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2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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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2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최고의 이혼'. 나는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원작 소설 <최고의 이혼 1>을 가제본으로 미리 만나보았다.


<최고의 이혼 1>을 다 읽고난 후 드라마 방영을 시작했는데,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드라마에 더 관심이 많이 갔다. 솔직히 처음에 드라마를 봤을 때는 '드라마의 원작이 일본이어서 그런가? 우리나라 드라마로 만드니까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담아서 부담없이 볼 수 있었고,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도 있어서 요즘에는 다음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진다. 드라마가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 네 남녀의 결말이 궁금해서 <최고의 이혼 2>를 집어들었다.


상대방에게 아무런 애정도 없고 기대도 없는데 함께 있는 게 가장 불행해요. 그렇게 되지 않았으니 그러고 보면 이혼도 나쁘지 않군요. 이혼 만세! 이혼 최고! -p147


미쓰오와 유카, 아카리와 료, 이 네 남녀는 결국 이혼을 한다. '이혼'이라는 단어만 들어보면 부정적인 것 같지만, 료의 말처럼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거짓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혼보다 훨씬 더 불행한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고의 이혼 1>에서 준노스케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료와 준노스케의 말의 공통점은 결국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찾기 위해서 행동에 옮긴다는 것 같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어쨌든 행복을 바라는 건 모두 같을테니까 말이다.


결국 나도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었구나, 인정받고 싶었던거구나…… 흔해 빠진 일이지. -p177


유카와 미쓰오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익숙함에 잊고 살았던 것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들도 연애할 때나 신혼일 때는 소소한 일에도 함께 즐거워하고 웃음도 많이 지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점점 많이 보이게 되고, 그런 서로를 이해해주지 못하면서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다. 유카의 말처럼 어쩌면 커다란 변화가 아니라 '흔해 빠진 일'로 행복을 갈구했을지 모르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유카뿐만 아니라 네 남녀가 모두 안쓰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자신을 좋아하기보다 남을 좋아하는 게 간단하고, 남을 좋아하면 자신을 좋아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p257


사랑이란 무엇일까? 제목은 <최고의 이혼>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생각해본 건 역설적이게도 사랑이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들 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다. 아카리는 '남을 좋아하면 자신을 좋아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을 한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아카리의 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먼저 사랑하는 게 어렵다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보는 건 어떨까.


<최고의 이혼 2>에서는 솔로가 된 네 남녀가 각자의 생활을 평소처럼 이어가는데, 이상하게도 이 네 명은 서로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소설이라 자세한 줄거리와 결말을 말할 수 없겠으나, 내 생각에는 네 남녀가 모두 행복을 찾은 것 같아 나름 만족스러운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혼'이라는 단적인 부분만 바라보지 말고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현실적인 부분을 바라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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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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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보고 저자소개를 읽어보다가 그때서야 알았다. '어? 나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잖아?' 내가 전에 읽어본 백영옥 작가의 책은 2년 전 출간된 <애인의 애인에게>라는 책이다.


소설의 내용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내가 전에 썼던 서평을 블로그에서 찾아 읽어보았다. (이럴 때면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기록을 해두는 게 당시에는 조금 오래걸릴지라도 언젠가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새삼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과거의 나를 칭찬하고 싶다.) 서평을 읽어보니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당시에는 잘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쓰여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 느꼈던 감정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같은 작가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접했다. 백영옥 작가의 소설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들을 몇 문장 만나봤는데, 에세이에서만 알 수 있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는 어떤 게 담겨있을지 궁금했고, 이번에는 어떤 문장들에 나의 마음이 끌려갈지 기대를 갖고 책을 읽었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엄청난 독서를 한 백영옥 작가가 그 속에서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을 담은 에세이다. 백영옥 작가가 꼽은 문장들은 무엇이며 그런 문장들을 통해서 자신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백영옥 작가가 적어놓은 많은 문장들 중 가장 공감이 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 문장 3개를 통해 나의 이야기도 적어볼까 한다.


나와 그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그녀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 말이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시켜주는 남자를 필요로 하게 되거든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거울을 보듯 그의 웃는 얼굴을 봐야 안심할 수 있는 겁니다. -p34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집착한다'고. 백영옥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결국 자존감이 낮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부터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런 논리가 꼭 사랑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것 같다. 남이 나에게 베풀기를 원한다면 나부터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하고,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부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듯이 말이다.


마음의 상처는 사라져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다만 시간에 묻히고 희미해질 뿐이죠. -p74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는 건 참 고통스러운 것같다. 백영옥 작가의 말처럼 받은 상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희미해질 뿐이기 때문에. 그 희미한 상처가 언제 빛을 받아 선명하게 보이게 될지, 상처를 갖고 있는 나조차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쿨하다고 할지라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처받는 걸 피할 수 없다면, 받은 상처를 다루는 나만의 방법을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게 조금 덜 아프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여기저기서 세잎클로버를 뒤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생각했어요. 우리는 희귀해서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행운을 찾기 위해, 이미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행복을 지나치고, 심지어 짓밟고 있구나. -p150~151


우리가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하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 선택이 겉에서 보기에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일지라도, 선택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 선택이 다른 어떤 선택보다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그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나는 솔직히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큼직큼직한 것들만 기억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 행복한 순간들은 알게모르게 수도 없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사소하지만 모두 행복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백영옥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큰 행운만을 찾다가 놓치고 있는 행복의 순간들이 많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행복들을 만날 때마다 메모를 해놓고, 우울할 때 펼쳐보면 감정의 온도가 조금은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백영옥 작가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각각의 이야기마다 백영옥 작가 꼽은 좋은 문장들을 알 수 있어서 더 좋았고, 그 문장들이 담겨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책을 알 수 있게 되어서 더더 좋았다. 백영옥 작가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를 반복해서 읽으며 흩어지고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 책이 나에게 그럴 것 같다. 작가가 아니라 동네 언니처럼 친근하게 다가와서 때로는 따뜻한 말로 위로를, 때로는 솔직한 말로 현실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감정이 요동칠 때, 마음이 공허할 때 등 이 책을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백영옥 작가에게 <두 번은 없다>라는 시가 있다면, 앞으로 나에게는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와 그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그녀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 말이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시켜주는 남자를 필요로 하게 되거든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거울을 보듯 그의 웃는 얼굴을 봐야 안심할 수 있는 겁니다. -p34

마음의 상처는 사라져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다만 시간에 묻히고 희미해질 뿐이죠. -p74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여기저기서 세잎클로버를 뒤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생각했어요. 우리는 희귀해서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행운을 찾기 위해, 이미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행복을 지나치고, 심지어 짓밟고 있구나. -p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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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
윤혜진 지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그림 / 큐리어스(Qrious)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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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은 무엇일까? 이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바로 성경책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 책은 <어린 왕자>라고 한다. 나는 어릴 때 지금처럼 책을 즐겨 읽는 아이가 아니었다. 책을 읽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만 읽는 편독을 하거나, 독후감 숙제를 하기 위해 억지로 읽거나 둘 중 하나였다. <어린 왕자>도 읽긴 읽었겠으나 제대로 읽은 기억은 없다. 그 이후로 <어린 왕자> 책은 다시 읽어보지 않았고, 6년 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전시한 <어린왕자 한국특별전>과 몇달 전 영화 채널에서 보여준 애니메이션 <어린왕자>로 성인이 되어서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났다.



최근에 들어서야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을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원조' 어른을 위한 동화는 바로 <어린 왕자>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는 어린 왕자와 같은 시선에서 어린 왕자가 만나는 다양한 별들의 사람을 보며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른이 되어(진정한 어른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이 상으로) 다시 보니, 어릴 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때로는 그 사람이 내가 되기도 했다. <어린 왕자> 책을 어릴 때 한 번, 성인이 되고난 후 다시 한 번 읽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 왕자가 만난 다른 행성의 어른들을 기억하는가? 명령의 세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왕부터 찬사의 말만 듣는 허영심 많은 사람, 부끄러움을 잊으려는 술꾼, 중대한 일을 하는 사업가, 어리석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가로등 켜는 사람, 영원한 것만을 기록하는 지리학자까지. 나는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이 어른들을 다시 떠올려봤는데, 그 중 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이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하는 '가로등 켜는 사람'이 우리들의 모습과 가장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미련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우리 모습과 가장 닮아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론 남들에겐 있고 나에겐 없는 것이, 나를 다른 이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거름이 되기도 하지요. -p41



다른 책들을 읽을 때도 그랬듯이 <어린 왕자> 책을 읽으면서도 동화 속 어린 왕자에게만 집중을 했지 <어린 왕자>의 저자인 생텍쥐페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윤혜진 작가가 쓴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책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 볼 뿐만 아니라 생텍쥐페리의 일상에 대해서도 쓰여져 있다. 어린 왕자의 이야기만 읽다가 작가인 생텍쥐페리에 대한 글을 읽으니 새로웠고 <어린 왕자> 책 만큼이나 흥미로웠다.



해군사관학교 입시 면접에서 불합격 후 미술학교 건축과에 진학하고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로 자리잡은 생텍쥐페리. 이것만 봐도 예사롭지 않은데, 그의 결혼 생활마저도 평탄하지 않다. 생텍쥐페리는 전남편의 상중이었던 콘수엘로와 결혼하고, 생텍쥐페리는 종종 그녀를 홀로 집에 둔 채 바람을 핀다. 나는 이런 생텍쥐페리를 보면서 요즘에 방영하고 있는 KBS2 드라마 <최고의 이혼> 속 바람피는 남자인 '이장현'이 떠오르기도 했다. 또 지고지순하기만 한 콘수엘로였다면 조금 억울(?)했을텐데, 콘수엘로 역시 자신만의 모임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렸다. 둘은 따로 살면서 연인처럼 호텔에서 가끔 만나는 이상한 부부였지만, 서로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부부 생활이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 책을 쓰는데도 영향이 미쳤을까? <어린 왕자> 속 어린 왕자와 장미의 관계를 떠올려보자. 어린 왕자와 장미는 서로의 진심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안타까운 관계이다. 이런 둘의 관계를 보면 생텍쥐페리와 그의 아내인 콘수엘로의 관계와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사랑하면서 가끔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럼에도 서로를 떠날 수 없는.


어린 왕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또 사람들에 대해 사랑에 대해 친구에 대해 관계에 대해 그리고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해 지금까지도 다양한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전하고 있습니다. -p137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에서 생텍쥐페리의 일생을 들여다보고, <어린 왕자>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텍쥐페리가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걸까?'. <어린 왕자> 속 조종사의 모습은 실제로 생텍쥐페리의 일생 속 한 부분과 매우 닮아있고, 앞서 말했듯이 장미는 그의 아내 콘수엘로와 닮아있다. 또 생텍쥐페리의 일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두 명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은 그의 친구 기요메로서, <어린 왕자> 속 사막 여우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기요메는 생텍쥐페리가 첫 우편비행을 하기 전에 하나의 지도를 준다. 이 지도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지도이다. 일반 지도가 그냥 지리적 특성만 표현해놨다면, 기요메가 준 지도는 그 지역의 특징들(서른 마리의 양떼들이 어디에 있는지, 양 치는 여인은 어디에 위치하는지 등)을 적어놓은 특별한 지도이다. 기요메는 생텍쥐페리에게 그냥 선물이 아니라 그만의 보물지도를 선물한 것이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친구라니. 생텍쥐페리와 그의 친구 기요메의 관계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 삶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생텍쥐페리는 '진정한 사치는 하나밖에 없으니 그것은 인간관계의 사치다'라고 말하며 많은 친구를 만드는 것의 중요함을 말했다. 하지만 나는 친구의 수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왕자> 속 사막 여우가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만든다'라고 말했는데, 길들일 수 없는 인간관계라면 그 수가 많아봤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길들일 수 있는 적당한 인간관계만 있어도 행복한 삶으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타인이 있음을 아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이 나를 아프게 하거나 나의 삶을 비하하는 이유로 쓰인다면 눈과 귀를 닫는 편이 낫습니다. -p182



앞서 말한 생텍쥐페리의 일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은 레옹 베르트이다. 레옹 베르트는 생텍쥐페리와 스무살이 넘게 나이 차이가 나지만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다. 생텍쥐페리가 어린이들이 아닌 레옹 베르트에게 책을 헌사한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레옹 베르트는 생텍쥐페리가 '이 세상에서 사귄 가장 훌륭한 친구'이고, '어린이를 위한 책들까지도 모두 이해'하고, '위로 받아야 할 처지'에 있기 때문.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도 '<어린 왕자>는 레옹 베르트에게 헌사한 책'이라는 점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어린 왕자>를 아는 분들이라면 가을과 어울리는 책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도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텍쥐페리의 일생도 처음으로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어린 왕자>에 대한 이해도 좀 더 깊게 할 수 있었다. 인문학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는데, 친숙한 어린 왕자와 그의 작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에세이라 그런지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가을 감성이 사라지기 전, <어린 왕자>를 제대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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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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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읽기만 해도 쓸쓸함과 슬픔이 마음 속으로 서서히 침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후회가 남지 않는 시원한 이별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이별은 그렇지 않다. 이별을 한 직후에는 '그 놈이 완전 나쁜 놈이네' 하며 이별의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다가,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그때 내가 그렇게 했기 때문인가' 하며 내 탓을 하기도 한다. 연애할 때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이별한 후에야 생각하며 후회하는 많은 사람들(나 포함). 앞으로 기회가 많은데 후회를 가득 안은 채 살 순 없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마냥 행복했던 그 순간에

나는 끝을 상상하곤 했다.


이 행복이 끝나면 나는 얼마나 아플까.

나는 그 아픔을 견딜 수 있을까. -p181


그렇다면 이별한 후에 남는 건 후회밖에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은 더 성숙해졌을 거고, 다음 연애는 보다 나은 연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성일 작가가 쓴 두 번째 에세이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 에세이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에서는 이별한 후 남녀가 겪는 정서적 변화를 보여줬다면, 이번 에세이에서는 이별한 후에 깨닫게 된 사랑의 의미를 솔직하게 말한다.


지금은

내 마음이 미동도 없었으면 해요.

그게 편하니까요. -p239


나는 평소에 에세이를 많이 읽는 편인데, 다양한 에세이들을 나름 분류해 보자면 딱 2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다. 하나는 아프고 상처난 부분을 어루만져주면서 위로해주는 따뜻한 에세이, 다른 하나는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정곡을 찌르는 현실적인 에세이.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후자에 더 가까운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했니? 마음이 아프겠구나. 내가 위로해줄게' 보다는 '이별했니? 나도 이별했어. 이별은 원래 다 아픈거야. 다음에 똑같은 실수로 똑같이 아프지만 않으면 돼'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나에게 허락된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앞으로 뒤돌아볼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일이다. -p256


사랑할 때는 좋은 것만 보이고 행복한 것만 느낄 수 있는데, 조성일 작가는 사랑하는 순간에도 끝을 생각한다. 혹자는 '사랑하기도 바쁜데 꼭 안 좋은 것까지 생각해야 해?' 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성일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함으로써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지금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지만 꼭 이별한 사람에게만 공감되는 책이 아니다. 이별한 사람에게는 지금보다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이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소중함을 상기시켜주는 책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띠지 끝부분에는 엽서처럼 간단한 편지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더 예쁜 관계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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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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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에서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보기에 앞서 원작 일본 소설을 미리 읽어보았다. 원작 소설은 1편과 2편으로 나뉘어서 출간될 예정인데, 그 중 나는 1편을 가제본으로 받아서 미리 읽어 보았다. 제목부터 꽤 심상치 않은 <최고의 이혼>. 책을 읽으면서 '참 일본스럽다.' 하는 생각이 절로 났는데, 우리나라 버전으로 리메이크 될 드라마는 우리나라 정서를 어떻게 담았을지, <최고의 이혼 2> 이야기 뿐만 아니라 방영될 드라마도 궁금해졌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전까지 그런 마음이 든 적이 없었으니까. 누구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이야 있었죠. 그런데 그제야 알았어요.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예요. 빠져버린 거예요. -p89


<최고의 이혼>은 네 남녀의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생각 차이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이야기다. 미쓰오(남)와 유카(여)는 부부 사이이다. 평소에 자잘한 다툼들이 쌓이다가 꽤 크게 화났을 때는 이혼신고서 얘기까지 나오는데, 그마저도 흐지부지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러던 어느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미쓰오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는데, 유카가 말한다. "이혼신고서 제출했어.".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얼떨결에 이혼을 하게 되어 당황스러운 미쓰오. 다음날 유카와 이야기를 다시 해보려 하지만 이미 친정에 갈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는 유카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랬군요. 그럼 그거네요. 유카 씨는 앞으로 행복해지는 과정에 있는 거죠. 그렇잖아요. 결혼도 이혼도 둘 다 목적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닌가요? -p159


미쓰오의 이웃으로는 료(남)와 아카리(여)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겉으로 보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부부는 오히려 미쓰오, 유카 부부보다 더 사연이 많아보이는 부부이다. 료는 한 마디로 말하면 바람둥이이다. 밖에서 한 명의 여자가 아니라 여러 명의 여자를 만나고 있다. 아카리는 미쓰오의 옛 동거인이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을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미쓰오는 아카리에게 말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는데, 사실 아카리는 료의 그런 사생활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지금이 좋다고 말하는 아카리. 아카리에게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이 부부의 이야기도 어떻게 흘러갈 지 이야기를 읽을수록 궁금해진다.


"평범한 가족이 뭔데……."

"제일 처음 떠오르는 사람이지. 제일 처음 떠오르는 사람들이 모인 게 가족이야." -p168


이 두 부부, 아니, 이제 부부라고 말할 수 없는 네 남녀. 네 남녀는 그렇게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애매한 사이인데, 넷이 만나는 일이 꽤 있다. 어쩔 때면 미쓰오와 유카가 한 팀이 되기도 하고, 또 어쩔 때면 같은 여자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유카와 아카리가 한 팀이 되기도 한다. 네 남녀의 이야기의 주제는 결국 결혼, 이혼인데, 결혼이라고 해서 달달한 얘기만은 아니고, 이혼이라고 해서 땅이 꺼질 듯한 느낌도 아니다. 어떤 이야기가 되었든 유쾌하게, 솔직하게 그려낸 게 이 소설의 특징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계속 피식 웃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아직 2편을 보지 않아서 이야기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결혼을 하든, 재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어쨌든 네 남녀가 찾아가고자 하는 본질적인 목표는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다. 2편의 결말은 네 남녀가 모두 행복을 찾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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