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경제 상식사전 - 20만 독자가 열광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경제 만화 길벗 상식 사전
조립식 글.그림, 김민구.정재학 원작 / 길벗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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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은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의 반증이라던가요? IMF 이후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경제신문들을 떠올려보지 않더라도, 근래 세계적 경제 위기 후에 많은 경제서적이 쏟아져 나온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계속된 경제위기가 내재적인 것이든, 외재적인 것이든 간에 일반인들 역시 자구의 수단으로써 경제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임에는 틀림없어 보이네요. 어렵고 재미없는 것은 공부하기 싫어집니다만 필요한 것은 해야겠지요?^^ 



이 책은 만화로 이루어진 경제용어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사회과학의 대부분은 정확한 용어의 습득을 통해 반 이상 완성된다고 봅니다. 경제 용어를 익히는데 있어 어렵고 재미없으리라는 거부감의 벽을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허물어뜨린다면 공부하기가 훨씬 편해지겠지요. 이 책은 하나의 경제용어를 2~3쪽 가량의 짧은 만화로 해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경제에 무지한 '일호'나 '노미'가 일상생활 속에서 어려운 경제용어와 마주치게 되면 경제통인 고양이 '깐돌이'가 설명을 해준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갑니다.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1장은 "경제상식"이라는 제목 하에 대체제, 보완제, 기회비용 등 상대적으로 만만한 용어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은 "경제흐름"이라는 제목으로 네덜란드에서 투기가 탄생하게 되는 상황이라던가, 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서진하는 양상 등을 통해, 경제사를 돌이켜보고 각국의 경제적인 역학관계를 고찰하고 있구요. 3장에서는 "금융상식"이라 하여 펀드나 주가 등 생활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금융지식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최근의 세계 경제위기 등을 포함한 세계 경제 경세를 "환율과 세계정세"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지요.

챕터의 끝부분에는 "알짜경제용어"라 하여 만화란에서 미처 소화하지 못한 경제용어를 추가로 설명하고 있기도 하고요,

경제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중간중간 소개되기도 합니다.  


책의 맨 마지막에는 복습용 퀴즈까지 실려있더군요. 많은 양은 아니지만 풀다보면 나름 성취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하라고 별책부록의 형식으로 경제용어사전을 끼워놓았더군요. 실용서다운 면모가 확실히 보이네요.

만화라는 표현 형식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려고 노력한 경제입문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되도록 많은 내용을 넓게 다루되,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게 내용이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머릿 속에 경제개념들이 차곡차곡 정리된 듯한 기분이 드는데요. 이제 조금 더 어려운 책에 도전해도 될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기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지요? 경제 용어의 벽(?)을 느끼고 계시는 초입자분들께 권할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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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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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트 러셀이 수학자로써보다 철학자로써 더 잘 알려져있다는 것은 그의 특이한 위치를 잘 설명하고 있다. 르네상스맨이 존재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대라고 불리는 1900년대 초반, 그 역시 수학, 철학, 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실상 그의 삶의 목표는 분명 수학에 놓여있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사에서 그는 하나의 터닝포인트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가 남긴 대표작 [수학의 원리]가 미완성으로 남았다는 것 역시 그러한 사실을 잘 반영한다 할 수 있지 않을지.. 때문에 당대의 허다한 수학자 중 유독 버트런트 러셀을 주인공으로 택한 이 책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이중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인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등이 등장하여 이 만화책의 내용을 구상하는 외부와 그렇게 구상되어가는 버트런트 러셀의 인생이 그려진 내부이다. 내용 역시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1900년대부터 50년대에 걸친 수학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그려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련, 도전, 좌절, 극복으로 점철된 한 개인 '러셀'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수학사적으로 워낙 격동적이었고 수많은 천재들이 자웅을 겨루던 화려한 시대였던만큼, 이 책에서도 수많은 수학자들과 엄청난 수학적 발견들이 등장한다. 칸토어, 프레게, 힐베르트, 비트겐슈타인, 푸양카레, 튜링, 화이트 헤드 등의 인물들이 집합론, 무한론, 논리철학, 러셀의 역설, 불완전성의 정리 등 다양한 이론을 발견하고 그에 대에 반박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정된 분량과 만화라는 매채의 특성상 세세한 서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영화적 기법으로 핵심되는 개념을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는 점이 놀라웠다.



책의 또다른 주제는 좀 더 보편적이다. 누구나 만날 수밖에 없는 도전과 그에 대한 응전, 그리고 좌절과 극복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러셀의 경우 수학사에 남긴 족적이 작다 하지는 못하겠으나 사실 스스로의 삶에 대해 '실패다'라고 생각했다 해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가족사적인 광기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반동으로써의 논리학에 대한 집착, 그리고 개념화된 세계속에 살면서 현실을 도식화함으로써 겪게 되는 남편 혹은 아버지로써의 실패,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가장 신뢰했던 수학적 기반에 대한 불확실성의 발견 등... 그런 삶을 살았던 그이기에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 지면상에서 그가 던지는 다음의 말이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확실성의 모범인 논리학과 수학에서도 완벽한 이성적, 확실성에 도달할 수 없다면 하물며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간사에서는 더 말할 것이 잇겠습니까?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막론하고 인간사에서 완벽한 이성적 확실성에 도달하기는 정녕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이 이야기는 단지 여러분들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지침이 될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어떤 태도를 취할지 그 대답은 결국 각자에게 달려있는 것이라고..

흥미로운 구성과 유려한 그림체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고서라도 전기라기보다 소설의 인상을 준다. 그만큼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목적이 뚜렷했던 것이다. 즐겁게, 인상깊게 읽을 수 있었던 훌륭한 코믹스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후속작이 계획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에는 어떠한 인물의 삶을 새롭게 채색해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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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 -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들
패트릭 헌트 지음, 김형근 옮김 / 오늘의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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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고고학을 들었더랜다. 어릴 때 투탕카멘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나 슐리만의 기적과 같은 트로이 발굴에 매혹된 후, 남몰래 고고학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던 터였다. 수업이 재밌으리라 기대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교양과목을 배우는 정도만으로도 고고학자에게 얼마나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역시 겉보기와 실상은 다른 법이라는 점을 절감하곤 그 후 고고학 일반에 대한 관심은 접고, 고고학적 발굴 이야기에만 관심을 갖기로 결정했었더랬다.

지리하고 답답한 고고학적 발굴에서 역사에 남는 발견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 할만할 것이다. 세월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고 항상 유한한 시간에 목말라해야 하는 인간에게 있어, 수백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간 과거와 만나는 일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일지! 이 책은 '역사를 다시 쓰게 했다'라고 칭해질만큼 엄청난 고고학적 발견 10편을 모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트로이나 투탕카멘의 무덤, 진시황릉처럼 유명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시리아 도서관이나 티라, 올두바이 협곡 등 낯선 것들도 적지 않았다. 서술 방식은 우선 발견의 순간을 중심으로 전후 배경과 탐사 과정을 묘사한 후, 유적이 살아있던 당시의 시대상을 그려내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발견의 어떻게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드는지' 설명하는 방식이다. 의외랄 정도로 흥미 위주의 이야기는 덜어내고 사료적 가치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치 대학교 교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달까? 딱딱하다는 인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충실하게 지식을 전달해주고 있다는 면에서 반갑기도 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마추픽추의 발견에 대한 글이었다. 평소 언젠가 꼭 한번 가보겠다고 맘먹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겠지만, 그보다 이 글에서 예외적으로 저자의 특이한 체험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추픽추를 조사하던 저자는 우연히 협곡으로 만들어진 천연 원형극장에 다다르게 된다. 갑작스러운 충동에 끌려 저자는 리코더를 꺼내 연주를 시작한다. 덤덤하게 연주를 시작했던 그였지만 잠시 후 협곡에 돌아온 완벽한 메아리가 그를 경이로운 흥분상태로 끌어들인다. 우연이었을까, 연주에 몰입하여 시간과 공간을 잊고 있던 그는 곧이어 태양이 안개를 뚫고 나와 3중의 무지개를 빚어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틈에 그의 곁에 다가와있던 원주민들 중 한명이 그를 '현자'라 부른다. 글의 말미에 그는 이 '현자'라는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유혹적인 길이 얼마나 우리를 멀리 이끄는가에 상관없이 고대 역사를 따르는 것이 가장 흥미롭다고 열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자신은 현자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충실히 풀어낸 내용에 만족하면서도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은 근래 본 책중에서 가장 성의없이 번역이 이루어진 책이었다.

'성벽을 깨는 해머 치면서 커다란 방패로 엄페하면서' 

 '...물건들이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가마인 것처럼 불태워졌다' 

 '...기억은 겨우 성서에서나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잊혀진 도시가 돼버렸다'

79쪽 한면에서만 이렇게 세 문장의 비문을 찾을 수 있었다. 어색한 문투를 제외하고서도 말이다. 영어를 직역한 문투는 단점 뿐 아니라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더라도, 오타나 비문이 이 정도로 많은 것은 무성의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편집자가 인쇄 전에 한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걸러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요새 출간되는 번역서의 질을 생각해보면, 읽기 답답할 정도로 이상한 번역은 치명적인 단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판에서는 반드시 교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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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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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2편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라는 제목입니다. 그런 제목 때문일지, 이번 작품은 유독 여주인공인 리스베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인상이 들더군요. 전작도 그렇지만 이번 작은 전작 이상으로 개성있는 캐릭터가 부각되고 있는 듯합니다.  

소설의 배경은 전작으로부터 2년이 경과한 시점입니다. 리스베트는 제대로 츤데레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롬크비스트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면서 소식을 단절해버리고는 그로부터 도망다니고 있는 상황이지요. 겸사겸사 세계 곳곳을 여행다니고 있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사건사고(?)를 끌고 다니는 중입니다. 특히 그녀의 후견인인 닐스 바우르만은 모종의 사건으로 그녀에게 약점을 잡힌 이후, 복수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과거를 파헤쳐가던 중 복수의 실마리를 잡게 되는데요... 

반면 블롬크비스트는 이러한 리스베트의 태도에 당혹해합니다만, 별 수 있습니까? 본업인 기자일에 열중할 따름이죠. 그러던 중, 그가 일하고 있는 [밀레니엄]사에 다그 스벤손이라는 기자가 찾아옵니다. 동구권의 여성 성매매 실태에 대해 조사하던 그는 그간의 조사결과를 밝히는 책을 내고 싶었던 것이죠. 밀레니엄사는 엄청난 스캔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하고 준비작업에 착수합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다그 스벤손이 참혹하게 살해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현장에서는 닐스 바우르만의 총이 발견됩니다. 그 총에는 왠일인지 리스베트의 지문이 찍혀있었고요. 영락없이 제1용의자로 쫓기게 된 리스베트.. 블롬크비스트는 이런 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번 작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칼같이 날카로운 서술방식입니다. 저자가 기사 출신이라는 점을 모르던 사람이라도 소설을 읽어가다보면 그가 언론 관계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네요.  김훈 님도 그렇고 언론 관계자는 소설을 써도 직업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적이고 정밀하게 언론계, 경찰계를 묘사해내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러다보니 등장인물이 엄청나게 쏟아져나와서 좀 정신이 없는 면은 있네요. 안그래도 스웨덴식 이름은 낯선데 그런 이름이 줄줄이 나오니 머리가 복잡하더라고요.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 리스베트라는 캐릭터입니다.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럽고 자유로우면서, 어떤 때는 폭력적이고 어떤 때는 섬세하며, 어떤 때는 팜므파탈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어떤 때는 가냘픈 소녀의 면모를 보여주는 리스베트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반면 블롬크비스트는 저자의 분신으로써 이상적인 기자상을 보여주며 작품을 끌어가는 든든한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구요. 기타 캐릭터 역시 하나같이 개성만점인데요, 어쩔 수 없이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일관된 가치관으로 행동하는지라 공감도가 큰 편이더라고요. 

두툼하고 굵직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소설입니다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초반부에 남발되는 우연입니다. 시리즈물에서 주인공에게 우연이 따라붙지 않으면 소설을 끌어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남발되는 우연들은 작품의 충실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우연을 잘 끌어들여 하나의 결말로 수렴시킨 덕에 작품의 재미는 배가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만.. 

입소문을 타는 작품이 재미가 없을 리 없겠지요. 이 작품 역시 소문의 힘을 입을만큼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미스터리 혹은 추리 소설로써는 1부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이번 작에서는 리스베트의 매력이 꽃을 피우는지라 그녀의 팬이라면 2부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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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1
왕융하오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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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책은 읽기 쉬운 듯 어려운 책인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시적으로 보이지만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이는 언어들, 사유의 틀은 방대하지만 친근한 비유들.. 사실 노자의 책이라고 해봤자 도덕경 하나 뿐이고 그 책 역시 아주 얇은 책인데도 이렇게 오래동안 사유되고 분석된다는 것은 이 책이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 잘 드러낸다고 생각되네요. 저자에 따라 그 스펙트럼의 무엇을 부각시키는가가 갈리는 듯 한데요, 이 책 [유쾌한 노자]는 생활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경구(警句)]로써의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컨셉이 그러하다 보니 이 책은 포켓북 사이즈의 아담한 크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우선 [도덕경] 속의 한 글귀를 인용한 다음 거기에 대한 분석을 싣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그 글귀가 담긴 원문을 뒷부분에 실어주고 주석과 해석을 달아준 것은 저같은 노자 초보에게는 반갑게 느껴지더군요. 분석을 들여다보자면 언급했듯 철학적인 해석 보다는 인생론적인 해석이 주를 이룬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제자백가가 실제로는 철저히 현실의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탄생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러한 관점을 생소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자는 노자의 사상이 가지는 변증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취지가 잘 드러나는 부분을 인용해볼까 합니다.

[성인은 자신을 뒤에 두어 오히려 남보다 앞서게 된다]는 구절인데요, 노자는 이렇게 해야만 누군가가 기세를 잡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앞선 기회를 잡은 사람 역시 자기 이익이 침해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리라고 여겼다고 하네요. 이러한 주장은 사실 교묘한 처세술로 비판을 받을만한 부분이 있겠지요.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인간 본성에 대한 당연한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공적인 영역 못지않게 사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인정하면서 조화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깨달은 자의 태도라고 본다는 것이지요. 천하의 사물이 유와 무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했다는 노자의 기본 원칙은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계에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변증법을 연상시키는 면이 강하지 않나요?

중국 저자의 책이라 알게 모르게 본격적이고 파고 드는 듯한 분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씌여졌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네요. 경전 전체에 대해 주해를 다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유의미하다 생각되는 부분만 선정하여 자세히 해석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눈에 띕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적은 부담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바쁜 현대인이 옛 경전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이제스트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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