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이탈한 우리들을 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병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이 책, 264-265쪽에서)
 
 
기대를 걸었던 책이 기대를 배반하지 않을 때 독자는 행복합니다. 박민규에 대해서는 그저 명성만 접했을 뿐 이렇다 할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의 소설에 관해 소개한 글이나 리뷰는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제목이 뭔가 기대를 걸게 했습니다. 'OB 베어즈'도 아니고 '삼성 라이온스'도 아니고 그 처절한 기록의 보유자 '삼미 슈퍼스타즈'라니! 그 야구팀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책의 내용에 호기심이 안 생길 수 없었습니다.
 
거기다, 다른 출판사도 아니고 '한겨레'에서 문학상을 탄 작품이라는 점도 저에게 기대를 부추겼습니다. 출판사와 문학상이 반드시 컨텐츠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요. ^^ 어쨌든 이 책은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되었고 박민규는 챙겨 읽고 싶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 지난 겨울에 구입한 박민규의 책이 대략 서너권은 되는 것 같습니다.
 
 
>>>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한겨레출판, 2003.
 
 
2003년 8월 1쇄를 발행한 이 책은 2010년 11월 36쇄까지 찍었군요. 저는 그 36쇄본을 읽었습니다. 한겨레출판에서 낸 책 가운데 36쇄까지 찍은 책을 첨 봅니다. 박민규가 이만큼 파괴력이 있는 소설가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서 그 파괴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박민규의 매력이자 이 책의 흡인력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 시간을 내어서 올해 안에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입니다.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삶의 방식에 관한 고민이 돋보이는 소설 ▩
 

  
 
 
1. 이 책은? 박민규는?
 
이 책은 일단 제목에서 궁금증을 유발시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궁금한 것도 없진 않겠지만, 작가가 소설의 내용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작가가 소설로써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하는 그런 궁금증이 컸습니다. 물론, 그 궁금증은 소설에서 완벽하게(^^) 해소됩니다.

박민규에 관해서는 별도의 소개를 적지 않도록 하죠. ^^ 이 책에서 박민규가 적고 있는 '삶의 방식' 혹은 '삶의 양식'(modus vivendi)에 관한 생각이 맘에 듭니다. 모두 소위 '상위 10%'를 지향하지만 어차피 거기에 들 수 있는 건 10%일 뿐, 절대 다수의 90%는 그 테두리 밖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지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은 언제나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죠.

90%가 좇는 '삶의 방식'은 10%가 주입하거나 강요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90%에게는 '90%의, 90%에 의한, 90%를 위한' 삶의 양식과 사고 방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박민규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부분에 관한 힌트를 화두로 받았습니다. 그래서 또 읽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책도.
 
 
  
2. 박민규의 능청스러움, 그의 매력의 하나
 
크게 '주류일체완비'의 현판이 붙어 있던 그 횟집은─작지만 방바닥이 따뜻하고,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낡고 운치 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그 집에는, 다른 무엇보다 마치 인어와 같은─얼굴은 도다리고 몸은 사람인 주인 아줌마가 있었다. "회는 뭐로 하실래요?" "아‥‥‥ 아나고." 나는 그 얼굴을 쳐다보면서 도다리가 아닌 아나고를 말할 수 있는 아버지의 정신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26쪽에서)
 
 
소설가는 일단 '말빨'이 세야겠죠. 설득을 위한 말빨이어도 좋고 독자를 미소 짓게 하는 말빨이어도 좋습니다. 박민규의 이 소설은 설득을 큰 밑그림으로 깔고 그 위에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은) 자잘한 읽는 재미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박민규의 능청스러움이라 표현할 대목들인데요. 책의 전체에 걸쳐 무수히(?) 등장합니다. 그의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 중 하나이자 박민규가 가진 강점 중 하나입니다.
 
재미난(?) 기억으로, 저 역시 '인어'의 컨셉에 관해서 '위가 물고기, 아래가 사람'인 구성을 상상한 적이 있다죠. 개인적으로 박민규에 대해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이런 대목이 적지 않아 좋았습니다.
 
 
 
3. 빼놓을 수 없는 소재, 음악과 노래
 
종종 웃음거리가 되면서도 나는 그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다. 한결같이 특이한 성격들이었지만 근본적으로 낙천적이고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또 이들을 통해 내가 몰랐던 영화와 음악의 비밀들을 하나하나 깨우쳐가는 것도 당시의 내겐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그해의 11월, 나는 고작 4개의 테이블이 전부인 그 작고 냄새나는 가게에서 레드 제플린과 도어스와 지미 헨드릭스와 재니스 조플린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158쪽에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악과 노래는 등장인물의 정서적 코드를 읽을 수 있는 열쇠인 동시에 시대적 배경를 읽어낼 수 있는 힌트가 됩니다. 그 외에 (운이 좋다면)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죠. 박민규의 이 소설에 등장하는 레드 제플린과 도어스와 지미 헨드릭스와 재니스 조플린이 바로 그랬습니다. 저는 이런 시도에서 살포시 (제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연상되었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음악과 노래는 빠질 수 없는 하나의 코드이거든요.
 
 
 
4.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가 왜?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
그럼, 그게 핵심이야. 그해의 리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가 <자신의 야구>를 완성하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는 구원받지 못했을 거야. ...삼미가 <자신의 야구>를 완성하고, 그 플레이를 사람들의 가슴 속에 전파하는 모습...
그 <자신의 야구>가 뭔데?
그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야. 그것이 바로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지. ...
뭐야, 너무 쉽잖아?
틀렸어! 그건 그래서 가장 힘든 <야구>야. 이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하기 힘든 <야구>인 것이지. 왜? 이 세계는 언제나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야. 어이, 잘 하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은데? 누군 이번에 어떤 팀으로 옮겨갔대. 연봉이 얼마래. ...
(251쪽에서)
 
 
소설의 후반부에서 '삼미 슈퍼스타즈'가 멋지게(^^) 소설의 내용과 어우러집니다. (조금 과찬일지도 모르지만) 따로 흘러오던 두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 바로 그런 것이죠.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 '프로의 세계'에서 이탈한(탈락된?) 삶에 대한 긍정은 공감을 불러일으킬만 합니다. 물론, 독자에 따라 수긍을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저는 (동의까지는 아니어도) 이해가 되는 쪽이었습니다. '프로의 세계'는 바꿔 말하자면, 무한 경쟁, 약육강식, 승자독식, ...을 떠나선 생각할 수 없는 세상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hy 유시민 - 2012년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
서영석 지음 / 리얼텍스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유시민이 젊은 세대들에게서 열광적인 환호를 받고, 인터넷에서 ’대접’받는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정치적 낭만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현실’에 맞추지 않고, 고집스럽게 ’현실’을 ’꿈’에 맞추려 하는 그를 낭만주의자 외에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 책, 142쪽, <유시민의 3대 강점>에서)
 
 
유시민은 자신이 쓴 ’Why Not?’을 연상케 하는 제목의 ’Why 유시민’이란 책이 쓰여질 것을 예상인들 했을까? ’왜 유시민인가?’ 혹은 ’왜 유시민이어야 하는가?’ 쯤으로 해석될, 어쩌면 그 둘다를 내포한 다분히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Why 유시민’이란 책은 딱 보는 순간 끌렸습니다. 유시민이 쓴 책이 아니라 유시민에 관해 쓴 책입니다. 저자의 약력을 쭈욱 훑어본 후 구매를 결정하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 서영석, Why 유시민:2012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 리얼텍스트, 2010.   * 총 302쪽.
 
 
 
▩ Why 유시민:2012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 서영석이 논증하는, 왜 유시민이어야 하는가! ▩ 

 

( 서영석, 「Why 유시민:2012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 리얼텍스트, 2010. 
서영석의 말대로, 유시민이 박근혜를 이긴다면 대한민국은 분명히 좀더 나아진다.  )

 
  
 
1. 이 책은? 저자 서영석은?
 
이 책은 2010년 현재의 야권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권력을 되찾아오기 위해선 ’왜 유시민일 수 밖에 없는지, 왜 유시민이어야 하는지’를 적고 있는 책입니다. 당위론에만 머물지 않고 과거 대선들과 정치현실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정치 동역학을 분석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저자 서영석은 책 날개 소개에 "<경향신문>에서 출발해 <국민일보>에서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했으며, 제2사회부장, 심의위원, 정치부장을 거쳤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가 이 책에서 시도하는 분석이 얼마나 팩트에 기초하고 있을지는 불문가지이란 이야기죠. 그의 기억일지 기록일지 모르겠지만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혀를 내두를만한 (이제는 잊혀진) 사실들을 동원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실과 논리로써 조금씩(야금야금?) 독자의 마음을 드라이브하는데요. 독자로서 그렇게 드라이브 되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 그리고 서영석은 정치평론가라는 타이틀 외에도,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운동중독자, 여행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 저와 겹치는 듯 합니다. ^^
 
 
 
2. 저자 서영석의 기본적인 정치 인식
 
이명박은 선거에 의해, 그것도 상대 후보를 5백여만 표 차이로 압승했으나, 그 본질 면에서 결코 민주정부라고 할 수는 없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을 총동원해 정적(政敵)을 뒷조사하고 탄압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오히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능가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그 수법의 정교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거의 ’몰빵’하다시피 하고 있는 자칭 보수언론들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36쪽, <왜 유시민인가>에서)
 
 
국민의 손에 의해 뽑히긴 했으나, 하는 행태는 민주정부라 하기 어려운 정부. 정치적 반대자들과 정적을 탄압하는 데에서 보이는 집요함은 이전 독재 정권을 능가하고도 남을 정부. 그리고 자칭 보수언론의 몰빵 서포트를 받고 있는 정부. 그래서 무슨 설문조사를 하면 인기도 50%를 상회한다고 떠드는 정부. 서영석의 기본적인 현실 정치 인식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그러므로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죠.
 
 
 
3. 대선 승리의 1차 관문, 어떤 양상이어야 할까
 
내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4번의 대통령 선거는 ’영남 포위구도’로 선거가 치러졌느냐, ’호남 포위구도’로 치러졌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됐다. 김대중, 노무현이 이긴 선거는 영남 포위구도였으며, 김영삼, 이명박이 이긴 선거는 호남 포위구도였다.   (63쪽, <지역대결구도, 약해졌지만 변치는 않았다>에서)
 
 
서영석의 과거 데이터를 따라 가든, 우리의 기억에 의지하든,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역대결구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을 부인할 순 없죠. ’영남 포위구도’가 되었을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탄생했고, ’호남 포위구도’가 되었을 때 한나라당 정부가 생겨났습니다. 이 게임(?)에서 영남 포위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력한 카드는 유시민이다, 라고 서영석은 논증합니다.
 
 
야권 후보가 누가 되든 당연히 그는 호남의 지지를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만으로 차기 대통령이 될 ’충분조건’은 아니겠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다. 유시민이 호남으로부터 일정한 비토를 과연 받고 있느냐부터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유시민이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어느 정도 호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지적까지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159-160쪽, <호남민심이 유시민을 미워한다고?>에서)
 
 
  
4. 개혁세력 15%의 지지를 온전히 견인해 낼 대권주자는?
 
어떻든 온전한 민주공화국을 실현하는데 충분할 만큼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이들이 바로 내가 말하는 ’개혁세력 15%’일 것이다. 이들은 유시민이 한탄한 것처럼 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적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들의 힘은 강력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항의해 촛불을 들었던 ’최초의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며, 이명박의 집권 초기를 집권 말기처럼 바꿔놓았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항의 시위의 숨은 공로자들이기도 하다. ...
이들이야말로 노무현이 꿈꿨던 사회, 노무현이 이루고자 했던 지역대결구도를 궁극적으로 바꿔놓을 근본 동력이 될 사람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노무현의 진정한 ’적자(嫡子)’다. 이들의 지지 없이는 야권의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이들의 지지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의 지지 없이는 야권의 대통령을 꿈꿀 수 없다. 그 지지를 온전하게 흡수할 가능성이 가장 큰 정치인이 바로 유시민이다.   (104, 105쪽, <독특한 유권자 집단 ’개혁세력 15%’의 의미>에서)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강력한 정치적 견인력을 가진 세력, 서영석의 표현으로 ’개혁세력 15%’입니다. 단적인 예로, 이들이 있어서 이명박의 집권 초기를 정권 말기처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데에 저 역시 동?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승리할 수 없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서영석은 이들의 지지를 가장 온전하게 흡수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유시민만한 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다른 후보들을 ’개혁세력 15%’에 대입하여 유시민만큼 지지를 얻어낼 수 없음을 증명합니다.
 
 
 
5. 박근혜에겐 이명박이 가장 큰 짐이 될 것
 
... 그 어떤 상황이 일어난다 해도 본질적으로 유시민이 유리한 구도를 [박근혜는] 깰 수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박근혜가 아무리 이명박과 차별화를 꾀한다 해도, 실패한 정권 이명박의 덤터기를 박근혜는 안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은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의 가장 큰 짐이 될 것이다.   (275쪽, <박근혜와의 대결, 승리가능성은?>에서)
 
 
이명박은 정권 말기로 치달으면서 정권 재창출하는 경우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일컬어지고 있는 박근혜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박근혜가 집권하는 경우에 이전 정권인 자신에게 (자신이 노무현에게 했던 것과 엇비슷한) 칼날을 겨눌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가장 고민 때려지는 부분일 겁니다. 역으로, 박근혜에게도 이명박은 정치적으로 큰 짐이 될 공산이 큽니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온갖 정책적 과오가 까발려지고, 거기다 지금까지 덮어둘 수 있었던 온갖 구린 구석들이 햇빛을 보기 시작하면, 그것은 박근혜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인 것은 틀림없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hy 유시민 - 2012년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
서영석 지음 / 리얼텍스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 '꿈'을 '현실'에 맞추지 않고, '현실'을 '꿈'에 맞추려 하는 낭만주의자, 유시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개츠비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4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황성식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입니까?"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닙니다. 과거도 되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마치 과거가 자신의 정원 어느 한구석에 숨어있기라도 한 듯이 성난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모든 걸 예전처럼 되돌려 놓을 겁니다. 이제 두고 보면 알게 될 겁니다."
... 개츠비는 그날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들으며 그가 데이지를 사랑하면서 갖게 된 그 무엇인가를 되찾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 지신에 대한 어떤 신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215쪽에서)
 
애틋한 추억으로 남아버린 사랑을 다시 현실로 가져오려는 노력은 너저분한 현실에 직면함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그야말로 '애틋함'과 그야말로 '너저분함'이 대비되고 뒤섞여 빚어내는 현실은 그야말로 누추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고인이 된 장영희가 매개가 되어 읽은 책입니다. 이 소설의 유명세나 스콧 피츠제럴드의 명성은 익히 접했으나 소설과 저자 둘 다 저에겐 별반 어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읽기를 미루다가 2010년 들어서 하루키와 장영희에게서 독서의 뽐뿌를 받았습니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황성식(옮김), 2001.   * 총 312쪽.
* 이 번역본은 2002년 새로운 판형이 나왔군요. 저는 그 이전 구판으로 읽었습니다.


민음사 번역본을 읽을까 하다가 웹 상에서 접한 번역에 대한 숱한 비판과 비난 덕분에 다른 번역본을 골랐습니다. 예전에 MBC <느낌표!>에서 추천된 번역본이라는 말에 끌려 골랐는데 번역은 발번역까지는 아니어도 그 엇비슷한 번역이었고(ㅠ.ㅠ) 책의 중간중간에 삽입된 수채화풍의 그림들은 왜 넣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다시 한번 읽게 된다면 영문 원저로 읽고 싶습니다. 그 재독엔 또다시 하루키와 장영희에 대한 신뢰가 개입할 겁니다.

 
<< 늘 그렇듯이, 제 소설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

 

▩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개츠비는 알겠는데, 위대함은 뭐야? ▩


F.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인디북).
무라카미 하루키와 장영희에게서 뽐뿌를 받아 읽게 된 책.
왠지 나는 아직 '위대한'이란 말이 반어적으로 읽힐 뿐.
한번 더 읽으면 '개츠비의 위대함'을 알 수 있을까.
또 읽는다면 그땐 (발번역을 피해) 영문 원저로 읽는 게.

 

1. 이 책은?

이 책에 관한 요약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따로 적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에 관한 설명과 해설은 인터넷 서점(알라딘)에 괜찮은 것이 있어 그걸 인용합니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1925년 대표작인 < 위대한 개츠비> 를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다. T. S. 엘리엇, 거트루드 스타인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문학적 천재’라고 칭송받았다. 이 소설은 기교 면에서 보더라고 완벽에 가까운 것이었고 주제면에서는 미국생활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돈과 성공'에 대하여 그의 특유한 서정적인 문체로 잘 다루었다. 이것은 헤밍웨이나 포크너의 걸작처럼 미국생활과 미국의 문학적 재능이 잘 나타난 걸작이라 하겠다."
 
  
 
2. 초호화(?) 삶에 대비되는 소박한(?) 소망

그[개츠비]의 소망이 너무나 소박한 것에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그는 7년이나 기다린 끝에 대저택을 샀고, 그곳으로 모여드는 하루살이들에게 빛을 나누어 주었다. 정작 그 자신은 어느 날 오후 남의 집 정원으로 '초대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면서 말이다. (154쪽에서)


지나간 사랑을 다시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부질없어 보이고 어찌 보면 로맨틱해 보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어필하는 면들 가운데 하나가 이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저는 그게 솔직히 좀 부질없어 보입니다만. ^^; 어쨌든 개츠비의 노력과 성과물(?)에 비해 그의 소망은 지극히 소박합니다, 라고 말할 순 있습니다.
 
 
 
3. 서른살, 누구에게나 넘기 쉽지 않은 고민의 대상

서른살, 그것은 독신인 남자가 알아야 할 일들의 목록이 얇아져 가고, 정열이 든 가방의 부피도 줄어들고, 머리숱도 옅어져 갈 고독한 10년을 예고하는 나이다. (271쪽에서)

 
누구나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고 어느 일년인들 다른 일년에 비해 덜 중요한 일년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서른살의 무게만큼 무겁게 다가오는 나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시인이 쓴 시 제목처럼 그것이 '끝난 잔치'가 되었든,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는 기점이 되었든, 서른은 누구에게나 고민의 대상입니다.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으면서 했습니다. 이 책에는 누구나가 고민할 이런 삶의 보편적인 주제들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목소리로 읽게 되는 말들입니다.
 
 
 
4. 느끼기 힘든 시차
 
개츠비 소유의 모터보트 두 척은 꽁무니에 수상 스키를 단 채 물살을 가르며 ... (78쪽)

... 타임스 광장의 지하철에서 투신자살한 헨리 L. 팔메토가 찾아왔다. (122쪽)

고가도로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들 위로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132쪽)

 
이 소설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1920년대 미국입니다. 그 당시의 세태와 사회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풍속 소설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묘사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편입니다. 그 와중에 저는, 1920년대 미국과 2010년대 한국의 시차를 보려고 했습니다. 결과는 둘 사이에 시차를 느끼기 힘들었다, 는 쪽입니다. 예컨대 위에 인용한 문장들에서 "수상 스키" "지하철" "고가도로"는 2010년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도 봅니다. 시차를 느끼기 힘든 소설은 쉽게 읽힐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공감을 불러 일으킬 대상을 소재로 동원하되 시간이 지나도 시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묘사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죠.
 
 
 
5. 서정적인 묘사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고, 나뭇가지의 새순들이 고속으로 촬영한 영화에서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싱싱한 잎으로 자라는 것을 보면서 인생은 여름과 함께 다시 시작된다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품어 왔던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13쪽)

평소 그녀의 전화 목소리는 마치 골프장의 녹색 잔디가 그녀가 휘두른 클럽에 잘려 사무실 창문까지 날아온 듯 상쾌함과 푸르름에 넘쳐 있었다. (307쪽)

 
제 개인적으로, 뛰어난 서정적인 묘사에 끌리는 편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묘사가 나오면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읽기를 반복합니다. 읽으면 머리 속에 풍경화가 그려지는 그런 묘사를 좋아합니다. 어쩌면 (개발이 미덕으로 숭배되는) 현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풍경들이라 제가 더 반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소설에서 다른 매력을 찾기 어렵다면 이같은 서정성 넘치는 풍경 묘사를 만나는 것도 큰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