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송규봉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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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섭을 화두로 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을 중심으로 여타 분야를 포섭하는 방식으로 쓰여지는 책이 주를 이루지 않나 생각되는데요, 이 책 역시 '지도'를 소재로 하여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 책입니다. 상당히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더군요. 인문, 사회, 문화, 역사 등 제분야에 대하여 자료를 모으고 그에 대하여 해설하고 열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루하지 않은 한편으로는 약간 산만하다는 인상도 드는군요.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는 목적과 바램을 한 장의 그림으로 응축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 그림이 무엇인지 알아채셨는지? 작가는 이렇게 뒤집혀진 한장의 지도를 통해 우리의 인식이 기존 관념이라는 중력에 얼마나 쉽게 얽매이게 되는지 경고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상상력을 꼽고 있는 것이지요. 



'지도'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실상 '공간' 입니다. 그리고 더 핵심을 파고 들자면 '인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때문에 초반부에서는 다소 철학적인 개념들을 들어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차원적 공간에 3차원의 공간을 담아내기 위해 지도 제작자는 본질적으로 인식의 영역을 변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도를 읽기 위해서도 공간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지 않으면 안되고요. 저자는 그러한 지도의 속성이 인식문제를 다루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다소 철학적인 출발에도 불구하고 책의 대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스타벅스의 입점을 소재로 하여, 입지를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공간 인식이 현실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지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된 소재는 체감도가 높지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라 지도의 역사, 혹은 공간 인식이 낳은 승리(?)에 대해 서술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지도 자체가 당대 사람들의 인식구조를 반영하고 그들의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설득력있게 서술되고 있는데요.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는 사실인데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빗대어 보여주니 새삼 놀라게 되더라고요.

  

공간 인식이 낳은 승리(?)로 예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의 해류를 이용하여 12척의 배로 수십배에 달하는 적을 격파할 수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요, 지역의 공간적 특수성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창의적인 이용이 이순신 장군의 천재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같은 사실이라도 어떠한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책을 통해 다른 이의 시각을 빌리는 또다른 재미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인문서이기는 하지만 술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온갖 분야가 망라되어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루할 틈이 없네요. 그리고 의외랄 정도로 이 책은 실용적인 태도에 입각하여 서술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문서이지만 자기개발서적인 내용이 상당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까요? 요컨대 상상력으로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연 자가 승자가 된다는 논지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것이죠. 현실에 발딛고 있는 이러한 주장은 물론 타당한 것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부분부분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상상력이 역사 속에서, 삶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봐지는 것이 조금은 서글펐다고 할까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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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과학 - 생생한 판례들로 본 살아 있는 정의와 진리의 모험
실라 재서너프 지음, 박상준 옮김 / 동아시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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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법의 긴장은 역사상 여기저기서 쉽게 찾을 수 있죠. 본질적으로 법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지만 과학은 진보적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다보니 과학이 법을 이끌어가는 형태로 법이 변화해가는 양상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러한 관계로 인해 양자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기도 할텐데요, 특히 과학발전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는 현대에 와서는 그런 갈등 양상이 더 자주,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양상을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생각보다 제법 예전이더군요. 1985년에 출간된 책인데 이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대부분 현재진행형이라는 인상입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발전속도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고, 본질적인 문제는 쉽사리 명쾌한 해결책을 찾기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전반부에는 '전문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예컨대 과학이 법적 판결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력을 끼치도록 허락할 것인가의 문제를 논의합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실제로 과학에 대하여 취해온 태도의 변화를 기술합니다. 후반부에서는 실제 사건을 들어 구체적인 갈등 양상을 그려냅니다. 소송과 판례를 중시하는 미국의 법문화가 잘 드러나는데요, 예컨대 유독물질로 인한 인과관계의 파악 문제라던가, 유전공학의 도입 과정, 가족의 범위의 변화의 주제를 놓고 어떻게 갈등이 일어나고 어떻게 타협을 하게 되는가를 세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은 결코 읽기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 구성부터가 법학전공서적을 연상시키는 구조인데요, 무엇보다도 문체가 극히 건조하고 규정적입니다. 보다 보면 법철학서를 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니만치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가볍게 교양서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으려고 하기에는 벽이 높은 편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행간에서 묻어나는 미국 법체계의 성격이 우리의 그것과 너무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에 있어서는 지극히 보수적인 양상을 보이는 미국문화의 특성이 법문화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더군요. 판례를 중시하는 법체계인데 어째서 이렇게 경직되어 있을까 싶은 부분도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그것이 나름의 균형을 이루기위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역자 후기를 보면 이 책을 소개하는 의의가 잘 요약되어 있더군요. 실제로 우리가 겪은 과학과 법의 갈등 양상은 이 책에 소개된 미국의 그것과 비견하여 궁리해볼 바가 많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왠지 교양서스러운 디자인의 책이지만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가야 하는 책이었습니다. 두께도 상당하지만 하루에 한 단원 이상 읽으면 머리가 무거워지는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법대생이나 법 관련자를 대상 독자로 삼은 책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물론 내용 자체의 충실함이나 번역의 정확성은 인정할만 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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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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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만든 여러 컨텐츠 중에 가장 괜찮다 생각하는 것이 네이버캐스트이다. 매일 매일 한토막 한토막씩 철학, 음악, 문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섭취하는 즐거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 '철학의 숲' 코너도 상당히 오랫동안 읽어온 캐스트인데 그것이 책으로 묶여 출간이 되었단다.

책을 손에 드니 표지가 눈 안에 들어온다. 밀밭을 배경으로 외발자전거를 탄 채 한없이 외롭게, 한없이 자유롭게 뒷모습을 보이며 나아가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철학이란 것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서는 결국 가치관, 삶의 지침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랄까...



책의 제목은 '철학' 연습이지만 철학 전분야를 다루고 있지는 않고 현대철학 부분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1부는 현대철학의 터를 닦은 철학자들, 그리고 현상학과 실존주의에 족적을 남긴 철학자들을 소개하는데 할당된다. 상대적으로 익숙치 않은 이름들, 예컨데 레비나스나 메를로퐁티 등이 오히려 관심을 끈다.



이 책이 철학 '연습'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2부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야겠다. 삶 속에서 우리를 망설이게 만드는 것들, 존재, 차이, 돈, 사랑 등의 심각하면서도 일상적인 관념들을 1부에서 소개된 철학적 사고방식을 통하여 고민해보는 것이다.



웹 상에 연재된 글들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짧고 명쾌하다. 그러한 글을 모아 묶은 책이기 때문에 이 책 역시 읽어나가는데 버거운 편은 아니다. 물론 낯선 철학적 개념들과 마주쳐야 하는 부분에서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간소하고 명쾌하게 소개하고자 노력했다는 인상이 든다. 그런 명쾌함 속에서 혹여나 변질이나 왜곡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현대철학의 난해함에 첫발조차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의 저술 방식은 대상독자에게 잘 부합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현대 철학자 중에서 근래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질 들뢰즈가 아닌가 한다. 긍정, 차이, 반복, 노마드 등 요새 신문 기사에서도 자주 보게되는 관념들이 질 들뢰즈의 그것이니 말이다. 현대철학의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체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수평적이고 중심과 주변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들뢰즈 철학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하곤 했는데, 저자는 그런 철학의 핵심들을 최대한 간결하고 명쾌하게 요약해낸다. 물론 수다한 연구자들이 두툼한 책 수십권으로도 다 담아내지 못한 그의 철학을 6장이라는 한정된 분량 내에 다 담아낼 수는 없는 일이겠으나, 그의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않은가 한다.



1부보다는 2부가 매력적이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과거에, 혹은 동시대에 벌어진 이런저런 사건들을 끌어모아 철학적인 관념과 연결지어 서술해간다. 깊이보다 넓이가 중요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문제, '차이' 역시 빠지지 않는다. 철학 역시 시대의 요청에 의해 흥망성쇠하는 것이고보면 '차이'라는 주제가 중요한 화두가 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리라.



글의 성격상 심각한 고찰은 지양하고 있지만 고민되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은 최소한도로나마 언급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예컨대 발점을 고의로 왜곡하여 교묘하게 '차이'를 다시 '차별'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극우파의 움직임 역시 빠지지 않고 소개되고 있다. 삶을 결코 단순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철학의 '병'이자 철학이 희망인 이유 아닐지...



'돈', 빠지지 않는다. 수단이면서도 더 이상 수단일 수 없는 돈만큼 현대인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쏟아져나오는 대부분의 자기개발서도 결국 돈 문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 그러한 현실감각에 안도해야 할지, 아니면 속물성에 진저리쳐야할지.. 철학자는 돈에 초연했을 듯한 인상을 받곤 하지만 생에 있어서 이만큼 중요한 명제를 철학자들이 간과했을리 없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다룬 돈의 철학은 흥미롭다. 간단한 듯 보이는 것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철학자의 특기라지만 그 와중에 드러나는 잊혀진 문제점들, 잊혀져서는 안될 문제점들을 보노라면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가장 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부분은 바로 헤겔이 관상학자와 골상학자에게 던진 말이 인용된 부분이다. 그는 [정신현상학]에서 '사나이라면' 관상학자에게 따귀를 날리고, 골상학자는 골통을 바수어버리라는 과격한 말을 남긴다. 인간은 의지와 행위로 존재한다는 근대철학자다운 자부심과 열정이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깔끔하고 상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한다. 읽고 나면 가뿐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현대철학 입문서라고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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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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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으로 반가워지는 책입니다. 아름다운 글씨체로 세로로 적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9글자가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군요.

처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만난 것이 대학교 입학 직전의 겨울방학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입학이 결정되고 한가로운 와중에 이런 저런 책을 들추어보던 때이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회자될 정도로 이 책의 반향은 굉장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군요.

성급한 일반화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민족의식이 강해선지 한국인은 자부심이 강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최초, 1등에 대한 집착도 강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작아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들꽃처럼 소박하고 앙증맞은(?) 문화재들은 교과서 속 부연 설명이 없이는 초라하게만 보였죠.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강대국 혹은 전 강대국의 대규모 유물들에 비교해보면 부끄럽게만 여겨졌고요. 그런데 이 책은 우리의 문화가 가진 조화와 균형의 미학을 너무나도 우아하고 기품있게 담아내는데 성공했지요. 유머와 촌철살인의 날카로움이 곁들어진 작가의 필력은 글 읽는 재미를 배가해주었고요. 그러한 기억 속에서 10여년만에 돌아온 이 시리즈는 더욱 반갑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등장하는 수묵화가 인상적입니다. 여백의 미를 담뿍 담은 그림 한점을 실음으로써 내지 한장을 예술작품으로 끌어올리네요. 작은 아이디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세심함과 엄정함이 책이 가지는 격을 높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 시리즈가 주장해온 주제와도 잘 부합하는 점이겠고요.







처음 등장하는 것은 경복궁입니다. 우리의 법궁이라 하겠습니다만 영욕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기도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와 정면승부를 한다는 느낌의 꼭지였습니다. 4개의 단원을 할당하고 있는만큼 분량도 가장 많고요. 예전 답사기 2권에서 석굴암을 샅샅이 파들어가며 한국적 미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노력했던 작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가장 많은 이들이 들어보았음직한 경복궁이니만큼 친밀감도 크지만, 한편으로 '이런 것까지 보는 것이 유흥준의 눈인가..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구나'하는 반성이 앞섭니다.








제가 처음 경복궁을 갔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중의 하나가 굴뚝입니다. 정교하면서도 우아하여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었는데요, 그 굴뚝에 또다른 비밀이 숨어있었네요. 도대체 이와 같은 장인의 치밀함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역설적으로 치열하게 계산을 해야했던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아름다움은 대충대충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 게지요.







처음 경복궁에 갔을 때 근정전이나 교태전 등의 상대적인 소박함(?)에 대비되어 더욱 인상적이었던 경회루입니다. 사실 우리의 유물 중에 이 정도로 대놓고 화려한 것도 드물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 당시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아쉬움을 느꼈어야 했는데요, 아니나다를까 문화재청장이었을 당시, 경회루 출입을 허가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저자의 자기자랑(?)이 눈에 띄는군요^^ 사실 이 책 곳곳에는 청장 재직시의 업적에 대한 소개가 적지 않은데요, 당시 저자가 이런저런 일로 인해 적지않게 고생해야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약간 과하다 싶은 이런 과시들도 그리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분명 당시의 입장에서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혹은 말했지만 알아주지 않았던 사실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경복궁에 이어서는 순천 선암사, 달성 도동서원, 거창과 합천, 부여, 논산, 보령의 문화유산들이 등장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불멸의 주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인생도처유상수'라는 6권의 주제도 계속 떠올리게 되더군요. 특히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촌철살인의 에피소드들이 이번 권에서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 에피소드들 중 상당수가 '인생도처유상수'라는 주제를 상기시킵니다. 선암사 편에서 등장하는 비엔날레와 관련된 에피소드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더군요.





거창 합천 편에서는 종갓집을 떠받들고 있는 종부들의 고충이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혈통과 가문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함을 넘어서서 우습게까지 보입니다만, 민족적 정체성으로써의 종가가 가지는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 종가를 지켜온 것은 긴 수염을 늘어느리고 에헴거렸던 남정네들이 아니라 묵묵히 고된 일을 떠맡아온 사진 속의 여인네들, 어머니들, 딸들이었을 것입니다.








거창 합천 편에는 6권의 표지로 쓰인 쌍사자석등도 등장합니다만 저는 단계마을의 돌담길에 대한 소개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뒤이어 부여 논산 보령 편에서 전국 돌담길 8컷이 소개되는데요, 사진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포근해지는 느낌입니다. 점점 더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것들이기에 더욱 소중히 아끼고 지켜야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독자에 대한 서비스컷처럼 느껴져서 더욱 정겨웠던 대조사의 꽃사슴 사진도 인상적입니다. 이 녀석은 우연히 산사에 내려웠다 카메라에 찍힌 것이 아니라 절에서 키워지고 있는 사슴이랍니다. 이름이 무려 "해탈"이라네요. 이 사슴 덕에 대조사가 녹야원을 연상케 한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봅니다. 대조사가 담아내는 백제의 우아미와 신비로움이 배가되는 느낌이랄까요...







6권에는 특이하게도 부록이 있더군요. 바로 답사노트인데요, 6권뿐 아니라 출간된 전 시리즈에 소개되었던 명소들을 계절별로 찾아가기 좋게 배열한 다음 지도를 덧붙여둔 것입니다. 아무리 이 책이 뛰어나다 해도 현장이 가진 모든 매력을 담아내기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부록을 보노라면 저자가 독자에게 당장 가방을 둘러메고 나서라 하고 등을 툭 떠미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더군요. 이번 시리즈에서 경복궁 편을 보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역시 직접 가본 것이 아니면 애정도 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봄이 다 가기 전에 6권과 함께 1~3권을 다시 배낭에 담아두고 답사를 떠나야할까 봅니다. 이제 청장직도 내려두셨으니 집필에 전념하실 것이라고 기대해도 되겠지요? 조만간 출간된다는 7권 이후로도 시리즈가 죽 이어진다면 답사해야할 곳은 수다하겠네요. 마음이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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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일본어저널 (1년 정기구독) - 듣는 즐거움, 읽는 재미, 쌓이는 실력
(주)다락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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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를 시작한지는 꽤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당장의 필요성이 적다보니 하다 말다 하고 있는게 사실이네요. 많은 다른 분들처럼 저 역시 일본의 애니매이션과 만화, 혹은 소설에 끌려 일본어 공부를 해봐야겠다 생각이 든 케이스인데요, 공부하다가 뭔가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기분이 들면서 페이스가 떨어져버린 것이죠. 요즘에는 본격적으로 하기보다는 짤막한 일본어 소설을 사본다던가, 원서 만화를 구해서 읽는다던가, 좋아하는 애니매이션을 보면서 일본어 자막을 해석해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식의 여유있는 공부도 좋지 않을까 스스로 납득시키고 있습니다만... 

일본어저널 역시 그런 식으로 공부하다가 구매하게 된 것인데요, 보통 일년에 한 3~4권 정도 사보고 있습니다. 왜냐면 워낙에 천천히 읽어가다보니 다 보는데 한 두달 걸리거든요. 두껍지 않아 보이겠지만 저 정도의 실력으로는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읽어내고 공부하는데 그정도 기간이 걸리더라고요.

일본어저널의 장점은 역시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구성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도 늘 새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읽으면서도 질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좋게 느껴져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는 부분은 일본명소를 소개하는 부분과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는 부분입니다. 게으른 주제에 여행에 대한 동경만 많다보니 여행기를 열심히 읽는 제게는 역시 이런 꼭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와요. 특히 이번 호에는 일본의 세계문화유산이 쭉 모아져서 소개되어 화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교토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도시네요. 또 보통 일본의 꽃놀이하면 벚꽃만 연상하게 되는데 이번 호에는 복숭아꽃을 중심으로 한 꽃놀이 코스를 소개하고 있더군요. 신비로운 느낌의 도화도 벚꽃만큼 매력적이네요. 일본의 배과학관도 소개되어 있는데요, 관심있는 분은 좋아하실 만한 명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 일본어 코너에는 클로즈드 노트가 소개되었습니다. 그래도 유명한 개봉영화는 챙겨보는 편이라 보통 제가 아는 영화가 소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번 호에 소개된 것은 처음 알게 된 영화네요. 개인적으로 영상매체를 사용한 외국어공부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열심히 보고 또 보는 코너입니다. 뉴스로 공부하는 것이 공부라는 측면에서는 최고겠습니다만 제게는 영화나 애니매이션 정도가 딱 균형이 맞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살짝 제 취향은 아닌 영화입니다만, 한번 찾아서 감상해볼 예정입니다.

 


"일본어 일본인" 코너도 빠질 수 없죠. 일본어 속에 숨겨져 있는 일본인의 특성을 살펴보는 코너인데요, 영어를 공부할 때부터 언어가 담아내는 민족성이 언어 자체보다 흥미로웠던 제겐 이런 코너가 너무 반갑답니다. 깊이 공부해갈수록 이러한 특성에 대해 실감하게 되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지는 동인이 되는 부분입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된 특성은 다소 평이했습니다만 소재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하는 것이니 다음 호에서는 제가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다뤄지겠지요 뭐~

 


제가 일본어와 거리를 두게 된 원인인 한자....  여전히 마주치면 살짝 겁부터 납니다만 그리 어렵지 않은 한자를 위주로 설명하고 있으니 꼼꼼히 읽어두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일본 원전 사고와 관련한 시사 칼럼, 일본 음식과 음식점 소개, 일본어 동화, 단편 소설 발췌본, 문법, 일본어능력시험 문제 등이 실려있습니다...만 일단 제 실력으로는 이 부분은 천천히 봐나가야겠지요. 이번에는 간격이 길어져서 한 넉달 만에 보게 된 일본어저널인데요, 아는 분은 다 아는 어학 잡지니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이번 호도 꽉꽉 채워져있으니 열공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도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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