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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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의 영웅 뒤에는 항상 뛰어난 책사가 있게 마련이다. 주왕 뒤에는 강태공이, 유방 뒤에는 한신과 장량이, 주원장에게는 유백온이 있었듯, 조선의 건국자 이성계의 뒤에는 정도전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주군과 신하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성계-정확하게는 이성계 이후 조선의 왕들이라 해야겠지만-가 바라본 조선과 정도전이 바라본 조선의 모습이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맹자의 왕도사상에 크게 경도되어서였을까, 정도전은 재상 위주로 운영되는 신권 중심국가를 꿈꾸었으며, 놀랍게도 이후 조선의 모습은 정도전이 꿈꾸었던 그것과 유사한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다. 사실 맹자의 나라인 중국에서도 그러한 정치형태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맹자가 알면 정도전에게 크게 감사해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정도전이 꿈꾸었던 모습과 조선이 얼마나 유사했는지, 특히 신권 중심의 조선이 붕당과 세도정치로 이어지게 된 것에 어떠한 필연성이 존재했던 것은 아닐지, 분석 내지 비판의 여지가 없지 않겠으나 최소한 그러한 꿈을 키워낼 수 있었던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도전, 그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나는 조선의 국모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로 유명한 이수광 작가가 이러한 정도전의 삶에 대해 들고 나왔다. 2권에 걸쳐 소설이랄지, 평전이랄지 어중간하게 느껴질 정도로 보편적인 해석으로 정도전의 다사다난한 삶을 그려낸 책들이다. 사실 조선건국사는 그 자체로 워낙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그 중심에 누구를 세워두고 그림을 그려나간다해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될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정도전을 중심으로 그려낸 고려의 쇠망과 조선의 건국사, 그리고 정도전 개인의 성쇠의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게 서술된다. 툭히 소설의 특징상 인물의 대립각이 부각된 점은 가장 재미를 불러일으킨 점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다소 밋밋한 서술방식, 충분치 않은 분량으로 인한 개괄적 서사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세세하게 인물의 호흡을 담아가는 전개를 원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음에도 분량 자체가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도전의 삶을 잘 몰랐던 이에게 정도전과의 만남을 인도하는 책으로는 적합할 수 있겠으나, 한국사에 대한 다소간의 사전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러모로 한계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천 가지 사람은 천 가지 꿈을 꾸게 마련인가 보다. 멀리서보면 같은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결국 늘 동상이몽인 것이 인간의 꿈, 인간의 욕망이다. 이색, 정몽주, 이성계, 이방원, 하륜 그리고 정도전... 육신은 이미 스러져 진토가 되어버린 지 수백년이지만 그들의 꿈은 아직도 기억된다. 그 꿈은 역사라는 이름의, 불멸의 아름다움을 가진 유물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우리 각자가 꿈속에서 꾸는 또다른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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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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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예술과 역사, 사랑 이야기를 씨줄 날줄로 복잡하게 엮어낸 '내 이름은 빨강'이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었던지라, 이번 작품을 대하면서도 약간의 걱정이 앞섰다. 뒷표지의 해설에 따르면 이번 작은 30년간에 걸친 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사랑 이야기란다.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잠시 숙고해보니 그럴법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위대한 작가 치고 사랑 이야기를 심각하게 다루어보지 않은 작가들이 있던가? 인간의 마음 속에 가장 깊게 파고드는 감정, 항상 지고의 환희와 나락의 절망을 가져오는 감정, 항상 깊이 잠겨들어 흘러가는 감정이 사랑이니 말이다. 오르한 파묵은 사랑을 어떻게 그려낼까?

이 책의 배경은 역시 터키 이스탄불이다. 1970년대, 근대화가 한창 진행되던 터키의 부유층 자제인 케말은 비슷한 배경의 애인 시벨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아무런 걱정도, 마음의 동요도 없이, 희미한 아쉬움만 느끼고 있던 그는 우연히 먼 친척인 퓌순과 재회하게 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빼어난 미모를 가진 18세의 퓌순, 그녀를 만난 순간 12살이라는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케말은 한순간에 그녀에게 빠져든다. 배경 차이가 적지 않음에도 퓌순 역시 케말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고 그 감정을 고백하지만, 케말은 우유부단한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시벨과의 약혼식을 진행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작의 난해함에 비견해볼 때 훨씬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인상이 든다. 특히 단락을 아주 짧게 잡아두어 호흡도, 스토리의 전개도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상당 부분 70년대의 사회상을 묘사하는데 할당되어 아직까지 이질적으로만 느껴지는 터키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골격이 워낙 평이하기 때문 역시 서사적 구조보다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읽는 것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편안히 인간적 한계를 구경해 가며(?) 읽어나갈 수 있음에도, 지나치게 무난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인생의 진실이 평이한 것일지라도, 작가가 그러한 진실을 마음 속에 파고들 수 있도록 비범하게 전달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독자이니 말이다. 다만 2권을 읽지 않은만큼 끝까지 읽지 않은 상태에서 감상을 말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리라. 주문해둔 2권을 마친 후에 다시 한번 감상을 올릴 예정이니 감안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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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탐정 동물기
야나기 코지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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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책들이 있다. 어린왕자, 바보 이반 이야기, 우동 한그릇, 파브르 곤충기, 그리고 시튼 동물기.. 어린 시절에 읽은 책들은 말그대로 머리에 각인이 되나보다. 마치 어제 읽은 책을 떠올리는 것처럼 이 책을 읽을 당시의 기쁨, 짜릿함, 흥분, 그리고 슬픔, 아쉬움의 감정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니 말이다. 프루스트에게 마들렌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이런 책들이 있다고나 할까.. 특히 동물을 소재로 다룬 곤충기나 동물기 등은 좀 더 감정이입이 되어 읽었던 것 같다. 자연의 순수함에 좀 더 가까이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일까? 시튼 동물기에서 늑대 로보의 당당한 죽음에 얼마나 슬펐던지 생생히 떠오르는 내게, 이 책 시튼 탐정 동물기는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이 책에는 시튼 동물기의 일화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7편을 소재로 삼고 있다. 시튼이 실은 굉장한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을 더하여, 각 일화의 외전격으로 사건해결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파브르나 시튼 등의 동물학자라면 고도의 관찰력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에, 시튼을 준탐정급 인물로 설정한 것도 그다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셜록 홈즈와 미스 마플을 결합한 듯한 탐정 시튼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늑대 로보, 까마귀 실버스팟, 곰 잭 등 이름만으로도 '그리운' 동물들이다. 오래된 친구의 새로운 소식을 듣는 것처럼 반갑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다만 추리물로서는 무난한 수준이라는 인상이다. 재창조된 셜록홈즈를 주인공으로 삼은 유사한 소설이 워낙 많은지라 허를 찔리는 구석은 있지만 참신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할까.. 다만 시튼 동물기를 이렇게 매끈하게 이어붙인 솜씨만큼은 눈에 띈다. 늑대 로보를 살인사건과, 까마귀 실버스팟을 보석절도사건과 이어붙인 솜씨가 인상적이었다. 

늑대 로보를 읽고 난 어린아이가 보낸 편지 중에 '(시튼) 당신은 가장 비겁하고 잔혹한 사람입니다'라는 내용의 편지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튼은 그 편지를 가장 반갑게 읽었다고도 한다. 사실 어릴 적 늑대 로보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교활한 속임수로 로보를 사로잡은 시튼과, 연인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자유를 위해 생명을 포기하는 로보... 어느쪽이 더 '인간답게' 느껴졌을까? 인간 중심주의에 빠지지 않고 동물 혹은 자연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시튼 동물기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니었다 생각해본다. 아마도 작가 야나기 코지도 어릴 때 시튼 탐정 동물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 곳곳에서 동물에 대한 진지한 애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시튼 동물기를 찾아보았는데, 애지중지하던 책이었음에도 어느샌가 잃어버렸던 모양이다. 빛바랜 기억과 추억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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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 FC 바르셀로나의 성공 전략
페란 소리아노 지음, 강민채 옮김 / 잠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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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이 마침내 어제 스페인의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월드컵이 전국민에게 미치는 패도적인 위력은 갈수록 커지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지금의 축구는 국민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월드컵은 한마당 축제의 장이 되었고 말이다. 월드컵 시즌을 전후하여 축구 관련 서적이 상당히 많이 쏟아져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라는 재미있는 제목이 이 책을 눈에 띄게 만든다. 특이하게도 축구경기나 축구선수 자체에 주목하는 대신 축구팀의 운영 방식에 주목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은 탁월한 운영에 힘입어 만들어진다는 당연한 진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보다보면 저자 페란 소리아노가 좋게 말하면 축구 전문가, 꼬아서 말하면 오타쿠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귀 하나하나에 축구계 전반에 대한 고도의 이해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축구에 왠만큼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명 선수의 트레이드나 구단의 합병 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그 정도의 급에 그치지 않는다. 현란한 도표와 그래프를 활용해가면서 리그별 수입, 구단의 수입원, 심지어 구단 웹사이트에 대한 국가별 접속자수까지 보여주면서 구단 운영의 비기를 누설해준다. 여러모로 유럽 축구팀, 축구선수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축구에 문외한인 사람일지라도 얻는 바는 많을 듯하다. 기본적으로 자기개발서의 성격을 가지는만큼 핵심이 되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터인데, 그런 면에 있어서 수준 이상의 충실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엄청난 돈이 왔다갔다 하는 축구계인만큼 구단 운영은 기업 경영의 정수를 보여준다해도 과언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할까?

잠 출판사는 설립된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애초에 특이한 책을 출판하는 것을 컨셉으로 잡은 모양이다. '슈퍼히어로 미국을 말하다'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상당히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앞으로도 톡톡 튀는 책을 많이 출간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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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미술관 2 - 한 조각의 상상력 아침 미술관 시리즈 2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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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가지는 힘이라는 것이 실존하는지 가끔 의심해볼 때가 있다. 예술가에게 창조자라는 면에서 일종의 신과 같은 무게감을 주는 현대이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거품이 낀 듯한 예술계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러한 무게감을 부여한 것이 옳은 것인지 회의하게 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창조한 희소성으로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한다던지, 너무 많은 의미의 껍질로 빈 속알맹이를 감추는 많은 예술작품들이 양산될 수 있는 '예술품 대량생산'의 추세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좋은 예술작품은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잠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작품들.. 무게에의 강요가 없는, 친근한 작품들이다. 그런 작품들 속을 하나하나 찬찬히 완상해갈 수 있는 즐거움,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러한 완상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1년 365일간 매일매일 한편의 명화를 감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책갈피마다 왼편에는 명화를, 오른편에는 명화에 대한 설명과 짤막한 조언들을 담아두는 구조이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그만큼 강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랬기에 1편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그에 이어 이렇게 2편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시리즈물로 만들기 딱 좋은 설정이라고 할까? 제목 그대로 매일 아침 5분 정도만 투자해서 가볍게 읽어준다면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는 책, 그런 느낌의 책이다. 굳이 명화 감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하루 하루 편안히 즐기다보면 저절로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도 깨달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포함된 명화는 대략 르네상스기부터 현대까지의 작품들을 모두 아우르고 있으며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대부분 서양의 미술작품들이다. 간간히 우리의 풍속화도 포함되어 있다. 페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나 김홍도의 벼 타작처럼 인지도가 높은 작품들이 다수이지만, 생소한 작품도 적잖다. 이원석의 [고단한 하루]와 같은 작품은 웃으면서 볼 수 있었고, 김미형의 [꿈]은 기법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화질도 상당히 뛰어나서 굳이 글을 보지 않더라도 아무 쪽이나 펼쳐서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맛이 있다. 특히 선물용으로 적합한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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