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쇼크 - 위대한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 예술, 권력, 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2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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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이 '엣지'라는 모임입니다. 각분야 세계의 석학들이 모여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그려보는 모임이라는데요, 인문과 과학의 결합이라는 점에 있어서 요새 대세인 통섭을 지향하는 집단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이들이 내는 분석을 모아 책으로 내고 있는 모양인데요, 이 책은 그 시리즈 2번째 권이라고 합니다. 사실 일반인인 저로써는 재래드 다이아몬드의 이름 정도만 알아볼 수 있었는데요, 그를 제외하고도 16명의 저자가 한 꼭지씩 담당하여 글을 모아 낸 것이지요.



책의 성격상 굉장히 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있습니다만 일단 재래드 다이아몬드가 쓴 첫번째 글이 기억에 남는군요. 왜 한 사회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재앙적인 결정을 내리곤 하는가를 분석하는 글이었는데요, 이스터 섬에서 나무가 사라져버리게 된 유명한 예를 비롯하여 태즈메이니아에서 몰래 들여온 여우가 생태계를 파멸로 몰아간 예 등 흥미로운 문화인류학적 사례를 통해 잘못된 결정들을 분류해봅니다. 6번째 글도 인상적인데요, 비만이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비만인이 주변에서 늘어나면 비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화됨으로써 그것이 새로운 규범으로 확산되어 간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마오이즘에 대한 글과 그 글에 대한 석학들의 반응을 엮어본 12, 13번째 글도 기억에 남고요. 아무래도 시대의 특성이 나타나다 보니 인터넷에 대한 글이 많았던 것 같네요.



딱히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책은 아닙니다만 사실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의 컨셉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뛰어난 지성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냄으로써 그 생각들이 어디로 향해가는지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까요? (물론 시대의 특성을 성격상 읽기에 다소 딱딱한 면이 있습니다만, 주제 자체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제법 두툼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버겁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인문 문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며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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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읽는 수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조미량 옮김, 계영희 감수 / 더숲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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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목적으로 쓰여진 유사한 분야의 책이라도 막상 읽어보면 국가별로 판이한 개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일본의 비문학 분야의 책, 특히 실용서 쪽은 내용을 아주 간결하게 서술하고 더하여 마지막으로 더욱 요약하여 정리해주는 형식을 취하더군요. 너무 간결하다 보니 뭔가 여유나 재미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알맹이가 적다는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반면 교육서, 특히 입문서 쪽에서는 이러한 특색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독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문턱을 낮추어 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죠. 저 역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는 일단 일본서 코너를 둘러본 후 독일서 코너로 향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 역시 그러한 특색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이즈나 두께부터가 가뿐합니다만 내용을 봐도 여백이 많고 수식도 최소화하고 있지요. 역자 서문을 보지 않더라도 수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지 않도록, 수학이 새롭고 놀라운 세계로 가는 문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쓰여진 책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첫 꼭지에서부터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데요, 수학에서 자주 쓰이는 그리스 문자를 소개하고 읽는 법과 쓰는 법부터 알려주고 있는 것이죠. 그리스 문자의 선적인 아름다움이 수학의 미학과 잘 어울린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최소한 저는 이러한 방식으로 시작되는 수학책을 처음 보았습니다. 수학이 재미없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과 호기심을 설명없이 넘어가버리고 그저 문제풀이만 강요한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내용 역시 아주 근본적이면서 재미있는 것들입니다. 수식을 읽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수학이 소통의 언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신용카드의 번호 속에 숨어있는 룬 공식을 소개하며, 거스름돈을 쉽게 계산하는 꼼수(?)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CD를 재생하는데는 프랑스 혁명기의 수학자 푸리에가 발견한 이론이 사용되고 있다던가, 신비로운 수학자 라마누잔이 발견한, 12 속에 숨겨진 신비로운 원리 등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교과서적 내용보다는 수학 상식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고 하겠는데요, 처음 수학을 접하게 되어 두려움에 빠져있을(?) 초중고생들에게 보여준다면 수학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지 않을지, 그리고 용기있게 수학의 문을 열 수 있지 않을지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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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반전 : 호기심의 승리 지식의 반전 2
존 로이드 & 존 미친슨 지음, 이한음 옮김 / 해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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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를 보니 전작이 있더군요. 동명의 책인데요, 영국 아마존에서 역대 4번째로 많이 팔린 책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상식을 소개하고 바르게 바로 잡는 책들은 출간도 많이 되고 인기도 어느 정도 끄는 것은 사실이지요. 파격이 주는 짜릿함과 가볍게 지식욕을 충족해주는 재미가 확보되어 있는 책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는데요, 이 책의 어떤 면이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더군요.



책의 구성은 평범합니다. 주로 물리, 화학, 지리, 생물 등 과학의 제분야에 걸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을 한꼭지 분량으로 바로 잡아주고 있는 것이죠. 많지는 않아도 비슷한 책을 몇 권 읽어본 저입니다만 깜짝 놀라며 읽어간 꼭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꼭지로는 '어떤 물고기의 이름을 말할 수 있나?'가 있네요. 스티븐 제이 굴드는 세상에 '어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요, 그것은 '어류'로 분류되는 동물들이 실은 비슷하지도 않은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연어는 먹장어보다 사람에 훨씬 가깝고, 칠성장어와 상어는 도룡뇽과 낙타보다도 가깝지 않아도 합니다. 이것은 나무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고요. 물론 과학 외의 상식도 다수 등장하는데요, 예를 들어 세로줄무늬 옷이 키를 커보이게 하는 상식이 맞는 것인지, 고양이 출입구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심지어 미키마우스가 처음 등장한 영화가 '증기선 윌리'라는 상식이 맞는지까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유머감각이라 하겠습니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 제가 책을 고를 때 중시하는 요소가 적절하고 합당한 유머가 가미되어 있는가인데요, 특히 이런 분야의 책이 딱딱하기만 하다면 절대 읽고 싶지 않거든요. 그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 책은 합격점 이상이라고 하겠습니다. 깔깔거릴 정도는 아니라도 시종 피식피식 웃으면서 읽을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가지 더하자면 독자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시종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자각하게 만든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늘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니까요. 무겁지 않게 하지만 읽는 보람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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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기다림 민음사 모던 클래식 63
나딤 아슬람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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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저입니다만, 특히 표지 디자인을 잘 뽑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작의 표지는 못박힌 책이 장식하고 있는데요, 인생을 꿰뚫는 폭력을 상징하는 듯하여 첫눈에 관심이 가더군요. 사실은 이 표지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 책 안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하겠는데요, 등장인물인 마커스의 아내가 책이 불타는 것을 막기 위해 천장에 못을 박아 책을 보존하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책을 보존하기 위해 책을 훼손하는 아이러니,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아픈 현실을 잘 드러내는 묘사입니다. 이처럼 작가는 아프간의 현실을 그려내면서 놀라운 묘사력을 보여주는데요, 섬뜩한 장면을 더욱 날세워 묘사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에 대한 소개를 보면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만 사실 책이 그려내는 현실은 참혹하기만 합니다. 이 책은 예전에 보았던 [연을 쫓는 아이]를 떠올리게 합니다만, [연을 쫓는 아이]가 나름의 서정성을 이야기에 담아내고 있었던 반면에 이 책은 섬세한 묘사 덕에 더 아픈 현실이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각에 따라 그려지고 있습니다. 탈레반에게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내를, 또 군벌의 다툼에 딸마저 잃은 영국인 의사, 그리고 역시 군벌 다툼에 남동생을 잃고 체첸 전쟁에 남편을 잃은 러시아 여성, 베트남 전쟁에서 형을 잃고 파키스탄에서 아프간 연인을 잃은 미국의 요원까지 인물들의 삶의 참혹함은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처럼 출신이 다른 다양한 인물들의 시각을 빌린 탓에 아프가니스탄 주변의 정세가 다양한 시각으로 저절로 그려지게 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만,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길을 모색해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그것이 비극으로 점철되더라도, 무력함이 느껴질만큼 답이 보이지 않는 세상일지라도 말입니다. 비난의 화살은 어디를 향해야만 하는 것일지? [헛된 기다림]이라는 제목이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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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교과서 고전 읽기 - 고전을 미리 읽어두면 교과서가 쉬워진다! 사고뭉치 5
박홍순 지음 / 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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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요약집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어른들도 이름난 고전 중에 읽어본 것이 많지 않은 터인데 중학생 아이들에게 다양한 고전을 읽을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서라는 건 사회 혹은 가정의 분위기에 의해 유도될 수는 있어도 외부적으로 강요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특히 글이라는 매체보다도 훨씬 매혹적인 매체들이 넘쳐나고 있는 마당에 아이들이 고전에 눈을 돌리기를 바라는 것은 어른의 욕심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술이라는 '교육과정'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으니 결론은 요약집이라는 타협이 되겠지요. 인간이 습득하는 대부분의 지식이 3, 4차적 지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도 문제삼을 것 없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만 역시 눈에 보이는 불균형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네요.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이 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고전 20권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제목대로 교과서에서 인용되는 책을 중심으로 삼고 있는데요, 각 꼭지의 처음에 해당 고전이 인용된 교과서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 눈에 띄는군요. 이어지는 내용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구어체를 택하고 있는데요,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되네요. 작가는 어떤 인물인지, 작품이 쓰여진 시기의 사회상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해당 작품에서 한 부분을 인용하여 그것이 어떤 주제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해나갑니다. 마지막으로는 그 주제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 고찰해보고 있고요. 고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층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일 텐데요, 사실 이것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하면 요약집이 될 수 없겠지요. 교과과정과 가장 관련된 하나의 층위를 선택하여 그것에 대해서만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당연하면서도 현명한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깔끔하게 잘 정리된 요약집이라고 하겠습니다. 읽기도 편하고 이해도 쉽고요, 특히 논술 자료로써 활용될 수 있는 화두들을 말미에 잘 정리해준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대상 독자의 수준을 잘 맞추어 쓴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확실히 요새 나오는 학습서들은 빈틈없이 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수요가 질을 높여준다는 법칙은 출판계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되나 봅니다^^; 아무튼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도 필요성을 느끼고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자각하면 필요한 책은 읽더라고요. 읽어두라고 권할 수 있을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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