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 - 세계적인 인문학자가 밝히는 서구문화의 근원 10 그레이트 이펙트 2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김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0월
구판절판



[10 그레이트 이펙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시리즈 중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편입니다. 이미지상 근래 많이 출간되고 있는, 고전을 요약하여 소개하는 시리즈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요, 예상과는 다소 다른 책이었어요. 고전의 내용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저자에 대한 설명, 고전이 쓰여진 배경, 시대에 따라 변모해가는 의미, 시대별 영향, 다양한 해석의 소개, 현대적 의의 등을 모아낸 논문집과 같다고 할까요? 판형도 작고 두께도 두꺼운 편은 아닙니다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어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라고 알려져있죠. 저의 경우, 로마사에 관심이 있어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호메로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로마인들이 워낙 호메로스를 사랑해서 로마사 곳곳에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사실 요약본이나 관련 서적은 몇권 보았으나 원문으로는 보지 못했는데요, 고전을 원문으로 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이 책은 아주 다양한 부분에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살펴보고 있는데요, 호메로스의 실존여부에서 시작하여 기독교, 이슬람 세계에서 호메로스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어떻게 두 책을 활용했는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로마사에 관심이 많은 저는 베르길리우스 이야기가 흥미롭더군요. 베르길리우스는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를 라틴 작가로 재탄생시킨 인물이거든요. 로마인들은 이 두 권의 책을 알레고리 내지 전범으로 삼았고 그 영향력은 로마 전체는 물론 후세, 그리고 현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지요. 이것이 단테의 신곡 속 베르길리우스와 이어져 또 하나의 고전으로 탄생하는 것을 보노라면 상상력의 근간으로써 고전이 가지는 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상당히 무게있는 책이었습니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보니 [종의 기원], [인권](??), [성서], [꾸란], [자본론] 등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할 책들을 소재로 삼고 있더군요. [인권] 편과 [전쟁론] 편은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지금 점찍고 있는 책은 [꾸란] 편이네요. 성서와 한뿌리이자 대척인 [꾸란]은 그 영향력을 생각해볼 때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할 책인데 간접적으로도 접해본 적이 없으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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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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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하늘색 표지가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소개글을 보아하니 [교수신문](!?)에 3년간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아 낸 책이라고 하는군요. 저자이신 권오길 님은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시라고 하는데요, 연세가 상당히 많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딱딱한 책이 아닐까 걱정되는 건 있었습니다. 책을 펴들고 보니 머릿글에서부터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문체입니다. 옛스런 말투에 우리말과 한자성어가 묘하게 섞여있는 문체랄까요? 과학 교양서에서 볼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문체라서 처음에는 좀 당황했는데요, 읽어가면서 익숙해지니 정이 붙는 것이 신기하군요.



2장 분량 정도의 칼럼을 모은 책이기 때문에 읽어가기는 상당히 수월한 편이더군요. 내용면에서 상당히 넓은 범위의 소재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일단 사람의 신체에서부터 시작하여 빈대, 이, 벼룩, 해삼, 박쥐, 호랑이 등 크고 작은 동물들과 고사리, 진달래, 동백, 목화, 대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뭔가 느긋한 분위기인 듯 하면서도 자연 속 약육강식과 생존경쟁도 여과없이 소개되고 있네요. 과학과 관련된 개념들도 제법 나옵니다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서 대중 교양서의 난이도에 맞아떨어지는데요, 저로썬 다양한 고사성어와 속담, 시에 심지어 저자 자신을 체험을 과학 속에 녹여내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세균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때밀이 아저씨의 추억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고요, 개미귀신을 소개하면서 어린 시절 개미귀신 굴을 들쑤시며 놀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종성유전을 설명하면서 귀를 쫑긋할 수 있는 사람이나 귀에 털이 나는 남성들을 예로 들었던 것도 기억이 나고, 속손톱 하얀 반달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스는 줄은 모른다'라는 속담으로 시작했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생물 이야기'라는 제목도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문체와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상식을 얻어가며 재밌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우리 주변의 동식물에 대해 소개된 내용이 많아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고요. 가뿐하고 깔끔하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에세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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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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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신작 '11/22/63'입니다. 스티븐 킹의 창작력은 정말 가공할 정도군요. 2권에서 3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매년 한편씩 꼬박꼬박 출간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글을 보니 30년에 걸쳐 500편이나 되는 책을 출간했답니다. 대단하죠. 다작작가인만큼 그 책이 모두 균질하지는 않습니다만 명작으로 꼽힐만한 책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작품은 믿기지 않을만큼 뛰어난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고요. 저는 스티븐 킹의 책을 펼쳐들때는 늘 그러한 묘사력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인 11/22/63 은 우선 생소한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힌트랄까, 표지에는 회중 시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케네디의 얼굴을 볼 수 있군요. 실은 1963년 11월 22일이 케네디가 암살당한 날이라고 합니다. 외국인으로서는 알기 어렵습니다만 미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날짜인 셈이지요. 이 작품은 그 케네디의 암살을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한 교사의 고군분투기입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시간여행의 설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이크'는' 엘'이라는 노인을 통해서 과거로 돌아가는 비밀통로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엘 노인은 제이크에게 그 통로를 사용하여 역사의 분기점을 수정해줄 것을 부탁받습니다. 그 분기점이 바로 케네디 암살사건이였죠. 하.지.만! 시간여행이 패러독스를 낳지 않는다면 재미가 없겠죠? 통로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시대는 항상 1958년의 어느 날입니다. 당연히 과거에서 제이크가 한 행동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현재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다만 다시 통로를 돌아나오는 순간, 그러한 변화는 모두 리셋되어 버리죠. 더욱 골치아픈 것은 제이크가 역사를 바꾸려고 하면 그 변화의 정도에 비례하여 '운명'의 저항을 각오해야한다는 점이죠. 작게는 배탈부터 크게는 총칼까지 말이죠. 이러한 '설정게임'이 이 소설의 근간이라 하겠습니다. 시간여행의 설정을 알아내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제이크의 과제인 것입니다.

 

 1권은 케네디 암살 막기의 워밍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여행의 설정을 알아내기 위해 제이크는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는데요, 불행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것이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가 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에 대해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2권에서는 이러한 애착이 케네디 암살을 막고자 하는 소명과 충돌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애착을 가진 존재를 위해서는 역사의 리셋을 거부하게 될테니 말입니다. 위기감이 고조된 1권의 마지막 부분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군요.

 

  스티븐 킹의 작품은 미국적 색채가 강한 편입니다만 이번 작품은 그 중에서도 유독 60년대 미국사회에 대한 향수가 넘쳐흐름을 알게 됩니다. 소박하게 이웃과 정을 나누고 사는 삶에 대해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사람과 사람의 정은 그의 소설 속에 일관적으로 흐르는 주제입니다만, 한편으로는 그가 이젠 '노인'이 되었구나 (몰래) 생각하게도 됩니다. 세월이 꺾이지 않는 창작열과 상상력이 그의 나이와 더불어 무르익어 갔으면, 무엇보다 오래 건강하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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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생계를 위협하는가 - 누가 진보를 죽였는가!
크리스 헤지스 지음, 노정태 옮김 / 프런티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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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지스라는 저자는 제게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소개글을 보니 진보적 성향의 언론인이라고 하는데요,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진보' 자체에 대해 날카롭게 비평하고 있는 책이었네요. 독특한 것이 원제는 '진보의 죽음'이라는 날선 것이었던데 비해 번역서의 제목은 조금 더 부드럽게 깎아냈다는 인상입니다. 역의 경우는 많아도 이런 경우는 자주 보기 힘든 것 같아 의아해지기는 하는데요. 내용을 보면 '누가 내 생계를 위협하는가'라는 제목은 독자의 예상을 호도할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차라리 책띠에 쓰여진 '누가 진보를 죽였는가'를 제목으로 했다면 훨씬 이해하기 편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사실 원제의 제목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책은 날카로운 비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황금기를 맞고 있던 진보주의가 대전 이후 몰락하는 과정이 날선 어조로 그려지는데요, 결국 진보가 노동자를 버리고 엘리트와 결탁하여 대중을 호도하게 된 미국의 현실을 작가는 가차없이 비판합니다. 그 자신, 진보의 최전선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니 그러한 자성적 비판은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군요. 서술상에 독특한 것은 굉장히 다양한 서브텍스트를 인용하여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지성인들의 코멘트와 철학적 사유를 버무려내어 서술하는지라 안그래도 읽기 편하지 않은 책이 더 난해해졌다는 느낌이 드네요. 빨리 읽기보다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가야하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쓰여진 책이고 미국사에 기초하여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 배경지식이 부족한 저로써는 매끄럽게 읽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쏟아져나오는 인물들의 이름만으로도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여전히 진보다운 진보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군요. 최소한 진보가 득세했다가 몰락했으니 말입니다. 진보라는 말에 되지도 않는 해석을 듬뿍 가져다 붙인 끝에 결국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지조차 애매하게 만들어버리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본다면 말이죠. 선거를 코앞에 두고 물흐리기가 한창인 요즘, 머릿속이 더 복잡하지게 만드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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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4 - 전국시대 화폐전쟁 4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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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이 4권째로 마무리되는 모양입니다. 저자인 쏭훙빙이 경제 위기를 예측했다는 점과 강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지식인이라는 점에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던 듯 한데요, 저는 4권째나 되어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앞의 내용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아닐까 싶어 걱정했는데 1권부터 3권까지의 내용을 모두 아우러낸 완결판이라고 해서 조금 안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라는 만만치 않은 영역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두께가 범상치 않다는 점 때문에 긴장을 풀 수가 없었습니다만...



책의 부제가 '전국시대'인 점에서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만 이 책은 기축통화를 둘러싼 강대국간의 알력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이 영국의 패권을 빼앗아 달러화가 세계에서 우뚝 서게 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하는데서 출발하여 70년대 말 달러화가 힘을 잃고 유로와 위안이 힘을 얻어가는 과정을 이어가는 것이죠. 복잡한 이론을 서술하는 대신에 금융사를 통하여 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쪽을 택한 덕에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저로써는 다행스럽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중국의 경제 성장의 명암을 그려낸 끝에 아시아 단일 통화로써 '야위안' 구상을 펼쳐냅니다. 마치 삼국지처럼 달러와 유로, 야위완이 각축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지요. 말그대로 전국시대로부터 출발하여 전국시대로 끝나는 책이라고 하겠는데요, 저자의 예측이 맞아떨어질지는 저로써는 알 수가 없지요. 사실 누군들 알까 싶기도 합니다만... 하지만 냉정한 이권 다툼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이합집산이 필요하리라는 결론에는 공감되는 바가 있습니다. 다소 공격적이고 위험해보이는 발상도 적지 않습니다만, 현재의 신자유주의 경향을 보노라면 냉혹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점점 더 많아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가의 선택, 그리고 그 안의 한 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워질지요... 왠지 무거운 마음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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