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페라와의 만남 - 음악으로 이룬 종합 예술 ㅣ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 1
닉 킴벌리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3년 7월
평점 :
'포노'라는 출판사가 어떤 유래로 창립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음악 관련 출판사로 맘먹고 만든 출판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이름부터가 그래 보이고요. 지금까지 출간된 것을 보자면 외국 시리즈 도서의 출간을 목적으로 만든 소형 출판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클래식 역사를 쭉 그려낸 시리즈, 유명 작곡가를 쭉 소개한 시리즈가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음악 분야별로 역사를 다룬 시리즈가 시작되었네요. 첫 시작은 오페라인 모양인가 봅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이 아니라 오페라로 시작한 것은 그 종합예술적인 성격 때문이었을까요?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시작한 지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만, 사실 아직까지 오페라와 친한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와 베르디, 푸치니의 오페라 몇 편을 보기는 했습니다만 한번 정도 보고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고 다시 한번 찾아서 보는 것은 정말 손꼽을 정도입니다. 일단은 '트로이 사람들'과 같은 사악한 급(?)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몇 시간 길이인 것이 보통이다 보니 쉽사리 보기가 어렵지요. 그리고 이탈리아 어나 독일어가 장벽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연주시간의 문제는 객관적인 장애 요소는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교향곡은 말러나 브루크너처럼 긴 것도 좋아라 반복해서 들으니 말입니다. 그보다는 빈약하게 보이는 스토리 라인에 비해 전개가 방만한 것이 대부분이라 집중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긴 오페라 역시 음악과 성악 자체를 즐긴다면 얼마든지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인데, 결국 제가 아직까지 오페라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 될 것 같군요. 딴 소리가 많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골레토'나 '라 보엠' 같은 작품은 때 되면 한번씩 듣게 되는 게 분명 오페라의 잠재적인 매력 요소는 상당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책의 구성은 시리즈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통사적으로 오페라의 시작과 발전, 현재의 추세를 쭉 요약해내고 있는데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작곡가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네요. 분량의 제한도 있다 보니 작품에 대한 소개보다는 작곡가의 특성 소개에 더 많은 분량을 할당하고 있는데요, 뒷담화성 일화가 제법 많이 실려 있는 것이 의외라면 의외였습니다. 역시 2장의 시디 부록은 딱 맘에 드는데요, 책을 읽어가다가 소개된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고 다시 책을 읽기를 계속하보니, 느리게 읽기가 최적화된 시리즈로구나 하는 생각도 다시 해봅니다. 요새 고음악이 유행이라서인지 오페라도 바흐 이전의 작품이 제법 무대에 자주 오른다고 들었는데요, 이 책에서도 그런 오래된 오페라에 대해 소개된 앞부분이 왠지 재밌게 읽히더군요. 역사적 배경과 뒤얽혀있는 이야기가 많아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오페라의 발달 과정이 확연하게 드러나다보니 왜 이러한 형태가 현대의 오페라로 정착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클래식 음악이 현대에 와서 정체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런 면모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오페라라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보다 새롭게 오페라가 창조되어 향유되는 것을 보기 힘들고 말이죠. 대부분의 클래식 애호가가 새로운 것보다는 옛것을 더 좋게 느끼는 것 같은데요, 저 역시 분명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페라의 미래는 다소 암울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작가가 마지막에 던지는 말에는 공감을 하게 되네요. 오페라에 매혹되는 작곡가가 있는 한, 오페라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어떤 것의 심장부에 닿는 유효한 길인 한, 오페라가 그저 쓰러져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음악이 가진 절대적이기까지 한 힘은 당연히 클래식에서도, 아니 클래식이기에 더욱 더 강하게 발휘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