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인간을 읽다 - 마음을 들여다보는 20가지 뇌과학 이야기 It's Science 1
마이클 코벌리스 지음, 김미선 옮김 / 반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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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과학 교양서의 경향을 보자면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진화심리학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과학적 요소와 자연과학적 요소를 아울러 고찰하며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보니 관심을 끌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특히 '통섭'이라는 학문적 경향과도 잘 맞아떨어지고 말이지요. 그런데 진화심리학을 다루는 책을 보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인간의 뇌발달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빈번하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만, 인간과 생물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뇌'에 대한 연구가 핵심이 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겠지요. 이 책 '뇌, 인간을 읽다'는 바로 그 뇌과학을 소재로 삼고 있는 교양서입니다. 입문서랄까요, 20개의 이야기를 모아 낸 책이기 때문에 그닥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고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하겠네요. 저로써는 배경지식을 쌓아두기에 적절한 책이 아닐까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고요.



컬럼을 모은 방식의 책인지라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열두번째 '틀린 기억'편이었네요. 요새 인지부조화라는 말이 유행입니다만, 확실히 일상 생활 속에서도 나 자신의 기억이 얼마나 오묘한지 깨닫게 되곤 합니다. 단순히 건망증 같은 차원을 넘어서서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기억의 작용을 자각하게 되는 일이 있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자신의 기억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는 사람을 만나곤 하는데요, 그런 자신감은 행동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만 독단으로 이어지는 경우 역시 만만치 않은 것 같더군요. 그런 사람에게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라도 들려주면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지 않을지 상상해보게 되는군요. 그 외에도 '거꾸로 보면 알 수 없는 얼굴'이나 '웃는다는 건' 꼭지도 특히 재미있었고요.

유머러스한 말투나 개성있는 삽화가 인상적입니다만 읽는 재미가 큰 책은 아닙니다. 이상하게 딱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적지 않거든요. 사실 이런 형태의 책이 아니었으면 읽기 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두께도 얇고 결과적으로는 금새 읽을 수 있는 책이니만큼 뇌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분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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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문학으로서 삶
알렉산더 네하마스 지음, 김종갑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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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위인이라면 누구든 신화적인 아우라를 가지게 마련입니다만, 니체는 철학자들 중에서도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라는 아우라를 풍기곤 합니다. 다수의 저명한 석학들이 니체에 대하여 묘사할 때 '매료되었다'는 인상이 들도록 이야기하기 때문인데요, 그렇기에 저 역시 니체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과감히 사들고 가슴 두근거려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더군요. 좋게 말하자면 철학의 지평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넓은 것이구나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요? 확실히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철학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3분의 1쯤 읽다 포기하고 고병권 선생의 해설서로 니체의 세계에 대한 개관을 하는 것 정도로 만족하고 말았습니다.



이 책의 출발점은 책의 부제가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저자는 니체를 사회과학자로서의 철학자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 특히 문학가로써의 철학자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니체의 철학의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그의 철학 속에 상호모순되는 명제가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인데요, 이것이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을 니체가 철저하게 상대주의적이고 주관주의적인 철학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네하마스는 상대주의만으로는 권력의지와 영겁회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를 비판하고 있는데요, 이 책은 니체 철학의 '모순'들을 하나 하나 들어 살펴보면서 그것이 실제로는 당대 철학적 독단주의를 피하기 위한 니체의 교묘한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파합니다. 이것은 다의성을 본질로 하는 '문학'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문학의 다양한 함의는 그것이 하나하나 '진실성'을 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독단주의를 배척하기 위해 니체가 취한 태도를 '원근법주의'라 일컫고 있는데요, 이 원근법주의에 대한 해석을 책의 전반부에 담아내고 있네요.



책의 후반부는 악명높은(?) 권력의지와 영겁회귀를 해석하는데 할당되고 있습니다. 사실 권력의지의 부분은 이 책의 해석조차도 아리송해서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영겁회귀의 부분은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영겁회귀가 실제적인 개념이 아님을 전제하고서, 그것이 현재의 삶을 정당화할 수 있는 최상의 논리이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긍정하라는 니체의 궁극적인 결론을 불러내기 위한 최고의 논거가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다양한 저서를 통하여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전범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자아상을 그려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 역시 지극히 문학적인 방법론이라고 결론 짓지요.



책을 읽어가다보니, 내용의 난해함과 어투의 딱딱함보다는 다양하게 인용되는 니체의 저작들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지더군요. 여러모로 이 책은 해설서라기보다 논문이라고 보아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정교하고 철저하지요. 아무래도 니체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저 역시 그나마 예전에 읽었던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꾸준히 읽어냈지, 아니면 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역시 좀 더 공부하고 난 후에 한번 더 읽어봐야 될 책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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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더 월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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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출간되었네요. 제목은 리빙 인 더 월드로군요. 제 기억이 맞나 모르겠습니다만 영화화가 이루어져 근래 [빅 픽쳐]가 개봉된 것으로 아는데요, 확실히 [빅 픽쳐]로 인해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이름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책은 일단 익숙한 느낌의 표지 디자인 속에서 독자를 응시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마도 이 여인은 작품 속 주인공인 제인 하워드인 듯 하네요.

 

이 책은 한 여인의 불행한 삶에 대해서 그려가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불행으로 점철된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어릴 적 부모에 대한 실수로 인하여 평생에 걸쳐 마음의 짐을 싣고 가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결혼생활도, 직장생활도 무엇하나 순탄하게 펼쳐지는 것이 없습니다. 책의 앞부분은 제인의 불행을 그려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런 과정이 조금 설득력이 없을 정도로 오버스럽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불행을 가하기 위해서 억지도 감수하는 느낌이 든달까요? 아무리 그래도 마음에 거부감이 들 정도면 곤란할텐데 말입니다. 사실 이런 그림은 후반부의 반전(?)을 위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마지막의 한방을 위해서 밑밥을 깐 셈이죠. 그런데... 이게 좀.... 분명 지루함과 답답함을 덜어내고 속도를 내어 읽게는 만듭니다만 어이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결말을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다고 할까요? 재미를 위해 완결성을 포기한다면 이 이상의 재미를 주지 않으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습니다..

 

근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 동어반복화 되고 있다는 인상이 있었는데요, 이번 작은 시작부터 다소 느낌이 달라 기대를 했습니다만 아쉬움이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한번 힘을 꽉 주고 자신을 벗어나는 노력을 해준다면 어떨지? 다음 작품은 좀 더 완성도 있고 재미도 있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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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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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방' 팟캐스트를 듣다 보니 진행자분께서 지나가듯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유명하지 않은데도 의외로 많이 팔린 소설이 있고 작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예상 이상으로 안 읽히는 소설이 있다고요.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폴 오스터였습니다. 물론 한국에 한정하여 든 예이겠습니다만 제 주변을 둘러 봐도 폴 오스터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많은데 실제로 그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사실 비슷한 인상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얼마나 인기를 끄는가 생각해보면 더욱 의외의 일이기도 하겠네요. 아무튼 이번 작품인 '선셋 파크' 역시 폴 오스터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여 개개인의 심리를 혼란스럽고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지요. 다만 환상적인 느낌은 일체 제거하고 지극히 현실적으로 현실을 그려가는 것은 기존의 작품에 비해 다른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소설은 마일스 헬러로 시작하여 빙, 앨런, 앨리스 등 선셋 파크에 살게 된 4명의 젊은이의 독백이 이어지고, 거기에 헬러의 부모의 자화상이 더해집니다. 이들은 각자 나름의 상처를 안고 힘들게 삶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중심이 되는 마일스 헬러의 경우, 의붓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부모와의 단절로 이어져 명문대생에서 떠돌이로 전락한 젊은이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가족과 문제가 생긴 차에 친구 빙의 초청을 받고 뉴욕으로 돌아와 다른 3명의 젊은이와 지내게 된 곳이 선셋 파크인데요, 실은 버려진 건물에 불법거주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불완전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4명의 젊은이를 모아두었으니 소통을 통한 성장기를 기대하게 됩니다만,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들 각자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독백으로 풀어내며 고민하고 아파하는 모습이 주로 그려지지요. 요새 힐링이 대세라서인지 이 소설이 힐링 소설로 소개되는 것을 보았는데요, 결말만 보자면 그런 인상도 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나레이션 방식을 보면 이 소설을 읽고 치유의 느낌을 받는 분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사람의 마음이 가지는 섬세함과 복잡함을 특유의 언어로 그려내는 솜씨에서 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폴 오스터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소설의 와중에 문학, 연극, 영화와 야구가 자주 인용되던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삶을 산 야구선수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인물들이 소설같은 사건에 상처입는 모습과 소설 속의 다양한 인물들이 자기 나름의 아픔을 부둥켜안고 싸우는 모습이 등치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삶의 아이러니와 맞닥드렸을 때 누군가는 그것에 상처입고 파멸해가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수용하고 삶을 이어가는 것을 보노라면, 삶에 진리가 있다면 그 진리는 각자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누구에게나 삶은 아픔을 동반하게 마련입니다만 그런 아픔에도 생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 폴 오스터가 던지는 화두가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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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길주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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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양대 거장이라면 누구나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두 사람을 꼽겠습니다만 이들의 소설은 사실 접근성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대표작이 하나같이 부담스러운 분량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 저의 경우 그나마 톨스토이 쪽이 좀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릴 적 읽었던 그의 단편집에 대한 아주 좋은 추억 덕분이겠는데요, 소박하면서도 여유로운 세계관에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때문에 이번에 '안나 카레리나'가 영화화되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그의 책에 새삼 관심이 가게 되더군요. '전쟁과 평화', '부활', 그리고 '안나 카레리나'는 톨스토이의 3대 대표작으로 그만큼 여기저기서 인용되는지라 줏어들은 것은 적지 않았습니다만, 역시 소설은 원전 그대로 읽어주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라고 하면서도 역시 평균 3권 분량의 원전을 읽기란 쉽지 않아 먼저 요약집을 손에 들고 말았습니다. 요약집을 통해 줄거리를 파악하고 나면 원전을 읽을 의욕이 생길지도 모르지 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해보면서 말이죠^^;



안나 카레리나의 첫문장은 정말로 유명하지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양새이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불행의 이유가 저마다 다르다.' 이 문장에 이어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 공작가의 불행은 어떤 모습인지를 그려내며 소설은 시작됩니다. 오블론스키와 그의 아내 돌리의 불화에 이어 돌리의 여동생인 키티와 선량하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레빈, 팔방미인의 매력남이지만 조금은 가벼운 남자 브론스키의 삼각관계가 그려지느라 축약본임에도 안나는 상당히 늦게 등장합니다. 안나는 굉장한 매력을 가진 여성이지만 세상의 눈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남편 카레린에게는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브론스키와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일은 꼬이기 시작합니다. 말그대로 서로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죠.

이후 두 사람의 연애사를 한 축으로 삼아 책은 진행되어 갑니다만,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뻔한 신파다'라고 평을 내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갈등, 불화, 결별, 화해, 불행, 삶과 죽음이 안나를 따라 흘러가는 것은 확실히 신파의 색이 있거든요. 하지만 한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소설이 의외랄 정도로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축약이 되었다지만 다소 고리타분한 호흡은 감수해야겠지 생각했는데 왠걸, 의외로 몰입도가 높아 단숨에 다 읽어버렸거든요. 특히 인물들의 섬세한 내면묘사는 제 취향에 딱 맞는 것이었는데요, 예컨대 안나가 브론스키를 처음 만나 마음이 흔들린 뒤 남편과 재회하면서 떠올리는 첫 생각은 바로 '어머, 저이 귀는 어째 저렇게 생겼을까?'였습니다. 엄청난 수염을 자랑하는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가진 톨스토이가 이토록 섬세한 묘사를 연이어 써내려가는 것이 저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네요.



이야기의 또다른 축을 담당하는 것은 레빈입니다. 키티가 브론스키를 택하면서 실연의 아픔을 삭여야했던 레빈입니다만, 정작 브론스키가 안나와 눈이 맞는 바람에 어찌어찌 키티와 결혼하는데 성공하는데요, 이 레빈의 이야기가 의외로 비중이 커서 놀랍더군요. 제목이 제목이다보니 안나에게만 집중해야할 것 같은데 작가의 사랑(?)은 레빈에게 쏠린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혼란스럽고 모순되는 행동을 보여주는 안나에 비해 레빈은 줄곧 안정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작가의 사회적 가치관이나 당대 러시아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레빈을 통해서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소 고루한 듯 합니다만 성실하게 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레빈의 소박한 인간상은 톨스토이의 단편집에서 보았던 긍정적인 인간상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이 책을 다 보고 나서 슬쩍 원전을 펴서 비교해보았습니다만, 원전에 비해 등장인물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인물에 대한 장황한 묘사도 대폭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러시아 인물들의 이름 압박은.... 특히 저처럼 이름 못 외우는 사람에게는 정말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부분이거든요.) 그만큼 줄거리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겠네요. 하지만 원전에 도전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 것도 사실인데요, 사람만큼 책도 겉모습으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기대없이 시작했다가 의외로 기대 이상의 만족도를 주는 고전을 만나는 일이 있습니다만, 이 책 역시 그 목록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물론 원전을 읽어가면서는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이 기분이 사그러지기 전에 어서 읽기 시작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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