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 - 경험이 철학이다 지혜의 씨앗 씨리즈 3
아네트 C. 바이어 지음, 김규태 옮김 / 지와사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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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의 철학자가 있지 않나 합니다. 하나의 철학을 완성하고 그 대표자로써 알려진 철학자들도 있고요. 플라톤, 데카르트나 칸트처럼 후자의 철학자들이 철학사에서 더욱 중대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더 많이 교육되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철학사의 측면에서 보자면 에피쿠로스나 흄, 니체과 같은 전자의 철학자들이 보다 흥미를 끕니다. 현상에 대해 회의를 던지는 자가 가지는 매력 때문이겠지요. 흄은 합리주의와 경험주의에 회의를 던짐으로써 칸트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을 마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학창시절 철학사를 배우면서 주워들었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이름입니다. 짧은 추론으로도 지각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은 철학의 진실에 가장 가까우리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다만 무언가를 낳지 못하는 철학은 진실이라도 반토막일 수밖에 었었기에 칸트의 탄생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도요.

 

 이 책은 흄의 생애와 겹쳐 그의 철학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문고판 크기이고 두꺼운 책도 아닙니다만 예상 이상으로 충실한 책이었어요. 생애와 철학을 절묘하게 잘 이어붙이면서 그의 생이 어떻게 그의 철학과 관계되는가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하나의 철학이 개인의 산물이자 그 이상으로 시대의 산물임을 보자면 이런 식의 서술방식은 마음에 듭니다. 읽기에도 훨씬 흥미롭고 말이죠. 예컨대 인간을 동물로 규정하면서 부모 자식간의 끈이 가장 강한 표유류로 규정하는 것은 흄의 어린 시절을 흥미롭게 비춰내고 있었습니다.

 

 

 정념을 강조하는 흄의 철학은 확실히 이해해가기 쉬운 편입니다. 상대적 의미에서겠지만요. 예컨대 이성에 집중하는 칸트의 철학은 관념적일 뿐더러 그 체계 자체를 소화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간신히 이해해도 공감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반면 이성의 한계를 명쾌하게 드러내면서 현상에 집중하는 흄의 철학은 공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요. 흄의 철학에서 기독교가 가지는 독특한 위치가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회의주의자로 꼽히는 그라면 당연히 불신자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불신자이면서도 무신론까지는 이어지지 않더군요. 그 당시 극소했던 불신자이면서도 많은 기독교인 친구와 어려움없이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관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역일지도 모르겠고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번역이 부분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관념적이고 개념적인 용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사라지는 부분이 잦아서 아쉬움이 남네요. 충분히 다듬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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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토익 Basic RC 시원스쿨 토익 Basic
정상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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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스쿨 하면 그간 대중교통에서나 길거리에서 그 광고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 기초영어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 같더군요. 막상 토익이나 텝스 등의 시험과 관련해서는 교재를 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맘먹고 RC, LC 편으로 책을 낸 것 같습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시장에서의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결국 독자에게 중요한 것은 중요한 것은 내용의 완성도겠지요?

 

 

 사실 현재 토익이라는 시험형태에 대해서는 포화수준으로 분석이 끝난 듯 합니다. 어느 정도의 어휘력과 문법 이해력을 전제로 하면 유형별로 어떻게 답을 찾아낼 수 있는지 완벽하게 파악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죠. 시험이 오랫동안 같은 형태로 유지되면서 데이터가 충분하기 때문에 최고 수준으로 유형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보입니다. 때문에 왠만큼 이름있는 책이면 그 내용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컨텐츠를 얼마나 재밌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가가 관건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 역시 전체적인 내용면에서는 여타 책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구성과 디자인 면에서는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구성 자체를 문법 교재의 순서로 짜냈습니다. 기초영어가 시원스쿨의 강점이라고 보면 문법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의 능숙함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로차트 형식으로 보기좋게 내용을 제시하고 있고 챕터별로 다시한번 그 내용을 요약해줌으로써 보기가 좋게 펴냈네요

 

 

 또 연습문제의 형식이 다양하고 양도 많습니다. 토익 책에서 문장쓰기 형식의 연습문제는 자주 보기 어려운데 이 책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눈여겨볼만 하더군요. 실전문제나 기출문제도 넉넉하게 실어내서 문법지식을 복습하고 문제풀이 요령을 활용해보도록 하고 있네요.

 

 

 디자인의 세련됨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될 것 같군요. 내용이 다 비슷비슷하다면 전달방식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고 말했는데요, 여태 본 책중에서 보기에 가장 유려하게 만든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컬러의 활용도 적극적이고 무엇보다 도표나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내용을 요약합니다. 꼭 토익을 공부하지 않는 이들도, 예컨대 중고생도 보기 편하게 만들어냈다는 인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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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 쉽게 읽는 중국사 입문서 현대지성 클래식 3
증선지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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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팔사략'하면 저에게는 어릴 적 읽었던 고우영의 만화 버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고우영 님의 만화 삼국지, 열국지, 일지매 등 어떤 작품도 명작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만, 저에게는 삼국지와 십팔사략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고우영 님의 절묘한 유머 감각에 시간 가는 줄 몰르고 단숨에 읽었더랬지요. 만화로도 10권 분량이니 적은 분량은 아니었습니다만, 이 책의 800쪽에 달하는 분량도 인상적이군요. 다른 출판사에서 1600쪽이 넘는 세트로 나와있으니, 이 책도 축약본이라고 생각되지만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중국 고대부터 남송의 멸망까지입니다. 저자 증선지가 송 말때의 사람이니 당대 기준으로 전시대를 아우른 야심작이었던 것이겠지요. 하 나라 이전까지는 현재로써도 역사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도 상당히 신화적인 내용이지요. (사실 책이 워낙 긴 기간을 다루고 있느니만큼 제가 예전에 읽었던 여러 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요, 중국 신화, 춘추전국 이야기, 초한지, 삼국지 등의 내용이 떠오르더라고요.) 역사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에피소드의 옴니버스적 구성이 사용되고 있고요. 그래서 책의 초반부와 후반부는 읽어가는 질감이 제법 다르더군요.

 

 

 역사가 재밌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역사가 '이야기'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DNA에 박혀있는 본성이 아닌가 하는데요, 역사만큼 '이야기'인 것은 없으니까요. 이 책은 시간순으로 역사를 따라갑니다만, 언급했듯이 에피소드 모음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나더라고요. 만화로 읽었던 십팔사략과 비교하자면 물론 유머가 빠져나간만큼 다소 건조합니다만,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재미는 그다지 부족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는 파트는 역시 춘추전국 시대였습니다. 아는 이야기지만 다시 읽어도 재밌는 것이 춘추전국 시대인 것 같아요.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난무하는 인간상은 현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더욱 흥미롭지요. 의외로 재밌었던 부분은 후한을 잇는 서진, 동진, 남북조 시대였고요. 삼국지의 사건들을 이어가는 이야기들은 삼국지에서 남은 호기심을 채워가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어찌보면 중국사를 쭉 훑은 기분이 드는데요, 원명청 시대를 다루고 있는 비슷한 성격의 책이 있을까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남은 퍼즐을 마저 채워두고 싶은 기분인 것이죠. 역사로 보든, 이야기로 보든 읽는 재미는 확실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책장 윗쪽에 꽂아둘 책으로 정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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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번뜩이는 지성과 반짝이는 감성으로 나를 포장하자 눈으로 보는 시리즈
히라마쓰 히로시 지음, 박유미 옮김 / 인서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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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문학사에 있어서 고대의 호머만큼의 무게감을 가지는 것이 셰익스피어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영국 제국주의 시대의 상황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는 하지만, 간접적으로라도 그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잦은가 생각해보면 그의 업적을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게 됩니다. 영어에 관심이 많은 저는 영단어의 어원에 대해서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요, 놀라울 정도의 어휘가 셰익스피어로부터 비롯되었더군요. 그리고 그런 그의 영향력은 미술사에서도 적지않게 느껴지나 봅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소재로 한 다양한 미술작품만으로도 책 한권을 만들어냈으니 말입니다.

 

 

 근대의 미술작품은 대부분 신화 속 소재를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제법 많은 작품들이, 특히 낭만주의 사조의 작품들이 셰익스피어에게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소재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려나요? 아무튼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밤의 꿈, 헛소동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작품이 그림으로 묘샤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작품 속 어떤 장면을 그려낸 것인지 주석도 따라 붙어있고 말이죠. 그렇다곤 해도 밀레이의 유명한 '오필리아'나 매독스 브라운의 '셰익스피어 초상'을 빼고는 죄다 처음보는 작품들이었어요. 그림은 커녕 셰익스피어 소설 자체도 읽어본 것이 열손가락 안쪽이고 보면 세상은 넓고 아직 볼것은 많이 남아있다고 자각하게 되는군요^^;

 

 

 대부분의 그림이 직관적으로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것들이었기에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만, 못지않게 읽어보고 싶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목록도 머릿속에 그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희극과 역사극 쪽은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소설을 읽어가면서 다시 한번씩 꺼내보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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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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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에 읽어서 읽은 것조차 잊어버리는 책이 종종 있습니다. 이 책을 손에 들면서 '초판이 나온 것이 97년이니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 다시 나올 정도로 반향이 큰 책이었구나' 생각했는데요,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유명한 책을 아직까지도 못 읽었나 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편 한편 읽어가다 보니 내용이 스물스물 기억이 나는 것입니다. 언젠가 읽었던 책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죠. 어떻게 이렇게 잊어버리고 있었나 어이없기도 합니다.

 

 

 류시화 시인의 책은 시든 수기든 잠언처럼 쓰여집니다. 아주 직접적으로 마음에 와닿지요. 이런 솔직함은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최적입니다. 그 복잡한 틈을 파고들어 위안을 주니까요. 심란하기 그지없던 군 시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두 편의 시 선집이 준 위안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정도지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작가는 지금까지도 매년 인도로 떠날 정도로 인도를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가 인도에서 겪은 에피소드들과 단상을 모아낸 책이 이것이지요. 소소한 해프닝처럼 느껴지는 사건부터 깨달음처럼 다가오는 여정까지 무게감은 다릅니다만 작가의 근본적인 애정만큼은 일관되지요. 거지조차 깨달음을 추구하는 곳, 작가가 보는 인도의 모습은 명상의 땅인 것입니다. 이 책은 인도인의 깨달음 중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이 분별이라는 것을, 그것을 버림으로써 평안한 마음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주로 실어내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인지 가상인지 알 수 없는 에피소드가 섞여들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네요. 또 인도의 모든 사람들이 작가에게 던지는 깨달음의 말은 진정한 깨달음인지, 아니면 인도 특유의 논리체계가 만들어낸 화술인지 모호하기도 합니다.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자가 아닌, 이미 깨달음을 얻은 자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그려지기에 의심의 마음이 생겨나 버린 것이죠. 한편으로, 개인의 마음은 평온할지 모르지만 그 평온함과 사회의 대비가 너무 크다보니 올바름에 대한 의혹도 떠오릅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나타났던 인도에 대한 신비화 유행을 떠올리면서, 결국에는 이 책 역시 작가의 눈을 통해 만들어진 신비주의적 환상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유사한 에피소드를 반복하여 얻어낸 간결함은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독이었네요.

 

 

 인도를 가보지 않은 저로써는 사실 알고 느낄 수 없는 바가 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작가도 개정판 머릿글에서 책의 인도는 '내'가 경험하고 '내' 눈으로 본 세계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에게는 잠깐 스쳐가는 여우비 같았던 이 책 속 인도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여름철 소나기처럼, 향그런 봄비처럼 보였을 수도 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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