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8 - 근대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다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8
금현진 지음, 이우일.박소영 그림, 정진숙 정보글, 이상찬 감수 / 사회평론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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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교육계에서 역사 과목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아무래도 입시에서의 필요성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다소 씁쓸한 얘기입니다만 어떤 이유로든 역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으니 결과는 나쁘지 않다고 해야할까요?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이해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실에서, 역사의식이라는 사고틀은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어릴 적부터 교육해야 하는 것도 이것이 하나의 사고틀이기 때문이겠고요. 때문에 아동교육용 역사서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일단 표지에서부터 딱 보이게 이우일 님의 손길이 느껴지지요. 요새 만화는 안그리시는 건지 일러스트에만 참여하고 계신 것 같기도 한데요, 그만큼 많은 책에서 이우일 님의 이름을 보게 됩니다. 표지만 봤을 때는 만화라는 매체를 활용하는 역사서가 아닐까 싶어서 Why 한국사 시리즈를 연상했었는데요, 책을 펴보니 의외로 일반도서더군요. 용선생과 여러 학생 등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시간순으로 역사를 탐방하는 이야기 전개는 노빈손 시리즈를 강하게 연상시킵니다. 구성 뿐 아니라 편집도 상당히 유사한데요, 노빈손 시리즈의 영향력이 무섭구나 싶네요.



용선생 시리즈는 Why 시리즈보다 대상연령이 다소 높다고 보이는데요, 단순히 만화냐 아니냐를 떠나 구성이나 편집이 좀 더 본격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각장의 끝에 내용을 요약한 정리노트를 싣는다던지, 퀴즈형식의 복습문제를 실어둔 것이 눈에 띄네요. 초등학생이나 혹은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학교 수업의 예습복습용 부교재로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구성입니다. 책을 읽어버릇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문턱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생각되는데요, 유머러스한 구어체의 서술이라던가 풍부한 사진과 일러스트가 다소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점이 다행이네요.



비슷한 책을 워낙 많이 접하다보니 내용보다 디테일에 먼저 눈길이 가는 편인데요, 용선생 시리즈는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 책이라고 보입니다.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구성, 분량 할당에 이르기까지 등 꼼꼼히 재보고 다듬은 티가 나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분좋을만한 책입니다. 내용 역시 거슬리는 것 없이 무난하게 올바른 시각을 유지해서 아이들이 보기에 무리가 없어 보이고요. 8권 정도로 분량을 잡은 것도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요, 초등학생 아이에게 권해줄만한 괜찮은 시리즈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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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 범죄 유발성 형법과 법의 유통 권력자들
박영규 외 지음 / 꿈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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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법과 관련된 농담은 좋은 것이 없죠. 미국처럼 법의 역사가 길고 생활 밀착도가 높은 나라에서도 법에 대한 시니컬한 농담이 많은 판이니, 우리나라에서야 말할 것 없을 것입니다. 50년 동안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뜯어고친 덕에 헌법이 누더기가 된 우리나라니 법에 대한 신뢰도가 형편없는 것도 당연하지요. 그래도 결국 법을 알아야하는 것은 힘이 없는 이,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인 것도 사실입니다. 강자에게는 법이 필요없으나 약자에게는 법이 필요하니 말이죠.



법률후진국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말 없을 우리나라입니다만 의외로 법현실에 대해 비판하는 책이 많지 않다는 점은 항상 아쉽습니다. 정치비판서가 서점에 잔뜩 쌓여있는 것과 대조적이죠. 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습니다만 법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이럴 때 법에 몸담은 사람이 법현실을 비판하는 책을 내놓으니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형법교수인 저자가 30년의 경험에서 보고 들은 것에 기반하여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이 이 책이지요.



책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입법상의 문제점, 법 집행상의 문제점을 차례로 지적하고 마지막으로 대중들의 법에 대한 무관심을 짚어봅니다. 이론적인 내용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수기를 읽는 듯한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30년간 겪어온 법조인으로써의 경험에 기반하여 저자가 체감한 문제점들을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죠. 국회 법제실의 태만을 비판하는 첫글부터 인상적이었는데요, 법이 정치에 휘둘리는 탓에 특별법을 남발하는 실태에 대한 글이나 선거철이 되면 쏟아져나오는 포퓰리즘 법안에 대한 비판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근래 아청법 때문에 말이 많은데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으로 기억될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점입니다만 단순히 취지만 좋다고 좋은 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제에서 고도의 정교성을 요구하는 것은 그래야만 그나마 현실적인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청법 개정은 비전문가의 눈에도 보일만큼 어설픈 구석이 많음에도 뚝딱 국회를 통과하고 말았는데요, 지금은 열심히 집행중인 모양입니다만 이런 무리수가 오래 갈 리 없지요. 결국 언제 그랬냐는 듯 흐지부지되고 한국법제사에 또 하나의 수치를 더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예상되네요. 아직까지 갈길은 먼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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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금융 사회 - 누가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
제윤경.이헌욱 지음 / 부키 / 2012년 9월
품절



일본의 거품 붕괴, 우리나라의 IMF 사태, 미국발 경제 대란이 줄줄이 터져서 경제란이 일상화된 느낌입니다. 국가도 다르고 원인도 다르겠습니다만, 셋 다 그 근간에서 가계부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공통점이 아니었나 싶네요. 특히 미국발 대란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입니다. 근래의 경제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의 전차를 밟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할텐데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부채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보는 이 책이 눈에 띄는군요.



책의 머릿말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빚 때문에 개인 희생을 권유받은 사람에 대한 일화였는데요, 당사자 부부는 다른 방법이 없음에도 개인 희생을 피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잘못해서 빚을 냈는데 탕감받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며 더구나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가치관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뉴스가 얼마 전에 이슈가 되어 기억에 남습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인데요, 순자산이 8천만 달러나 되는 그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패배한 소송으로 인한 배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개인적 입장에서의 도덕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아직까지 개인의 경제문제를 사회제도 안에서 보는 인식이 부족함을 깨닫게 하는 전형적인 예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한 인식 구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늘상 경제적 약자에게 가혹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강자의 입장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든 나쁠 때든 항상 당당하게 제도적 이점을 누립니다만, 약자는 경기가 나빠지면 한순간에 제도로부터 소외되어 버리는 것이죠. 저자는 이러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특히 개인을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워크아웃 제도가 결국 개인을 채무 노예로 전락시키고 마는 현실은 개탄할만 합니다. 자본주의 하에서 제도란 강자의 양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라는 모 경제학자의 말을 떠올리게 되네요.



정론과 상식론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명쾌한 주장을 펼치는 책입니다. 이러한 저술 태도는 저자가 이 책의 독자를 누구로 상정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르다면 사회가 약육강식의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당연한 논리겠지요?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대중을 착취하여 소수에게 부를 돌려주는 구조라면 그런 구조는 당장 뜯어고쳐야 할 것입니다. 한번쯤 정독하고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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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청미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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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이라는 제목은 보에티우스의 책에서 가져온 듯 하군요. 제가 알기론 움베르토 에코 역시 동명의 책을 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보에티우스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저로써는 어떠한 내용이 후대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실에서 유리되어 우주 저멀리에서 관조하는 철학이 아닌, 힘겨워하는 이들의 옆에서 어깨를 부축해 줄 수 있는 철학을 연상시키는 제목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보통은 온갖 주제를 섭렵해가며 책을 냅니다만, 항상 일반인들의 감성으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내곤 하죠. 이 책 역시 그런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겠구나 안도하게 만드는 제목이 아닌가 싶네요.



책은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이렇게 6명의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따라갑니다. 처음에는 굳이 이 철학자들을 골라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요, 책을 읽어가다보면 보통의 의도를 알 수 있더군요. 저자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뒷받침하는 철학자들을 선정했던 것이죠. 보통의 책은 항상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중심에 놓고 쓰여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사랑과 우정을 꼽고, 이 둘을 놓고 고심했던 철학가들 6명을 골라낸 것입니다. 쇼펜하우어 같은 비관론자도 부정할 수 없었던 소박하지만 당연한 진실에 대해 보통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죠.



보통의 책이 언제나 그렇듯, 이 책 역시 편안하면서도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언어들이 가득합니다. 철학자들의 사상만이 아닌, 그 사상을 뒷받침하는 철학자 자신의 삶과 당대의 사회상을 보통 특유의 언어로 그려낸 것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를 두고 평생 고민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위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는 공감을 느끼게 만들거든요.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철학자인지라 저로써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그들의 철학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구요. 특히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의외로 인상적이어서 그에 대한 책을 더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깔끔한 디자인과 풍부한 삽화 덕에 눈도 즐거운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상당히 오래전에 쓰여진 책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뒤늦게 출간된 것도 의외고 이렇게 세련되게 편집되어 있는 것도 의외입니다. 보통이 가지는 감성이 다소의 시간차를 극복할 정도로 세련되었던 것일지, 아니면 늦은 출간을 감안하여 출판사에서 다소 손을 대어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군요. 이로써 그의 대표작은 모두 번역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면 이제는 보통이 신작을 써주기를 기대해야겠군요. 다음에는 과연 어떤 주제를 다룰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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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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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일본, 미국을 제외하면 그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소설가가 많은 나라가 바로 프랑스가 아닐까 합니다. 그 중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작가도 있는데요, 이 책을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워낙 사랑을 받다보니 그의 근작 소설에서는 보은(?)의 표시로 꼬박꼬박 한국인 캐릭터가 중하게 등장할 정도죠. 다작 작가인데다 내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대표작이라고 꼽을 작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습니다만 저로썬 역시 첫 작품인 '개미'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 후 쓰인 다른 모든 소설은 개미의 변주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그의 사상과 야심이 모두 담겨있는데요, 그 야심 중 하나가 우주를 담아내는 백과사전이었지요.



작중 주요인물이 집필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개미'는 물론 그 후의 소설에서도 끊임없이 인용된 것이 바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인 것이죠. 놀랍게도 베르베르는 이 책을 실제로 출간하기도 했는데요, 10년 전 당시에 제법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독특한 그의 정신세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습니다만 사실 백과사전이라 하기에는 내용면에서도 분량면에서도 빈약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다소 실망해서 상징적인 의미로 기억해두고 넘어가자 했었는데요, 베르베르의 야심은 끝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증보판을 냈으니 말입니다.



판형은 살짝 작습니다만 책의 두께는 엄청납니다. 거의 사전급의 두께인데요, 비로소 '백과사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게 되었다는 소감이네요. 구성은 전판과 다르지 않은데요, 그가 떠올린 온갖 것에 대한 단상을 짤막하게 써내려간 글이 꽉꽉 들어차있습니다. 일관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이 그답다 싶기도 합니다만, 어떤 것에든 그가 가진 철학과 가치관이 드러난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만약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이라는 항목에서 이토록 넓은 우주에 지성체가 우리뿐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합니다. 인간 존재의 신비에 대한 이러한 그의 견해는 다른 소설에서도 여러번 등장했지요. 시니컬함도 빠지지 않습니다. 서양인들이 순진한 이누이트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소개하는 짧은 글을 통해서 문명에 대한 그의 비판의식이 다시한번 등장하지요. 물론 유머도 빠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면, 상대적인 것도 상대적이므로, 상대적이지 않은 절대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제논식의 역설은 웃음과 생각할거리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백과전서에 대해 소설가들이 가지는 전통적인 욕망이야 여러 고전소설이나 유명작가의 말을 통해서 제법 알려져있습니다만 실제 그런 백과사전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할만큼 괴짜인 사람은 베르베르 정도인 모양이다 싶네요.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았고 아마도 완성이란 것은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할 사람이 베르베르입니다만, 그렇기에 그는 살아있는 한 이 책을 계속 증보하여 내겠다고 마음먹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덕분에 저같은 독자는 기다림과 즐거움을 함께 누려야되겠군요. 그가 앞으로 어디까지 세계를 담아낼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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