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펜 공부법
아이카와 히데키 지음, 이연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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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게는 말하자면 국가별 책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경험에서 나온 편견입니다만 거기에 의존해서 책을 고르면 그닥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네요. 일본의 경우 미스터리나 공포 소설은 믿어도 된다는 것, 그리고 실용서는 입문용으로 아주 적절하다는 점 등입니다. 실용서는 왜냐하면 일단 아주 간결하고 보기 편하게 압축하여 책을 내기 때문입니다. 본문도 압축되어 있는 느낌인데 그것을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다시 요약해주고 그것을 책의 말미에서 최종적으로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곤 하더라고요. 이 책 '파란펜 공부법'도 전형적으로 그러한 구성을 따르고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꺼운 책은 아닙니다만 그 이상으로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게 쓰여진 친절한 책인 것이죠.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저는 구체적인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실은 메모 내지 필기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라는, 오랫동안 인정받아왔던 방법을 재강조하고 그것을 실천할 동기를 부여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장을 포함하여 총 8개의 챕터 중에서 6개의 챕터가 동기 부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거든요. 근거와 효과 및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은 4장과 5장입니다. 무작정 써라, 다쓴 노트와 펜은 모두 보관해라, 중요도를 체크해둬라 등의 방법이 제시됩니다만 그 중에서도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지점은 '모든 것'을 메모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필기를 할 때 요약을 하기 마련인데요, 이런 방식으로는 기록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여 떠올릴 수가 없다는 것이죠. 모든 것을 다 기록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설사 취사선택을 하더라도 재현 가능한 방식으로 요약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고요. 이런 방법의 효용은 아직 실천을 해보지 못한 저로써는 장담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일리는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읽어보고 그 가치를 인식해야 할테고,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후반부 4장부터 읽어가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간간히 메모에는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만, 저자가 말하는 쓰기는 대체로 '필기'의 의미에 가깝기 때문에, 이 책은 주로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교육 관련 일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지켜보게 됩니다만 갈수록 필기를 하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 중에서 공부를 좀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필기에 신경을 쓰는 아이들이 많더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인터넷이라는 형식을 사고의 틀로써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전통적인 필기'에서 실천할만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은 있네요. 필기는 커녕 요약도 귀찮아하는 그 아이들을 위해서 점점 더 잘 '압축'된 자습서가 출간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이 책은 이미 필기의 매력을 아는 눈길만 끌어들이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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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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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는 정말 어릴 때 읽은 책이군요. 아마도 초등학교 때 읽었던 것 같은데요, 책을 덮고 상당히 가슴 뜨거웠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 동안에도 계속 출간이 되고 있는 책이었을 것 같습니다만 오랜 기간 잊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네요. 그러다가 우연히 기사를 통해 '파수꾼'이라는 후속작이 출간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 속사정이 깔끔하지는 않더군요. 사실상 이 작품은 '앵무새 죽이기'보다도 먼저 쓰여졌는데 그 일부에서 파생된 작품인 '앵무새 죽이기'가 너무나 큰 호응을 얻자 작가는 두려움에 절필을 택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절대 이 작품을 출간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야 마음을 바꾸었던 것이죠. 다만 그 과정에 변호사 내지 출판업계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은 꺼림직한 일입니다만... 아무튼 이 작품이 출판되면서 자연스럽게 '앵무새 죽이기'도 다시한번 관심을 받게 된 것이고요.


 책을 다시 읽기 전에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 곰곰히 떠올려봤었더랬는데요, 어린 소녀의 눈을 빌려서 그려진 작품이었고 작품의 주인공인 아버지는 물론 오빠도 상당히 올곧은 인물이었던 것 같다는 정도가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흑인 인권과 관련하여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인 아버지의 활약이 주된 스토리였다는 정도도 떠오르고요. 이러니 거의 새책을 읽는 기분이겠다 싶었는데 한장한장 읽어가다보니 신기하게도 서서히 기억 속에서 내용이 떠오르더군요. 젬 오빠라는 캐릭터를 내가 아주 좋아했다는 것부터 옆집사는 부 래들리에 대한 뿌리없는 두려움에 왠지 모르게 공감했던 것, 캐럴라인 선생님의 꽉막힌 태도에 화가 났던 것 등이 서서히 생각난 것인데요, 오히려 아주 어릴 적의 기억은 각인이 되어서 잘 사라지지 않는가보다 싶습니다. 5~10년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은 정말 새까맣게 생각나지 않아서 다시 읽고도 정말 내가 이 책을 읽었는지 고민했던 적이 있으니까요. 어릴 적의 경험, 특히 독서가 얼마나 깊게 각인되어 남을 수 있는지 다시한번 깨닫게 되기도 하네요.


 처녀작이라도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는 작품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런 작품이 훌륭하다는 점도 깨닫고 있습니다만, 이 '앵무새 죽이기'도 그렇네요. 수월하고 매끈하게 써내려가면서도 어린 소녀의 투명한 시각을 납득가게 표현해내는 솜씨가 상당합니다. 작가의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이 작품의 생생함은 거기에 빚진 바도 크겠지요. 1930년대 남부의 극히 보수적인 사회상을 그려내면서도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게 그려내는 인물들의 모습도 눈에 박히네요. 그래서일까요? 인상적인 줄거리와 주제의식이 부각되었던 2부보다 1부가 제게는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아버지가 두 자녀에게 보여주는 단단하고 올곧은 의지가 색이 바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나이가 들어버린 저에게는 이젠 그 모습도 다소 평면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정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편견이 얼마나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논리와 이성보다는 주관과 감성이 삶의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됨을 회의하고 있는 참이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이 글을 끄적거리기 전에 보았던 다른 분의 서평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는 것도 고백해야겠네요. 이 작품을 통해 '흑인차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고 말하며 외모나 성향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던 그 분은, 그 뒤에 바로, 하지만 동성애자 결혼 합헌 판결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단언하시더군요. 글의 맥락상로도 들어갈 필요가 없는 말을, 두 번에 걸쳐 강조해서 말이죠. 물론 이 분은 반대의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덧붙이지 않았습니다만, 이 분이 명백히 모순되는 말을 2~3문장 사이에 하고서도 그것을 보지 못햇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딱히 이 분을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고요, 저 역시 자주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당혹해한다는 점도 고백합니다. 다만 이렇게 '기호'가 '논리'에 앞서버리면 눈이 멀어버리는 모습을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의 불완전함이야 기저의 사실입니다만 그것이 수양이나 훈련을 통해서 얼마나 극복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점점 회의적이 되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려나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얼핏 듣자니 '파수꾼'에서는 아버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여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고 비판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쩌면 작가가 앞서 제가 생각했던 부분을 그려냈던 것은 아닐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다소 좋지 못한 평을 듣고도 '파수꾼'을 주문해둔 이유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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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 모험 편 -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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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소설 작가로 알려진 포 답게 전집 시리즈 앞의 작품들은 모두 단편이었는데요, 이번 작품에 실린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은 장편까지는 아니더라도 중편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모험 편이라는 부제의 이 책에는 이 소설과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라는 딱 두 편의 소설이 실려있습니다. 전집이라고 하니 이 5권의 시리즈 안에 포의 작품이 모두 실렸다는 이야기일텐데요, 그렇다면 '아서 고든 핌 이야기'가 포의 유일한 중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네요.


 역시나 처음 읽어본 작품입니다만 '아서..'는 언젠간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소설입니다. 제가 '파이 이야기'를 워낙 좋아했는데요, 우연히 다른 분의 서평글을 읽다가 작품 속 '리처드 파커'가 포의 소설에도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즉 이 부분에 해당되는 참혹한 에피소드만큼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인데요, 더 신기한 점은 포의 소설 속 상황과 거의 동일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등장해서 나름 유명해진 일화기도 하고요. 다만 실제 사건보다 소설의 출간이 먼저라는 것이 함정(!)입니다만, 우연의 일치라곤 해도 섬뜩한 일이네요. 게다가 희생자의 이름까지 똑같이 리처드 파커라니....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모험'편이라는 부제 때문에 나도 모르게 쥘 베른 류의 소설을 떠올렸던 것이 무색하게도 '아서...'는 사실주의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환상 모험담입니다. 뭔가 앞뒤가 안맞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모순을 함께 담아내는 것이 포의 장기이고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제가 어리석었지요.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과 일행의 불행한 여정을 냉정하게 그려내는 포의 솜씨는 가차없습니다. 그만큼 포의 인간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하는데요, 갑작스럽고 환상적인 결말은 당황스럽기는 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포니까..'라고 생각하면 왠지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길이도 제법 되고 상징적인 부분이 많아서 소화가 쉽지 않았던 작품인데요, 조금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하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편작가가 대체로 많은 수의 작품을 남기는 것을 감안해보면 포의 작품은 양적으로 많은 편은 아니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곤 해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의, 그것도 참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죽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점이 기분좋게 느껴집니다. 책장에 잘 모셔두어야할 시리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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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 풍자 편 - 사기술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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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4권은 풍자 편이네요. 이 책에 실린 단편들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습니다만, 부제만으로도 꽤 기대를 하고 읽었던 책입니다. 잘 알려진 포의 작품은 그것이 공포 소설이든 미스터리 소설이든, 모두 알게 모르게 블랙 유머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물론 워낙 시대적 색채가 강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지는 의아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부제를 풍자라고 달고 묶어낸 작품이라면 그의 블랙유머가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 태반의 작품만을 보아왔는데-물론 그것이 포의 매력이었겠습니다만-좀 밝은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해보았고요.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과는 좀 달랐지만요.


 오히려 형식적으로 특이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처음에 실린 '사기술'부터 독특한 형식을 보여줍니다. 사기술을 해석하고 설파하는 설명서 형식의 소설이었으니까요. 소설같지 않은 소설이라고 할까요? 내용상으로도 풍자라곤 해도 빵 터지는 종류의 것은 드물었습니다. 뒤이은 작품인 '비즈니스맨'도 비슷한 인상을 주는 소설이네요. 풍자라기보다 오히려 당대의 합리적 사고방식을 드러내준다는 점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어요.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안경'이 가장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인공은 포 특유의 다소 꼬인 데가 있는 인간인데요, 다소 말도 안되는 상황 설정이 이어집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같은 전개가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아주 짧은 작품입니다만 '스핑크스'의 경우 태산명동 서일필의 플롯을 깔끔하게 사용하여 실소를 불러일으켜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기괴천사'는 신성모독으로 보일만한 소재를 태연하게 사용하여 포의 독창성을 잘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의외랄만큼 지적인 면모를 풍기다보니 한편으로는 장황해지는 역설이 있는 것이 포의 단편인데요, 이번 작품은 확실히 그런 면에서는 훨씬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전편인 환상 편만해도 주석이 상당했는데 이번 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그러한 사실을 잘 드러내주지 않나 싶어요. 다만 의외로 색깔이 약하다는 인상이 남는 걸 보면, 포의 풍자는 저에게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네요. 오히려 공포나 미스터리 작품 속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던 유머가 훨씬 인상적이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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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3 : 환상 편 - 한스 팔의 환상 모험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3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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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나온 포 소설 전집 3권입니다. 3권은 환상 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앞선 미스터리 편이나 공포 편이 대부분 읽어본 작품이었기에 기억을 되살리며 새롭게 읽어보았다고 한다면, 3권의 작품은 모두 처음 본 것들이었네요. 역시 포가 공포 내지 미스터리로 유명하기 때문이리라 생각되는데요, 생소하면서도 꽤 익숙한 느낌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처음 읽어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느낌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기괴한 분위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페스트 섬'이나 '최면의 계시' 등 당연히(?) 괴기스러울 스토리의 작품은 물론이고 '한스 필의 환상모험'이나 '천일야화의 천두 번째 이야기' 같이 가벼울 듯한 작품조차 군데군데 섬뜩한 표현이 빠지지 않습니다. 공포가 가미된 블랙유머의 향기가 풍긴다고 할까요? 환상 편에 실린 다수의 작품은 사실 미스터리나 공포 편에 들어갔어도 무리없을 듯한 느낌인데요, 어쩌면 분량을 감안해서 나누어 환상편을 만ㄷ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읽어갈수록 명확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포가 근대적 사고를 체화한 인물이라는 점이겠습니다. 어릴 적에 포를 읽으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점이었습니다만, 작품 속의 분열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상은 포가 가지고 있던 근대적 사고를 확연히 드러내주는 듯합니다. 재밌는 점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사악함을 환상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시각 자체는 철저히 합리적이고 근대화된 지식인의 그것이라는 점입니다. 포 자신이 그런 인물이었기에 오히려 더 날카롭게 인간성과 근대성 이면의 어두움을 포착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문체가 고색창연한 듯 하면서도 내용상으로는 현대인에게 전혀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포 특유의 매력도 여기에 빚진 부분이 적지 않겠지요.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은 '한스 필의 환상 모험', '타원형 초상화' 그리고 '최면의 계시' 등이었습니다. 대체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단편임에도 장황하게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작품들이 많아서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포 특유의 분위기에 익숙한 분이라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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