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 지음, 홍성욱 감수, EBS MEDIA 기획 / 해나무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일 듯 안 보입니다만 은근히 많은 것이 타큐멘터리 시청자들이 아닌가 싶어요. 대부분의 TV 프로그램이 공허하다 느껴질 때가 있는 반면 다큐멘터리는 시청자에게 풍족함의 느낌을 주기 아닌가 생각해봅니다만, 아무튼 근래 국내에서도 좋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이 방영이 끝난 후, 책으로 엮어 나오는 것도 하나의 절차가 된 것 같고요. 아무래도 KBS나 EBS에서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에 큰 반향을 얻었던 작품으로 다큐프라임의 '빛의 물리학'이 빠질 수 없겠습니다. 국내작으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상당히 개성도 강한 작품이어서 저도 재밌게 봤었는데요, 이 작품 역시 책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여지없이 책으로 출간되어 나왔네요.

 

 

 책은 다큐멘터리를 충실히 요약하여 담아내는 서머리 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6부의 다큐멘터리를 6장의 책에 하나씩 담아내고 있는데요, 실려있는 삽화 역시 모두 다큐멘터리의 화면을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1부를 처음 보았을 때, 오프닝을 장식했던 우주 여행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뿐만이 아닐 듯 한데요, 그 여성의 모습이 역시나 책의 첫번째 장을 장식하고 있더군요. 내용을 들추어보자면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하여 일반상대성 이론을 거쳐 빛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 그것이 양자론으로 이어진 끝에 마침에 끈이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대체로 시간순을 따라가며 서술해갑니다. 다큐멘터리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습니다만 내용은 아주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도로 맞추어지고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다소 비상식적인 개념이 등장하더라도 비유를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근원적인 부분만큼은 쉽게 잡아낼 수 있게 설명하고 있고요. 물리학에 흥미를 가지게 하기에는 내용상으로 이보다 적절하게 취사선택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책이 다큐멘터리가 가지고 있던 내용은 잘 전달해내고 있습니다만 특유의 매력만큼은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겠네요. 사실 물리학이 그려내는 추상적 세계를 시각적으로 모사해내는 것은 영상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도 하겠습니다. 그래도 저로써는 책도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기를, 하다못해 내용적으로 좀 더 풍부하고 깊이있기를 기대했던 것인데요, 정독해도 2시간 안에 읽을 정도의 내용이었네요. 물론 제가 다큐멘터리를 먼저 봤었고, 그 전에 물리학사에 관한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습니다만 다른 분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냉정히 말하자면 내용적으로든 표현적으로든 다큐멘터리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먼저 본 분이라면 책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요. 다만 처음으로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분에게는 아주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는데요, 그래도 나중에 꼭 다큐멘터리를 따로 보시기를 권할 것 같습니다^^; 달리 보자면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가 애초에 대상으로 했던 시청자층을 동일하게 노린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스모스 시크릿 - 힉스입자에서 빅뱅 우주론까지
아오노 유리 지음, 김경원 옮김 / 북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교양서 수준에서 보자면 일본의 과학 분야 입문서는 상당히 장점이 많아 보입니다. 난이도를 최대한 적절하게 조정하여 부담없이 수월하게 읽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 제일 크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표나 비유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다양한 직업과 출신의 작가들이 쓰는 책인데도 국가적인 특색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 책 '코스모스 시크릿'도 딱 그런 특색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저널리스트에 의해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더욱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드러났던 것 같고요.

 

 

 애초에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이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책의 1장은 힉스 입자의 발견이 공표되는 과정과 힉스 입자가 물리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설명하는데 할당되고 있습니다. 큰 이슈가 된데 비해서 힉스 입자가 과학젹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감을 잡을 수 없던 터라 가장 주의깊게 읽어갔던 부분이 되겠네요.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을 점점 미시적인 세계로 내려가며 설명해가고 있는데요,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적절하게 활용된 2가지 과학적 은유였습니다. 하나는 소립자가 질량을 가지게 된 원인으로 규명된 '대칭성의 자발적 깨짐'에 대한 설명이었는데요, 둥그런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중 한명이 자기 오른쪽의 냅킨을 집어드느냐, 왼쪽의 냅킨을 집어드느냐에 따라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의 냅킨을 집어들게 되는 것에 비유하고 있더군요. 더 인상적인 것은 힉스장이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비유였습니다. 파티장에 많은 저널리스트가 모여있을 때, 유명인이 들어오면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모여들어 움직이기가 힘들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과 같다는 비유였지요. 비유라는 것은 늘 약간의 왜곡을 수반하기 마련이니만큼 좋지 않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은 듯 합니다만, 역시 일반인이 핵심적인 개념을 잡는데 있어서는 비유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2장부터는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우주 탄생을 설명하기 시작하고 3장에서는 암흑물질을, 4장에서는 암흑에너지를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4장에서는 현재 남은 우주의 수수께끼 혹은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요약하여 제시하고 있고요. 설명과정이 연쇄적이라 차례차례 쉬지 않고 읽어나가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만, 사실 1장만큼 흥미있게 읽지는 못했네요. 1장이 설명과 예가 풍부했던 데 비해서 2장 이후로는 많은 양을 요약하여 말하느라 너무 바쁘게 흘러간다는 인상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제목이 제목인지라 들어가야할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서겠습니다만, 분량을 늘리던가 좀 더 취사선택을 하여 서술해주었다면 제 입맛에는 더 맞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쪽 분야의 책을 보다보면 자주 일본이 물리학에서 얼마나 강국인지 깨닫고 놀라게 되곤 하네요. 사실 일본의 교양서는 늘 자국의 업적들을 시시콜콜 서술하는 경향이 있어 조금은 깎아서 읽어야한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래도 역시 대단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네요. 역사적 상황의 차이가 있다곤 해도 현실에서 이 정도의 격차가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국가의 힘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서보다는 기반에 깔린 부분에서 더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도 우리 자신의 가치체계가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더욱 아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를린 국립 회화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4
윌리엄 델로 로소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깊이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미술작품이 진정한 감동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정도는 인식하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때문에 가끔 해외의 명작이 국내에 전시되는 일이라도 있으면 꼬박꼬박 찾아가는 편입니다. 사실 편린만을 보는 수준일텐데도 때때로 엄청난 감동을 느끼게 되곤 하는데요, 그러면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만약 그 작품들이 원래 걸려있던 본토의 갤러리에서 그 작품들을 본다면 얼마나 더 인상적일까 하는 점입니다. 그 나라의 풍토를 즐기며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작품을 본다면 훨씬 더 깊은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여건이다보니 해외의 저명한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군요. 마로니에북스의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는 그런 저의 마음에 쏙 드는 시리즈인데요, 벌써 14번째 책이 출간되었네요. 이번 편은 베를린 국립 회화관을 다루고 있습니다.



 표지부터가 인상적인데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화가 카라바조의 '승리의 큐피트'입니다. 극적인 빛의 사용과 사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표현은 순식간에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승리의 큐피트'는 미묘한 에로티시즘까지 더해져서 더욱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습니다. 카라바조 외에도 베를린 국립 회화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제 취향에 맞는 작품들이 많더군요.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작품들이 많아서인데요, 티치아노와 틴토레토에서 시작해서 뒤러, 렘브란트와 루벤스, 베르메르까지 다양한 작가의 대표작들이 전시되어 있네요. 신화적인 소재도 좋고, 낭만적인 표현도 좋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작품들이 많은 미술관이네요.


 

 책은 작품의 사진을 좋은 질로 실어두고 있을 뿐 아니라 세세한 부연설명까지 더해주고 있는데요,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클로즈업하여 한 장 전체에 실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부분부분을 나누어서 상징적 의미와 미학적 의미를 소개해줌으로써 더 깊이있게 작품을 이해하도록 해주고 있는 것인데요, 알레고리의 이해가 이 당시 작품들의 감상에 있어서 특히나 쏠쏠한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해설이 아닌가 해요.

 

 직접 가볼 수 없는 곳을 간접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책이 가지는 주요한 장점 중 하나겠지요. 아마도 이 시리즈는 한동안 이어지리라 생각되는데요, 제 발로 직접 미술관을 찾아갈 수 있는 날까지 아쉬움을 달래줄, 저 자신에 대한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네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병권 님의 책은 니체에 대한 책을 읽은 후로 10년만인 것 같네요. 까다로운 니체 철학을 수월하게 풀어낸 덕에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철학 에세이네요. 철학이 늘 사람들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저자이니만큼 이 책에서는 저자의 강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더군요. 머릿말에 작가의 그러한 성격이 잘 드러나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철학이 하늘의 별만을 보는 것이라면 그것은 한가하고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리지만, 그 대척점에서 현실감각이 빈민을 양산하는 현실에 대한 추인이 되어버린다면 그것 역시 노예의 자기위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책은 내내 이 인상적인 머릿말을 변주하며 흘러가고 있더군요.

 

 편안하고 담담하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철학자의 생각은 수월하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 책이기는 합니다만 역시 철학자의 글답게 많은 부분 하늘의 별에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별을 잡건 잡지 못하건 그러한 뻗음 자체가 유익하고 유의미할 수 있음을 섬세하게 드러내면서 말이죠. 인생을 두 번 살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비트겐슈타인의 도전적인 삶은 안주하기만을 원하는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합니다. 네덜란드어를 전혀 모르는 프랑스인 강사인 자코토가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네덜란드어 학생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낸 일화는, 그것을 가르쳐낸 스승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배워낼 수 있는 사람의 잠재력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했다 폭력 진압에 상처를 입은 한 장애인이 그런 폭력에 경악하는 대중의 반응에 오히려 놀라워한 일화는 번히 눈을 뜨고도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과 철학자의 눈을 가진 사람의 차이를 명백하게 드러내는 일화였고요. 그런 소중한 일화들에 의미있는 철학적 주석을 달아가는 고병권 님의 글의 여정은 읽는 내내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만들더군요. 

 

 특히 책 속에서 인용된 루쉰의 글이 기억에 남는데요, 루쉰은 제가 생각했던 바와는 달리 아주 강렬하고 적극적인 인물이더군요. 인생의 쓴맛을 그대로 담아내며 독자를 직격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괴롭하면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해보라, 여정 중에 배고파 죽을 지경이면 음식을 빼앗아서라도 살아남으라, 호랑이를 만나면 나무 위로 피해보고 그래도 결국에 죽을 지경이 되면 시체라도 넘겨주지 말라, 별수 없이 먹히게 된다면 차라리 호랑이를 깨물어보기라도 하라는 말이었습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놓치지 않는 루쉰의 균형감각이 인상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조만간 루쉰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는 소개였네요.

 

 책의 후반부는 좀 더 직접적이고 날이 선 현실 비판이 등장하게 됩니다만 전체적으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는 것을 편안하게 들려주고 있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편안하게 현실 속에서 철학적 사유가 펼쳐질 수 있구나 싶어 유쾌하기까지 한 독서였네요. 누구에게나 읽어볼만한 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헨리 단편 콘서트
0. 헨리 지음, 박영만 옮김 / 프리윌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어린 시절 읽은 책은 유독 기억에 남고 애정을 가지게 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저에게도 그런 책이 몇 권 있는데요, 미하엘 엔데의 '모모'나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셍땍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비롯하여 오 헨리의 '단편선'이 그 책들이죠. 사실 '마지막 잎새'나 '현자의 선물'은 일찌감치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는데요, 벼룩시장을 둘러보다가 만만해보이는 단편소설집이 있어 집어든 것이 하필 오 헨리의 단편선이었던 것이 홀딱 반하게 된 계기가 되었더랬죠.

 

 이 책 '단편 콘서트'에서는 오 헨리 소설의 특성을 '반전', '위트', '페이소스', '휴머니티'로 정리하고 있던데요, 저도 이러한 정리에 완전히 공감합니다. '마지막 잎새'나 '현자의 선물'은 그 중에서도 '휴머니티'가 강조되는 소설이라 하겠는데요, 그래서 그 당시의 저로써는 이것이 다소 구태의연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은 '황금의 신과 사랑의 신', '마녀의 빵' 등이었는데요, 상대적으로 '페이소스'가 강한 작품들이지요.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그렇더라도 그것을 슬퍼하지 말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들인데요, 그런 미묘한 맛이 저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오 헨리의 문학성에 대한 평이 상당히 박하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상하기까지 했던 추억이 떠오르는데요, 아주 오랜만에 다시 보니 문학성에 대한 평이 박한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슬쩍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시시콜콜하고 너무나 장황한 어조나 현실성 혹은 진실성이 부족한 플롯 등이 여기저기서 드러나보이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정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어릴 적 추억의 힘인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자체가 오 헨리의 힘이기 때문일까요? 아마도 둘 다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단편 콘서트'에는 11편의 단편과 단편소설화된 오 헨리의 전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읽어보지 못한 작품은 4편이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단편집과 겹치지 않은 소설도 생각보다 많았던 편인데요, 조금 의아한 것은 이 작품들이 오 헨리의 소설 중에서 매력적인 축에 속하는 소설들 같지가 않다는 점이었어요. 제 취향이 작용한 것일수도 있습니다만 '슬픈 오류'나 '도시는 아득히 먼 곳에 있었다' 등은 특히 평면적이고 밋밋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혹여 이 소설집으로 오 헨리를 처음 만난 분들은 그의 작품 세계에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물론 '물레방앗간 교회'나 '섬', 그리고 가장 유명한 '현자의 선물'과 '마지막 걸작'이 실려 있어 다행스럽습니다만, 처음 오 헨리를 접하신 분이라면 '황금의 신과 사랑의 신', '마녀의 빵', '붉은 추장의 몸값' 등의 다른 소설도 꼭 읽어보셨으면 바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