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지구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윌리엄 루벨 지음, 이인선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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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이라면 '밥'이라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상당부분 빵으로 대체된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도 워낙 빵을 좋아해서 자주 많이 먹고요. 그런데 어떤 음식이든 주식이라면 길고 긴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적 요소를 깊이있게 담아내고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런만큼 빵의 역사를 살펴보면 서양사의 많은 부분을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휴머니스트에서 낸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제대로 채워주고 있군요.


 어지간히 거슬러 올라가리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빵의 역사는 6000년 이상 올라가는군요. 1장에는 빵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데요, 진흙판에 설형문자로 남아있는 빵의 모습이나 곡식을 제분하는 여인의 조각상이 사진으로 함께 실려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의 역사와 문화가 상당히 자세히 소개되는데요, 고대의 빵의 역사는 로마시대까지 이어서 자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빵으로 볼 수 있는 계급의 모습을 그려내어 흥미로웠습니다. 빵을 소비하는 계층이 누군가에 따라서 빵 자체의 우위가 정해지는 것이 재미있는데요, 상위계층을 대표하는 것이 로프브레드라면 그 맞은편에는 플랫브레드가 있다고 하는군요. 3장에서는 맛있는 빵의 요건 내지 사람들의 선호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이었습니다. 가벼운 빵의 속살을 만들기 위해 정제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라던지, 노화된 빵을 데우면 맛있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탕과 소금의 함량이 빵의 맛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등등이 너무나 재밌더라고요. 4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빵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눈의 즐거움이 적지 않은 장이었습니다. 5장에서는 현대에 진화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빵을 소개하면서 마무리짓고 있고요.


 독특하게도 책 분량의 3분의 1이 부록으로 되어있는데요, 부록의 절반은 한국 빵의 역사를 소개하는데 할애되고 있네요. 나머지 반은 요리법과 용어집으로 채워져있고요. 한국 빵의 역사의 경우, 원저자가 작성한 내용은 아니지만 책의 제목에 걸맞는 적절한 배려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예상가능한 부분이겠지만 한국 빵에는 역시 일본의 영향이 크더군요. 한국 빵이 내내 양산업체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것은 역시 빵이 문화라기보다 산업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는 생각합니다만 현재 살아남은 빵집이 프렌차이즈 위주의 기업체인 것은 역시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분량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깔끔하고 보기좋게 정리한 책이었습니다. 실린 사진들도 맛깔나게 즐길 수 있었고요. 빵을 먹듯 맛나게 볼 수 있는 부담없는 교양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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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연상 기억술 - 맵핑으로 바로 외우고 오래 기억하는
손동조 지음, 손주남 감수 / 성안당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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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간간히 들렸습니다만, 근래에는 한자 교육의 중요성이 확실하게 사회적으로 각인되었다는 인상이 듭니다. 어릴 적부터 한자검정시험을 대비하여 한자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아진 것 같더라고요. 한글 전용은 방향성의 측면에서는 귀기울일 부분이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 국어의 이해에서 한자를 분리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쓰는 한자의 경우 쓰지는 못하더라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는 익혀 두어야 되지 않은가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교육 분야 책들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서인지 하나같이 감탄할 정도의 퀄리티로 출간되고 있는 듯 합니다. 왠만해선 실망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연상 학습법을 활용하여 단어 암기에 도움이 되도록 짜여진 책이네요. 사실 한자는 부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연상을 하며 암기하게 되어있기는 한데요, 이 책은 그런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연상법을 쓰고 있어 눈길을 끄네요.

 

 

 파트 1에서는 한자 부수를 익히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방식은 훈과 음을 한 문장 안에서 스토리로 엮어내어 기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예컨대 피 혈은 '피'가 도니 '혈'색이 좋다, 다닐 행은 '다니'면서 '행'세한다는 식으로 문장을 짜두고 있는 것인데요, 특히 음 부분에는 실제 그 한자를 쓴 단어를 배열하도록 신경쓰고 있어서 아이들이 아, 이 단어는 이 한자를 쓰는 것이었구나 기억하게 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습니다. 다만 자연스러움을 우선시하였기 때문에, 발 족의 경우 '발'을 '족'(쪼)그리고 앉았다는 식으로 문장을 만들기는 했지만요. 한걸음 더 나아가 그 문장을 그림으로 만들어 같이 실어두고 게다가 그림 속에 한자가 겹쳐지도록 구성한 것도 인상적인데요, 이렇게 중첩을 통해서 암기 효과를 더욱 높이려고 노린 것이라고 보입니다. 중첩 효과를 노리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요, 소개된 기본자를 쓴 어려운 한자를 그림 양 옆에 실어두고 그 두 글자를 다시 한번 문장으로 짜내어 다시 한번 연상하게 만들고 있네요. 기왕 부수 익히는 거, 한 단계 더 나가보자는 집요함(?)은 딱 제 맘에 들었습니다.

 

 

 파트 2에서는 형태를 확 바꾸어서 마인드 맵핑 식으로 부수에 한자를 묶어서 그려냈네요. 시각적인 부분이 인상적이긴 합니다만 실은 파트 1에 비해 전통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문장을 활용하는 연상기억법은 여기서도 활용되고 있군요. 이렇게 촘촘하게 짜내서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한자가 실려있다는 부분도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런 책은 보통 한자를 직접 쓸 수 있는 여백을 같이 실어둡니다만 그 부분을 빼고 더 많은 한자를 소개하는데 신경쓴 것이라고 보이는군요. 하지만 반드시 따로 노트를 준비해서 써가면서 외워야 효율이 높아지리라는 것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얼핏 아동 내지 청소년용 도서인 것으로 보이는 디자인입니다만, 실려있는 한자를 보자면 굳이 그렇게 한정지을 필요가 없어 보이네요. 부록으로 1급 한자 3500자를 실어두기도 했습니다만 본문에 있는 한자만 익혀도 생활 속에서 한자 달인이 되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되거든요. 쫀쫀하게 꽉꽉 채워낸, 개인적으로 입맛에 맞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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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조선 천재 화가들 - 우리 옛 그림으로의 초대, 증보개정판
이일수 지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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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기억으론 이 책이 5년쯤 전에 출간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듯 하네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 책은 6명의 이름 높은 조선 화가를 소개하면서 우리 그림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예민한 시기의 어린 시절에 우리 그림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려는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습니다만, 시원한 판형에 힘입은 생생한 그림이 이 책을 돋보이게 만들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소개되고 있는 화가는 안견, 신사임당, 정선,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입니다. 시대순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상당히 색깔이 다른 화가들이라서 의도적으로 이들을 선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신사임당을 통해서 조충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정교한 관찰과 세밀한 묘사력에 감탄하게 만들고요, 정선을 소개하면서 진경산수화 속의 다양한 표현 기법을 나열해주고 있네요. 김홍도야 워낙 풍속화에서 독보적인 인물입니다만 특유의 역동적인 화면 구성이라던가 그림 속 비밀들을 알려주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늘 그와 비견되는 신윤복은 독특한 미인도를 통해서 소개되고 있군요.


 그 외에 아이들의 눈높이를 감안하여 부담없는 수준으로 정보를 담아내고 있다는 부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개개 그림의 독해법을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림에 얽힌 배경, 예컨대 화가의 인생사나 당대의 사회상, 작품들의 현상황 등을 다각도로 짚어보고 있는 것도 그런 방향성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고요. 몽유도원도를 소개하면서 안평대군이 죽음을 맞게 된 계유정난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라던지, 신사임당을 이야기하면서 지폐 속에 그려진 그와 아들 이율곡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식이지요. 중간에 여백을 두어 아이들이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보게 여유를 준 것도 마음에 드는군요.


 이런 저런 점보다도 색감 좋고 큼지막하여 '감상'이 가능하도록 그림을 담아내는데 신경쓴 것은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은 이 책의 장점입니다. 그림 뒤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 이야기고, 일단 그림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에게 우리 그림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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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그마 세계 2차 대전 3부작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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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은 로마사 시리즈와 폼페이를 읽어 보았는데요, 이 소설 '에니그마'는 그보다 이전에 쓰여졌다고 하더군요. 팩션 소설의 열풍이 한풀 꺾인 요즘입니다만 확실히 그의 소설들은 독자를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랬기에 이렇게 재출간되기도 했을 테지요. 이전의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생각했던 부분입니다만, 당대의 시대상을 그려내는 그의 솜씨는 확실히 여간이 아닙니다.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분위기를 행간에 뿜어낸다고 할까요? 이것이 그의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에니그마'가 독일군의 전설적인 암호장치임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승리는 이 장치의 해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정도지요. 이 장치의 해독을 위해 각 분야의 천재들을 끌어모은 곳이 블레츨리 파크로써 소설 역시 내내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제가 이 이름을 처음 접했던 것은 앨런 튜링의 전기를 통해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의 삶이 워낙 드라마틱하고 그의 천재성이 너무나 뛰어나서, 그가 대활약을 했던 이 곳을 잊을 수 없었죠. 하지만 사실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잘 알지는 못했는데요, 이 소설을 다 읽은 지금은 분위기로나마 짐작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소감입니다. 막상 소설 속에서는 기대했던 튜링의 등장은 없었고 이름만 간간히 나와서 아쉽긴 했습니다만^^;

 

 

 소설의 주인공은 블레츨리 파크에서 암호 해독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그려지는 수학자 '제리코'입니다. 아마도 실존 인물은 아닌 듯 합니다만 튜링의 소개를 받아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으로 그려지지요. 그의 이름은 성경 속에 나오는 불굴의 성채인 '여리고'를 떠올리게 합니다만, 그런 이름을 가진 그가 불굴의 암호체제인 에니그마 해독에 대활약을 하는 모습이 작품의 한 축이 됩니다. 전쟁으로 인한 열악한 환경과 가혹한 암호해독 작업에 시달리느라 거의 정신분열의 상태에 놓인 그의 모습은 상당히 실감나게 그려지는데요, 수학자의 전형처럼 느껴지는 사고와 가치를 가진 그가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전쟁의 한 단면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다른 한 축은 '클레어'라는 여인의 실종 사건입니다. 제리코는 블레츨리 파크에서 일하는 직원인 그녀를 만나 잠시나마 위안을 받게 되는데요, 가벼운 만남 정도로 관계를 생각했던 클레어와 달리 정신적인 궁지에 처해있던 제리코는 상당히 심각하게 그녀에게 집착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 집착 때문에 클레어가 암호문을 유출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할지,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할지.. 그리고 곧이어 그녀가 실종면서 그녀를 '알고' 싶어하는 제리코는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음모의 실체를 밝혀가지요.

 

 후반부의 속도감과 마지막의 반전 때문에 추리 소설적인 부분에서도 '에니그마'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소설이 그려내는 역사적 상황이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은 사건을 파헤쳐가는 제리코의 행동 패턴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불합리한지라 내내 몰입하기 힘들었거든요. 물론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선택을 잘못하다 보니 소위 '말렸다'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뛰어난 두뇌와 놀라운 행동력과는 너무 상반되는지라 어색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반전 부분에서 밝혀지는 사실이 작품이 그려낸 사회 분위기나 정치적 상황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져 마지막 장면에서 느끼게 되는 허무하면서도 아릿한 맛은 최고라고 할만 하군요. 역시 보통의 필력을 가진 작가는 아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소설 속에서 밝혀낸 연합군의 '어두운' 부분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지식이 짧은 저로써는 처음 알게 된 부분이라 사실인지 확인해보고자 나중에 따로 검색을 해보았는데요, 상당히 악명높은 사건이더군요. 전쟁은 일으킨 사람 뿐 아니라 참가하는 사람 모두를 비이성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은 익히 알던 바입니다만, 이토록 많은 인물들이 무고하게 희생되고 어이없이 숨겨질 뻔 했다는 것은 여전히 가슴아픈 일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정도로 전쟁의 본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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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미술관 - 그들은 명화를 통해 무엇을 보는가
최병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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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 전부터 통섭의 컨셉으로 쓰여진 책이 부쩍 많이 출간되고 있다는 인상인데요, 이제는 묶어낼 수 있는 영역은 다 묶어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특색은 전문서보다는 교양서에서 두드러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사실 이렇게 다른 영역을 묶어서 통찰하는 과정은 '번뜩'까지는 수월해도 '심사숙고'까지 나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분야든 이렇게 쓰여진 책은 그 '번뜩' 자체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듯 합니다. 저 역시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게 사실이고요.

 

 

 

 

 

 

 이렇다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경제신문 등의 전문지에서도 이러한 성격의 컬럼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그 컬럼을 묶어서 책으로 펴내는 예도 흔한 것 같습니다. 근래 매경에서 펴낸 비슷한 성격의 책을 읽었었는데요, 이 책은 한빛비즈에서 출간되었네요. 그래서인지 둘 다 호흡이 짧고 어느 부분에서 읽어도 좋은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명화라는 소재를 끌어쓰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경제문제를 다루는만큼 내용 자체는 건조한 편인데요, 당대의 상황이나 그림 자체에 대한 해설보다는 현대적 개념 내지 상황을 설명하는 발판으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첫번째 소개된 작품부터 눈길을 끄는데요, 브뤼헬의 '바벨탑'입니다. 이 그림이 그려지던 16세기의 엄청난 사회변화가 브뤼헬이라는 개인의 상상력을 거쳐 표현된 그림이니만큼 그림 자체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요, 그림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당대의 상황이 현대에도 적응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저자의 해설이 흥미롭습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를 현대에도 적용해보고 있는 것이죠. 사회구성원에게 가치관을 제시하는 것을 임무로 삼았던 성직자들을 프리드먼과 같은 경제학자로, 무너져내려 불안하게 보이는 바벨탑의 모습을 세계화의 위기로 빗대어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태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라던가, 왕의 근처에서 엉덩이를 까고 똥을 누는 일꾼을 그려두는 등의 디테일한 풍자가 있었다는 점은 작가가 짚어주기 전까지는 몰랐던 부분이네요. 본 적이 있는 그림임에도 이러한 설명을 통해서 새롭게 읽어내다 보면 마치 새로운 그림을 보는 기분이 들죠. 작품은 감상을 통해서 완성이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떠올려보게 되는군요.

 

 

 

 

 

 

  뒤샹의 '샘'을 통해서 화가의 '선택'과 경제주체의 '선택'을 비교해보는 글도 흥미로웠습니다. 모방론에 반기를 들고 예술가의 선택이 대상을 완전히 새로운 해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한 뒤샹을 보노라면 '본다'는 것이 가지는 힘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데요, 분명 예술가적인 통찰력이 번뜩이는 인물이었음은 틀림없겠지요. 그 후의 예술사의 흐름을 보면 과연 뒤샹이 이러한 결과까지 예상을 했을까는 의심스럽습니다만, 그것 자체가 사회의 요구에 예술이 응답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뒤샹은 합리성에 근거한 선택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텐데 그것이 결국 합리성으로 귀결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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