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식객 Ⅱ 1 : 그리움을 맛보다 허영만 식객 Ⅱ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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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만 선생의 '식객'이 마무리된 후 아쉬움을 느낀 사람이 적지 않았을 터입니다. 워낙 오랫동안 신문에 연재되었고 정서 자체가 친근함이 넘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만화였으니까요. 굳이 한국에 한정시키지 않아도 만화 자체로써도 내용면에서나 묘사력면에서나 수준 이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시장 자체가 우리와 비견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음식을 주제로 한 만화만도 수없이 출간되는 일본입니다만, 그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맛의 달인'과 비견해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죠. 만화라면 일단 한수 접고 보는 한국에서 허영만이라는 만화의 '장인'은 충분히 자랑할만한 인물일 것입니다. 워낙 만화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정말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보아왔던 만화였기에 '식객'이 마무리된 후에는 허함이 느껴지기도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식객 2부가 출간된다니 반가워도 이만저만 반가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것이 연재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3권으로 완결되는 일종의 기념작이라는 점을 알고서 아쉬움부터 안고 읽기 시작해야 했네요. 사실 책을 펼치고 나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다름아닌 '진수성찬'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식객의 상징과 같은 둘이 결혼 후의 모습을 보여주려나 기대했는데 주인공이 바뀌어버린 것이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편으로는 외전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책의 주인공은 어찌보면 성찬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찬이 늘 밝고 수다스러운 인물이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 고문신은 좀 더 내면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네요.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내용상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음식을 실마리로 하여 보통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그려내는 것인데요, 특히 주인공이 음식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덜어주는 부분에 무게중심이 놓이고 있는 것이죠.

 

 

 

 

 주무대는 고문신이 운영하는 '그냥밥집'입니다.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 경영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주인공이 원하는 때에 열고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음식을 대접하는 느낌의 작은 식당이죠. 1권에 소개된 음식은 5가지, 대구내장탕과 김해뒷고기, 된장찌개, 아이들을 위한 채소요리 그리고 보리밥입니다. 치매에 걸려 자식은 물론 남편까지 잊어가는 할머니가 대구내장탕을 통해 옛 기억을 잠시나마 되돌리는 첫 이야기부터 일에 대한 압박에 빠져 자신을 잃어가던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남편이 정성스레 준비한 된장찌개의 봄향기에 마음의 무게를 더는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의 상처로 남은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보리밥 이야기까지, 과하지 않으면서도 지긋이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스토리의 힘은 여전합니다. 사실 어찌보면 고리타분 내지 보수적으로 보이는 가치관이나 미묘하게 비현실적인 인물 설정도 여전해서 약점으로 꼽힐 만 한데요, 된장찌개 편이나 채소요리 편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채소요리 편에서 그려진 아이들의 모습은 사실성으로 보자면 위화감이 많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식객을 계속 읽어온 독자라면 그러한 고집스러움이나 우직함을 도리어 매력으로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외면적으로 보면 올컬러의 뛰어난 색감을 자랑하는 인쇄가 단연 눈에 띕니다. 1부 단행권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고퀄러티인데요, 그런만큼 가격도 2배이기는 합니다^^; 여러모로 기념판이라고 할만한 책입니다. 머릿글을 보면 이번 3권을 1부 27권과 결합하여 30권으로 마무리짓겠다는 인상이 드는데요, 그래도 작가분께서 건강하게 지내시다 보면 다시 한번 3부를 내주실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꼭 식객으로 돌아오지 않으시더라도 그 이상 발전한 작품으로 돌아와주시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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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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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그네'를 통해서 만나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 그렇게 기억에 남는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발랄함이 눈에 띄기는 했습니다만 그 외에는 그닥 인상적인 부분이 없었고 대체로 그런 작품은 오래 기억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 '걸'은 좀 다르더군요. 역시나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소설입니다만 전체적인 느낌은 '공중그네'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한 작품만 읽고 작가의 전작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작가는 그런 경우에서 좀 벗어나 있었던가 봅니다. 의외로 인상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습니다. 요새 잘 못 보았던 옴니버스 구성이라는 점도 기억에 남는데요, 총 5편의 단편이 실려있네요. '띠동갑'은 띠동갑 연하의 미남 사원이 후임으로 들어오면서 설레임에 정신을 못차리는 30대 여사원의 이야기입니다. '히로'는 능력있는 직장인인 주인공이 마찬가지로 능력있는 부하직원으로 보고 믿었던 남자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한방 먹여주는 이야기이고요. '걸'은 외모 컴플렉스에 빠져있던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모델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파트'는 경제적인 일을 계기로 예상치 못하게 타 직원의 공격을 받게 된 주인공이 용감하게 그 흐름을 뒤집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워킹맘'은 일에서도, 직장에서도 뛰어난 수퍼우먼이 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와 주변의 편견에 힘겨워하는 주인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이지요.

 

 공통적으로 여성의 모습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려내는데 주력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건강한 현대의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내로써, 어머니로써, 여성으로써, 인간으로써 이런저런 어려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의 여성들일텐데요, 그 와중에서도 긍정성을 잃지 않고 당당함을 유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특히 여성들에게 속시원함을 안겨주지 않을까 싶군요.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점은-자주 그렇습니다만-이성의 심리를 이처럼 설득력있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의 힘이겠네요.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되는데요, 작가들은 역시 보통 이상의 촉수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여성독자분께서는 실제 여성의 심리는 이렇지 않아!'라고 지적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여성분들의 리뷰를 한번 찾아보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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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매3 수능파이널 VOCA + 매3 수능연계 EBS 분석 VOCA - 전2권 - 2015 수능 영어 대비 파이널 어휘, 2014년 매3 시리즈 2014년
키출판사 영어학습방법연구소 엮음 / 키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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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도 슬슬 코앞이네요. 영어의 경우, 지금쯤이면 대부분의 고3 수험생들이 연계교재 풀이에 열을 올리고 있겠지요. 기본 4가지 교재를 다 풀어본 학생도 꽤 있겠고요. 요맘때쯤 되면 눈이 가는 것이 연계변형문제집이나 봉투 모의고사, 혹은 총정리 단어집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연계교재의 경우 단어가 잘 정리되어 나오는 편입니다만, 단어를 모아둔 단어집을 하나 정도 가지고 다니면서 꾸준히 복습해주는 것도 편의성 면에서나 효율성 면에서나 필요한 부분이겠지요. 영어교재에서 강세를 보이는 출판사라면 마더텅이나 능률 등이 떠오릅니다만 요새 키출판사에서도 출간 도서를 확장하고 있는 듯 하네요. 특히 매3문이 호평을 얻은지라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듭니다. 이번에 나온 단어집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고요.
 
 파이널 어휘집은 2종류로 출간되었던데요, 하나는 근 5년간의 기출 단어를 중심으로 연계단어를 더한 파이널이고요, 다른 하나는 연계단어만을 집중적으로 모아놓은 연계 EBS 분석입니다. 전자는 보라색 표지, 후자는 녹색 표지인 것도 눈에 띄네요. 공통적으로 1일당 학습량을 정해두어 35~40일만에 일독을 끝내도록 해두고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지만 지금처럼 기한이 정해져있는 때에 마지막으로 정리해야할 때는 꼭 필요한 구성이지요. 

 

 

 파이널 단어장은 5주 분량에서 각 주마다 다의어, 빈출어, 숙어, 구동사 등을 차례대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다의어 파트였는데요, 밑에 예문을 써주고 문장에서의 뜻을 추론한 후 단어 옆에 써있는 여러 개의 뜻 중에서 정답을 고르도록 하여 일종의 사지선다형으로 구성한 점이었습니다. 두꺼운 책이 아님에도 이렇게 알차게 페이지를 활용한 점은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또 단순히 단어장으로 구성하지 않고 숙어를 다수 포함해준 점도 좋았고요. 수능 지문 해석에 있어서 다의어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는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원서 인용 지문으로 인해서 회화적 표현 내지 구어적 표현을 암기해두지 않으면 해석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있겠고요. 그런데 이 책은 그 두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는 듯하네요. 부록으로 깨알같이 혼동어나 반의어도 실어준 점도 짚어두고 싶고요.

 

 

 반면 EBS분석 단어장은 상대적으로 평범하다고 하겠습니다. 연계단어를 보기 편하게 묶어 두었다는 점, 그리고 날짜별로 분량이 정해져있어 기한을 정해놓고 학습하기에 좋다는 점에 의의를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분량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전자가 선집인 반면에 후자는 모음집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후자가 더 두꺼워졌거든요. 수능까지 아직 기간이 좀 남아있고 연계교재를 끝내지 못한 학생들도 적지 않으므로, 일단 연계분석 단어장을 보고 말그대로 파이널로 정리하면 기간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추천할만한 단어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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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영어 공식패턴 3300 - 미드가 무지무시 쉬워지는 멘토스 패턴사전
E & C (English & Communications) 외 지음 / 멘토스퍼블리싱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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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미드 자막 문제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일의 향방은 어찌될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출발점에 한국에서의 미드 열풍이 있음은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에서의 시장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테지요. 한편으로는 미드 좀 보는 사람이라면 자막 없이 미드를 보고 싶다는 생각 내지 미드를 통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입니다. 이미 미드로 영어를 배워보자는 취지의 책이 상당히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요, 이번에 멘토스에서 신간을 내주었네요.

 

 보통 미드를 소재로 삼은 영어책은 회화 위주로 짜여지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미드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는 캐쥬얼한 편이니까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도 미드의 표현을 인용하여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영어 어구를 익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입니다. 따라서 기초적인 수준이 갖추어진 독자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을 책이네요. 크게는 3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뒤로 갈수록 좀 더 까다로운 표현을 싣고 있는 듯 합니다만 실제로는 다 비슷한 수준의 표현으로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들을 구문 형태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난이도가 딱히 높아질만한 요소는 없는 것이죠. 확실히 회화 습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겠네요. MP3 부록도 당연히 제공되고 있는데요, 원어민이 본문에 나온 문장을 모두 다 읽어주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읽는 속도는 다소 빠른 편이었고요.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두께로도 알 수 있듯 상당히 많은 내용을 꼼꼼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목에서도 3300개의 표현이 실려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을 정도니까요. 각 표현마다 비슷한 표현 한두개, 활용문장 예 두세개, 대화체 예문 한개 정도는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표현은 암기하는 것이라기보다 실례를 통해서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니만큼 이 정도의 예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많은 양에 더해져서 단조로운 구성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질릴 위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표현의 전후 문장을 엮어 미드 본문을 좀 더 길게 인용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지금 구성은 과연 이 책이 미드를 활용한 것이 맞는지 알기 힘든 면이 있어요. 심지어 어느 미드에서 어떤 표현이 나왔는지 표시도 없으니까요. 달리 생각해보면 이 책은 미드를 본 사람이 표현을 복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책이라기보다는, 미드를 보기 전에 표현을 익혀두고 여러 미드를 보면서 거기서 그 표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복습해보는 용도로 만들어진 책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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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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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서사적인 인간인지라 시의 간극과 공백은 늘 저를 당혹스럽게 만들 뿐이죠. 그래도 저는 시를 느껴보고자 꾸준히 노력을 하는데요, 그것은 제가 가 있다고 말해지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믿는 고지식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저는 시인 류시화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류시화라는 이름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은 군 시절의 추억 때문이겠군요.

 

 누구나 그렇듯 군대라는 공간은 제게도 고독하기 그지 없는 곳이었는데요, 마음의 위로를 찾아 더듬던 손끝에 걸린 것이 바로 류시화 님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시집이라곤 단 한번도 사본 적이 없던 제가 그  책을 산 것은 목마른 자는 물이 있는 곳이 어딘지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는 사실의 한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 책은 시집도 아니고 심지어 시 모음집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잠언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그 짤막한 위안의 언어들이 힘겨워하던 제게 일종의 희망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말하자면 하이쿠 모음집을 보는 순간 예전의 추억이 새록 떠올랐다는 말이겠습니다. 하이쿠 장르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일본은 물론이고 서구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가로 알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아주 간결하고 짧은 것이 특징이겠는데요, 그렇기에 더욱 여백의 미가 살아나는 시라고 하겠네요. 실은 전에 '바쇼의 하이쿠 기행'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으니 경험해본 적이 없지는 않은데요, 하이쿠 작가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바쇼는 여행을 자주 즐겼고 그 와중에 하이쿠를 남겼다고 합니다. 그 여정을 따라 그려낸 책이었죠. 그러다보니 실린 하이쿠도 적고 시에 집중하기는 애매한 면이 있었는데 이번 책은 두께부터가 본격적이었습니다. 실린 시인도 바쇼, 부손, 잇사, 시키의 네 명이니까요. 

 구성을 보자면 하이쿠 한편과 그에 대한 주해가 실려있는 형식인데요, 이것은 하이쿠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하이쿠는 여백이 많고 '경'은 확연하지만 '정'은 희미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허무 내지 당혹감이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덧붙여진 주해가 무게감을 더해줌으로써 좀 더 깊이있게 시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네요. 그리고 예상대로 서정적이면서도 유려한 책의 디자인 덕분에 편안하게 시를 완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하이쿠의 간결함이 조금은 어색합니다만, 눈에 남은 시가 몇 편 떠오르네요. 개인적으로는 삶의 비루함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유머러스한 시나(귤을 깐다/손톱 끝이 노란색/겨울나기) 즉석사진보다도 강력하게 순간을 포착해내는 시(짧은 밤/벌에의 털에 맻힌/이슬방울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러한 친근함이 있기에 일본에서는 하이쿠 짓는 것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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