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이 제목을 보면서 움베르토 에코의 [연어와 여행하는 법]이라던가, 앰브로스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이 떠올랐다. 풍자적인 방식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과연 이 책은 어떠한 방식을 택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저자가 미시마 유키오라는 점도 예측불가를 더했다. 탐미적 소설의 대명사인 [금각사]를 썼으며, 다소간 국수주의적인 이슈와 관련되어 할복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친 그에게 풍자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주제들은 전형적인 도덕적 주제의 반전이다. 보통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 [친구를 배신하지 마라], [청년이여, 강해져라] 등의 도덕적 교훈들을 듣게된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거짓말을 해라], [친구를 배신해라], [청년이여, 나약해져라]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상식에 벗어나는 악인의 논리를 전개하냐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교훈적인 것만을 이야기하다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 예컨대 현실상의 부조리라던가, 선악의 불가분성과 같은 까다로운 주제들을 역설적, 혹은 반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 뿐이다. 예컨대 [청년이여, 나약해져라] 편에서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씁쓸히 드러내면서 세계는 청년의 육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지 그들의 사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말한다. 물론 세계가 연체동물과 같은 청년들로 가득찬다면 파시즘이나 혁명과 같은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는 식으로 느물느물 눙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다지 무겁지 않은 어조로 작가의 체험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삐죽 튀어나오는 통찰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 실린 컬럼들이 1950년대 실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놀라워진다. 만약 저자와 배경을 감추고 그냥 읽힌다면 현대의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먹혀들만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저자 자신의 탁월함도 있겠지만 당대 일본의 문명발전이 이정도로 앞서 있었기에 이러한 책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왠지모를 아쉬움(?)도 느끼게 된다.
책을 읽고나면, 이러한 유연함을 보여주는 그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강수로 삶을 마감했는지 더욱 의아해진다. 어떤 사람에게서 일관성을 읽어내는 것도 결국 보는 사람의 눈 안에 담긴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천재 작가의 머릿속을 산책해보기 딱 좋은 책이었다. 긴 호흡의 책이 짜증나는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