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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편의점 요리
미상유 지음 / 길벗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혼자 생활한지 어느덧 10년이 훨씬 넘었네요. 혼자 살면 먹는 거 챙기는 것만큼 귀찮은 것이 없지요. 저는 특히나 귀차니즘이 심한 편이라 주로 시켜먹거나 사먹는 것이 일상인데요, 그렇게 오래 지내다보니 질리는 것도 질리는 것이고 건강 문제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듣자니 자취 오래한 분들 중에서는 요리솜씨가 확 늘어나는 분도 적지 않다던데 저는 성격상인지 요리는 딱 밥하고 김치찌개 사는 데서 발전이 없고요. 요리책도 몇권 샀는데 도구 사는 것이나 식재료를 사는데서부터 만만치 않아서인지 한두개 따라해보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게 이 책이 눈에 띄는 것은 무엇보다 '편의점'이라는 제목 속 단어 때문이지요. 저라도 이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거든요.
입문 요리서(?) 치고는 두께가 제법 있는 편인데요, 기본적인 내용을 꼼꼼하게 다 설명하고 있는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요리도구의 소개나 숟가락을 이용한 계량법은 물론, '한소끔'이나 '뭉근히'와 같은 상식적인 요리 용어까지 설명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 중에서도 요리재료를 정리하여 냉동 냉장으로 나누어 보관하는 방법을 소개한 부분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혼자 사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요리재료 구입과 보관은 상당히 골치아픈 문제거든요. 1인용으로 사기도 힘들고 사고 남은 재료를 썩히지 않고 보관하는 것도 힘드니 말입니다. 그런 제게 괜찮은 팁들이 보여서 귀퉁이를 접어두었습니다.
구성은 말하자면 뒤로 갈수록 복잡한 요리가 소개되고 있다고 하겠는데요, 1장의 요리는 간단해도 너무 간단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예컨대 오지치즈프라이를 만드는 법으로 편의점의 '오감자' 과자를 사서 스트링 치즈와 슬라이스 치즈를 얹고 렌지에 돌려버리는 조리법(?)이 소개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냉정히 생각해보니 제가 의욕을 잃지 않고 따라해볼 수 있는 난이도가 딱 이 정도이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1장에 소개되는 요리 재료는 대부분 편의점에서 실제 살 수 있는 것들이라서 책 제목에 가장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뒤로 갈수록 요리법은 조금씩 복잡해지는데요, 찌개, 밑반찬, 별식 등을 만드는 법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는 것이죠. 그림을 최대한 활용하여 시계 형식으로 조리과정을 설명해주어 보기 편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 가장 복잡한 요리도 조리시간은 10분을 넘는 것이 없다는 점도 맘에 들었습니다. 재료 준비의 과정이나 뒷정리를 생각해보면 10분은 그래도 좀 과장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그만큼 간단하고 실용적인 조리법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임을 잘 알 수 있겠네요. 특히 유용해보인 조리법은 시켜 먹고 남은 치킨이나 족발을 활용한 요리들이었습니다. 혼자 시켜먹으면 무조건 남을 수밖에 없는 음식들을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밥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특히 책의 마지막에서 본문의 요리들을 배치하여 한달간의 식단표를 제시해준 것도 눈에 띕니다. 저처럼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은 이런 식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주면 그나마 끈기를 끌어모아 따라해볼 용기가 생기거든요. 여러모로 딱 저같은 게으른 독신 남성을 타깃으로 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늘 보는 재료인데다가 조리법도 상식적인데, 이렇게 간단한 요리들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을 보면 요리, 특히 간단한 요리는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군요. 상상력 부족한 요리치 남성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