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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논쟁 ㅣ 역지사지 생생 토론 대회 4
최영민 지음, 박종호 그림 / 풀빛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새는 어른들을 위한 책보다 아이들, 특히 학생들을 위한 책이 더 많이, 더 질좋게 만들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곤 합니다.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이겠습니다만, 그런 책을 만나게 될때마다 어릴 때의 기억과 비교해보며 신기해하게 되네요. '양극화 논쟁'도 그런 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은 역지사지 생생토론대회라는 시리즈의 4권인데요, 앞의 책들은 차례로 역사, 환경, 복지를 소재로 했다고 합니다. 사실 다 만만치 않은 주제입니다만, 특히 양극화 논쟁은 더욱 까다로운 주제라고 느껴집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삼은 듯한 이 책이 그런 까다로움을 어떻게 극복했을지 궁금해지더군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책이 소설의 형식을 택했고 그 형식에 최대한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서가 일반적으로 가장 호소력이 있는 소설 형식을 택하는 일은 왕왕 있습니다만, 서사 구조가 시원찮은 책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껏 소설 형식을 택해봤자 서사적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재미가 있을 리 없고 당연히 목적으로 하던 전달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마련입니다. 이 책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작가가 이런 면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리고 적절하게 사건의 흐름을 이끌어냄으로써 독자가 읽는 재미를 느끼도록 하고 있습니다. (깨알같이 등장하는 부모님들의 활약(?)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토론의 형식이다 보니 대립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의 한 요인이겠네요. 싸움만큼 토론도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책은 양극화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다섯 가지로 나누어 접근해보고 있습니다. 소득, 교육, 문화와 정보, 건강, 주거의 다섯 분야이지요. 가장 기본이 될 소득을 시작으로 하여 하나씩 하나씩 세세히 살펴보고 있는데요, 근거가 되는 자료 제시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도록 서술된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아이들에게 아직 낯설 용어들을 말풍선으로 설명해주는 것이라던지, 단원의 끝마다 논점이 잘 드러나도록 요약해주는 등의 친절함도 좋게 보입니다. 사회 복지 팀과 경제 성장 팀의 토론은 아무래도 전자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도록 서술될 수 밖에 없었는데요, 물론 그러한 불균형은 일반적인 토론의 구조에 있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 수 있겠습니다만, 이 책의 대상독자를 고려해볼 때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는군요.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가능한 한 읽기 편하게 쓰여졌다고는 해도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는 조금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하는 점이네요. 중학생 정도는 되어야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물론 제가 요즘 아이들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을 수도 있겠고요. 어른이라고 해도 읽어보면서 양극화라는 난해한 이슈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문화정보 양극화와 건강 양극화는 특히 맛있게 읽을 수 있었다고 덧붙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