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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입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석기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8월
품절
사실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네요. 1년 전쯤에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나서 우연히 김영하 님의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팟캐스트를 들은 것이 첫 경험이었으니까요. 마니아랄 정도로 팟캐스트를 듣지는 않습니다만 오고가는 중에 책이나 어학 관련 팟캐스트를 꾸준히 듣고 있는데요, 시간 때우기도 좋고 유용성도 좋고 무엇보다 자유분방함도 좋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팟캐스트를 들은 일이 없었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외국에서 역시 팟캐스트는 인기인가 봅니다. 이 책의 뿌리가 된 'Philosophy bites'라는 팟캐스트도 12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기록을 가지고 있다니 말입니다.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을 주제별로 모아 펴낸 것인데요, 그러다보니 대화체의 양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생동감 있고 날것 그대로의 맛이 나는 인터뷰 양식을 좋아하는지라 저에게는 이 책의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철학적 내용보다는 각각의 인터뷰이에게 눈이 먼저 가는 것이 사실인데요, 스폰서가 빵빵한 팟캐스트라서일까요? 인터뷰이의 면모가 장난이 아니네요. 하나같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마이클 센델이라던가 알랭 드 보통의 이름도 보이니 말입니다.
어디서부터 읽든 상관이 없는 책인지라 샌델과 보통의 글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도 관심이 가는 주제를 골라가며 읽었는데요, 주제의 독특함에 놀라게 되더군요. 샌델은 스포츠와 체력 증강, 보통은 건축 미학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요, 보통이 건축에 조예가 있음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스포츠와 체력 증강을 주제로 들고 나온 샌델은 신기하게만 느껴지네요. 하지만 읽어보면 역시나 충실하게 윤리학의 기본 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형이상학 한입'과 '인생 한입'의 두 장이 재미로나 깊이로나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다소 아쉬운 것은 인터뷰 하나하나의 길이가 너무 짧다는 점이네요. 10장을 넘어가는 인터뷰가 없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짧은데다 주제도 독특하다보니 읽기에 어려움이나 지루함이 없다는 점은 좋았습니다만, 한편으론 하나같이 얘기를 하다 만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사실 짧은 만한 것이 원본이 된 팟캐스트 방송을 찾아보니 대부분 15~20분 정도의 길이더라고요. 팟캐스트로 듣기에는 짧은 쪽이 나았겠습니다만 책으로 읽기에는 역시 호흡이 좀 짧게 느껴지네요. 책에서 관심이 가던 주제로 골라서 우선 팟캐스트 방송을 다운받아 두었는데요, 하나씩 듣는 재미가 색다르네요. 영어의 벽은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대충 내용을 아니 들을 만 하더군요. 겸사겸사 영어공부도 되고 말이죠.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도 괜찮은 철학 팟캐스트 방송이 하나 정도는 생겼으면 좋겠네요. 철학으로 검색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유감스러워요. 알고 보면 절대 지루하지 않은 것이 철학인데.... 제가 한번 방송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