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의 역사 - 과학공부를 잘하기 위해 먼저 읽어야 할
쑨이린 지음, 송은진 옮김, 이은희 감수 / 더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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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에 대한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요즘인데요, 진화론은 물론 생물학에서부터 유전학, 그리고 분자생물학까지 아울러 생물학의 역사를 요약한 책이 나왔습니다. [생물학의 역사]라는 심플한 제목을 달고 있네요. 사실 색감을 비롯하여 표지 디자인은 다소 우중충한 느낌입니다만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서양속담도 있잖아요? 책은 무엇보다 내용이 중요하지요.



다소 의외였던 것은 이 책이 중국 저자의 책이라는 것이죠. 그것도 순수히 중국에서 활약하는 생물학자인 듯 하고요. 애초에 이 책도 중국 국내를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인지, 책의 초반부에 인용된 사료에 중국의 것이 많더군요. 책의 시작도 거인 반고의 창세신화가 열고 있고요, 청장 동물화석군, 베이징 원인 등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물론 후반부에 가면서 죄다 서양과학사가 되어버리는 건 불가피해지지만요. 아무튼 5년 전만해도 문학, 사회학 분야에서도 중국인의 책을 보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경제학, 과학 분야에서도 쉽게 중국의 책이 번역된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제는 물론 학술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얼마나 드센지 알게 되네요. 왠지 섬뜩하군요.



관계없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책의 내용을 살피자면 상당히 잘 만든 책이라 하겠습니다. 첫째로 기원, 해부학, 세포학, 생리학, 진화론, 유전학, 분자생물학 등 생물학의 제분야를 역사순으로 열거하되 적절한 분량으로 잘 응축시켰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제가 과학사에 대해 능한 편은 아닙니다만 기존의 지식으로 미루어보아 꼭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취사선택해서 담아낸 것 같아요. 둘째로 글의 분량과 동등할 정도로 넉넉하게 실려있는 사진과 주석자료가 인상적입니다. 쉬운 개론서는 많지만 그 대부분이 지루한 것도 사실인데요, 사진과 주석이 그런 지루함을 덜어내줍니다. 이쪽 분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가볍게 읽어낼 수 있을 정도라고 보입니다.



본래 두께가 두꺼운 책은 아닙니다만 사진이 많이 실려있는 덕에 분량 자체가 상당히 적습니다. 책을 빨리 읽는 사람이라면 2~3시간이면 거뜬히 읽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그것은 읽기 쉽게 쓰여진 문체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다양한 일화에 빚진 바도 커 보이네요. 중학생 이상이라면 생물학의 역사를 배우고자 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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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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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을 쓴 댄 애이얼리가 신작을 냈습니다. 이번 작은 인간의 부정직함에 대해 뜯어보고 있군요. 제목부터가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모 미드의 괴짜 의사 하 모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Everybody lies.'라지요? 사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거짓말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거짓말이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을지, 그리고 타인의 거짓말을 어떻게 꿰뚫어볼 수 있을지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테고요. 댄 애이얼리는 전작의 태도를 유지하며 인간의 거짓말에 대해 논하는군요. 경제학자답지않게(?)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존재라고 보면서도 그 행동양식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두께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만 이 책은 전작보다 훨씬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학 분야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까지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다양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각 장마다 적어도 2개 이상의 실험이 소개되고 있을 정도거든요. 단순히 이론적 고찰을 넘어서서 실험적 적용까지 나아가고 있으니, 믿음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더군요. 아무튼 전방위적으로 부정행위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탐구해가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 하겠습니다.



이 책에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요약하자면 인간은 경제적으로 부정행위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 하는 한편 심리적으로 정직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 양자 간에서 상황에 따라 줄타기를 하다 보니 일관성 없는 태도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리고 슬프게도-하지만 당연하게도-이런 태도는 교양이 있건 없건, 지식 수준이 높건 낮건, 나이가 많건 적건 그다지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함에 있어 인간의 그러한 면을 항상 고려해야 할테고요. 그것이 행동경제학자로써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적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함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언급했듯이 다양한 실험을 최대한 포함시켰던 것이 가장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또 전작에서도 보여주었듯, 미국식의 유머러스함을 능숙하게 구사해내는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기도 했고요. 혹시 사회학 도서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진 분이 있다면 첫번째로 권할 수 있을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말 재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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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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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전당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당포에는 마법사가 살고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듣고 그 대신 돈을 주지요. 그리고 그 추억은 아이의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20살 전까지 그 돈을 갚으면 추억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살 생일이 지나는 순간 되찾지 않은 추억은 불가사리가 되어 바닷속에 가라앉지요. 그리고 다시는 전당포를 볼 수도 없고 전당포가 존재했다는 기억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매우 동화적이고 그만큼 확실한 설정으로부터 소설은 출발합니다. 사실 설정만으로 이 소설의 흐름은 절반 이상 결정되어 버리죠. 그리고 그 예상에 대부분 맞아떨어지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소소한 순간을 살아가며 그 일상성에 지겨워하는 아이들은 다른 욕망을 위해, 상처입지 않기 위해 그 추억을 마녀에게 파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추억을 사는 마녀에게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한 소녀가 등장하구요. 이 소녀를 중심으로 전당포를 드나드는 몇몇 아이들의 성장기가 이 소설을 끌어가게 됩니다. 그 과정은 담담하고 편안하고 한편으로 그림처럼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일본의 멜로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큰것보다 소소한 것들이 더 인상적이고 감동깊게 기억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지요.



혹여 이런 소개에 마녀를 악인으로 오해하는 분이 있으실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녀야말로 어린 시절 추억 자체인걸요. 갑작스레 떠오른 과거의 추억, 다시는 돌이킬 수 없기에 오히려 그 편린이라도 느껴보고 싶어 눈물지어본 사람이라면 알 아련함이 마녀의 표상입니다. 추억을 사는 마녀에게 의문을 품었기에 마녀를 이해할 수 있었던 소녀와,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누구보다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마녀의 이별은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애틋한 장면이지요.



성장소설이라 일컬어지는 많은 소설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인데요, 과연 성장소설이 청소년을 위한 것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성장의 많은 부분은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년은 소설을 보고 성장의 한부분 한부분을 알 수는 있겠지만 마음깊게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성장소설은 결국 과거를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위한 소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 역시 그렇게 과거를 그리워하는 어른들의 애잔함을 흔들어주는 소설이네요.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마음을 치고 들어오는 소설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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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한자어 2단계 (6급 포함) 교과서 한자어 (아이한자) 2
권용선 지음 / 홍익교육(아이한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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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한자 공부를 위해 출간된 '교과서 한자어' 시리즈의 2단계네요. 1단계가 7급, 8급의 한자를 다루고 있었는데요, 2단계는 뒤이어 6급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 어린 시절의 한자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을 보다 아끼고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한자교육을 포기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만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던 것이고요. 언어란 것이 형성된 후에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팔다리를 잘라내고 새로운 사지가 생겨나기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천년에 걸쳐 우리 말속에 녹아들어온 한자어가 국어의 70%가 넘는다는 점은 한자가 국어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듭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차치하고서라도 한자를 공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자극적인 활동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언어만큼 인간의 사고방식과 논리를 풍부하게 담아내는 것도 없다고 봅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단순히 암기에 의해 습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언어도, 깊이 파고들어가다보면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뭐 학생들의 입장에서라면 한자 습득이 국어능력의 향상, 이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실용적인 이야기도 해줄 수 있겠지만요.



해당한자가 포함된 두 글자의 한자어를 한 페이지에 할당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마음에 듭니다. 주제별로 묶는 방식도 암기의 측면에서 볼 때 좋다고 봅니다만, 단어별로 묶는 방식도 실용성의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사실 책 제목부터가 교과서 한자어이기도 하니까요. 그 외의 구성은 특이한 방식은 아닙니다. 한자의 음과 훈을 제시하고 그 유래를 설명하지요. 꼭 상형문자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이용하여 풀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구요. 그리고 아래쪽에 필순과 부수를 설명하고 직접 써볼 수 있는 여백을 할당하고 있지요. 중국어 강세의 추세를 반영하듯 중국어 간체자와 중국식 발음을 포함시킨 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한자능력검정시험용의 기출, 에상문제가 실려있구요, 약간이나마 사자성어도 실려있습니다.



두꺼운 책은 아닙니다만 포함시켜야 할 것은 적은 양이라도 모두 포함시키고 있는 책이네요. 얕지만 넓게 라는 기초학습법에 충실한 책이라고 하겠네요. 약간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연습문제가 적다는 것이죠. 책의 뒷편에 실린 2장의 문제는 부족하다는 인상이 듭니다. 한자공부의 어려운 점은 쉽게 질린다는 것일텐데요,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도전요소가 강한 문제들을 중간중간 많이 섞어주는 것이 적절한 자극이자 흥미요소가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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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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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1번째 작품이 마침내 출간되었네요. 인기있는 작품을 우선 출간하고 반응을 살펴본 후에 나머지 작품을 출간한 것일까요? 출간 순서가 독특했네요. 4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가장 먼저 출간되었고 저도 이 작품으로 타우누스 시리즈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시리즈 전5권 중 국내출간된 작품 4권을 다 읽어버리게 되었구요.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1.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2. 너무 친한 친구들
3. 사랑받지 못한 여자

4. 바람을 뿌리는 자

 

순이었습니다. 역시 첫출간된 작품이 제일 재밌었네요. 내용도 풍부하고 인물묘사와 주제의식에 있어서 가장 뛰어났습니다. 솔직히 군계일학이라는 느낌도 있어요. 나머지 작품은 추리소설로써 그렇게까지 대단하다 하기는 어렵거든요.

 

 타우누스 시리즈는 스릴러적인 요소는 그다지 강하지 않고요, 미드처럼 캐릭터성에 집중하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읽어갈수록 보텐슈타인과 피아, 두 주인공의 인생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1권은 이 두 명의 만남과 개인사의 뿌리가 드러나는 책이기 때문에 그런 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면이 있더군요. 타우누스 시리즈의 장점 중 첫째로 꼽히는 것이 인간의 욕망의 다양한 면모와 욕망에 따른 행동을 잘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데요, 제목대로 특히나 여성들을 주목해서 보게 되더군요.

 

 스릴러성이 적다보니 클라이맥스에서의 쾌감이 적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던 것 같네요. 이제 남은 건 3편 깊은 상처군요. 대단히 재밌다고 느껴지진 않는데 왠지 전부 다 읽게 될 것은 예감이 들어요. 이것도 왠지 드라마를 계속 보는 심리와 비슷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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