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벗어던지기 - 교회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성경 공부
블루칼라 지음 / 미담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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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국사 시간에 선사시대의 역사를 배우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동굴에서 한 소년의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그 소년의 가슴 위에서 꽃가루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즉 죽은 아이를 묻을 때 가슴 위에 꽃을 얹어주었다는 것.. 이것을 인간이 종교성을 가지는 시작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인간, 죽은 아이를 떠나보내는 부모는 그 무력감을 느끼며 후세를 기약했을까? 종교가 동물과 인간을 구별짓는 중요한 특성이라면 그것은 인간만이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종교가 인간에게서 떠나간 적이 없었던 것일테고 말이다.

 

문제는 종교가 항상 좋은 기능만을 수행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리라. 자연과학적 지식이 축적되면 될수록 종교의 입지는 좁아지고 종교의 부정적 기능은 부각되게 된다. 철저히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종교의 해악을 지적하되 종교가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 현실에서 종교가 가진 힘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정면공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테고, 딱히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도 무신론이 비윤리,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이러한 상황에서 근래 무신론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해낸 책이 '만들어진 신'이 아니었나 한다. 진화론과 종교의 갈등이 심각한 미국을 배경으로 하여, 리처드 도킨스라는 진화론의 거두가 쓴 책이고 보면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리라. 이 책, '신 벗어던지기'는 여러모로 '만들어진 신'을 연상시킨다.

 

'신 벗어던지기'라는 제목과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단정하는 저자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초점은 크리스트교를 비판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랫동안 크리스트교 신자였다가 교회를 떠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크리스트교가 차지하고 있는 강력한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리라. 책의 전반부에서 작가는 야훼가 존재한다고 전제했을 때 성경 속에서 그 신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지 증명하는데 힘을 기울인다. 작가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보면 역설적인 이야기가 되지만, 신학교에서조차 성경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런 식의 전략에는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면이 없지 않다. 때문에 독자에게 불필요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하게 되지만, 냉정히 보았을 때 작가가 지적하는 문제점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이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좀 더 현대적인 이슈들, 예컨대 믿음의 맹목성과 탈정치성, 신적인 정의로움에 대하여 논한다. 전반부에 비해 훨씬 매혹적인 주제들이고 그만큼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저자는 읽기 편한 책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경의 역사적 내용을 지적하는 방식은 독자의 흥미를 끌고 성경에 대한 의구심을 끄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경어체 대신 대화체를 택하여 서술하는 것도 그러한 지향성의 일환이라 생각된다. 전문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오히려 효과적인 전략이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크리스트교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가며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종교의 득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종교 일반에 대한 부정을 시도한 '만들어진 신'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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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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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나에게 너무 어렵기만 느껴지는 대상이다. 언어 자체가 아닌 언어와 언어 사이의 여백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 힘겨운 것이다. 그런 내게도 가끔 직접 마음 속으로 찔러들어오는 시를 만나는 일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백석의 시이다. 너무나 친밀한 우리의 정서를 이미지가 풍부한 시어를 사용하여 펼쳐내는 그의 시는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특히 시 전반에 배어있는 북방적인 서늘함과 고독감이 매혹적이고 말이다. 이런 시를 쓸 수 있었던 시인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부터 몸이 병약하여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개인적으로 미술 교육을 받았던 그는 화가로써 상당한 위치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 실패와 건강 악화로 절망에 빠진 그는 죽음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게 된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것이 백석의 시였다. 백석의 시는 그의 정신을 강타했고 그의 예술세계를 변화시켰으며 그 즈음해서는 놀랍게도 건강까지 회복되게 된다. 이런 체험은 거의 종교의 그것이라 할만하다. 그렇기에 백석 시인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 책 곳곳에 거의 종교적 고백처럼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 책은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서정적 서설, 2장은 백석의 평전, 3장은 백석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 4장은 백석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 5장은 백석이 사랑한 세계를 다루고 있다. 소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사실 평전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인에 대한 작가의 감상, 그리고 역시나 백석을 사랑했던 작가의 아버지가 남긴 말들, 우리 가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백석의 자취들이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어우러져 펼쳐진다. 특히나 작가의 질박한 말투는 진솔하게 독자의 마음을 파고 든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백석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일까, 균형을 잃은 듯한 언술이 여기저기 이어진다. 요컨대 백석의 행동에 대하여 A와 B라는 해석이 가능할 때 작가는 상식적인 해석보다는 그를 높일 수 있는 해석을 한다. 그리고 백석을 사랑했던 그의 아버지가 남긴 견해를 다수 인용하고 있는데 정확성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평전이라는 제목을 대했을 때 독자가 기대하는 바를 감안해보면, 이 책은 예측치 못한 즐거움 못지 않게 당혹스러움도 안겨준다. 차라리 책의 제목을 달리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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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지구를 탐하고 뜨거운 사람들에 중독된 150일간의 중남미 여행
조은희 지음 / 에코포인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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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가득하다. 땅에도 하얗게 구름이 끼었다. 그 사이에 팔을 벌려 선 한 여인이 있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에 선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자유로워 보인다.

이 책의 저자인 그녀, 조은희는 여행의 이유를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여행의 마력에 중독된 많은 인물들이 그러하듯, 그녀 역시 몸담고 있던 직장을 박차고 낯선 땅으로 떠나곤 한다.

이 책은 그녀가 6개월간에 걸쳐 누빈 남미의 땅들에 대한, 만난 남미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담아내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그녀의 발길은 마치 발레리나의 그것처럼 발끝만 땅에 닿아 한없이 가볍다.

중력을 벗어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환희가 곳곳에 묻어난다.

 

그녀는 어떻게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여행을 준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여행정보지도 아닌 여행에세이에 주저리 주저리 박차고 떠나는 과정을 늘어놓는 것은 여행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도착한 첫번째 땅은 콰테말라이다.

숙소로 마련한 민박집의 주인은 영어를 못한다. 낯선 땅에 도착한 그녀는 스페인어를 못한다.

소통이 되지 않아야 할 그들이지만 그들의 대화는 한없이 즐겁다.

[ 소통에 언어가 대수는 아니다 ]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 그녀는 2주간 데이케어 센터의 아이들을 돌본다.

말도 통하지 않지만 그녀가 부는 서툰 오카리나 소리만으로도 아이들은 눈을 반짝인다.

떠나는 날, 아이들은 직접 만든 실 팔찌, 플라스틱 귀걸이 등 작지만 귀한 선물들을 그녀에게 안긴다.

오카리나를 선물할까 망설였지만 아끼는 물건이라 결국 주지 못한다.

[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방을 보니 오카리나는 저 혼자 깨져 두 동강이 나 있었다.

그곳을 떠나올 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두번째 땅 쿠바에서 좋지 않은 이와 만나 속임수를 당할 뻔한 그녀는 껍질 속으로 움츠러든다.

춤을 배우던 그녀에게 다가와 춤을 가르쳐주려는 한 흑인 년, 전날의 일 때문에 그녀는 조심스레 물러선다.

춤을 끝마치며 그는 그녀에게 "너는 이제 흑인 친구가 있어"라고 속삭여준다.

[ 하늘에서 그 친구를 내려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사람을 믿어 보라고. 그래도 사람이라고.]

 

세번째 땅 콜롬비아에서 그녀는 미국에서 왔다는 여행객 '아론'을 만난다.

함께 카약을 타며 신나게 즐기는 하루가 지난 후, 아론은 말한다.

카약을 배우기 위해 계획된 여행을 멈추고 남겠다고...

[ 여행이란 게 그냥 하고 싶었던 것을 길에서 하면 되는 거였네.... ]

 

네번째 땅 에콰도르.

[ 창문 너머 내 앞으로

90도로 허리가 꼬부라진 아주아주 조그마한 할머니가

커다란 철 가스통을 맨몸으로 이고 한발짝 한발짝 발을 내디뎌 가고 계셨다. ...

그걸 지고 내 앞을 거북이처럼 지나가신 그 할머니의 모습이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엔 느리고 무거운 화면으로 남아 있다. ]

 

다섯번째 땅 페루. 마추픽추에서 포르투칼의 청년을 만났다.

"난 계속 여행해. 1년에 6주만 빼고."

6주는 영국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물가가 싼 나라들을 여행한다는 그..

[ 세상엔 정말 다양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여러 번 깨닫는다. ]

 

여섯번째 땅 볼리비아에서 그녀는 장 구경을 한다.

시커먼 얼굴에 푸석한 머리를 땋아내린아수라장이 된 장터에서 악다귀처럼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

구경 끝에 들어간 레스토랑은 하얀 테이블보가 반들거리고 깨끗한 서구 관광객들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있다.

씁쓸하게 그녀는 말한다.

[ 이거 뭐, 지옥에서 천국으로 넘어온 것 같네... ]

 

그녀의 남미 여행은 칠레를 거쳐 아르헨티나에서 끝난다.

일주일간의 휴가를 버리고 남미까지 날아온 그녀의 남자친구는 소설처럼, 영화처럼 프로포즈를 한다.

[ 나에게 베케이션 로맨스는... 이미 3년이나 사귄 현실의 남자친구, 한국에서 날아온 바로 이 사람이었다. ]

 

여행은 결국 낯선 땅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자라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공유하고 있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여행이다.

여행은 그렇게 조금씩 나의 세계를 넓혀줌으로써 결국 나를 더욱 크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여행의 아름다움이 간결하고 성기게 적어가는 그녀의 글들 사이에서 반짝인다.

누구든, 여행하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나는 여행이 좋고, 여행 에세이가 좋고, 무엇보다도 여행하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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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다 커 보이는 남자 스타일 - 패션으로 멋진 winner 되는 법
이현범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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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팁을 알려주는 책은 보통 원색을 활용한 자극적인 표지가 눈을 끄는 것이 보통이다.
대신 이 책은 하늘색 배경에 흑백의 실루엣만으로 심플하게 표지를 장식하는 것을 택했다.
또한 '키보다 커 보이는 남자 스타일'이라는, 솔직하면서도 명확히 목적성을 드러내는 제목을 택했다.
깔끔하면서도 명쾌한 표지로 이 책의 장점을 암시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1장은 단도직입적으로 기억해야만 할 금과옥조를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모범이 될만한 유명인사의 패션스타일을 소개하여 목표를 설정한 뒤, 비율을 늘리기 위한 패션 팁(머리 띄우기, 상의 넣기, 다리 늘리기)과 컬러 배치법(컬러 통일, 밝은 색의 하의를 입기)를 알려준다.
2장은 키가 커 보이기 위해 유용한 20가지 아이템을 제시한다. 
저자가 뒷부분에서 반복해서 소개하며 강조하는 것들이 눈에 띄는데 다리가 길어 보이는 블루종, 워싱하지 않은 생지 데님 바지, 단추가 허리선 위에 있는 원버튼 재킷, 깔창보다 효과적인 화이트 슈즈 등이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모자나 스카프, 넥타이 등 액세서리에 대한 팁도 빠지지 않는다.
3장은 남자의 힘 정장 스타일, 4장은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캐쥬얼 스타일, 5장은 의외로(?) 스포츠 스타일의 코디법을 차례로 소개하며 스타일별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6장은 절대 피해야할 10가지 아이템에 대하여 유머러스하게 언급하고, 7장에서 면접, 데이트, 결혼식에 참석할 때 등 상황별로 현명하게 옷을 입는 법을 소개한다.
 



 

 
항목으로만 보면 많아 보이지만, 각 팁을 2장 내외의 분량으로 한눈에 보이게 응축시켰기 때문에 수월히 읽을 수 있다.
의외였던 것은 사진모델로 등장하는 2명의 모델들. 
스타일 끝내주는 모델들이라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키가 절대로(!) 작지 않기 때문에 소개한 팁 대로 의상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팁의 유용성을 부각시키기 못한다.
이 책의 미덕이 부각되려면 아담한 키의 모델을 택하여 팁대로 옷을 입은 경우와 팁과는 반대로 옷을 입은 경우를 비교하여 싣는 것이 좋지 않았을지?

저자는 패션 에디터이자 스타일리스트 경력을 지닌 인물이지만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이름으로 홍보하기 어려우니 내용물의 양으로 승부하자는 욕심을 부렸다면 좀 슬펐을 것이다.
대신 저자는 가장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 중에서도 독자가 원할 부분만을 추려내어 필요한 내용만을 담아내는 현명한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오직! 키가 약점인 남성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을 쏙쏙 담아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지 않는 표지에도 불구하고 놓치면 아까울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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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
김진철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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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크다. 세상에 발딛고 사는 존재라면 의식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리라. 특히 10년전의 IMF나 작년, 재작년의 유럽발, 미국발 경제위기 등 심각한 경제위기가 계속되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만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정보의 선점에 대한 욕구는 커져만 간다. 다매체 시대답게 경제정보 역시 많은 매체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신뢰성이 중요한 정보이니만큼 전통적인 매체라 할 신문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은가 한다. 신문이 망해간다고 하지만 경제신문만큼은 공고히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정보든 편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권력관계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고, 그러한 의심스러운 상태를 경제기사에서도 종종 발견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가진 의심, 그 의심의 실체를 확인해주고 명쾌하게 밝혀주는데서 이 책은 출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신문기자이다. 그는 기자로 활동해오면서 목격했던 경제기사의 문제점을 한꼭지 한꼭지씩 열거하는 방식으로 전반부를 채운다. 그리고 후반부는 현명하게 경제기사를 읽어내는 독법을 제시한다. 목차를 보면 그러한 성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전반부에서는 "증권기자는 주식투자에 성공할까?", "경제기자는 경제 전문가인가?", "광고를 보면 기사가 보인다", "돈이 만드는 힘, 힘이 만드는 돈" 등 경제기자의 실체나 광고주로써 기업이 행사하는 영향력, 정보와 권력의 함수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큰 흐름이 핵심이다", "기사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광고와 기사를 구분하라" 등 경제기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할만한 조언을 싣고 있다. 



경제기사의 허를 드러내는 부분은 왠만큼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법한 내용이다. 때문에 정보전달보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인다. 사실 알고 봐도 볼 때마다 짜증나는 것이 대기업의 횡포나 정경유착, 언론사가 광고주에게 바치는 충성 아니겠는가? 뻔히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문제들이라지만 지켜보며 지적하는 눈이 없다면 더욱 악화되기 십상일테니 말이다. 실제 경제기사를 읽는 독법을 제시하는 부분 역시 기술적인 내용을 제시한다기보다 기사를 대하는 독자의 마음자세에 대한 조언이라고 보인다. 여러 예를 들고 있지만 '갤럭시S 100만 대" 기사를 읽어가는 법이 유독 흥미롭다. 

[삼성급의 기업이 100만이라는 숫자 자체를 거짓말로 부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내용을 잘 보면 전세계 100개국 110개 통신사로부터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 그러난다. 따져보면 소비자가 아닌 통신사에서, 한 통신사당 평균 9000대의 초기물량을 수주했다는 얘기다. 아이폰의 경우 통신사를 통해 파는 대신 통신사로 하여금 소비자로부터 선주문을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만 100만대를 매진시켰다. 대대적인 보도였지만 '태산명동서일필'의 성격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런 식의 전개이다. 갤럭시S에 관련된 광고성 기사가 워낙 쏟아져서 이미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었는데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허와 실을 짚어내는 글을 읽으니 통쾌한 기분마저 든달까.. 기업이든 경제기자든 이 책을 읽는다면 따끔따끔한 부분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경제기자나 기업이 스스로의 잘못된 부분, 혹은 부도덕한 부분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형성된 구조의 틀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굴러가고 있을 뿐이라 변명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변명이 얼마나 구차한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테고 말이다. 그들의 말이 한가지 진리를 담고 있다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부분이다. 결국 독자와 소비자가 자신이 가진 힘을 자각하고 그 힘을 사용하여 강제로 치료해주는 것이 정답이리라.. 인간의 본성이 변하여 사회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합리적인 구조를 창출하여 발전의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야하지 않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이끌어내는 흥미로운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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