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작가 편집부 엮음 / 작가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올해로 7년째를 맞이한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리즈 중 ’시’ 편이다. 어쩌다보니 오늘의.. 시리즈를 다 읽어 보았는데,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시’ 편이었다. 소설 편은 내용이 다소 빈약하다는 인상이 있었고, 영화 편은 선정작에 대해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인 듯.. 개인적인 취향이 작용한 바이지만, 시 편이 가장 풍부하면서도 다양한 색깔을 띄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은 ’오늘의 소설’ 편과 동일하다. 전반부에 ’오늘의 시’라는 이름으로 대표시라고 평가된 시 100편 정도를 싣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25편의 대표 시집을 선정하여 ’오늘의 시집’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선정에 참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좌담의 형식으로 실어내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시를 작가의 이름에 따라 ㄱ, ㄴ, ㄷ... 순으로 실어둔 것이 왠지 애교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시집 파트의 소개가 다소 빈약한 편인지라 차라리 마지막에 실린 심사위원의 평가를 읽고 성향을 가늠해보는 쪽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류의 책이라면 어떠한 기준으로 대표작을 뽑았는가가 중요하겠지만, 문인도 아니고 분석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닌 나로써는 평가라는 부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여러 시인들의 다양한 시를 모듬으로 맛볼 수 있다는 즐거움을 누렸을 뿐... 다행스럽게도 이 시리즈는 특별한 경향성이 없는지 비교적 다양한 성격의 시를 실어내주어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정형시도 적지 않았던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관념적인 시가 많이 실리지 않았을까 했는데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시도 다수 실려 있어 ’뭔 소리냐 압박’이 적었던 것이 좋았다. 시 끝에 시작노트가 실려있어 이해의 틀을 제공해주었던 점도 눈에 띈다.  

시를 읽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나는 내가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듣지 못하던 것을 듣는 시인의 감수성을  추체험이라도 해보고자 시를 읽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시든 뭐든 분석이라도 해서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 더 성장해가면 그런 욕망도 조금씩 덜어낼 수 있지 않을지? 책을 덮으며 생각해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샹해요 2010-05-2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합니다.~..^^
 
201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이장욱 외 지음 / 작가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문학계의 동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근래 어떠한 소설들이 출간되었는지, 이러한 출간은 어떠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이 책 오늘의 소설은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근간 출간된 단편 소설 중 주목할만한 몇 편을 골라 실어두고 동시에 몇 편의 소설집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오늘의 소설' 파트에는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이장욱, 김숨, 김애란, 김중혁, 배수아, 신경숙, 편혜영 작가의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낯익은 이름은 김애란, 배수아, 신경숙, 펺혜영 작가님. 아무래도 이분들의 소설에 더 호기심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나, 실제로는 전부 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오늘의..' 시리즈는 소위 문학성만을 심각하게 따지지는 않았던 것일까? 어떤 소설을 읽더라도 재미없는 면을 찾아내는 꼬인 성격임에도,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설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을 꼽자면 김숨의 '간과 쓸개', 신경숙의 '세상 끝의 신발', 편혜영의 '통조림 공장'을 들고 싶다. '간과 쓸개'는 해부칼로 후벼파듯 삶의 비루함과 중력감을 헤집어내서 읽는 내내 짜릿함과 슬픔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세상 끝의 신발'은 작가가 늘 그렇듯, 따뜻함과 섬세함을 가득 담아내서 '역시 신경숙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통조림 공장'은 일단 말초적 재미도 크고 씁쓰레한 뒷맛도 일품인 소설이었다. 

'오늘의 소설집'에는 7명의 작가가 펴낸 소설집이 소개되고 있다. 소개라기보다는 평가라는 표현이 적절할텐데 1장 내외의 분량인지라 소설접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소개된 책 중 읽어본 것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밖에 없었던지라... 

그리고 기획위원들의 소설에 대한 평가를 좌담의 형식으로 실어낸' 2010 오늘의 소설 좌담'이 책을 마무리 짓는다. 

분량의 절반 이상을 단편소설을 싣는데 할당하다보니 소설계 동향을 가늠할만한 소개글이 부족해지지 않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편소설들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쪽이 더 반가웠던 게 사실이다. 한동안 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기세를 탄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기 때문...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에게 삶을 묻다
유호종 지음 / 사피엔스21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생자필멸 (生者必滅) 

누구나 알고 있지만 보려고 하지 않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죽음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으니 '나'의 죽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도 운명일 수밖에 없을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춘기 때 잠시 죽음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의식의 밑에 죽음을 묻어버리고는 잊고 지내는 쪽을 택한다. 사유로는 죽음을 극복할 수 없다는 당연한 원리 때문에? 그렇다곤 해도 인간이라면 죽음을 극복한다는 형이상학적 문제로써가 아니라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현실적 문제로써 죽음을 사유하는 것은 피해가서는 안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명은 죽음을 은닉하는 쪽을 택했고, 그렇기에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생경하게만 다가오는 것 같다. 이 책, '죽음에게 삶을 묻다'는 그렇게 죽음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죽음을 바라볼 수 있도록 조언을 건네고 있다.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관념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보통이고 이 책의 제목의 이미지도 있고 해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철학서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했었다. 그러나 책을 들여다보면 저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눈으로 죽음을 살펴보고 죽음에 대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히려 실용서의 느낌이라고 할까? 책의 구성상 전반부는 죽음을 보는 시각과 죽음의 정체에 대해서 논하고 있기 때문에 철학적인 사유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부분에 그치며 전체적으로는 실용성이나 현명함이라는 영역에서 죽음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으며, 후반부의 경우에는 호스피스 제도, 죽음 후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배려 문제, 안락사와 같은 자기 결정권 문제를 논하면서 현실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방향을 택한다. (심지어 부록으로 유언장 양식도 첨부되어있다!) 작가의 전작 '떠남 혹은 없어짐'이라는 책에서 이미 철학적 사유를 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현대인에게 있어 죽음의 문제를 종교적,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라고 판단해서가 아닐까 추측된다. 실용적인 접근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줄 수는 없는 일이겠으나 보다 냉철하게 죽음을 바라보게 만들수는 있으니까, 이러한 선택은 책의 의도와 잘 부합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주제가 주제다보니 내용상 딱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논문과 같은 느낌의 논리전개가 많이 쓰이고 있기도 하다. 다만 꼭지 하나하나를 짧은 분량으로 세분화하고, 중간중간 명상적인 그림 및 내용과 상응하는 시를 삽입함으로써 그러한 딱딱함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비유적 예도 많이 들고 있는데 간혹 썰렁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예가 많아서 '저자분이 유머감각은 별로 없으신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전체적으로 막힘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죽음의 문제는 결국 인류 전체가 영원에 걸쳐 끌어안고 고민해야될 실존적 문제이다. 그러한 실존적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십중팔구 그 대답을 듣기 전에 '나'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고...그런만큼 현재의 위치에서 항상 내 옆에 서있는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현실적으로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이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쁘띠 플라워 - 내 방에 작은 정원
김혜진 지음 / 살림Life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쁘띠 플라워. 작은 꽃.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름의 책입니다. 이 책은 그 이름대로 꽃 한송이, 컵 하나를 가지고 내 방에 작은 정원을 꾸며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입니다. 얼핏 꽃꽃이를 연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제로는 꽃을 소품으로 활용하는 스타일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장을 펼처보면 그윽하고 정적인 정취가 묻어납니다. 꽃의 화려함보다는 꽃의 위안을 강조한다는 것을 책의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지요. 봄꽃, 여름꽃, 가을꽃, 겨울꽃의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다양한 꽃들의 아름다운 사진을 여백과 저자의 추억을 담아내는 짧은 글귀로 스타일링해내고 있지요. 그리고 한장을 넘기면 그 꽃을 활용하여 실제로 소품을 만드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답니다. 장미 2단 케이크, 금잔화 네임카드, 호접란 접시에 띄우기 등... 실제로 도전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을만큼 간단한 방법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이런 식으로 꽃을 생활 속에 녹여낼 수 있다면 사는 것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읽다보면 마치 산사에서 다도를 하는 듯, 난초를 치는 듯,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있는 듯 운치가 넘칩니다. 수필 같기도, 사진첩 같기도, 스타일링 안내서 같기도 한,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진 책이네요. 소중한 사람에게 꽃바구니 대신 이 책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어떤 꽃보다 향기가 오래 갈 테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혹하는 심리학 - 조종하고 현혹하는 심리학을 의심하다
스콧 릴리언펠드 외 지음, 문희경.유지연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상식적으로 생각해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한다. 누구나 공감하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지식에 따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상식이 진정한 상식이 아니라 미신이었다면? 3,4백년만 거슬러올라가도 천동설을 상식이었지만 현재 천동설을 주장하다가는 미쳤다는 소리나 듣게 될 것이다. 물론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과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그런 미신은 대부분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진 잘못된 '상식' 50가지를 하나하나 격파해가는 책이다. 그런데 이 상식들이 하나같이 당연하게 '믿을만한' 것이라는 게 무서울 정도다. 스스로를 상식적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은 먼저 아래의 보기들을 살펴보시길..
 

'아기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면 머리가 좋아진다' - 몇년 전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이 얼마나 팔려나갔는데..

'40대나 50대 초반에는 누구나 중년의 위기를 겪는다' - '사랑과 전쟁'이나 아침 드라마를 보라고..

'학생의 학습방식에 따라 적합한 교육방식이 따로 있다' - 전인교육까지 무시할 셈이냐?

'거짓말탐지기로 진술의 진위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 예능 프로그램에서 맨날 거짓말 탐지기 쓰잖아?

'남자와 여자는 의사소통 방식이 전혀 다르다'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베스트셀러라고..

'어릴 때 성적 학대를 당하면 성인이 된 후 성격장애를 일으킨다' - CSI 못보셨수?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증 우울증 환자들이다' - 연예인 자살에 대한 기사만 봐도 알지.

'범죄심리 분석 기법은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 - CSI 보라니까?

'전기 충격 요법은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치료법이다'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도 같이 보시길..
 

난감하지 않은가? 이쯤되면 상식과 미신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전적으로 틀렸다는 경우보다는 오해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역시 진위라는 것이 얼마나 알기 어려운 것인가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지식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말, 책과 미디어에서 얻어지게 마련이다. 미디어는 종종 자본의 논리에 따라 필요하면 거짓을 재생산하는데 망설임이 없으며, 유명한 저자가 쓴 책, 심지어 나의 가족이 알려준 정보일지라도 착각과 무지에 의해 오류가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보통신이 고도화되어 잘못된 지식이 정교화게 재생산 되어 고속으로 퍼져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고 말이다. 이런 부정할 수 없는 의심들에 빠져들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논거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읽게 될 것이다. 적절하고 흥미진진한 예가 많으며 유머러스하게 서술하는 저자의 능력도 재미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책에도 오류가 잔뜩 담겨있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