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
한장일 지음, 심엄지 그림 / 지식노마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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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가꾸는 게 기본인 시대, 남성 패션잡지 역시 여성지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단행본으로도 관련서가 제법 출간되던데요, 저의 경우는 일단 저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이 책의 저자는 모 매거진의 패션 에디터인데요, 나이가 28세이시더군요. 20대와 30대의 경계에 있으신 분이라 책의 제목을 저렇게 붙이신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실상 책에서는 특정 연령대와 관련된 패션을 언급한다는 인상보다는 패션 입문자를 위한 조언을 모아둔 것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보통 이런 책은 패션 팁을 제시하면서 관련된 사진을 많이 싣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수수해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두껍고 글씨가 많다고 할까요? 그것은 이 책의 저술방향이 조금 달라서인 것 같은데요, 우선 저자가 가방, 양말, 구두, 슈츠 등 각 아이템에 대한 자신의 체험을 풀어냅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저자의 깨달음과 노하우를 추가로 기술하는 방식이지요. 패션에 대한 고집(?)으로 인한 어머니와의 갈등 이야기라던가, 어린 시절 꽂힌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한 분투기라던가 상당히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흐흐흐' 웃으면서 읽어가게 되더군요.


책이 두께가 제법 있는 게 이유가 있는데요, 다루고 있는 소재들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의류는 당연하고요, 안경, 가방, 속옷 등 각종 엑세서리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 보관법도 언급하고 있고요. 그리고 피부와 체형 관리법, 모발 관리법, 마사지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패딩, 양말, 속옷, 피부를 다루고 있는 파트가 제일 재밌더군요. 이야기 자체가 재밌기도 했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거든요.


조금 늦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에세이의 형식을 택함으로써 차별화를 택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고 보이네요. 무엇보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쓰여진 것이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책은 아무래도 즐겁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펴들게 마련인데요, 간혹 쏟아지는 정보에 부담을 느껴 책장을 덮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어차피 그 정보를 모두 생활에 응용할 수도 없고 말이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예상 독자의 눈높이를 잘 맞추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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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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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기가 막히게 뽑는 작가 올리버 색스의 신작입니다.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는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권하기 딱 좋을만큼 내용이 잘 정리되고 전개가 흥미진진한 입문서였는데요, 기가 막힌 필력을 보여주어 후속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작의 제목 역시 번역에 힘입은 바가 커 보입니다만 어쨌든 눈길을 끄는데 성공하고 있네요. 침대에서 다리를 줍다니,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 상상하기도 어려운 제목입니다.



펴든 책의 머릿말은 다행히 저자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알려줍니다. 늘 환자를 대하던 그가 불의의 사고를 겪으면서 환자의 처지가 됩니다. 벼랑에서 떨어져 그 기능을 상실한 그의 다리는 저자에게 마치 완전히 낯선 '대상'처럼 느껴졌던 것이죠. 이러한 체험은 그에게 신체 이미지와 신체 자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은 그가 부상을 입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부상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는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대하게 되면서 새롭게 깨닫게 점이나 부상이 치료되는 과정에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고찰 끝에 그가 깨달은 신경의학의 문제점과 미래의 신경의학에 대한 비전에 이르기까지 서술되고 있습니다.



아주 다양한 관점에서 아주 다양한 내용을 복합적인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가닥을 잡기 쉽지 않은 책이라고 하겠는데요, 기본적으로 의학보다는 철학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럼에도 대화장면이 잦고 서사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수기라기보다 소설처럼 느껴진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묘사가 너무 세밀하고 정교하여 기억에 의존하여 쓰여진 것이라기보다 기억에 상상력으로 살을 붙여 서술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당한 후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장면이라던가, 치료 과정에서 의식이 혼란에 빠지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일임에도.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온갖 단상들을 복합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알고는 있었지만 저자의 필력이 기대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아무튼 종합하자면 요새 유행이 된 통섭적 발상의 소설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상과 다소 다른 내용의 책이었고 워낙에 다양한 내용을 아우르는 책인지라 만만치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읽어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읽는 동안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저도 부상을 입고 신체에 대한 이질성을 느낀 적이 있으며 실제로 대다수의 환자가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만, 그런 체험을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그려내고 복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나 '소설가는 일반인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잡아내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확실히 독특한 책은 독자도 독특한 체험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독서경험을 하나 더 더했다고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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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가다 - 복지국가 여행기 우리시대의 논리 16
박선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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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나 탐방기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일단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탈의 욕구를 대리충족시켜준다는 것이라던지, 우리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색다른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된다던지 하는 것이 있겠고요.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저를 매혹시키는 것이 있는데요, 여행을 하고 책을 쓰는 바로 그 사람의 용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세상의 무슨 일이든 특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없고 결국 시작만 하면 막상 그리 힘든 일이 아닌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래도, 실제로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큰 용기를 요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요.



이 책의 저자인 박선민 님도 그런 용기를 가진 분이시네요. 학생운동 4년, 농민운동 9년, 그리고 진보 정당에서 보좌관으로 8년을 보낸 정치인입니다만 거기에서 정체하지 않고 용기있게 스웨덴으로 떠나신 것이죠. 저자는 진보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하루하루의 현실대응에 급급한 정치계에서 뿌리깊은 문제를 본 것인데요,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모범을 찾아 민주주의의 전통이 길고 복지정책이 발달된 스웨덴을 택한 것입니다. 이 책은 '복지'라는 주제에 뿌리를 두고 철저히 그 범위 안에서 쓰여진 책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두 가지의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스웨덴의 풍물과 사람들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는 여행가의 눈으로 쓰여진 이야기이고요, 다른 하나는 스웨덴의 정치적 현실과 복지정책을 분석하며 우리의 현실과 비견해보는 정치가의 눈으로 쓰여진 이야기입니다. 전자가 후자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쓰여져있는만큼 결국 스웨덴의 복지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라 하겠는데요, 뭐라 하든 스웨덴이 살기 좋은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더군요. 아무리 세금을 많이 내야 할지라도, 무임승차자가 아무리 많이 발생하더라도, 국가가 아무리 노화되더라도 말이죠. 만약 스웨덴과 우리나라를 두고 국가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보수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든 진보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든 어떤 나라를 택할지는 자명해보이네요.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보다 더 훌륭한 나라가 있을까요? 북유럽 국가들이 행복지수의 상위에 있다는 것이야 그렇다쳐도 방글라데시보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분명 고민해볼 일일 것입니다. 그것을 모두 제도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만 다수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을 위해 고민하지 않는 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겠고요. 부러움과 고민을 함께 느끼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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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선택이다 - 내 인생을 바꾸는 긍정의 심리학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2년 10월
품절



소녀가 문을 두드리는 깔끔한 표지가 눈에 띄는 책 '행복도 선택이다'입니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를 쓴 이민규 교수의 신간이네요. 사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부제 '내 인생을 바꾸는 긍정의 심리학'은 이 책의 정체성을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행복이라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는 것, 긍정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풀어내는 책입니다.



사실 주제든 내용이든 '이보다 더 자기개발서스러울 수 없다'는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자기개발서의 전형이라고 할 만 한데요, 세상이 우리를 위해 변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우리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기본 출발점에 철저한 책입니다. 자신의 변화한다는 관점은, 이보다 더 개인의 행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는 것, 또 특정 영역에서 적용된다면 개인이나 세상을 위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죠. 하지만 그러한 시각이 당연시하고 강화할 수 있는 개인적인 무력함에 대한 수용, 그리고 거시적인 면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는 역시 거슬리는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고유한 미덕을 가지는데요, 일단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답게 디자인이나 구성에 있어서 독자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노랑, 빨강, 파랑, 녹색 등의 원색을 활용하는 것이라던지, 각 단원의 주제와 맞아떨어지는 귀여운 삽화가 눈에 띄네요. 다음으로 부정적 인지 왜곡, 동조 현상, 안면피드백 이론 등 심리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적 주제를 한단원에 하나씩 결합시켜 내용을 공허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각 단원 끝에 실린 일화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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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보이
호머 히컴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10월
구판절판



꿈을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대다수의 사람이 현실 밖에 볼 수 없는 반면, 꿈을 좇는 사람은 현실 너머를 체험하게 되니 그 기록이 소설 이상인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이 책 '로켓 보이'는 어떻게 봐도 사실에 기반한 '소설'로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회고록'이라고 하는군요! 꿈을 좆는 사람들은 정말 믿기질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은 책의 서술 방식이나 문체가 소설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번역된 작품인만큼 얼마나 정확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자의 묘사력이나 표현력은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고 완급조절도 탁월합니다. 이과계(?)라고 할만한 저자가 어떻게 이만큼의 필력을 갈고 닦았을지 궁금해지기도 하는데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미국식 유머를 곳곳에서 능숙하게 사용해주어서 더욱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네요.



책의 내용을 보면 구성은 확실히 '빌리 엘리어트'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탄광촌을 배경으로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놓치지 않고 우직하게, 혹은 천진하게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지요. 이런 아이들에게 현실의 가혹함을 알려주고 순응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그 꿈을 지켜주도록 스스로를 희생해야 할 것인가 고뇌하는 부모님이 있고요. 하지만 결국은 자식에게 져주는 것이 부모, 그런 부모의 격려를 받아 그 꿈을 실현하고 결국은 그 꿈을 미래에까지 이어갑니다. 사실 이 책이 실화라는 것을 몰랐다면 표절이라도 한 것 아닌가 의심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꿈꾸는 방식은 결국 한가지로 통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오랜만에 감동해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요새 머리를 즐겁해주는 책을 주로 읽었는데 오랜만에 가슴을 채워주는 책을 읽으니 감동이 배가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래 전 개봉된 영화 '옥터버 스카이'의 원작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뒤늦게 출간된 건 왜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제 영화도 한번 보고 비교감상을 해볼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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