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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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를 듣는 중이다. 아마 정이현의 '오늘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에서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책을 읽기에 앞서 김영하 작가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이 '오늘의 거짓말'이라는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서울, 그것도 강남, 그것도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고 말이다. 부와 권력의 집결지인 서울 강남 지역이지만 문학에서는 소외되고 있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갈등과 긴장 없이 문학작품이 탄생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런 면에서 강남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별로 나오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생각해본다. 작가나 독자나 알게 모르게 거부감을 가져 왔던 것도 사실일테고 말이다. 하지만 천국에 사는 사람에게도 희노애락은 있을 터이고 성장통을 겪는 것은 세계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 더구나 그 나름의 색깔이 있을 터이므로 문학에서 소외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이 책의 제목 '압구정 소년들'을 보며 제일 먼저 떠올렸던 생각들이다.

혹여 오해가 있을까 싶어 말해두자면 이 책은 문학소설이라 보기는 어렵고 미스테리가 가미된 트렌드 소설이다. 압구정 일대에서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이제 어른이 되어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이든 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야기의 한 축에는 강남에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나고 자란 청소년들의 문화가 놓이고 다른 한 축에는 그 친구 중 한명의 의문스러운 자살 뒤에 숨겨진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과정이 놓인다. 굳이 록그룹에서 활동했고 현재 PD로 활동중이라는 작가의 연혁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많은 부분 작가의 체험이 직접 노출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특히 대형 기획사를 운영하는 대웅, B2B 리더 남태범과 G2G 멤버 세희의 열애설과 탈퇴 등 현재의 연예계에 완벽히 등치되는 부분을 - 이름까지 비슷하게 하여 -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훔쳐보기 욕망을 자극하여 독자의 눈길을 끄는 방식이 크게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쓰이는 방식이기도 하고 작가가 PD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므로 별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사실 그러한 떡밥이 중반까지 스토리 전개에 효율적인 기여를 하여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니 말이다. 문제는 초중반부의 전개과정에서 생겨난 독자의 기대가 실제의 결론과 너무나도 상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독자의 기대를 배반한다는 점에서는 반전이라 볼 여지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면 반전을 위해 초중반 이야기를 다 날려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반전 구조가 인기소설인 [백야행]과 너무 유사하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현실에 대한 그림자로 만든 초중반부 세계가 결말부의 낭만적 판타지 세계가 날린 펀치 한방에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이것 역시 저자가 현직 PD임을 생각해보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러고 말기에는 초중반부 떡밥에 낚인 독자들이 분하고 중반까지의 괜찮은 전개가 아깝다. 기왕 픽션인데 그렇게까지 조심해야 했나 아쉬울 뿐이다. 또 이 책에는 음악, 특히 락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작가의 취미가 작용하기도 했겠고 인기를 끌고 있는 하루키, 기욤 뮈소 풍에 영향을 받은 바이기도 하리라. 분위기 조성에는 기여하겠으나 스토리 전개와 무관한데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이 할당된 점이 눈에 밟힌다. 트렌드 소설이라는 경향성에 압도된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책의 장르상 그 목적에 부합하는 책이라면 비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결론 부분의 전개가 아쉽고 그것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켜버린 것이 확연하여 말을 덧붙이게 되었던 것 같다. 조심스런 트렌드 소설, 보수적인 장르 소설은 독자가 기대하는 바는 아니라 생각한다. 아쉬움을 보충하는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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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국왕 vs 중국황제 - 시대를 뛰어넘는 권력의 법칙
신동준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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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이든 그렇겠지만 확실히 요즘 리더십의 창출이 상당한 이슈인 듯하다. 탁월한 지도자를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탐탁치 않은 일이지만 분명 크던 작던 인간이 집단에 소속되는 이상 그 집단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리더십을 분석하는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인기를 끄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역사가 인간 지혜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역사 속 인물로부터 리더십을 배우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인 선택이리라 생각된다.

이 책 역시 조선의 국왕들과 중국의 명청대 황제들을 비교해가며 탁월한 리더십의 본질을 탐색해가고자 하는 책이다. 신기하게도 비슷한 시대에 존재했던 조선과 명의 지도자들은 비슷한 역사적인 과제를 부여받고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국가의 흥망성쇠가 하나의 법칙인 이상 흥망의 주기가 비슷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중국과 조선이 워낙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비교 대조야말로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최선의 실험적 조건을 제공하는만큼 좋은 방법론을 택한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이 책은 양자를 비교분석한다기보다는 중국 황제의 일대기를 서술한 책에 가깝다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조선 국왕의 삶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일테고 일면 타당한 판단이기도 하지만 다소 독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 생각된다. 덧붙이자면 사실 판단에 있어서 다소 집단 위주의, 현상 옹호적인 가치관을 적용하고 있는데 설득력 있는 부분도 있지만 다소 과하게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역사책의 호오는 독자의 가치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저자가 좋은 내용을 담아냈더라도 독자의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는 아쉬움이 있는 책이었지만 내용의 풍부함이나 저자의 심사숙고를 감안해볼때 충분히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다만 어떤 책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역사책을 읽을 때는 조심스럽게 탐색하듯 읽어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진리인가 아닌가가 가치관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역사적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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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대소 - 박코치가 장담하는 대한민국 소리영어
박정원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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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영어가 사람들에게 주는 압박감은 범상치 않은 수준이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학업과 관련하여 초등학교부터 줄곧 영어점수를 의식해야 하고 직장인이라도 승진이나 전직과 관련해서 영어를 의식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영어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자녀가 영어 공부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영어를 공부하는 학부형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의 적절성은 별개의 문제겠지만 이만큼 영어의 중요성이 크다보니 학습 방법론도 참으로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책들이 호소력을 가지려면 탁월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던가, 기존의 방법론을 잘 정리하여 효율적으로 기본기를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던가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의 준비자세를 무위로 만들어버리는 흥미로운 책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박정원 씨는 재밌는 경력이 눈에 띈다. 연세대 체육학과에 재학 중이던 25세부터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하여 27세 때 영어강사가 되었고 현재는 상당히 유명한 강사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유학경험이 없는 순수 토종 강사라는 점도 흥미롭고 말이다. 그는 영어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재밌게도 이 책은 영어방법론이라기보다 일반적인 성공론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작부터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여 그는 인생의 꿈을 설정할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그 꿈을 세계적으로 펼쳐낼 수 있는 인물이 되기 위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큰 인물이 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기를 권한다. 영어 역시 하나의 언어이고 언어의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일 수 밖에 없는만큼, 영어를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도구로 쓸 수 있도록 목적을 설정해보라는 말이다. 그리고 뒤이어 영어공부가 제자리걸음일 때 한국인이 자주 하는 변명 8가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그 비판에 과학적 근거와 시사적인 예를 적절히 덧붙여 설득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이후로도 72세의 재미교포 할아버지의 배우도전기라던가, 영어공부를 삶의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활용한 경험담 등이 여럿 인용되어 있는데 전부 주목할 만하다. 전반부가 목표의식을 부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영어 학습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후반부 역시 특이하게 우뇌 활용에 대한 전제부터 설명하여 관심을 끈다. 그리고 영어를 발음할 때 혀의 위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사실 언어 학습에 있어 말하기의 중요성은 듣기나 읽기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있다. 언어를 학습하기 시작할 때 말하기부터 시작하는 사람과 읽기부터 시작하는 사람의 성취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자가 후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성취를 보이곤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말하기 공부의 여건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의도적으로 말하기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후에 이어지는 에코 리딩과 섀도 리딩도 말하기 위주의 학습에 대한 보강이라 보이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저자에게 상당히 영감을 주었던 듯, 부록으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졸업 축사 원문이 책을 마무리 짓는다. "오늘이 당신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도 오늘 하게 될 이 일을 하시겠습니까?"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을 꿈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굳이 영어학습법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일종의 자기개발서로 읽어주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아쉬운 점을 굳이 덧붙이자면 전개가 깔끔하지 않아 미완된 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만 보완이 되어준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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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등척기 - 정민 교수가 풀어 읽은
안재홍 지음, 정민 풀어씀 / 해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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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어느 민족에게든 마음을 기대는 산과 강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그 산은 백두산일테고요. 실제 가본적이 있건 없건, 나이가 많건 적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백두산을 영산으로 삼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휴전선에 가로막힌 이후 백두산은 열망하되 가기는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지요. 민족의 영산 반쪽을 중국에 넘겨버린 북한의 만행이 어이없습니다만 실제로는 중국측의 반쪽으로 백두산에 접근하는 것이 더 쉬운 현실은 아이러니일 뿐이지요. 그런 아이러니조차 백두산의 상징성을 더 부각시키는 듯도 하지만요.. 그래서인지 백두산 등반에 대한 글이 출간되면 상당한 관심을 끌기 마련인 듯 합니다. 이 책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고요.

 

사실 제게는 저자의 이름이 낯섭니다. 안재홍.. 뒤늦게 찾아보니 큰 인물이시네요. 조선일보의 주필이기도 했던 그는 나석주 의거를 4차례 호외로 보도하여 일본의 경외를 샀고 신간회와 물산장려운동에도 깊이 관여하였다 합니다. 저는 오히려 정민 교수님의 이름 쪽에 더 눈이 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만 - 제목도 그런 것을 노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 그것이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1930년대, 백두산 기행문은 신문지상에 상당히 인기 높은 기획이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겠지요. 아무튼 조선일보에서도 그러한 경향에 뒤따라 백두산 기행문을 지면에 실을 기획을 세웠고 주필이었던 안재홍을 비롯한 변영로, 김상용, 김찬영 등 일군이 백두산 답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16일간의 기행 결과물을 신문지상에 연재하였는데 그것을 정민 교수가 현대어로 번역하고 다듬어 묶어 낸 것이 이 책입니다.

 

원래도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 저자의 성격을 반영하듯 간결한 어조 탓인지 훨씬 짧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 무게감은 적지 않지요. 현대어로 번역하였다 하나 원저자의 어투를 손상하지 않으려는 노력 덕에 이 책의 어조는 아주 고아하게 느껴집니다. 고풍스러운 듯 하면서 도리어 참신하게 느껴지는 어조는 매력적입니다. 정민 교수의 공이 엿보이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기행문 답게 백두산에 대한 꼼꼼한 묘사가 돋보입니다만 그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안재홍의 역사에 대한 식견과 통찰력, 그리고 일제에 대한 비판정신입니다. 한 신문의 주필이 이처럼 숨김없이 당대 사회상을 비판하며 보이게 보이지 않게 일제를 비판해댔으니 그의 생이 평탄할 수 있었을리 없었겠다 싶습니다. 읽다가 '정말 일제시대 때 신문에 실린 글 맞아?'라고 쓰여진 연도를 다시한번 확인하기도 했답니다. 여러모로 사료적인 가치가 큰 글이다 생각하게 됩니다.

 

정민 선생은 책 말미에 '글이 그 사람과 꼭 같다'는 말로 이 등척기에 대한 평을 마무리합니다. 너무 꼭 맞는 평인지라 덧붙이고 빼고 할 바가 없네요. 백두산에 대해서보다 안재홍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더 알게되는, 알고 싶어지는 특이한 기행문이라고 할까요? 기품있는, 그리고 마음에 울림이 남는 기행문을 읽고자 하시는 분들이라면 만족할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일독을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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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우화 -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버나드 맨더빌 지음, 최윤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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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맨더빌, 상당히 생소한 이름이다. 보아하니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어보았을 이름인 모양이지만, 일반 사람에게는 들어볼 일이 없었던 이름으로 생각된다. 표지를 보면 자본주의의 창시자라 할 애덤 스미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인물이라 한다. 머릿말을 보자면 그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100년전 쯤, 영국 상업사회에 대하여 낡은 도덕 타령을 일삼던 사람들에게 '낡은 도덕에 맞춰 살다가는 경제가 다 망한다'라고 주장함으로써 대파문을 일으켰다고도 한다. 오죽하면 이름을 본딴 Man Devil 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할정도니 말 다했다. 그의 이러한 사상을 담아낸 책이 바로 '꿀벌의 우화'인 것이다.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본문으로 들어가본다.

 

이 책의 구성은 예상과 다소 다르다. 보통 고전책은 전반부에 원문을 싣고 필요에 따라 후반부에 해제를 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전반부 80쪽 가량을 맨더빌이 활약하던 당시의 유럽 정세 묘사 및 그의 활동 내력, 그리고 서로 혼동되는 일이 많은 그와 애덤스미스의 이론을 비교하는데 할당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보통 신자유주의의 수호자로 알려져있는 애덤 스미스는 실제론 자본가의 적으로 해석될 주장을 적지 않게 하였으며, 자본가들이 진정 수호신으로 삼아야할 자는 맨더빌 쪽이라고 보인다. 번역자 최윤재 씨는 낯선 인물인데, 약간 시니컬한 듯, 적절히 서양식 유머를 구사해가며 서술해가는 글이 읽는 맛이 적지 않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문장이 독특하여 외국인이 쓴 글을 번역한 것은 아닌가 다시 한번 필자의 이름을 확인하게 되기도 했다. 필자는 신자유주의 비판의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그런 의도에서 애덤 스미스를 위한 변명을 아끼지 않는데, 생소하게 느껴지면서도 많은 독자들이 실제 애덤 스미스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았음을 변명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맨더빌의 글이 따른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꿀벌에 대한 우화, '투덜대는 벌집'이라는 운문 형식의 글이 인용되고 뒤이어3가지의 주석이 뒤따른다. 당대의 풍속화와 엄청난 지문 및 해설이 속속 따라 붙어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400년 전의 주장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격하고 냉소적인 어조를 보면 당대의 도덕주의자들이 얼마나 흥분했을지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재밌는 점은 서로 충돌한 것처럼 보인 맨더빌과 도덕주의자들이 결국 바라보는 지점은 같았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도덕주의자들은 불편함을 느꼈던 것 뿐이고 말이다. 위선이 나쁜 것이 아니라 위선에 대한 위선이 나쁜 것이라는 말, 예전이나 현재나 인간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나보다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며 쓴웃음을 짓게 된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위험한 책이 후세에 많은 영감을 준 예는 적지 않다. 이 책 역시 애덤 스미스와 같은 경제학자에게 영향을 준 것은 물론 루소, 흄, 마르크스, 하이예크 등 계몽주의, 철학, 사회주의와 같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역사적 무게감도 적지 않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만큼, 더하여 (위험한 책이 대부분 그러하듯) 읽는 재미도 적지 않은 만큼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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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구두 2010-12-0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