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 논술 2012.11
우등생논술 편집부 엮음 / 천재교육 / 2012년 10월
품절



저는 지학사의 독서평설의 오랜 팬입니다. 학창시절 때도 많이 봤었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는 월간지이지요. 독서가 몸에 배어있지 않은 아이들이 처음부터 한권 분량의 책을 읽을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따라서 짤막한 주제의 단편들이 모여있는 독서평설 형식의 매거진이 흥미를 유지하면서 독서에 취미를 붙이는 좋은 실마리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독서평설 외에 비슷한 매거진이 출간되지 않을까, 수요가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잘 몰라서 그런가라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더랬죠. 그런데 천재교육에서도 학습월간지를 내고 있더군요. 바로 [우등생 논술]이라는 이 책이죠. 지학사와 천재교육이라... 학습지 대표 출판사 두 곳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게 되는군요^^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정확히는 몰라도 적어도 2007년도부터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더군요. 6년이 넘었으니 이미 장수하는 매거진인데 결국 제가 정보력이 부족했던 것은 맞나 봅니다. 서점에 가면 월간지 코너를 꼬박꼬박 확인하는데 왜 못보았을까 싶기도 한데요, 하긴 독서평설을 갖추고 있는 서점도 생각보다 드물었으니 무리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요가 생각보다 부족한 것일까요? 독자의 입장에서는 출판사에서 좀 더 열심히 홍보를 해야되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첫인상을 말하자면, 연령대를 초등학생에 맞추고 있는만큼 최대한 다이나믹하게 구성해서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자는 편집부의 의지(!)가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하나하나의 꼭지는 최대한 짧게 구성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진과 그림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인데요, 무엇보다 만화의 비중이 아주 높다는 점이 인상적이더군요. 역시 아이들에게는 만화가 잘 먹히는 것이겠죠? 동물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다른 나라의 문화, 이슈가 된 주요시사뉴스, 요리, 소설, 국사 심지어 아이돌 이야기와 보드게임에 이르기까지 정말 온갖 주제를 죄다 망라하고 있는데요, 어찌보면 조금은 산만하다는 인상도 줍니다만, 매일 읽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할 월간지라는 특성을 감안해보면 적절한 구성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교육지는 참 잘 만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보게 되는군요. 공들인 티가 납니다.



'우등생 논술'은 이름에는 논술이라는 말이 들어가있습니다만 독서습관을 기르고 상식을 늘리도록 이끌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보입니다. 직접 글을 쓰는 꼭지는 생각보다 적거든요. 그리고 언급했듯이 독서평설을 오래 지켜봐온 독자로써 양자를 비교해보자면요, 독서평설이 차분하고 꼼꼼하다면 우등생 논술은 좀 더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을 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격은 우등생 논술 쪽이 좀 더 비싼 편인데요, 꼭지 수나 구성을 보면 제작비가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납득이 가더군요. 의외로 지향성이 다른 책이니만큼 둘 다 보게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격월로 보게 하는 쪽을 택할지도?) 어느 쪽이든 출판사에서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고 있는 책들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서점판매보다 정기구독을 노리고 있는 책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좀 더 홍보가 이루어진다면 학부모들은 몰론이고 학생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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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
한장일 지음, 심엄지 그림 / 지식노마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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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가꾸는 게 기본인 시대, 남성 패션잡지 역시 여성지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단행본으로도 관련서가 제법 출간되던데요, 저의 경우는 일단 저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이 책의 저자는 모 매거진의 패션 에디터인데요, 나이가 28세이시더군요. 20대와 30대의 경계에 있으신 분이라 책의 제목을 저렇게 붙이신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실상 책에서는 특정 연령대와 관련된 패션을 언급한다는 인상보다는 패션 입문자를 위한 조언을 모아둔 것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보통 이런 책은 패션 팁을 제시하면서 관련된 사진을 많이 싣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수수해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두껍고 글씨가 많다고 할까요? 그것은 이 책의 저술방향이 조금 달라서인 것 같은데요, 우선 저자가 가방, 양말, 구두, 슈츠 등 각 아이템에 대한 자신의 체험을 풀어냅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저자의 깨달음과 노하우를 추가로 기술하는 방식이지요. 패션에 대한 고집(?)으로 인한 어머니와의 갈등 이야기라던가, 어린 시절 꽂힌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한 분투기라던가 상당히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흐흐흐' 웃으면서 읽어가게 되더군요.


책이 두께가 제법 있는 게 이유가 있는데요, 다루고 있는 소재들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의류는 당연하고요, 안경, 가방, 속옷 등 각종 엑세서리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 보관법도 언급하고 있고요. 그리고 피부와 체형 관리법, 모발 관리법, 마사지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패딩, 양말, 속옷, 피부를 다루고 있는 파트가 제일 재밌더군요. 이야기 자체가 재밌기도 했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거든요.


조금 늦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에세이의 형식을 택함으로써 차별화를 택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고 보이네요. 무엇보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쓰여진 것이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책은 아무래도 즐겁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펴들게 마련인데요, 간혹 쏟아지는 정보에 부담을 느껴 책장을 덮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어차피 그 정보를 모두 생활에 응용할 수도 없고 말이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예상 독자의 눈높이를 잘 맞추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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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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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기가 막히게 뽑는 작가 올리버 색스의 신작입니다.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는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권하기 딱 좋을만큼 내용이 잘 정리되고 전개가 흥미진진한 입문서였는데요, 기가 막힌 필력을 보여주어 후속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작의 제목 역시 번역에 힘입은 바가 커 보입니다만 어쨌든 눈길을 끄는데 성공하고 있네요. 침대에서 다리를 줍다니,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 상상하기도 어려운 제목입니다.



펴든 책의 머릿말은 다행히 저자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알려줍니다. 늘 환자를 대하던 그가 불의의 사고를 겪으면서 환자의 처지가 됩니다. 벼랑에서 떨어져 그 기능을 상실한 그의 다리는 저자에게 마치 완전히 낯선 '대상'처럼 느껴졌던 것이죠. 이러한 체험은 그에게 신체 이미지와 신체 자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은 그가 부상을 입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부상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는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대하게 되면서 새롭게 깨닫게 점이나 부상이 치료되는 과정에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고찰 끝에 그가 깨달은 신경의학의 문제점과 미래의 신경의학에 대한 비전에 이르기까지 서술되고 있습니다.



아주 다양한 관점에서 아주 다양한 내용을 복합적인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가닥을 잡기 쉽지 않은 책이라고 하겠는데요, 기본적으로 의학보다는 철학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럼에도 대화장면이 잦고 서사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수기라기보다 소설처럼 느껴진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묘사가 너무 세밀하고 정교하여 기억에 의존하여 쓰여진 것이라기보다 기억에 상상력으로 살을 붙여 서술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당한 후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장면이라던가, 치료 과정에서 의식이 혼란에 빠지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일임에도.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온갖 단상들을 복합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알고는 있었지만 저자의 필력이 기대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아무튼 종합하자면 요새 유행이 된 통섭적 발상의 소설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상과 다소 다른 내용의 책이었고 워낙에 다양한 내용을 아우르는 책인지라 만만치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읽어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읽는 동안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저도 부상을 입고 신체에 대한 이질성을 느낀 적이 있으며 실제로 대다수의 환자가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만, 그런 체험을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그려내고 복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나 '소설가는 일반인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잡아내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확실히 독특한 책은 독자도 독특한 체험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독서경험을 하나 더 더했다고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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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가다 - 복지국가 여행기 우리시대의 논리 16
박선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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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나 탐방기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일단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탈의 욕구를 대리충족시켜준다는 것이라던지, 우리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색다른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된다던지 하는 것이 있겠고요.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저를 매혹시키는 것이 있는데요, 여행을 하고 책을 쓰는 바로 그 사람의 용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세상의 무슨 일이든 특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없고 결국 시작만 하면 막상 그리 힘든 일이 아닌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래도, 실제로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큰 용기를 요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요.



이 책의 저자인 박선민 님도 그런 용기를 가진 분이시네요. 학생운동 4년, 농민운동 9년, 그리고 진보 정당에서 보좌관으로 8년을 보낸 정치인입니다만 거기에서 정체하지 않고 용기있게 스웨덴으로 떠나신 것이죠. 저자는 진보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하루하루의 현실대응에 급급한 정치계에서 뿌리깊은 문제를 본 것인데요,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모범을 찾아 민주주의의 전통이 길고 복지정책이 발달된 스웨덴을 택한 것입니다. 이 책은 '복지'라는 주제에 뿌리를 두고 철저히 그 범위 안에서 쓰여진 책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두 가지의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스웨덴의 풍물과 사람들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는 여행가의 눈으로 쓰여진 이야기이고요, 다른 하나는 스웨덴의 정치적 현실과 복지정책을 분석하며 우리의 현실과 비견해보는 정치가의 눈으로 쓰여진 이야기입니다. 전자가 후자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쓰여져있는만큼 결국 스웨덴의 복지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라 하겠는데요, 뭐라 하든 스웨덴이 살기 좋은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더군요. 아무리 세금을 많이 내야 할지라도, 무임승차자가 아무리 많이 발생하더라도, 국가가 아무리 노화되더라도 말이죠. 만약 스웨덴과 우리나라를 두고 국가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보수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든 진보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든 어떤 나라를 택할지는 자명해보이네요.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보다 더 훌륭한 나라가 있을까요? 북유럽 국가들이 행복지수의 상위에 있다는 것이야 그렇다쳐도 방글라데시보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분명 고민해볼 일일 것입니다. 그것을 모두 제도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만 다수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을 위해 고민하지 않는 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겠고요. 부러움과 고민을 함께 느끼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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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선택이다 - 내 인생을 바꾸는 긍정의 심리학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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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문을 두드리는 깔끔한 표지가 눈에 띄는 책 '행복도 선택이다'입니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를 쓴 이민규 교수의 신간이네요. 사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부제 '내 인생을 바꾸는 긍정의 심리학'은 이 책의 정체성을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행복이라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는 것, 긍정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풀어내는 책입니다.



사실 주제든 내용이든 '이보다 더 자기개발서스러울 수 없다'는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자기개발서의 전형이라고 할 만 한데요, 세상이 우리를 위해 변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우리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기본 출발점에 철저한 책입니다. 자신의 변화한다는 관점은, 이보다 더 개인의 행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는 것, 또 특정 영역에서 적용된다면 개인이나 세상을 위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죠. 하지만 그러한 시각이 당연시하고 강화할 수 있는 개인적인 무력함에 대한 수용, 그리고 거시적인 면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는 역시 거슬리는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고유한 미덕을 가지는데요, 일단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답게 디자인이나 구성에 있어서 독자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노랑, 빨강, 파랑, 녹색 등의 원색을 활용하는 것이라던지, 각 단원의 주제와 맞아떨어지는 귀여운 삽화가 눈에 띄네요. 다음으로 부정적 인지 왜곡, 동조 현상, 안면피드백 이론 등 심리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적 주제를 한단원에 하나씩 결합시켜 내용을 공허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각 단원 끝에 실린 일화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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