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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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은 이번이 두번째네요. 첫번째로 만난 작품은 '도둑신부'였는데요, 사실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 책이 처음이었습니다. 캐나다의 소설가로 페미니즘적인 색채가 강한 작가라고 하는데요, 첫작품인 '도둑신부' 역시 페미니즘 소설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도둑신부'는 상당히 제 취향의 작품이었습니다. 플롯도 좋았습니다만 서술상의 섬세한 묘사가 제 취향에 맞았던 것이죠. 평을 보니 그 부분을 지루하게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던데요, 대체로 여성분들이 좋아할 수 있는 서술방식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 작품 '홍수' 역시 '도둑신부'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선 둘 다 여주인공들의 우정이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는 점이 있겠고요, 섬세한 인물 묘사가 돋보인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하지만 차이점도 많군요. '홍수'는 디스토피아적 SF소설에 가깝거든요. 슈퍼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서사적인 면이 적고 대신 상징적인 요소를 다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SF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디스토피아적 배경의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분량이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홍수' 쪽은 수월하게 읽기가 어렵습니다.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 성경으로부터 인용되는 상징도 적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런 다수의 상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도 모르겠네요.

애초에 기대도 안했습니다만(!) 예상대로 한번에 읽고 대부분을 소화해낼 수 있는 소설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주제의식이 명확한 편이고 좋은 주석이 달려 있어서 다시 읽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다행이군요. 아무튼 그녀에 대한 호기심을 꺾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고맙고요, 조만간 그녀의 대표작이라는 '눈먼 암살자'에 도전해볼까 싶군요. 그리고 민음사의 모던클래식, 지금까지 만난 책들은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줬어요. 앞으로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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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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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정말로 빠르게 신작을 내고 있네요. 작년에만 5권이 출간되었던데, 올해 들어서도 벌써 2번째 책입니다. 게다가 이 책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역시 일본에서 드라마화가 될 것 같더군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역시 드라마화가 되었는데요, 상당히 재밌었거든요. 캐릭터성이 더 잘 살아난 덕에 책보다 재밌는 부분도 있었지요. 사쿠라이 쇼, 기타가와 게이코가 상당히 맛깔나게 연기를 해냈다는 기억입니다. 아무튼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추리소설은 경쾌하고 통통튀는데다 호흡도 빨라서 드라마화하기 좋은 것 같아요.

이 책 역시 경쾌한-사실은 경박함에 가까운-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고, 뭔가 어설프면서도 확실하게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이런 특성은 장편보다 단편에서 더 빛이 나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저택섬'이나 '밀실..' 시리즈보다 '저녁식사 후'나 이 '방과 후'가 더 인상적으로 보이는군요. 자칭 탐정부 부부장인 야구광 열혈 여고생 '키리가미네 료'가 이 책의 주인공인데요, 이 책에 등장하는 8건의 사건은 모두 그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것이죠. 당연히 열정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주인공이지만 그녀가 추리해내는 사건은 절반도 안됩니다. 나머지는 학교 선생님이나 동급생, 혹은 형사(!)가 해결해버리는 것이죠. 초인적 탐정 캐릭터라기보다는 똘똘하지만 그래도 처에서 볼 수 있는 머리 좋은 학생이라고 할까요?

여전히 코미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요, 주인공의 이름이 에어컨 상표라서 그걸로 놀림을 당하면 이성을 잃는다던가 자기중심적이고 열정적인 육상부 선수가 어이없는 실수로 없는 사건을 만들어낸다던가 하는 식인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릭의 번뜩임은 여전합니다. 짧은 전개의 와중에도 이중 트릭도 자주 나오고요. 호흡을 빼앗는 완벽한 짜임새보다 트릭의 기발함이 주를 이룬다고 할까요? 전작의 특징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학교가 배경이라서인지 살인사건은 하나도 없다는 것도 독특하다 하겠습니다. 독자가 좀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하고자 노린 게 아닌가 싶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특성을 가지는 '저녁식사 후에..'와 비교하게 되는 면이 있는데요, 재미라는 면에서는 조금 덜하다는 느낌입니다. 캐릭터성도 살짝 덜하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트릭에 경탄하며 읽어갈 수 있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라 보시면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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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이병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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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끄는 책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입니다. 표지에 도스토에프스키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평전이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인상이 듭니다. 보통 러시아의 작가들 하면 웅혼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전해주곤 하는데요, 특히 도스토예프스키는 심각한 주제의 묵직한 책을 써왔기 때문에 왠지 가까워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그를 그려낸 책이 표지에서부터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던지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더군요.

머릿글에서 저자는 러시아의 어느 거리에서 본 '뜨이 랍'이라는 낙서를 화두로 던집니다. '나는 노예다!'라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이 낙서에서 저자는 도스또예프스키의 주인공들을 떠올리는 것이죠. 주인공들의 대부분이 이념의, 욕망의, 성욕의, 물질의, 술의 노예였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도스또예프스키의 삶을 그려가면서 그가 어떻게 보편화된 인간상을 창출했는가 그려가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줄거리가 됩니다.

표지부터가 아름다운 책이라고 이야기했었는데요, 이 책은 평전 중에서도 유독 감각적인 편집과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요즘 멀티미디어적 구성의 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평전 쪽은 아직 차분하고 서사적인 경우가 일반적인데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외향은 눈길을 끄는군요. 마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가며 책을 읽어가게 되었습니다. 도스또예프스키가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의 사진들, 그가 쓴 편지, 당대 러시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명화들, 관련된 신문기사들이 듬뿍 실려있으니 말입니다.


책은 저자가 주요한 집필작업을 했던 시기를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저자가 겪었던 체험이 어떻게 작품 속에 반영되었는가를 중심으로 저술되고 있는 것이죠. 연애문제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비극적인 사건을 겪어야 했던 체험이 어떻게 '노름꾼'으로 드러나는지, 유럽에서의 체류 경험이 어떻게 '백치' 속에서 반영되는지 보여주는 식입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편에서 도스또예프스키의 인생 전체가 작품 속에 녹아들어간 것을 장문의 인용을 통해 전달해주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더군요.

도스또예프스키의 소설 중 읽어본 것도 얼마 안되고 그나마 읽어본 것도 축약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책은, 특히 소설은 축약을 통해서 전달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이 책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백치', '악령',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일단 목록에 올려두었는데요, 역시 분량이 상당하기는 하군요. 긴장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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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03 : 경제 주기 내인생의책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3
바바라 고트프리트 홀랜더 지음, 김시래.유영채 옮김, 이지만 감수 / 내인생의책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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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시리즈 3권입니다. 이번 편은 경제 주기를 다루고 있네요. 1권이 입문, 2권이 금융 시장으로 일반적인 원론을 다루고 있는데 비해 3권 경제 주기 편부터는 좀 더 세계적인 영역으로 분야가 넓어진다는 느낌입니다. 4권 중에서 절반에 해당되는 3, 4권이 세계 경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시류에 적합한 분량 할당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구성은 당연히 1, 2권과 다를 것이 없네요. 원론 답게 기본적인 용어를 정의, 설명하고 그에 적합한 예를 들고 있는 것이죠. 개념 설명을 최대한 단순하고 짧게 하려 노력하는 것은 변함없이 이 책의 장점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쉽지 않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술술 읽어가기는 힘들거든요. 그럴 바에야 반복해서 읽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내용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쪽이 청소년 대상의 교양서로서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도표가 많이 들어간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무엇보다 시사적인 예를 적절하고 충분하게 들어주는 것이 이 책의 두번째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느 정도 경제 원론의 내용을 알고 있는 저도 별도의 박스에 첨부되는 에시글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거든요. 지폐로 탑쌓기 놀이를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첨부하여 초 인플레이션을 설명한다던지, 경제공황의 사진을 첨부하여 뱅크런을 설명한다던지 하는 내용은 제대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또 리먼브라더스-베어스턴스 사태까지 세세히 설명한 것이 기억에 남는군요. 그리고 경제주기를 다룬다고 하지만 역시 호황 쪽보다는 불황 쪽에 눈이 갈 수밖에 없고 실제로 분량도 불황 쪽에 훨씬 많은 쪽수가 할당되어 있습니다. 이해하기에 만만치 않은 신용순환을 표를 활용하여 최대한 설명한 것도 좋았네요.

전작과 다름없이 아주 얇습니다만 다룰 수 있는 내용을 모두 다 다루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네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정말 입문용으로만 쓸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적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일단 이 책을 통해서 관심을 가지게 이끌어준 뒤 좀 더 두툼한 책(?)으로 눈을 돌리게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깔끔하게 잘 만든 책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가장 민감한 문제를 다룰 4권 세계화 편의 내용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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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 - 한 권으로 읽는 도덕경과 한비자
상화 지음, 고예지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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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의 철학자에 대한 사랑은 꾸준히 계속되나보다. 여전히 공자와 노자 등 인기 철학자에 대한 저술이 나옴은 물론 순자나 한비자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던 철학자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분석서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많은 책 중에서도 일단 두 가지 특징 때문에 눈에 띈다.

첫째는 노자와 한비자라는 연관없어 보이는 구 철학자를 묶어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저자가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두 철학자를 묶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양자간 연결점에 대한 통찰이 어떤 지점에 놓일것인지 궁금했다. 후자의 경우 개인적 경험상 중국 저자는 우리나라 저자보다 훨씬 덜 관념적이고 실천적으로 자국의 철학을 해석하더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 역시 그런 면모를 가지고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책을 덮고 내린 결론.

전자의 경우 이 책은 두 철학자를 동시에 다루되 딱히 연관점을 찾고 있지는 않다. 책을 반으로 나누어 두 권의 책으로 내어도 상관 없어 보인다. 굳이 연관을 짓자면 한비의 철학으로 국가적 통치론을 다루고 노자의 철학으로 개인적 처세론을 다룸으로서 균형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목적성이 의도적이라고 할 만큼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후자의 경우 확실히 이 책은 철학서라기보다 자기개발서에 가까워보인다. 두 철학자의 세계관이나 인간론이 소개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실천적인 부분에서만 다뤄지고 있을 따름이다. 당연한 귀결로 개념적 접근은 거의 없고 역사적 고사를 통한 적용이 서술의 주를 이룬다. 덕분에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고자 머리 아플 부분은 없다.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고 관심있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다.

사기나 삼국지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역사서에서 인용이 이루어지는지라 읽기 편한 것이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다만 논쟁의 여지가 적은 내용들이 열거되는 방식이라 따라 읽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지나면 뭔가 심심한 것도 사실이다. 철학서는 확실히 관념적인 쪽이 구체적인 쪽보다 읽기에 재미있는 듯하다. 이미 언급했듯 이 책을 철학서라 볼 수 있을지는 애매한 면이 있으므로 정당한 비평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제법 두툼하지만 생각외로 수월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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