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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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의 역사든 역사는 상부 구조 위주로 서술되게 마련입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늘 강자이고 상부 구조를 지배하는 것도 강자이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하부 구조가 없이는 상부 구조가 존재할 수도 없는 법, 하지만 학문을 독점하는 것도 강자이고 보면 하부 구조에 대한 연구가 늘 부족한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지요. 역사서를 많이 보는 편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노비나 천민을 주제로 한 역사교양서를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그 영역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랬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에 더욱 눈길이 가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김종성 님은 책으로는 이 책이 첫만남입니다만, 사실 오마이뉴스의 '사극으로 역사 읽기' 코너를 통해서 오래 전부터 익숙했던 이름입니다. RSS로 등록해서 새글이 올라올 때마다 꼬박꼬박 읽었었으니 말입니다. 사극을 통해 역사를 살펴보면서 어떤 면에서 고증에 오류가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현대적 해석이 가능한지를 재밌게 서술해내는 코너거든요. 사실 이쪽이 단행본화 될 줄 알았는데 다소 의외기는 합니다. 아무튼 그 솜씨가 이 책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네요.

각 단원은 일화 하나와 해설글 하나가 짝지워져 있는 방식이네요. 예컨대 노비의 성립 원인이라는 단원에서는 노비로 추락한 단종의 누나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고, 뒤이어 어떤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노비로 추락하였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노비의 개념, 노비와 농노의 차이, 노비제도의 시작과 노비의 유형 등에서부터 면천 및 저항, 그리고 노비제도의 폐지까지 조선 노비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죠. 일화로 시작하는 방식은 글의 재미를 유지하는데 아주 좋은 방식이었다는 소감인데요, 판형이 작은 편이고 두꺼운 책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재미도 있고 어렵지 않게 서술한 저자의 내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글 읽는 노비 박인수 편과 단종의 누나 경헤공주 이야기, 재상을 꿈꾼 목인해의 이야기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은 노비가 현대의 서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노비가 임노동자로 대체되면서 현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만, 결론에 대한 공감도야 어찌되었든 노비가 생각과는 제법 다른 존재였다는 것만큼은 알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제법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요, 부담없이 읽어가며 역사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사극으로 역사 읽기'도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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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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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잡동사니'입니다. 출간되는 분량으로 보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만, 창조력이 엄청나다고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네요. 하나같이 거기서 거기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읽게 되는 것은 '읽는 순간의 공간 이동'에 중독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녀의 소설은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만 실은 한없이 가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소설을 읽어가는 동안에 현실에서 벗어나 그 가상공간을 유영하는 즐거움은 에쿠니 가오리의 애독자라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입니다. 이 작품도 그런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대해서 줄거리가 어떠니, 도덕성이 어떠니 이야기하는 것은 '지는 거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저 에쿠니 월드에 사는 여성들의 감정의 미묘한 흔들림을 감상하면 족할 따름이지요. 사랑을 굴레라고 느끼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하지만 와중에도 겉보기에는 우아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는 '슈코'는 에쿠니 가오리 캐릭터의 전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슈코의 거울 속 모습이라고 할 '미우미'는 소녀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사춘기 소녀의 불완전함이 아름다운, 어른스럽지만 자기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슈코가 사랑의 굴레를 붙들고 늘어지는 모습과 미우미가 사랑의 굴레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이 번갈아가며 그려지고 있는 것이지요. (또 이들 못지않게 강렬한 매력을 뽐내시는, 슈코의 어머니 키리코 여사의 자신만만한 실버 라이프에 매혹될 분들도 많을 것 같군요.)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왜곡된 가치관에 따라 살아간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삶이 작품 속에서 변명되는 방식이 기억에 남습니다. 슈코의 직업은 번역가인데요, 그녀는 작품을 번역하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한 단어는 고유의 의미와 느낌과 질량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다른 언어로 바꾸어놓는 것이 좋을 리 있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언어의 특징은 '모든 인생=일종의 완벽'이라는 진실과 닮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이렇게까지 소설 속에서 직접적으로 구현화된 적은 드뭅니다만 에쿠니의 소설에서 유일하게 주제라고 할만한 것이 바로 이러한 인생관일 것입니다. 뭐, 이런 인생관 역시 결국에는 에쿠니 월드를 보다 이질적으로,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만...

어떤 분께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대해서 쓴 서평을 보다가 한참 웃었는데요, 서평의 말미에 '언제나 그렇듯 읽고 나서 남는 것은 없지만..'이라고 하셨더라고요. 아이러니한 일이겠습니다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일 것입니다. 그녀의 소설은 한잔의 커피를 즐기듯 천천히 마시고 나서 잠시 잔향 정도만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이번 소설 역시 조금은 새롭지만 여전히 익숙한 커피를 만나는 기분으로 보실 수 있으리라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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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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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사에서 근래 출간하고 있는 책의 면면을 보자면 거의 도전적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네요. 클래식 고전의 대표 출판사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고 할까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제가 읽은 책들로 보자면 민음사의 선구안은 상당히 믿을만하다는 인상이 듭니다. 단순히 문학성 뿐 아니라 재미 면에서도 현대의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을 열심히 발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 작 '침대' 역시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하여 여러가지 인생의 의미를 고찰해보고 있는 작품이네요. 우선 표지 디자인만으로 책의 출발점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잠옷을 입은 듯한 책의 표지는 자신의 '선택'으로 침대 안으로 들어가 20년 동안 그곳을 떠나지 않은 '맬컴'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으로 항상 빛나던 맬컴은 동생이자 화자인 '나'에게는 너무 찬란한 태양이었죠. 그런 그가 25살 생일에 침대에 들어가 결코 나오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자 가족들은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요.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이 바로 이 맬컴의 선택입니다. 평범한 삶을 거부하던 그가 대안으로 택한 것이 '침대'를 떠나지 않는 삶이라는 것, 만만치 않은 질문입니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그런 삶에 대해 자신은 행복했다고 말하며 동시에 가족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죠. 실제로 책은 가족들의 삶이 더 나아진 것처럼 그려내고 있기도 합니다. 최소한 인간적으로 더 성장한 것처럼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은 세상을 거부하는 선택을 하였으나 그로 인해 가족들은 인간적으로 더욱 성장해가게 되는 아이러니는 생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작품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포인트는 작가의 생생한 묘사력입니다. 뛰어난 작가라면 일반인의 사고범위를 뛰어넘는, 그래서 언어로 구사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들을 그려내게 마련인데요, 화이트하우스 역시 인물들의 우울한 삶의 모습을 섬뜩할 정도로 날것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내용에 대한 공감이나 당혹스러운 결말이야 어쨌든 이런 묘사력이 안겨주는 장면장면의 짜릿함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까 싶군요.

 

 얘기가 좀 샙니다만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는 저널리스트였으며 이 작품은 그의 처녀작이라고 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상당한 지적 능력과 필력을 요구하게 마련이겠습니다만, 영미권의 저널리스트들은 확실히 굉장한 저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널리스트들이 소설을 내는 일이 흔하기도 할뿐더러 그 질이 깜짝 놀랄 정도거든요. 그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수련(?)을 거치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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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받은 30 동사구 - 동사구를 활용한 영어 말하기 학습법!
이재권 지음 / 위아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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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자면 얼핏 숙어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 책입니다만 실제는 회화책이라고 할 '특허받은 30 동사구'입니다. 표지에서부터 강조하고 있듯이 이 책은 특허를 받은 '동사구 활용 교수법'에 기반하여 쓰여졌다고 하는데요, 책은 특허 동사구를 활용한 말하기 패턴을 연습하게 하고 이어 퀴즈를 통하여 그 패턴을 연습해보게 합니다. 이어서 그 패턴을 동사구에 적용하는 코너가 나오고 그것을 실제로 말해보는 코너로 마무리짓고 있네요. 전체 구성을 보자면 명령문, 청유문에서 시작하여 의문문, 부정문, 조동사구를 이어 소개하고 있고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특허 동사구를 활용하여 말하기를 하는 부분인데요, 기본 5회 이상 말하기를 하면서 표기를 하게 해둔 부분이 있거든요. 마치 OMR 카드 답안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런 식의 은밀한 강제성은 어학책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더군요. 연습 전체에 걸쳐 말하기를 극히 강조하여 둔 부분도 인상적이었고요.
 
 대체로 회화 위주의 학습법은 난이도가 낮고 접근성이 높은 경향이 있는데요, 이 책 역시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쓰여졌다고 보입니다. 회화책이 말하기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말하기에 대한 이 책의 강조는 두드러지는군요. 그런만큼 반드시 MP3를 다운받아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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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천국의 몰락
리처드 던컨 지음, 김석중 외 옮김 / 인카운터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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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0년에 걸쳐 동서를 막론하고 경제위기가 연이어 터져 전세계적인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공황을 가져왔습니다. 당연히 그 원인을 찾고 해명하고자 하는 학술적 노력이 계속되었는데요, 그 성과가 지금에 쏟아지는 듯한 인상입니다. 각종 분석서가 근래 엄청나게 출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물론 그 책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닙니다만 결국에는 위기의 본질에 '신용에 대한 과다한 의존성'을 놓고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는데요,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세계 신용의 흐름과 변모, 그리고 앞으로의 양상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가 신용에 과다하게 의존하게 된 양상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전 화폐 과잉의 현상에서 출발하여 실제 위기의 양상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미국의 대처는 어떠했으며 현재는 어떠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를 학술적으로 그려갑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화폐수량설, 신용수량설 등의 이론적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고요. 특히 저자가 중점을 두는 것은 신용에 대한 과다한 의존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 이후에 미국이 어떤 경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는가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신용을 줄이면 야기될 수 있는 불황을 우려하여 다시 한번 버블 경제를 야기하려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강도 높은 비난에 비해 제시된 대안은 일반인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안이하기 그지 없네요.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었습니다만 그저 결말을 내기 위해 집어넣은 방안처럼 보이거든요. 하긴 현대 경제의 복잡함을 생각한다면 확실하고 명쾌한 결말을 썼다 해도 나름 의심했겠습니다만...



캐쥬얼하게 쓴 경제 교양서라기보다 맘먹고 쓴 경제보고서의 인상을 받게 되는데요, 그런만큼 상당히 딱딱하다는 것도 사실이네요. 특히 미국인을 대상독자로 쓴 책임이 확연한지라 미국의 경제실태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마 어려운 경제용어나 이론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어요. 신용 위주의 경제 체계가 가지는 문제점을 여타 책에 비해서 깔끔하고 학술적으로 정리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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