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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ㅣ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매년 기후위기 경각심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빙하입니다. 빙하가 계속 녹고 있고, 몇 년 전과 비교 사진을 보면 확연하게 줄어든 게 보여요. 빙하가 다 녹는 건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다이브》에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가 건물을 뒤덮었어도,
그래서 인천이 수몰된 다음에도,
온갖 나라들이 전쟁을 벌인 뒤에도,
그래서 한국을 지켜 주던 댐이 무너지고 나서도
서울 사람들은 계속 서울에 살았다.
《다이브》 물에 잠긴 세계 - p7
단요 작가의 첫 소설 《다이브》는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은 상태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서울도 물론 다 잠겨서 물 속에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산에서의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남산, 노고산 등 산으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어요.
이제는 물 아래 잠긴 곳에서 쓸만한 물건을 가져오는 '물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대입니다. 노고산 물꾼인 선율과 남산 물꾼인 우찬은 누가 더 멋진 걸 찾아오나 내기를 해요. 기한은 보름. 심판은 공정하게 중앙의 둔지산 물꾼들이 맡기로 했습니다.
선반 사이를 헤매던 선율은
어느 큐브 앞에서 멈춰 섰다.
헬멧이 쏘아 내는 주홍빛 조명이
두터운 플라스틱의 곁을 따라 흘렀다.
그 너머로 웅크려 앉은 사람의 윤곽이 보이더니
얼굴이 뚜렷해졌다.
흰 티셔츠를 입은 소녀였다.
《다이브》 물에 잠긴 세계 - p13
선율은 물 속에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기계를 하나 건져옵니다. 깨어난 소녀는 자신이 기계 인간인 것을 알고, 이름도 기억하고 있어요. 소녀의 이름은 채수호. 자신이 언제 이렇게 됐는지도 알고, 선율에게서 현재 상황도 파악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어요. 그 기억 사이 4년은 소녀의 기억에 없다는 점입니다. 소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 의문의 4년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소녀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서울이 물에 잠길 당시 노고산에서 아이들을 구한 경이 삼촌과도 어떤 접점이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일까요?
닿지 못할 행복은
생생한 만큼 슬픔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그대로 남아 후회가 된다.
살아가다 보면
지나간 순간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기지만
그 반대의 일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과거가 오늘을 옭아매는 것이다.
《다이브》 노을이 빈 자리 - p173
창비 소설 《다이브》는 수호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아갈 수도 있지만, 수호는 과거를 찾는 걸 선택했어요.
살다 보면 때로는 잊고 싶은 과거 하나쯤은 생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호처럼 기억하거나, 잊거나 선택할 수 없이 계속 과거를 끌어안고 살아야 하죠. 잊고 싶은 과거가 없었던 일이라면, 조금 더 나은 현재를 살고 있을까요? 저는 그러한 과거들도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이브》 속 상황은 지금보다 열악한 상황이기에 사람들이 더 예민하고, 날카롭고, 이기적인 모습이 보여요. 이런 와중에 수호라는 존재가 나타났고, 수호가 선율과 함께 과거를 찾는 과정 속에서 팽배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알지 못했으면 좋았을 과거일 수도 있는데, 실체를 모르는 과거를 찾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게 인상깊었어요.
《다이브》를 읽으면서 소설 속 상황과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 조금은 비슷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 속에서 사람들이 조금씩 날카로워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 《다이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따듯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