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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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화를 워낙 좋아하는 저입니다만, 신화에 대한 분석서는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특히 동양권의 분석서는 더 읽지 않는 편이고요. 아무래도 서구적 논리 구조에 익숙하게 자란 제게는 동양철학에 근거한 신화분석이 납득이 가지 않더라고요. 특히 주역이라도 들고 나오면 두손 들게 되고요. 그래서 이 책 역시 처음에는 당기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읽고 싶어진 이유는 단 하나, 저자 때문입니다. 그간 조용헌 님의 책을 보자면 어떤 주제에서든 인기 컬럼리스트답게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매력적인 필력이 돋보이더군요. 그러니 설사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최소한 문장 읽는 재미는 확보되겠지 하는 생각에 읽을 마음이 확 들더라고요.



책의 발상은 제목에서 반 이상 드러나는데요, 그런 점에서 잘 지은 제목이 아닌가 싶네요. 통도사라는 유서깊은 절을 출발점으로 하여 통도사 자체의 신화는 물론 동서양의 각종각색의 신화에서 드러나는 정신세계를 살펴보고 역사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더듬어보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작가의 머릿말에서 드러나듯이 일연의 삼국유사식 역사 서술 방식을 택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택하고 있고요. 단순히 현상세계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피안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생을 관조하면서 엿보게 되는 희망을 드러내보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합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2부까지는 통도사에 얽혀있는 다양한 신화를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동양적 정신세계를 관념적으로 논하고 있는 반면에, 3부부터는 통도사의 역사적인 요소들, 예컨대 건축이나 인물 등을 좀 더 사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통도사라는 절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고 불교에 대해 그다지 배경지식이 없는 편임을 고백해두어야겠습니다만, 작가가 펼쳐내는 세계는 한국적이라기보다 불교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우리의 역사를 살펴볼 때 양자가 분리될 수 없을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겠고, 저자의 전공 분야가 불교인만큼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네요. 저자의 다른 책들도 불교에 근거한 내용이 많았고요. 물론 그런 내용을 민속학적으로 풀어낸 부분이 많아 읽기에 버겁다는 부분은 거의 없었고 문체도 편안하여 역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펴낸 책인 것도 틀림없어 보입니다. 삽화로 들어간 수묵화나 많은 사진들이 책을 보는 부담을 더욱 더 덜어내준 것도 사실이고요. 전작인 '사찰기행'과 맥락이 닿아있는 부분도 많아서 답사기 류의 책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특히나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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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절제 사회 - 유혹 과잉 시대 어떻게 욕망에 대항할 것인가
대니얼 액스트 지음, 구계원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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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깔끔하고 하얀 것이 마음에 드는 표지의 책 '자기 절제 사회'입니다. 뭔가 민음사스러운 표지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 좋은 첫인상 못지않게 엄청난 두께가 주는 압박감도 제법이었습니다만.. 제목은 자기개발서를 연상시키는데 두께는 인문서의 향기를 풍겨서 어느 쪽일까 궁금하기도 하더군요. '절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주제인 것이 사실이지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만한 것이 현대는 과거 어떤 시대보다도 욕망을 긍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철학에서도 과거에는 욕망이 일방적인 부정의 대상이었다면 현재는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고요. 주제가 어떻든 일단 저자가 저널리스트이다 보니 아주 딱딱한 책은 아니겠구나 기대하며 읽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딴소리가 되겠습니다만, 서양권에서는 저널리스트가 쓴 글이 상당히 많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도 잦은 것 같습니다. 전문성과 필력이 균형을 이루기에 용이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보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쓴 글이 어떤 주제에서든 유머를 잊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좋아하게 됩니다. 전통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 글의 유머러스함에서도 일종의 서양문학사적 특색이 드러난다는 점인데요, 앨런 포 식의 유머가 현대 저널리스트의 글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무튼 이 책 역시 머릿말에서부터 그러한 유머감각이 드러나는데요, 책 전체에 그런 유머가 계속 깔리기 때문에 읽는 맛이 제법 쏠쏠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구성에서 보자면, 이 책은 주제를 개념 정의부터 분석, 논증 순으로 발전시키는 논문식의 전문서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오히려 아웃복서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욕망과 절제라는 주제를 치고 빠지는 식으로 열거하고 있다고 하겠는데요, 그러다보니 소단원이 많은 컬럼모음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위험이 있고 실제 부분적으로 산만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철저하게 결론을 확정지어두고 글을 엮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주제로의 수렴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감입니다. 저처럼 가볍게 읽어나가는 독자에게는 오히려 읽기 편해서 반기게 되는 구성이기도 하고요.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일반적으로 절제는 욕망의 반의어이자 의지의 유의어로 인식되는데요, 저자는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여러 다양한 인문, 자연과학적 지식을 끌어들여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산업화 사회는 능력적으로든 구조적으로든 소비를 긍정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뇌과학이나 진화생물학의 연구결과는 인간이 욕망에 저항하도록 진화하지 않았음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고요. 철학 역시 인간의 자유의지를 완벽하게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태입니다. 특히 절제의 가장 큰 장애물로써 인간의 미래예지능력을 들고 있는 단락들이 크게 공감되더군요. 미래예지능력이 흥미로운 것은 이 능력이 인간에게 알려주는 것이 미래의 불확실성이라는 역설 때문입니다. 때문에 인간은 즉각적인 보상을 먼 미래의 보상보다 조금 높게 평가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이 평가하게 됩니다. 진화의 측면에서도 지극히 합리적인 이러한 가치평가가 현대인에게는 맹독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고요.



흥미로운 예화가 풍부한 것이 저에게는 가장 반갑게 느껴졌던 이 책의 장점이었습니다. 뇌생리학적으로 전두엽 피질이 덜 발달한 청소년이 보다 충동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단원이라던지, 일반적으로 욕망의 해방자로 인식되는 프로이트가 '본능이 있는 곳에 자아가 있게 하라'는 말로써 중용을 강조했음을 짚어준 단원이 기억에 남는데요. 가장 가장 인상적인 것은 프랑켄슈타인의 우화였습니다. 자신을 괴물의 방에 가두어달라고 단호하게 부탁했으나 실제로 방에 갖힌 후에는 온갖 말로 그곳을 벗어나려고 드는 프랑켄슈타인의 모습, 책의 내용의 절반 이상을 담아내는 예화가 아닌가해요. 정말 소설가의 촌철살인에는 혀를 휘두르게 된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문제를 개인에게 돌리는 것이 보수적인 성향이고 사회적 구조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진보적인 성향이라고 거칠게 정의한다면 저자의 결론은 보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인간 행동의 대부분을 자발성에 무게중심을 두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강박이나 중독을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선택과 의지가 더 중요하며 그것이 전자를 압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자기개발서와 일맥상통하는 면도 있고요. 예컨대 저자가 중요한 롤모델로 제시하여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것이 오디세우스인데요, 그리스 철학이 강조하는 절제의 미덕을 가지고 있되 유연한 균형감각으로 그것을 실천해낸 인물로 오디세우스를 들고 있는 것이지요.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스스로의 선호를 결정하여 그에 맞는 행동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함을 알려주는 것이 오디세우스의 여정이고 말입니다. 실천론으로 들어가자면 상식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책의 마지막에 실린 의지 근육 기르기 등의 방법론은 예상을 하고 있었음에도 다소 마이너스 요소로 느껴지더군요.

무난한 결론의 심심함에도 불구하고, 욕망과 의지의 작동원리를 다양한 측면에서 펼쳐내주어 독자가 그것을 흥미롭게 곱씹어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읽는 재미가 훨씬 큰 책이었습니다. 한번쯤 욕망, 의지, 절제 등의 주제를 머릿속에서 줄세워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권해드리에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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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소녀와 좀비의 탐험
도마스 아키나리 지음, 박주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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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상당한 책이네요. 일본의 '모에'는 드디어 철학에까지 미친 것일까요? 일본 코믹스에서 정형화된 소녀의 캐릭터가 각각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 인물로 부활했네요. 소크라테스는 엉뚱 폭력 소녀, 플라톤은 건강 운동 소녀, 아리스토텔레스는 안경 책벌레 소녀로 화했습니다. 화자는 실연의 상처를 입은 한 남학생인데요, 이 학생이 차례로 철학 세 자매를 만나면서 생의 의미에 눈뜨게 된다는 설정입니다...만 그 정도로 끝날리 없지요. 그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원장은 학생을 모두 철학 좀비로 만들려는 야심에 불타고 있거든요. 피타고라스 집단이라는 히어로(?)들과 힘을 모아 학원장의 야심을 막기 위해, 세 소녀와 함께 폭주하는 것이 주인공의 운명입니다. 두말할나위 없이 코믹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가볍게 펼쳐져가고 있는 것이죠. 다소 정형화된 이야기입니다만 쾌할하게 읽기에 적절한 소설이라고 하겠습니다.



반면 철학적 내용의 함량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개론서라도 읽은 사람은 철학적 내용의 측면에서 더 얻을만한 것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철학이 왜 필요한지, 철학에 어떻게 접근하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기에 적절한 정도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러한 목적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소설적 내용과 철학적 내용의 함량과 배합은 절묘하게 조절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세 명만을 택한 것도 철학의 근간을 짚어가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그들이 모두 고대 절대주의 철학자이다보니 밸런스 조절이 필요했을 텐데요, 그에 맞게 적(?)측으로 현대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상대주의를 설정한 것 역시 현명한 설정으로 보입니다. 그 맥락에서 양념으로 마이클 샌델이 살짝 인용될 수 있었네요.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전문서는 어떨지 몰라도 입문서만 보자면 일본 교양서들이 신기할 정도로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용은 최대한 핵심만 뽑아내며, 표와 도표와 그림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그 내용을 서술하고, 마지막에는 그 간결한 내용조차도 한번 더 요약해주거든요. 일본의 교양서는 철저하게 '독자 친화성'에 초점을 맞추어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도 그런 특성이 잘 드러나고요. 개인적으로는 기왕 재밌게 시작한 거, 좀 더 복잡한 내용을 다루는 후속편이 등장해준다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요, 아무튼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기에도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후에 살짝 '소피의 세계' 정도를 들려준다면 딱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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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1 - 관상의 神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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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이 제법 큰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는데요, 저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듣자 하니 제목과 달리 '관상' 자체에 대해서는 그닥 많은 내용이 실리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아무래도 제목이 유도하는 그런 부분에 대한 기대를 가진 분들도 적지 않아서 실망을 느꼈다고 하는 평도 보았습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결국 원작과 영화가 비교되는 것은 숙명이겠는데요, 그런 경우에는 보통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는 쪽이 만족도의 총합이 크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소설 쪽이 정보량이 더 많으니 그쪽을 먼저 보게 되면 영화의 부족한 정보량이 눈에 들어와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어쩌다보니 저는 소설을 먼저 보고 말았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지만요.

소설은 '김내경'이라는 관상장이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배경은 계유정란 전후가 되겠군요. 익히 알다시피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대립이 그 핵심일텐데요, 김내경은 아버지를 죽인 김종서에 대한 원한으로 이 역사의 흐름에 개입하게 됩니다. 소설 속에서는 예상 이상으로 관상에 대한 설명이 많이 등장하는 편인데요, 그 정확성은 가히 놀라울 정도인 것으로 묘사되지요. 주인공이 관상장이 중의 관상장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는데요, 사실 그런 초월적 예지력은 그닥 역사적 사실감과 잘 어울리지는 않는 편입니다. 애초 관상의 원리가 설명된다기보다 그 실제 적용의 예만 나오다보니 무슨 SF물의 초능력자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주인공이 관상을 배워가는 1권의 과정은 그래서 저에게는 그닥 흥미롭지 않더군요.



반면 실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등장인물이 각자 욕망을 불태우기 시작하는 2권은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대중 역사소설은 대체로 호흡이 상당히 빠른 편인지라 1권의 전개속도도 상당했습니다만 2권의 속도는 더욱 빠르더군요. 물론 작품 속에서 저자가 김종서나 수양대군, 한명회 등의 인물에 대해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그들을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니라 소설 속 허구의 인물로 판단하고 읽어나간다면 그들의 삶이 얽혀가는 과정과 각자 선택을 내리는 과정은 설득력이 있게 그려지고 있고요. 대충 예상되는 결말이었습니다만 그 스산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는 앞선 소설 속 서사와 잘 어울려 제법 마음을 울리더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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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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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반드시 뛰어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유명 수상작을 읽고 실망한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의 경우, 아쿠타가와 상이나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를 달고 나오는 책은 우선 찾아읽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신인에게 수상되는 경향이 있는 상들이다 보니 참신하고 새로운 작풍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나오키 상의 경우, 에쿠니 가오리,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등 짱짱한 작가들이 수상한 경력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이 소설의 작가인 아사이 료는 최연소 수상 작가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이 상 자체가 신인작가에서 시상되는 성향이 있는 작가다보니 그에 대해서는 그닥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에 걸맞는 참신함과 발랄함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게 되기는 합니다만..



확실히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그려낼 듯한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취업 준비생들의 감추어진 속내를 최대한 리얼하고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지요. 젊음이라는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열정과 욕망을 발산해낼 수 있습니다만 그런만큼, 자신과 타인과 사회에게 가혹하고 날카로운 것이 이 나이들 또래의 특징일텐데요, 그것은 일본이든 한국이든 세계 어디서든 다를 바 없는 공통된 모습이겠지요. 특히 취직이 쉽지 않아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속내를 현실이 아니라 SNS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오히려 더 쉽게 표출하는 것은 특히 우리 한국의 현실 모습과도 너무 흡사하여 더욱 주목을 하게 되더군요. 다섯 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그런 현실의 모습을 하나하나 그려내다보니 사실 소설의 3분의 2는 지루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딱히 사건이랄 것도 없이 지지부진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 나오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앞부분이 있었기에 마지막 결말부분의 강렬한 '파괴'와 '재생'이 더욱 인상적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겠습니다. 말의 날카로움이 그 말을 듣는 작중인물뿐 아니라 독자까지 베어낸다는 느낌이 들 정도랄까요? 책을 읽으시는 분들 대부분이 그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시리라 생각이 되는군요.

하지만 앞에서 참아냈던 3분의 2가 그런 클라이맥스를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인가, 혹은 그 이면에서 의미와 공감을 찾아가며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특히 아쉬운 점은 너무나 '상큼'하게 교조적인 결말입니다. 물론 그런 결말로 끝날 수 밖에 없겠지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독자의 입장에서 예상과 일치하는 결말과 맞닥뜨렸을 때의 아쉬움은 또 다른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시대상이 잘 반영된데다 무난하고 깔끔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대박 작가와 만났다고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제대로 '청춘소설'스러운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은 들지만, 아무래도 이 작품 이상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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