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1
왕융하오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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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책은 읽기 쉬운 듯 어려운 책인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시적으로 보이지만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이는 언어들, 사유의 틀은 방대하지만 친근한 비유들.. 사실 노자의 책이라고 해봤자 도덕경 하나 뿐이고 그 책 역시 아주 얇은 책인데도 이렇게 오래동안 사유되고 분석된다는 것은 이 책이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 잘 드러낸다고 생각되네요. 저자에 따라 그 스펙트럼의 무엇을 부각시키는가가 갈리는 듯 한데요, 이 책 [유쾌한 노자]는 생활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경구(警句)]로써의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컨셉이 그러하다 보니 이 책은 포켓북 사이즈의 아담한 크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우선 [도덕경] 속의 한 글귀를 인용한 다음 거기에 대한 분석을 싣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그 글귀가 담긴 원문을 뒷부분에 실어주고 주석과 해석을 달아준 것은 저같은 노자 초보에게는 반갑게 느껴지더군요. 분석을 들여다보자면 언급했듯 철학적인 해석 보다는 인생론적인 해석이 주를 이룬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제자백가가 실제로는 철저히 현실의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탄생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러한 관점을 생소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자는 노자의 사상이 가지는 변증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취지가 잘 드러나는 부분을 인용해볼까 합니다.

[성인은 자신을 뒤에 두어 오히려 남보다 앞서게 된다]는 구절인데요, 노자는 이렇게 해야만 누군가가 기세를 잡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앞선 기회를 잡은 사람 역시 자기 이익이 침해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리라고 여겼다고 하네요. 이러한 주장은 사실 교묘한 처세술로 비판을 받을만한 부분이 있겠지요.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인간 본성에 대한 당연한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공적인 영역 못지않게 사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인정하면서 조화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깨달은 자의 태도라고 본다는 것이지요. 천하의 사물이 유와 무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했다는 노자의 기본 원칙은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계에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변증법을 연상시키는 면이 강하지 않나요?

중국 저자의 책이라 알게 모르게 본격적이고 파고 드는 듯한 분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씌여졌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네요. 경전 전체에 대해 주해를 다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유의미하다 생각되는 부분만 선정하여 자세히 해석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눈에 띕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적은 부담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바쁜 현대인이 옛 경전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이제스트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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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스페이스 - 일상공간을 지배하는 비밀스런 과학원리
서울과학교사모임 지음 / 어바웃어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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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시크릿 스페이스]는 정재승 님의 [과학 콘서트],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시크릿 하우스]와 궤를 같이 하는 컨셉의 책입니다. 생활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과학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주는 책이지요. 그러고 보니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책과 제목도 비슷하네요. 내용상으로도 연상도가 큰 편입니다.

구조를 살펴보자면 큰 단원은 거실, 부엌, 욕실, 방, 길, 사무실, 실외라는 제목으로 7개의 장이 있습니다. 거실이라는 장 아래 하위 챕터로 에어컨,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 제습기의 원리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죠. 두툼한 두께로도 알 수 있듯 내용이 풍부한 편입니다. 쪽수로 350쪽이 넘다보니 읽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더군요.

읽어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사실 챕터 하나하나는 짧은 편이라 읽어가는데 부담도 적고요. 이런 유의 책에서야 워낙 사진과 그림을 활발히 사용하다보니 이 책만의 특성이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 책의 풍부한 사진과 그림은 분명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의 다수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보니 구조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이 적지 않은데요, 이론 내지 학설은 최소화하여 되도록이면 본문 대신 지문으로 끼워넣는 쪽을 택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 하네요. 이 책이 과학선생님들의 공저로 나온 책이니만큼 학생들이 읽기에 가장 편한 방식을 택한게 아닌가 싶어요.

책의 장점은 단점도 될 듯 한데요, 많은 소재를 다루다보니 개개의 내용에 대한 접근은 다소 피상적인 면이 있습니다. 좀 더 알고 싶은데 뭔가 미진하게 설명이 마무리된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인데요, 책의 컨셉상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죠. 뭐, 더 궁금한 것은 좀 더 전문적인 책을 택하여 따로 공부를 하도록 해야겠지요? 그보다 아쉬운 점은 문투의 문제인데요, 말투가 너무 딱딱하다는 느낌입니다. 여러모로 교과서 말투인데요, 아무리 생활 속 소재를 다룬다고는 해도 상당히 딱딱한 구조를 택한 책이니만큼 문투라도 부드럽게 다듬었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하게 되는군요. 공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요?

이 책은 확실히 고등학생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과학원리가 고등학교 교과서의 그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확연히 보일 정도거든요. 과학 공부를 하기에 지친 고등학생들이 좀더 흥미롭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힘을 모은 책이라 할까요? 짤막한 컬럼을 모은 책이니만큼 부담없이 읽도록 권할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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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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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설화와 비밀의 부채]라는 깔끔한 제목 아래 부채 하나가 그려진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차분한 옥빛 배경아래 화려한 부채에는 어떠한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일까? 그리고 분명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가 캐나다의 여성 작가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녀의 그간 저작 활동을 보면 중국이라는 소재에 천착해온 작가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독특한 시각을 기대해야 하는 책인걸까? 여러가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설화와 나리라는 두 명의 중국 여인의 삶을 따라간다. 나리는 이 책의 화자로써 담담히 그녀의 삶을, 그리고 그녀의 영혼의 단짝 [라오퉁]인 설화의 삶을 그려나간다. 1800년대 여성에게 전족이 강요되고 여성으로써의 역할이 명백히 규정되어 있던 중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그들의 슬픔과 기쁨을 다른 여성 동지들과 나누기 위해 누슈라는 글을 사용했다 한다. 여성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누슈, 설화와 나리는 그들이 라오퉁으로 묶인 날부터 부채에 누슈로 편지를 써서 주고 받으며 사랑보다 깊은 우정을 쌓아나간 것이다.




전족을 하게 되는 잔혹한 과정과 가족의 명예와 부를 위하여 낯선 곳으로 시집을 떠나는 과정, 고된 시집살이까지 담담하게 그려가는 이 글에서 역설적이리만큼 강렬하게 생동감 있는 부분이 있었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설화가 삶에 찌들어가 초라해지는 동안, 나리는 지역 유지인 시댁에서 큰마님으로 자리잡아 가게 된다. 강한 인습에 묶여 살아가게 된 나리는 설화를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다. 그저 전통적인 여인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라고, 그러면 너도 행복해질 것이라고 조언을 거듭할 뿐이다. 상처입은 설화가 "있는 그대로 나를 봐주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순간, 그들의 우정은 비틀려 버린다.

설화가 최후를 맞는 순간 이들의 우정은 다시 회복된다. 그러나 설화가 비참히 죽어가는 순간까지, 친구의 우정이 가장 필요한 때에 라오퉁으로써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던 나리는 평생 그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의 비극은 당대 중국이 여성에게 짐지웠던 공고한 인습의 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 비극은 사랑하는 이를 소유하려 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인간의 변함없는 욕망으로 인해 폭발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면서도 보편적인 설득력의 끈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의 근대사에 대해 무지한 내가 이 책이 얼마나 중국의 당대모습을 잘 담아냈는지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전족의 과정, 결혼식 모습, 가문에 대한 여성의 역할 등 세세한 부분에서 충실히 그림을 그려내는 것을 보노라면 이 책의 작가가 저술에 앞서 많이 공부하고 많이 고민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다소 담담한 플롯은 이러한 성실함과 세밀함으로 벌충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이 책이 [조이 럭 클럽]의 왕 웨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그간의 이력을 감안해보면 이 책을 영화화하기에 가장 적절한 감독이 선택된 것으로 생각된다. 또 설화역에 전지현이 캐스팅된다고 한다. 격렬하게 오르내리는 설화의 삶을 연기해내는 것이 배우 전지현에게 커다란 도전이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러한 기대를 기분좋게 배반해주는 작품으로 탄생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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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 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정민.김동준 외 지음 / 태학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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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민 님의 한시 미학 산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이 나오는구나'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좋은 책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법,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고 괜히 흐뭇해 했었더랬다. 그 후 정민 선생의 책이 많이 나오지 않기도 했고 출간된 책이 대부분 전문성이 강하여 그만큼 사랑받는 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에 가지는 신뢰는 쇠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는 그렇게 정민 선생의 이름에 기대는 바가 큰 책이며, 실제로 한시 미학 산책을 연상시키는 면이 많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문학자 모임인 [문헌과해석]에 참여하고 있는 인문학자 27명이 한 꼭지 한 꼭지씩 글을 땋아 엮어낸 책이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부간 크게 구별되는 면은 없으며, 그림을 통하여 역사를 재구성하고 복원한다는 한국학의 목적의식에 충실하게 서술되고 있다. 즉 각 꼭지마다 그림과 시화를 즐기고 읽어갈 수 있는 편안한 책이라 하겠다.







서양화는 '보는' 것이고 동양화는 '읽는' 것이라던가? 시서화가 구별되지 않고 함께 가는 한국 문예의 특성을 한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첫번째 매력이다. 사실 나는 동양화가 '아름다운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서화가 함께 어우러질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매번 경탄을 하게 된다. 500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에 가득히 그림과 시가 세세히 소개되어 있어 내게는 한편한편 읽어가는 것이 너무나 즐겁게 느껴졌다. 한국화가 가지는 매력을 최대한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사진의 질은 물론 종이의 질까지 신경썼다는 것도 좋게 보인다.







그림과 시화를 통하여 역사적 인물들과 당대의 사회상을 읽어내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마치 추리 소설을 읽듯 재구성되어 가는 역사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독자에게 짜릿한 흥분을 안겨준다. 그리고 수백 년의 세월을 넘어서도 변함없이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 성찰과 실수 등을 보노라면 감동과 회한, 슬픔을 느끼게 된다.







한 꼭지 한 꼭지 흥미롭지 않았던 것이 없지만 다산 정약용의 매조도에 깃든 일화를 약간 소개해볼까 한다. 오랜 세월 귀양지를 떠돌아야 했던 정약용은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된 아내가 보낸 치맛자락을 종이 삼아 책을 만들고 그림을 남긴다. 아비 노릇 하지 못하는 애달픈 심정을 담아 아들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하피첩]을 쓰고, 시집가는 딸을 위하여 [매조도]를 그린 것이다. 그런데 같은 치맛자락을 소재 삼아 그려진 [매조도]가 한 편 더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것은 누구를 위한 매조도인가? 저자는 귀양갔던 정약용이 소실을 들였고 그 소실의 소생인 또 한명의 딸을 위해 이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밝힌다. 부정이 아름답게 담겨있지만 이 그림에 얼룩이 있음도 감추지 않는다. 해배된 정약용은 소실과 딸을 거두지 않았고, 결국 두 모녀는 무심히 잊혀져 버렸던 것이다. 비록 정실 부인의 등살에 밀려서라고 하지만, 당대에는(어쩌면 현대에도) 흔히 있을 법한 일이라 하겠지만, 이러한 얼룩은 정약용의 오라와 대비되어 묘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면면이 글과 그림으로 남아 세월을 넘어 후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러한 분야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소장하여 되풀이하여 읽을 수 있을 만하게 만들어진 책이다. 요즘도 가끔씩 [한시 미학 산책]을 꺼내 들어 그림 한편, 시 한편을 감상하곤 한다. 이 책도 [한시 미학 산책] 옆에 꽂아두고 손에 짚이는대로, 눈에 띄는 대로 한 꼭지씩 되풀이 읽고 다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아껴야 할 책이 하나 더 손에 들어온 것 같아 흐뭇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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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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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이 세상을 뜨신지도 6개월이 다 되어가네요. 중학교 때 이윤기 이 편역하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중학교 때 고인이 번역하신 장미의 전쟁을 읽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번역자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제게도 그 이름이 기억에 남았던 것은 왜일까요? 이 책들이 안겨주었던 감격이 크기도 했지만 그 내용을 실어 나르던 글투가 너무나 맛깔스러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설가로써보다 번역가로 더 알려진 것은 고인에게는 서운한 일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에게 아름다운 이름으로 추억될 수 있었다면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하시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이제 고인의 이름으로 나오는 책은 볼 수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그분의 이름을 단 책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목의 앞부분 [그리스 로마]까지만 보고 신화에 대한 책인가 했는데 뒷부분을 보니 [영웅 열전]이군요. 서양인들에게 유년기 필독서 중 가장 중요하게 꼽히곤 하는 플루타르코스영웅전을 소재로 한 책이라 합니다. 생전에 신문에 연재하시던 글을 이제 묶어낸 것이라네요.



사실 플루타르코스영웅전에도 신화 속 인물이 다수 등장합니다만 이 책은 주로 실존인물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화가 끝나고 역사가 시작되는 지점,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책이라 할까요? 저는 1권까지 보았는데 등장인물이 테세우스, 알렉산드로스, 뤼쿠르고스, 솔론이군요. 2권은 목차를 보니 페리클레스, 한니발, 스키피오, 그라쿠스 형제, 카이사르가 등장한다 하고요. 테세우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존인물로 알려진 인물들이며 또 대부분 로마인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의 구별선을 그으신 것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가장 강하게 드는 인상은 글이 '간결하다'는 것입니다. 책의 두께가 얇기도 하고 신문에 연재된 글의 특성이기도 하겠지요. 대부분의 저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담백하고 간명한 글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윤기 의 글도 그러한 성향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내용 역시 등장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연혁을 따라가는 대신 그가 활동하던 시기의 사회 문화적 특성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인물의 언행 중 그의 사람됨을 잘 드러낸다거나 저자가 주목할 만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취사선택한 후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요. 읽기 편하고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혹여 이 책이 이윤기 이 번역한 [영웅전]이라고 생각하신 분은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에 영웅전을 읽어본 적이 있거나 그리스 로마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독자가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제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다룬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르네상스 바로크 시기의 아름다운 명화들을 이야기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뛰어난 그림들이 고대사로부터 소재를 빌려온 경우가 많으니 그렇겠지요? 이 책 역시 빼어난 질의 명화 사진이 책의 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읽기 전에 쓱 훑어보기만 해도 흐뭇한 기분이 들죠. 또 고유어나 잘 쓰지 않는 말을 사용하여 마치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할아버지처럼 이야기를 건네는 이윤기 특유의 말투는 언제나 정겹고 반갑고 즐겁습니다.







다만 한 권으로 내도 될 것을 굳이 두 권으로 나누어 낸 것은 별로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디자인이나 정장 등의 퀄러티가 높았으니 다행이지, 자칫 오해(?)를 사기 딱 좋은 분책이네요. 고인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피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내용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으로 올바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제가 예전과는 다른 눈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사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부터가 당대의 지배적 가치관을 강하게 담고 있는 책이죠. 이 책 역시 조금씩 두들겨가며 읽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고인을 기리며 한장 한장 읽어 나가다보니 복잡한 기분이 들더군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친숙한 글투가 옛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느끼게 했고, 그분이 정말로 떠나셨구나 새삼 실감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다른 독자분들께도 이 책이 또 하나의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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