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접시
다쿠미 츠카사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식도락을 더 즐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 고유의 문화인걸까요, 아니면 선진국의 양태 중 하나인 걸까요? 아무튼 그렇다보니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음식과 관련된 책도 많이 출간된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책 역시 음식이 주제의 중심에 놓이는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중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요리사 지망생의 성장소설이니 말입니다.

 

 '무지개 접시'라는 제목에 맞추어 소설의 각 챕터 소제목은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을 빌려왔습니다. 미숙하기에 늘 아름답고 풋풋하기에 늘 그리운 청춘 이야기에 잘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미래에 대한 뚜렷한 생각 없이 평범하게 자라난 히로는 적당히 얼띠고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열정적인 소년입니다. 그런 그가 우연히 요리 프로그램에 나온 혼마라는 요리사를 보게 되고 한순간에 요리에 반해버리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요리학교에 입학하여 홀로 살게 된 그는 개성있는 여러 친구를 만나 좌충우돌 하면서 성장해갑니다. 마침내 학교를 졸업한 그는 꿈에 그리던 혼마 요리사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요리사 견습생으로의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특히 혼마와 같은 완벽주의 요리사 밑에서는 더욱 힘든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고요. 히로는 고심 끝에 요리사로서의 길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데요...
 
 개략적인 줄거리로도 느낄 수 있듯 소설의 전개는 청춘소설의 전형을 따라갑니다.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이 전형성이라고 하겠네요. 예측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은 단조로움을 안겨줍니다만, 똑 떨어지는 기승전결과 정확한 조이고 풀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상황과 주제는 일정량의 재미를 확실하게 확보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개성있는 소설이라고는 하기 어렵겠고 그만큼 매력치가 매우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캐릭터 설정 부분이겠네요. 좌충우돌하는 주인공 히로도 매력적입니다만 문제아 도시오나 모범선생 나시모토 교수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어요.

 

 저자가 요식업계에 종사했다는 독특한 이력이 있던데요, 그런 그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수상자가 되었다니 흥미롭군요. 이 책은 국내 출간된 그의 첫번째 책인듯 한데요, 아직 보여주지 않은 면이 많은 신진작가라고 봐야겠지요? 더 깊고 더 풍부한 맛을 내는 개성있는 요리와 같은 책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았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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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 - 막아라! 나운의 명사 공격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
어필 프로젝트 그림 / 사회평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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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위주로 영어교육의 방향성이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만 현실적 여건이나 수험에서의 필요성을 생각하면 문법교육 역시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체계에 대한 인식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문법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금새 지루함을 느끼고 그 지루함을 영어 전체에 대한 지루함으로 오해해버리는 위험이 있으니 말이죠. 어떤 공부든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겠습니다만, 문법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더욱 요구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때문에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의 접근방식은 일단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만화라는 형식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지하는데 최선의 방식 중 하나니까요. 물론 만화의 형식을 빌렸지만 '재미'는 가져오지 못해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만화의 형식을 빌린다면 아예 만화의 재미 대 실용적 내용의 비율에서 전자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낫다고 보는데요, 욕심을 부려 후자에 무게중심을 두다보면 매체의 장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니 말입니다.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는 사실 후자에 제법 무게중심을 둔 것이 사실입니다. 포켓북 크기의 작은 책입니다만, 상당히 많은 문법적 내용이 빼곡이 들어가 있거든요. 사실 빼곡하게 담을 수밖에 없는 것이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을 하려다보면 말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1권 한권이 통째로 명사를 설명하는데 사용되었는데요, 읽다보면 이 정도 비율이 최적일수밖에 없겠다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것은 호소력 있는 그림체와 개성있는 캐릭터 덕이 아닌가 해요. 1권만 본 것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의 흐름은 밋밋한 편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램펫들과 싸우는 건, 피오, 빛나, 모모 등 주인공들의 개성이 제법 잘 부각되어 흥미를 유지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꼭지 끝에 그림문제 형식으로 연습문제를 실어둔 것은 마음에 듭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한번 가볍게 읽고 다시 한번 읽을 때 이 문제들을 풀게 유도하면 효율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연습문제가 없으면 다시 한번 읽도록 유도하기도 쉽지 않고요. 성취감을 부여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여러모로 꼼꼼하게 잘 만든 영문법 입문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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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 논술 2013.1
우등생논술 편집부 엮음 / 천재교육 / 2012년 11월
품절



이번 달의 우등생 논술은 독특한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번 호의 특집이 '뱀'이기 때문인데요, 계사년을 맞이하여 선택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우논 편집부 기자들이 맛스타라는 신기한 과일을 먹고 동물로 변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뱀의 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열심히 뱀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게 됩니다. 신화 속의 뱀 이야기, 우리 나라 토종 뱀의 이야기, 뱀의 독특한 생태로 인해 야기된 오해 등이 이어지는 것이죠.



책의 초반부를 장식한 브라이언 스케리 사진 전시회 꼭지도 눈길을 끕니다. 브라이언 스케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인데요, 그가 찍은 바다 생물들의 아름답고 화려한 사진은 눈이 현란할 정도로군요. 사진 한 장이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어 시원시원한데요, 소라게와 다랑어 무리, 카리브 바다소와 쥐돔에 큰귀상어의 사진이 이어집니다. 매달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챙겨보는 제게는 이 꼭지가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고정 꼭지인 '형제는 용감했다'는 매달 기대하게 되는 꼭지입니다. 요새 '도시 촌놈'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지방 아이들은 서울에 대해 잘 압니다만 서울 아이들은 지방에 대해 무지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사회적 관심의 방향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반영된 씁쓸한 예이겠습니다만 이런 낙차가 바람직한 것일리 없지요. 이 꼭지는 지방에서의 삶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내서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주는데요, 이런 목적의식은 상당히 좋게 보입니다.



그 외에도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을 요약하여 소개하는 '명작 다이제스트'나 동화 한편을 매달 4장씩 나누어 연재하고 있는 '궁상각치우' 등 문학 관련 꼭지도 흥미롭고요, 변함없이 풍부한 만화 꼭지도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균형감각이 마음에 드는 책이네요. 초등학생들이 읽기에 최적화되도록 배려한 편집과 분량도 좋아보이고요. 매달 공들여 만드는 티가 나는, 잘 만든 월간지가 아닌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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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직업원정대 2 : 적성 진단 - 사라진 직업의 정령을 찾아라! 마법천자문 직업원정대 2
김난영 글, 작은나무 그림 / 아울북 / 2012년 11월
품절



한자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초등학생들이 한자검정시험을 보는 것이 유행이 된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에 발맞추어 한자교재들도 다양하게 출간되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호응을 얻었던 것이 마법천자문 시리즈가 아니었나 합니다. 서유기의 친밀한 캐릭터들과 단순하면서도 인상적인 스토리라인이 좋은 효과를 거두는데 성공한 것이겠지요. 캐릭터성이 강한 시리즈는 다양하게 확장되고 재활용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노빈손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그 뒤에 마법천자문 시리즈가 이어질지도 모르겠군요. 이렇게 '직업원정대'라는 책이 출간된 것을 보면 말입니다.



마법천자문에서 직업 이야기라니, 다소 허를 찌르는 주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를 적절하게 선택한 좋은 의미의 '허'였다고도 생각됩니다. 대상 연령대를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은 재미와 실용성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 책에서는 개개의 직업에 대해서 깊이있게 파고드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습니다. 직업의 탑이라는 대전만화형식의 설정을 가져다 쓰고 적절한 악당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모험만화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직업에 대한 모범적인 가치관과 개략적인 고려사항들을 양념처럼 가미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제목이 주는 압박(?)에 비해 상당히 캐쥬얼한 만화라서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마법천자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만큼 여기저기 깨알같이 한자들이 등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이런저런 요소들을 잘 버무려내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성인의 눈으로 볼 때는 너무 가볍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이 정도가 적절할 것 같기도 하네요. 시대의 흐름을 보면, 어릴 적부터 특화된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어릴 적부터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미래를 그려내는 것도 조금은 더 수월해지 않을까요? 마법천자문 시리즈의 괜찮은 외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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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묻고 싶은 24가지 질문
정래홍 지음 / 수선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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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에 처하게 되면 인간은 신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신이 자신의 호소에 답하지 않으면 신을 원망하게 되지요. 혹은 이성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신이 존재할 곳은 없다고, 신을 부정하기도 하고요. 저는 무신론 내지 불가지론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가끔은 초월적 존재의 실존이 확정된다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혹은 세계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보곤 하는데요, 이 얇은 책 '신에게 묻고 싶은 24가지 질문'은 인간이 신에게 던지게 되는 기본적 질문을 통해 신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비슷한 유의 책을 몇권 보았습니다만 저자의 가치관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요, 이 책의 저자는 명상을 통해 내면의 신에게 다가갔고 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신성에게서 24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으며 그 내용을 이 책에 담아낸 것이죠. 얼핏 신비주의 내용이 아닐까 의심했습니다만, 실제로 읽어보면 기존의 종교인이나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답을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기독교에 기반하여 쓰이진, 무난하고 차분한 잠언집처럼 읽히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면 왜 세상에 고통과 불행이 있느냐에 대해 인간이 정체하지 않고 진화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던집니다. 천국과 지옥의 실체에 대해서는 양자를 일종의 속성 개념으로 파악하여 마음의 비움을 통해 상승하여 도착하는 곳이 천국이고 마음의 무거움으로 가라앉아 도착하게 되는 것이 지옥이라고 대답하고요. 

다만 후반부에 이르러는 자기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끝에 하나의 우주론으로 귀결되는 면이 있는데요, 좀 더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내용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책이었습니다. 사실 해로운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니지만 굳이 읽을 매력을 찾기도 어려운 책이었다고 할까요? 워낙 짧은 책이라 후루룩 읽어버렸습니다만 고민할 구석이 없는 책은 지루할 수밖에 없죠.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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