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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를 위한 이주헌의 창조의 미술관 - 예술가들의 9가지 발상전환 이야기
이주헌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품절
21세기북스에서는 예술 관련 교양서를 상당히 많이 출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이주헌 님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주헌 님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교양서를 활발히 출간하고 계신데요, 저 역시 이주헌 님이 내신 책을 몇권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주헌 님의 장점이라면 상대적으로 개성있는 책을 내신다는 점입니다. 워낙 미술 교양서가 많이 나오는지라 아무래도 그 책이 그 책 같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 사실인데요, 같은 소재라도 참신한 기획이 있으면 개성있는 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가분이 아닌가 싶네요.
이번 책은 십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술의 본질이 창조에 있다는 점에서, 창의성과 주체성이 확립되어 가는 10대에게 미술은 주효한 양분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죠. 머릿글에서 저자는 이것을 명쾌하고 깔끔하게 못박은 후에 책을 풀어나가는데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머릿글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예술이 가치있는가를 묻는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모범답안이 아닌가 합니다.
책의 구성도 어김없이 눈길을 끕니다. 미술 교양서는 시간순이나 미술사조에 따르거나 혹은 개인의 단상에 기반하여 책을 풀어나가게 마련인데요, 이 책은 '파괴', '놀이', '몰입', '기원' 등 미술이 가지는 속성에 기반하여 작품들을 묶어내고 있습니다. 예컨대 '해체'라는 소제목 하에 해체, 찢기, 더하기, 뒤엎기 등의 기법을 선보인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그것이 미술사적, 철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상대적으로 눈길을 끌기 좋은 '파괴', '놀이' 등의 속성을 앞쪽에 배치하고, 뒤쪽에 '직관'. '연상' 등 관념적인 속성을 둔 것 역시 독자가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앤디 워홀이 작품을 만들면서 작품 위에 오줌까지 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기막혀하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러면서도 후반부에서는 미술의 본질과 삶의 희노애락에 대해서도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어 생의 목적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각 챕터의 끝에 '위대한 파괴자들', '위대한 몰입의 대가들'과 같은 제목으로 타 분야의 위인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런 깨알같은 배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교육'이라는 목적에 최대한 충실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문체나 편집을 봐도 교육의 목적성이 팍팍 느껴지는데요, 덕분에 아이들에게 상당히 좋은 개론서가 될 수 있는 책으로 완성되었다는 인상입니다. 다만 이런 목적성 없이 편안하게 읽을 생각으로 책을 구매한 독자라면-특히 성인 독자라면-설교조가 조금은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네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미술 교양서라면 역시 가끔씩 빼서 그림만 보는 재미도 빠져서는 안되죠. 잘 보기 힘든 개성적인 그림들도 간간히 섞여있고, 도판도 충실하게 활용해주고 있어서 이런 재미도 쏠쏠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잘 만든 책이라는 인상이고요, 아이들에게 권할 때 망설일 필요를 느끼지 않을만큼 모범적이고 성실한 서술이 눈에 띄는 책입니다.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