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10월
절판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입니다. 일본은 미스테리 소설 분야에서 막강한 양과 질을 자랑하는지라 왠만하면 다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저인데요, 특히 나오키상 수상작은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입니다. 따라서 1년에 두편씩은 보는 셈이겠네요. 이 소설을 쓴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으로는 '오더메이드 살인클럽'을 최근에 봤었는데요, 상당히 잘 된 소설이었습니다. 결말이 살짝 약하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인물의 내면 묘사가 기가 막혔거든요. 특히 10대 소녀의 섬세한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져서 신기하다는 기분으로 읽어갔더랬습니다. 따라서 이번 작도 그러한 색깔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더군요.



이 소설은 말하자면 '찻잔 속의 폭풍'과 같은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4쌍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예식장의 어느 하루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무엇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날이어야 할터인데 실은 위태위태하기 그지없는 상태입니다. 예비신랑을 믿지 못하여 쌍둥이 언니를 대타로 신부로 세우고 자신은 언니 역을 하고 있는 뒤틀린 여성, 불륜이 결혼까지 이어질 상황에 처하자 예식장에 불을 지르기로 맘을 먹은 정신나간 소심남, 신랑이 신부를 독살하려 한다는 의심을 품고 결혼식을 막으려고 애쓰는 어린 소년, 그리고 까다로운데다 악연까지 있는 신부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웨딩플래너 4명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은 결국 '화재'로 인해 클라이맥스를 맞는데요, 과연 신랑은 신부를 알아볼지, 과연 소심남이 실제로 방화를 한 것일지, 과연 소년은 불행할 결혼을 막을 수 있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웨딩플래너는 이 불운한 날을 축복받은 날로 지켜낼 수 있을지!?



'오더메이드 살인클럽'도 그렇다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이번 작품도 심리 묘사는 기가 막힙니다.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섬세한 언어의 선을 타고 매끈하게 흘러갑니다. 다만 그려내는 캐릭터가 과장되고 뒤틀려 있어 간간히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더군요. 특히 쌍둥이 자매의 경우는 뭐랄까... 도저히 공감이 안가는게 사실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정신병자라고 해야할 정도이지요.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은 정상과 광기의 선을 넘나들며 흔들리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시원하다면 시원하지만 다소 안이하게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것도 아쉽게 느껴지네요. 조금 더 정돈하고 용감하게 결말을 그려낸다면 보다 읽을 맛이 나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더 발전된 후속작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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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 제왕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정치학 교과서
왕굉빈 해설, 황효순 편역 / 베이직북스 / 2012년 10월
품절



올해 들어 세번째 만난 '한비자'에 대한 책입니다. 첫번째는 만화로 만들어진 입문서였고요, 두번째는 한비자와 도덕경을 함께 다루며 비교하는 책이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책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던데 비해, 이번에 만난 '한비자'는 두께부터 압박을 주는, 보다 본격적인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딱히 한비자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읽은 것도 아닌데 올해 세 권의 책을 읽었다는 것은 한비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는 반증이겠지요. 책 속에서도 언급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대가 혼란스러울수록 한비자가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시류가 얼마나 팍팍한지 생각하게 되는군요. 이 책은 중국의 저자가 썼다는 점 때문에 일단 눈이 가는데요, 요새 중국에서도 한비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머릿말을 보자니 중국이 대약진이라고 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만 그만큼 진통도 크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크다고 하네요. 특히 지도층에서는 경제적 성장을 포용할 수 있는 정신적 성장을 위한 방안을 찾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고전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죠. 그 결과가 '국학부흥운동'이고 그 중에서도 한비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책의 절반은 한비자의 생애와 사상, 법가의 변화발전과정을 다루고 있고요, 나머지 절반은 법가적 유형의 리더라고 할 인물들을 소개하는데 할당되고 있습니다. 한비의 생애나 법가의 상징이 된 진 왕조의 흥망성쇠는 널리 알려진 편이라 대충 넘어가버렸습니다만 한 제국의 저변에 깔려있던 법가사상의 변천사는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한 초기의 황로학이 겉보기에는 도가를 이어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가를 차용했다던지, 한무제 이후 중국사에서 유가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됩니다만 법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질적인 통치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양유음법 통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법가를 소개하는데 있어 학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역사적 사례를 통해 실제적 활용의 예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는 느낌이네요.



특히 후반부에서 법가적 리더를 소개하는 부분은 역사책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서술상으로 보면 후반부는 사상서보다 자기개발서의 색채를 강하게 띤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법가의 핵심은 통치술이라고 할 수 있으니 리더십이라는 주제가 따라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네요. 하지만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법가가 권력에 봉사하기 위한 목적의 사상이라 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군요. 저자의 말대로 종법적 질서에 충실한 유교보다는 실용성과 번영을 추구하는 법가 쪽이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역사 속에서 법가가 그림자속에 머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당연한 귀결이겠습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법가가 현대의 혼란 속에서 구심력을 가지는 사상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참고할만한 지침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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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
김경록 외 지음, 한성환 엮음 / 꿈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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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단행본으로 나오는 것이 이제는 보편화된 과정 같습니다. '역사 스페셜'이 그 첫 물꼬를 튼 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만, '정의란 무엇인가'의 대성공 때문에 요새는 더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인상이 듭니다. 이 책 역시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책이라고 하는데요, 과거 역사 속의 위대한 리더들을 돌이켜보고 그들을 거울 삼아 우리 시대의 리더상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쓰여진 책입니다.



솔직히 워낙에 비슷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만, 이 책의 특징이라면 오직 한국의 리더들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있겠군요. 선덕여왕, 왕건, 정도전, 세종, 조광조, 영조, 정조, 김구의 8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일단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본 후 각자만의 특징은 무엇이었는지, 그들이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존재로 해석될 수 있을지 분석해봅니다. 그리고 '만약에'라는 가정을 덧붙여 그들이 역사적 위치를 변형시켜보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보는 것으로 마무리짓지요.



구성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정말로 교과서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석이나 각주도 아주 전형적이라고 할까요? 때문에 편안하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뭔가 밋밋하다는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워낙에 잘 알려진 분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보니 더 그런 면이 부각된 것 같기도 한데요, 역사에 관심이 있어 배경지식을 다소나마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분명 심심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자기개발서의 색채가 강한 만큼 학생들에게 관심유도용으로 선물할만한 책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선물하기 망설여질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만약에' 코너이네요. 역사에 만약은 없다, 역사는 절대적으로 특정한 것이다 라고 합니다만 역사에서 만약을 빼면 역사를 배우는 의미의 절반 정도는 사라지리라는 것도 사실이겠지요. 특히 학자가 아니라 저처럼 재미가 앞서는 일반 독자에게 있어 만약에...는 너무나 흥미로운 놀이입니다. 이 책에서 전반부의 사실 기술 부분을 줄이고 만약에.. 부분을 늘리는 쪽을 택했더라면 좀 더 흥미로워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역시 너무 모범생은 재미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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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명작 스캔들 -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한지원 지음, 김정운.조영남, 민승식 기획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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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명작 스캔들이 드디어 단행본으로 나왔군요. 공중파에서 인문 분야의 프로그램이 워낙 적다보니 명작 스캔들은 시작할 때부터 잘 되기를 기대했던 프로그램입니다. 시청도 열심히 했습니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요새는 드문드문 보는 편이네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김정운, 조영남 님의 다소 산만하고 시끌벅적한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때문이 아니었나 싶군요. 때문에 조용하고 정제되었을 수 밖에 없는 '책' 버전의 명작 스캔들은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그간 놓쳤던 방송들을 나의 호흡으로 읽어나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역시 TV보다는 책이 좋아요.



머릿글에서 피디분께서는 클래식 영역이 '그들만의 리그', '배부른 문화'로 머무르는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부분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현재의 클래식에서 진입장벽은 거의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즐기려고 맘먹겠다고 생각하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것이 현재의 클래식이라고 봐요. 오히려 클래식이 '뭔가'를 요구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잔재해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마음이 당기면 다가가면 되고 마음이 가지 않으면 멀리하면 됩니다. '뭔가'의 존재를 인정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보거든요.



제목의 이미지답게 주로 서양 미술이 주로 소개됩니다만 서양 음약은 물론 팝 음악과 가요도 소개되고 있네요. '예스터데이'와 '사랑하기 때문에'가 등장하고 있거든요. 반갑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것은 '슈만의 교향곡 4번'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편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림이기 때문에 라는 다소 단순한 이유에서였지요.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의 사랑과 슬픔이 후대에 길이남을 음악들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예술적으로 느껴지네요. 후세 사람들이 신화를 덧붙였다고 합니다만,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신화 이상의 것이라도 용납하게 될 설득력을 느껴버리니 말입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역시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의 '트로니'라고 합니다만 그렇기에 더욱 '진실'에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 아닌가요? 진정한 뮤즈 자체인 것이지요. 예술의 진실성은 현실의 진실성과는 다른 것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만 한다는 생각, 다시한번 해보게 되네요.



TV 프로그램을 엮어낸 책이 가지는 장단점을 이 책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보기 좋으며 술술 읽힙니다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죠. 한번 읽고 나면 그닥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스캔들이라는 제목답게 뒷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접근성을 높히고자 한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일단 저부터도 다음 권이 나오면 읽어볼 참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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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맞선 이성 - 지식인은 왜 이성이라는 무기로 싸우지 않는가
노엄 촘스키 & 장 브릭몽 지음, 강주헌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절판



언어학자이지만 사회 참여로 더 유명한 노암 촘스키의 대담집입니다. 현대 언어학의 거장이면서 현존하는 최고의 지식인으로 뽑히는 그입니다만 실천적 지식인으로써의 그의 활동은 끝이 없는 듯 하더군요. 이미 상당히 고령의 나이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력적인 활동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대담집이라고는 합니다만 서면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그렇기에 장 브릭몽이 적절한 질문을 하고 노암 촘스키로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애매한 면은 있습니다. 작은 판본이나 얇은 두께로도 알 수 있듯 2번의 인터뷰를 정리한 간소한 책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담겨진 내용은 묵직하군요. 단순히 사회비판의 내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암 촘스키의 사상과 철학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의 본성, 진보, 혁명, 무정부주의, 시장, 표현의 자유, 철학, 종교, 과학, 윤리에 대한 촘스키의 가치관을 그의 말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대담집 형식의 글이 주는 장점이라고 하겠네요.



어떠한 주제로 이야기하든 그 주제를 현실 속에서 살펴보고 구현하려 한다는 점은 촘스키의 명성에 어울리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1장은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2장과 3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생득론적인 관점을 지닌 촘스키가 독특하게도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이유는 무엇인지, 동유럽에서 사회주의가 실패하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요새 유행이 된 사회진화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행간에서 계속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인간과 삶에 대한 촘스키의 진지함이었습니다. 이 세상 어떠한 것이든 으레 그런 것이려니, 당연한 것이려니, 뭘 그리 세세히 따지고 드냐 생각하게 되는 게 인간이지요. 지식이 늘수록 선악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되고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커지지 않나 싶은데요, 호기심과 관심이 없이는 이러한 진지함을 유지할 수 없었으리라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촘스키는 진정한 '젊은' 학자라고 생각하게 되는군요. 유명세에 비해 그의 책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는 인상인데요, 100여권에 달한다는 그의 책을 다 볼 수야 없겠습니다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하나씩 그의 대표작들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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