습니다.
 
 
 
5. 그 외, 인상적인 지적 하나.
 
문단속을 잘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도둑을 잘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둑을 맞은 사람도 도둑의 부도덕함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고 또 지속적으로 말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세상은 문단속 안 해도 도둑맞지 않고 잘 사는 세상 아니겠는가. ... 도둑맞은 사람은 도둑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거나 집단속 안 한 사람이 도둑 탓한다고 나무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102쪽,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에서)

 
도둑 맞은 것이 문단속을 잘 하지 못한 거주자의 잘못인 경우에도, 그 거주자는 도둑을 욕할 수 있고 도둑질을 비난할 수 있다! 멋진 발상을 담은 인상적인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지배적 담론을 형성하는 조중동 신문지 회사가 '도둑'의 자리에, 그리고 여론에 난타 당하는 참여정부가 '도둑맞은 거주자'의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만, 그런 예를 포함하여 조기숙은 우리에게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명쾌한 비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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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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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김태형이 선 입장에는 공감하지만 주장과 논의 전개방식은 동의가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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