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4월
절판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듣게 된 것은 꽤 나이를 먹은 뒤였지만, 그 이후로 내내 클래식을 가까이해 왔습니다. 언제든 클래식이 아름답지 않은 순간은 없습니다만 분명 음악이 가슴 속을 파고들어 강하게 각인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애호가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봐도 누구에게나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 책처럼 그런 순간순간을 기록한 책도 적지 않게 출간되는 것 같네요.



책은 하나의 클래식 음악처럼 4개의 악장으로 나뉘어있네요. 스타카토처럼 경쾌하고 활기차게, 안단테처럼 느긋하고 여유롭게, 비바체처럼 열정적으로, 칸타빌레처럼 흘러가듯이... 이 책은 저자가 만난 음악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있어, 작곡자의 삶과 시대적 배경, 작곡 계기 등을 중심에 놓고 살펴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입문서로 보기에도 괜찮지 않나 합니다. 소개된 곡들 역시 대체로 접근하기 좋은 곡들이거든요.



클래식 곡만 소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휘자, 악단, 연주자도 제법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된 일화들은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네요. 바리톤 세릴 밀른스의 일화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공연을 마친 뒤, 앵콜의 순서가 되자 반주자가 노래를 하고 밀른스가 반주를 맡는 여유롭고 따뜻한 광경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반주자와 독창자의 특별한 관계를 생각해보면 이런 따뜻한 에피소드는 오래 기억될만하다 생각되네요. 저자 개인의 일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친의 상을 당했을 때, 조문온 지인들을 차례차례 청하여 장례식장에서 즉석 음악회를 연이어했다고 합니다. 영안실에 있었던 다른 고인의 가족들도 그 음악에 끌려 하나둘 모여들었고,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나누었다고 하네요. 진정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은 이런 때가 아닌가 합니다.



책에 실린 사진들도 인상적입니다. 흑백의 스틸컷으로 일관하여 하나의 맥락을 만들어냈다고 할까요? 흑백사진이 주는 아련함이란 클래식과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여백이 아름다운 사진들과 잔잔하고 차분한 어조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클래식의 이야기, 애호가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커피 한잔이라고 끓여두고 소개되는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들으며 읽는다면 그 순간이 바로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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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위조 사건 -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범죄 논픽션
래니 샐리스베리.앨리 수조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4월
절판


오랜만에 접하는 논픽션 소설입니다. 논픽션 소설이라니, 다소 모순되는 이름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이지만 확실하게 소설의 구성을 사용하고 있어 읽는 느낌이 딱 소설이라는 의미에서 적절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목부터가 미술품+위조+사건이라서 딱 추리소설 같지 않나요?


미술품이 투기의 수단으로 쓰인 것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만큼 오래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술품의 재산적 가치가 본격화하고 재화의 기능을 가지게 된 것은 현대에 들어서가 아닌가 싶네요. 돈이 있는 곳에 범죄가 꼬이는 것이야 당연지사, 유명한 미술품 도난 내지 위조 사건이 쏠쏠히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최대의 미술 사기로 꼽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름 정도야 들어보았습니다만 그 내막을 이렇게 꼼꼼히 살펴본 것은 처음이네요.


좋은 소재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능수능란하게 펼쳐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르포이다 보니 당연히 등장인물도 많고 그 관계도 느슨하여 기억력이 약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만, 현실에서만 있을 수 있는 그 느슨함과 긴장감이 재미를 불러 일으킵니다.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현실과 소설의 간극이라는 것은 항상 발생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그 간극을 오랜만에 접하니 즐겁네요. 소설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르포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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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구판절판



영화의 상영에 맞추어 헝거게임이 재출간되었습니다. 사실 헝거게임이 출간되었을 때, 상당히 반응이 좋아서 일찌감치 영화화가 기획되었다고 하더군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역시 제작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해요. 기존에 출간된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경우,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고 좋은 성과를 거두어도 원작팬의 원성이 자자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양자 보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니 영화화가 잘된 케이스라 하겠습니다. 보통 영화보다 책 쪽이 컨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에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나중에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뭐, 저야 양자를 완전히 분리시켜 보는 편이라 원작과 비견하여 실망하는 경우는 잘 없는 편입니다만..^^;;


책을 본 많은 분들이 일본 만화인 배틀로얄과의 유사성을 지적하셨다고 하는데요, 확실히 설정에 있어서는 연상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사회갈등의 해결방식 중 하나로써 젊은이들을 모아 서로 살육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향성에 있어서는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배틀로얄이 잔혹한 인간본성을 부각하고 욕망을 충돌시킴으로써 참가자 각각의 욕망을 부각시키는데 비해, 헝거게임은 마치 버라이어티쇼처럼 펼쳐지는 잔혹한 게임 속에서도 꿋꿋하고 정의로운 여주인공을 중심에 둠으로써 보편적인 정의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배틀로얄을 읽을 때에 비해 마음의 불편함은 한결 덜합니다. 비슷한 소재를 택했음에도 국가에 따라 이렇게 다른 색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작품의 배경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책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만하다 싶게 전개됩니다. 가족을 위해 주인공이 조공자로 지원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후원자와의 만남, 남자 주인공과의 만남, 적이 될 이들과의 만남을 거쳐 살벌한 인간사냥으로 이어집니다. 피튀기는 묘사는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덜하다고는 해도 분명 잔인하고 과격한 이야기가 눈길을 끄는군요. 단순히 자극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줄기가 끊기지 않고 다음 장면 다음 장면으로 꼬리를 물기 때문에 계속 읽게 되고요. 영화는 이어지는 스토리상 미진하게 끝나는 인상을 준다고 들었는데요, 책의 경우는 충분히 하나의 마무리가 지어집니다. 그럼에도 다음 권이 더 기대되는 엔딩이기는 합니다만.. 빨리 시리즈를 다 읽고 싶어지는 책임에는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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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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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특히 커피가 주요한 기호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커피 생산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널리 퍼진 편입니다. 사실 세계화가 자본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임을 볼 때, 세계화의 어두운 면이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불러일으킨 것이겠지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은 그러나 실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눈이 닿지 않는 부분은 잊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에 이 책이 보여주는 세계곳곳의 모습은 새삼 날것으로 다가오더군요.


책을 펼쳤을 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저자의 이력입니다. 수십억대 연봉을 받던 애널리스트였던 그는 구조조정을 맡아서 수백명을 해고하게 되면서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냉혹함에 회의를 느낀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의 경제 현장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마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설정인데요, 어쨌든 그만큼 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 자본주의의 변두리를 떠돌게 되었으니 넓은 식견과 날카로운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책은 중국, 라오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직접 체험한 상황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현지인들과의 인터뷰가 상당 분량을 차지하여 생동감을 더합니다.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결국 자본의 논리이지요. 공정무역조차 포섭하는 자본의 힘은 당해낼 수단이 없어 보입니다. 담담하고 생동감있게 기술하면서도 책 전체를 덮고 있는 답답함이 가시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 와중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등장하여 그 답답함을 털어줍니다. 궁극적으로 자본은 승리할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그 승리가 주변을 압살하는 승리가 아니라 껴안으며 가는 승리이기를 바래봅니다. 그 승리가 가능하려면 끊임없이 딴지를 거는 인위적인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그 노력에 앞장서는 이는 못될지언정 따라가는 이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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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기다려
심승현 지음 / 홍익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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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투게더, 안단테... 그리고 기다려. 제목까지 아름답게 이어지는 듯 합니다. 추억을 둘이서 함께 천천히 나누며 걷다. 그리고 그런 느린 걸음조차도 조급하게 느껴져 마침내 잠시 쉬어가다... 그런 것 같지 않나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받는 파페포포의 새 책은 그렇게 시리즈에 쉼표를 찍는 듯한 책입니다. 늘 변함없으면서도 늘 새롭게 느껴지는 친구 같네요.



변함없이 동화같은 그림과 친근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집니다. 하나같이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돌이키게 하는 이야기들입니다만 동우 씨의 이야기가 가슴에 남습니다. 한때 활발히 연예계에서 활동하다 말도 안되는 불행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아팠었는데요, 지금도 무대에서 활동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속으로나마 격려의 박수를 보냈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그 분의 일화는 행복과 불행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늘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나....



이야기의 감동이야 파페포포 시리즈의 변치않는 뿌리입니다만 그림의 수려함은 갈수록 더해가는 듯 합니다. 양페이지를 전부 사용하여 그려낸 저녁놀과 등짐 진 남자의 모습은 이야기를 넘어서는 그림의 감동을 주네요. 파페포포는 역시 여유롭게 탁 트인 그림이 잘 어울립니다. 이야기의 여유와 그림의 여유가 함께 어우러지네요. 그리고 레고블록을 사용한 독특한 카툰도 실렸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물감으로 그려낸 포근한 세계를 더 좋아합니다만 4권까지 나아오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신 듯 합니다. 어릴 적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레고블록도 좋네요.



책의 뒤에는 전작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던 이야기들을 선정하여 싣고 있습니다. 10주년 기념작이기 때문이겠지요. 파페포포를 처음 만난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은 물론이겠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보았던 이야기를 새롭게 음미하는 기존 팬의 즐거움도 적지 않군요.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내 마음과 몸도 변해왔다는 뜻이겠지요. 처음 만났을 때 이 그림을 10년 후에도 보게 되리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기분이 묘하기도 하네요. 과연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떻게 이 그림과 다시 만나게 될까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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