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를 베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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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써보고 싶었다,

어떤 감정도 없이 담담하게 혹은 냉정하게 혹은 무심하게

대상을 묘사하거나 일상을 따박따박 순서대로 나열하는 글쓰기

그런 글들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고 감정을 흐르게 하고 감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관심을 가질까 싶은 소소한 일상에 대해

내가 겪은 시시한 일들에 대해 그리고 그 사건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그런 사건의 흐름을 짚어내는 글을 쓰면서 스윽 알게 모르게 긴 여운을 주면 좋겠다고 욕심을 냈다,

결론적으로

글은 안쓰고 있고

써도 늘 읽어보면 감정과잉에 내 마음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며 징징대거나  쿨한척 하거나 그런 글만 쓰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서 다시 살폈다, 뭔가 약점을 잡야내겠다는 삐뚤어진 신념으로 문장들을 다시 홇어도  그녀의 문장들은 모든게 묘사고 담담한 서술이었다, 슬프다 기쁘다 아팠다 우울하다 괴롭다는 말이 없었다,  내가 졌다,,,

 

 

요새 고기가 땡기지 않는다,

사실 누군가를 위해 상을 차릴 때 고기반찬만큼 편한게 없다,

볶아먹든 구워먹든 삶아먹든 고기란 그 자체로 밥상의 모든 걸 커버한다,

딱하나 커다란 접시에 상가운데를 차지하고 나면  나머지는 뭘로 채우든 상관이 없다,

반면 나물찬은 너무 힘들다.

씻고 다듬고 삶고  데치고 혹은 생채로 양념을 만들어 무치고 그 타이밍도 딱 들어맞지 않으면

물이 흥건히 생겨서 금방 숨이 팍 죽어버리거나 너무 펄펄  살아서 금방이라도 밭으로 뛰어갈 기세거나,, 그렇게 차려도 뭔가 초라하고 티도 안나는...

그런데 자꾸 요새 그런 찬이 땡긴다는 거다,

그냥 뚝딱 콩나물무침을 하고 취나물을 데쳐 무치고  무 생채를 서걱서걱 비벼내는 그런 찬

그냥 찬밥에 그런것들을 척척 올려 한그릇을 들고 앉아 소박하게 때로는 청승맞게 먹고 말고 싶은 ...

책읽기도 뭔가 휘몰아치는 갈등과 구조대신 심심하고 밋밋한 이야기가 끌렸을까

이 소설집은 그냥 가정식 백반같았다,

주인공은 없이 그저 조연들 아니 엑스트라 찬들이 모여서 그럭저럭 먹을만해지는 ...

딱히 끌리진 않지만 질릴 일도 없고 어제처럼 먹고 내일도 또 먹어도 그만일거 같은

그런 단편 10개가 비슷한 맛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맛을 내면서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낙엽이나 동전을 아래 놓고 그 위에 흰종이를 올린후 뭉툭하게 깍은 연필을 옆으로 비스듬하게 들고 힘을 빼고 살살 칠해주면 연필 칠 앙래로 희미하게 동전이나 낙엽의 문양이 서서히 드러난다, 낙엽의 임맥이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평소에 무심했던 동전속의 다보탑이나 이순신장군의 얼굴  때로는 학 한마리가 나 여기 있소.. 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그저 검은 칠처럼 보이는 아무것도 아닌 색 위로 존재가 서서히 드러난다,

별일 아닌 일상들

하나도 특별할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는 사람들의 시시하기까지 한 삶들의 한 단편에서 우리는 서서히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럼에도 그 나름의 독특한 무늬를 가진 삶들이 드러난다,

 

뭐 이런 이야기가 소설이 되지?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이야기는 시작될 듯 시작될듯 주춤주춤거리다가 어느 순간 툭하고 끝이 난다,

우리 할머니가 뭘 잘하는지 물어보면서

베개에 묻은 침자국을 보면서

12살 차이가 나는 친구의 수술실 앞에서

와인잔에 막걸리는 마시다가

군복을 입고 친구와 술을 마시고 첫차시간에 집에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제멋대로  시작을 했다가 제멋대로 끝이 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어느 한토막을 툭 잘라서 보여준다면 이것과 무엇이 다를까

나에게는 의미있는 순간이고 시간이었던 그 마다마다의  시간이 타인에게는 무심하고 쓸데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순간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이룬다는 것

필부필부의 삶들이  자고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쉬고 싸우고 한숨쉬고 놀고 위안되던 거 시간들이 차곡차곡 묘여 삶이고 역사가 된다,

긴 역사의 사간이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던 전쟁 변혁  문화융성기  왕위 찬탈 외교 진군 정벌  그런시간으로만 채워지는 건 아닐것이다,

그런 일들은 일상적이지 않아서 너무나 크고 버라이어티한 상황이라 기록되고 보존되겠지만 한사람한사람의 일상 그 사람들의 삶이 그 사이사이 빈틈을 매우면서 우리가 살아내고 살아온 역사를 완성시키는게 아닐까

 

이 소설집의 열가지 이야기는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들

절대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못할 한 순간의 이야기들

그럼에도 무의미하게 버려질 수 없는 그 순간을 포착해서 보여준다,

어떤 감정의 묘사도 없이 인물의 감정을 알 수 있고

어떤 대단한 사건도 없으면서 대단한 삶의 다이나믹을 보여준다,

별일 아니라고 사람이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별일 아니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소함이 주는 가치  그것이 이 책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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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희망님이 쓰시고 싶은 글의 장르가 에세이에 가깝군요. 푸른희망님이라면 잘 쓰실 겁니다. ^^

푸른희망 2016-12-21 23:16   좋아요 0 | URL
아뇨 제가 쓰고싶은건~~~피칠갑도 목잘린 시체도 없지만 뒷 목이 서늘한 미스테리입니당=3=3=3
 

 

 

 

 

 

 

 

 

 

때로 자신이 왜 느긋할 수 있는지는 돌아보지 않은 채 우리 사회의 기본값을 싸그리 무시하는 이들의 주장은 이유배반적이기까지 합니다, 핼조선이라는 과격한 단어 대신 온건한 말을 쓰자는 말에는 격하게 반발했던 이도 동시에 다른 상황에서는  '아니 좋게 대화로 풀어야지 뭘 그렇게 화를 내?' 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온건한 헛소리는 겉보기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평화로워서 문제를 해결하려 안간힘을 쓴느 쪽을 나쁜 사람으로 만듭니다, 힘을 가지고 있는 편에 섰기 때문에 소리지르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p 80

 

 

상황은 비슷합니다, 자식과 교수으ㅟ 말 자체에는 잘못된 게 없습니다, 가저의 평화 청년의 패기라는 가치는 아름답고 이때 분노하는 사람들이 좋게 넘어가면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누군가가 좋게 넘어가자 며 분노하는 이들을 온화하게 타이를 수 있는 것은 그가 분노할 필요가 없는 기듣권이기 때문일뿐입니다, 기득권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독권이 설파하는 아름다운 의도는 무의미하며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을 좀 깨닫고 예쁜 헛소리는 넣어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의도는 좋고 아름다울지언정 기득권의맥락에서만 가능한 많은 말이 별 여과 없이 매체에 실리고 또 한 번 파급력을 갖습니다, 문제없어 보이거나 듣기 좋은 말이 오히려 위험한 이유는 이겁니다,   (중략)   그러나 학식있고 교양있고 권력 있는 사람이 성찰 없이 뱉는 말은 말 자체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고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불균형에 히을 실어주는 데 일조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건 청년들이 상처를 딛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바람직한 의도의 말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말은 왜 '아프면 환자자 뭔 청춘이냐'는 빈정거림을 낳았던가요?  

                                                                                    p 83

 

물론 대립이 아닌 화합으로 이르는 결말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사회의 기본값이 여성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쪽에 맞추어져 있을 경우 다른 선택지를 확보하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청년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라고 독려하는 팔자 좋은 태도를 취하기 이전에 청년의 열정에만 기대게 된 현 상황의 문제점을 개선해야합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를 사랑으로 포용하고 이해하기를 강요받아온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미명으로 포장된 사랑이 아니라 설득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자유입니다.

여성에게는 상대를 이해시키거나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상대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손을 잡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지에 대한 사회적 존중은 정말로 미미합니다, 눈치없다는 소리가 듣기 싫다면 성대결이 아닌 화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소리를 듣기 전에 여성의 선택지를 사실상 박탈하고 인내와 수용응ㄹ 여성의 당연한 속성인 양 착취해온 현실부터 직시해야합니다, 여성에게 실제로 어떤 선택지가 있으며 각 선택지가 현실적으로 얼마만큼 실현 가능한지에 집중해야 그 다음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p 86

 

 

당신을 오독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당신이 당연하게 상대를 설득해야 하고 그때의 어조는 당연히 온화해야하고 이성적이어야 하고 상대가 당신의 말을 듣는 시늉을 하면 당신은 그에게 감사하고  그를 받아들여줄 줄 압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권리를 얻기위해 목소리를 냈을 뿐 당신에게 상대를 설득할 의무는 없습니다, 상대를 사랑으로  감싸야할 의무는 더더욱 없습니다, 당신은 상대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당신의 마음이 내킬 때에만 행동해야 합니다, 그럴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가 너무도 많은 상황이기에 상대가 당신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음을 다욱 강조하게됩니다, 

 

                                              p87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소란한 이유는 '여성혐오범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를 것이냐 묻지마 범죄라는 기존의 이름을 쓸것이냐로 주장이 양분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이름인 묻지마 범죄는 살인처럼 태초부터 있었을 것 같은 죄명과느 ㄴ달리 생겨난 지 얼마되지 않아 보입니다, 찾아보니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처음 널리 쓰였다고 합니다, 역시 이름은 필요에 의해 임의적으로 생겨납니다,

 

 

이름이 생기면 부를 수 있다는 것 말고도 실질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낱낱이 흩어진 경험을 한데 모음으로써 보이지 않았던 현상이 가시화되므로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할 단초가 된다는 점입니다, 이제 이름이 없어서 사건마저 지워졌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름이 생기더라도 그 이름을 붙이는 기준은 게속 논란이 될 것이고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만사가 단번에 해결되지도 않겠지만 적어도 혐오범죄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사건이 없다머 개별 사례를 부정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리지 않았는데

상대가 분명히 뭔가를 모르고 있거나 잘못알고 있는게 분명한데

입이 딱 막힐때가 있다,

머리가 순간 정지되고 모든 것이 얼음 ! 이 되어버리는 상황

순간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기시작하면서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감정싸움으로 심지어는 개싸움으로 번질거같은 위기감

 

상대는 실실 웃으며 여유를 갖기시작하는데

나혼자 바짝 약이 올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

저 말을 확 받아서 뭐라도 치고 나가고 싶은데 머리속은 하얗고

 

"저러는거 보면 남자한테 완전히 채였나봐"

" 그러다가 시집 못간다"

"남자들 보라고 입고 다니는거지 봐달라는데 봐줘야지"

" 너무 똑똑한 여자도 피곤하다"

"내가 뭐 어쨌다고 그래?"
"남자도 살기 피곤한 세상이야 여자들만 그런거 아니야"

"여자가 대통령이 되니까 이모양이지"

"

등등등

 

그 중에 내가 정말 싫어하는 말이

"좋은게 좋은거 아니야?"

누구한테? 무엇이? 왜? 어떻게? 얼만큼? 좋은지

단지 너한테만 좋은거?

웃기고 있네...

그런데 이런건 전혀 이성적이지도 지적이지도 상대를 당혹하게 하지도 못한다,

좋은거.. 좋지

근데 그게 누구한테 얼마나 좋은건지 제대로 생각이나 해본적은 있는지?

누군가가 좋기 위해서 세상의 가정의 직장의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해야하는게 당연한거? 

그저 만사 아무렇지 않고 무탈하기만 하면 그 밑에서 어떤 지지고 볶는 일이 벌어져도 상관없다는거?

떠들고 따지고 반박하고 행동하는거 그거 다  시끄럽고 별나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한방에 일축해버리는 일?

그것들 앞에서 푸들도 아닌데 늘 부들부들거리기만 하고 에베베하다가 말았던 슬픈 기억....

이겨도 찜찜하고 지면 더 억울한 기분,,

 

사실 책 속의 모든 메뉴얼이 다 와닿는건 아니다.

근거가 희박하고 많이 주관적이고 반박당할 여지도 많다

그러나

내가 설명할 필요가 없지

모르는 건 너희 잘못이니까

그 좋은 머리 어디다 쓰겠니 미리미리 공부좀 하지

이렇게 속시원하게 말해버리고 싶은 때가 있었으니까 그걸 알아줘서 고맙다

 

어쩌면 시비든 건성이든 이렇게 물어보고 질문해오는 이들이 그나마 나은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틀린건가?

세상엔 아직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기가 가부장적이라는 것 이사회가 아직은 자신들이 기득권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한채 그때보다 전에보다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것에만 더 골골하는 족속이 아직도 많다,

 

 

이 책의 장점은 딱 페미니즘을 논할 때 뿐 아니라

어떤 분야건 갑의 입장에서 꼰대의 입장에서 가르치려고 들고 바뀌고 싶어하지 않고

나대고 떠드는 것들이 너무 싫은 누군가를 대할 때도 좋은 메뉴얼이 될 것이다,

 

앞에서는 어버버하며 얼음이 되었다가 집에 돌아와서 양치질하는 순간 대꾸했어야 할 말이 떠올라서 혼자 머리를 찧으며 방방 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시길,,

그렇다고 나아질거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읽는동안은 통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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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6-12-2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님의 책 추천 방법은 완전 매력적이십니다.
‘그렇다고 나아질거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읽는동안은 통쾌합니다,‘라니,
저도 읽는동안의 ‘사이다‘를 위하여~^^

푸른희망 2016-12-21 14: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사실 책을 많이 읽는다는게 어떤 의미가 있나 어떤 가치가 있나 자꾸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저 머리만 커지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읽는동안의 즐거움이나 통쾌함도 포기할 수 없거든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6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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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체홉을 많이 몰랐구나
그는 근엄하다기보다는 유머를 즐길 줄 아는 작가다
밋밋하고 이게 뭐지 싶은 짧은 이야기인데 읽다보면 빠져든다 그냬나 러시아 이름은 보기에도 소리내보아도 자꾸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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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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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닌 도시락인데 꽤 뭉클합니다.
도시락이 싸는 입장과 펼치는 입장이 참 오묘해요
별거 아닌데 감동하고 힘들게 만들었는데도 실망되기도 하죠
나도 누가 싸준 도시락 받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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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15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엄마가 싸준 김밥이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어렸을 때 소풍 가면 먹을 수 있었던 엄마의 김밥. ^^

푸른희망 2016-12-15 17:17   좋아요 0 | URL
님의 김밥은 엄마가 사준것이 아니라 싸준 것이겠지요^^전 김밥만은 사주는 엄마거든요 ~~ㅋ

cyrus 2016-12-15 17:18   좋아요 0 | URL
제가 잘못 썼군요.. ㅎㅎㅎ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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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구병모가 따뜻해졌다.

그 이전 작품이 따뜻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서늘하고 바짝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될거 같은 각성을 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마냥 흐물흐물 풀어지면서 행복하게 읽었다,

사실 그의 작품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잊고 있었고 그리고 사실 빨간구두당은 개인적으로 읽다 말았다,

고병권식으로 말하자면 그냥 그 책이 내게 왔을 때 내가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고 우리의 만남 사이에 어떤 적절한 상황이 없어서 그냥 꺼끌거렸다고 할까,,,

이전 '파과"는 당시 그다지 호평은 아니었던 거 같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의 문체가 이렇게 길고 장황했던가 해서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읽혔고 아마 그때도 따뜻함을 느꼈던 거 같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위로받는 느낌이랄까,,,나는 그랬다,

 

낡은 동네에서 세탁소를 경영하는 명정

그에게는 낯선 나라에서 얼굴을 모르는 며느리와 살고 있는 아들이 있고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황망하게 떠나버린 아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오래동안 떨어졌던 아들은 시신을 찾을 수 조차 없는 사고로 먼저 갔고 그렇게 세상에 혼자 남아버린 그에게 묵직한 택배상자가 배달되었다,

17살의 소년 모습을 한 로봇...

어쩌면 그 소년의 얼굴에서 인간보다 로봇보다 시체를 먼저 읽은 명정에게 삶은 살아 숨쉬고 있지만 죽은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일거다.

이웃의 도움으로 로봇을 작동하고 함꼐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명정은 그 로봇에서 만약 둘째를 낳았다면 붙였을 이름 "은결"을 준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이제 우리는 타자가 아니라는 것

이제 너는 나에게 의미가 되었다는 것

나는 너를 알고 너도 이제 나를 알거라는 믿음 그것이다,

로봇은 숫자와 영문으로 조합된 낯선  번호로 불리는게 아니라 살과 땀과 온도를 가진 은결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명정의 삶에 스며들었다,

은결에게 인간의 세상은 언제나 미지의 세상이었다,

로봇의 연산과 정보체계에서 늘 한박자씩 혹은 한 뺨정도 어긋난 존재가 인간이었다

정보를 모으고 인간의 반응을 보고 판단하고 다시 가설을 세우고 예측을 하지만 그 에측은 번번히 어긋난다,

이렇게 예상하면 저렇게 행동하고 이런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는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들 만큼이나 다양하다,

화난 표정이 단순하게 화가 났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

눈물이 술프기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웃고 있다는 게 기쁘거나 웃긴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은결은 차곡차곡 데이터를 모으듯 품어가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그들을 바라본다,

처음엔 수줍게 다가와 오빠라고 부르던 소녀가 어느 순간 너라고 하고 그리고 그 다음엔 나를 내려다 보게 되도록 자라는 시간동안 은결은 여전히 소년의 말간 얼굴을 하고 그자리에 계속 있었다.

은결을 움직이게 했던 여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멍한 눈빛으로 다시 골목 빌라로 돌아고고  또래보다 먼저 세상을 알아버리고 적응해버린  소녀는 자라서  숙녀가 되지만 삶이 만만치 않다, 골목에서 공부를 잘 했을 소년은 세상은 넓고 세상엔 저같은 아이들이 무수하게 많고 더 나아가 더 뛰어난 녀석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을 알아가면서 한두가지 표정을 가졌던 아이들은 다양한 표정과 걸맞는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여러갈래로 너무 많이 나뉘어져 있어서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들을 배워가고 어떤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본능적인 반응과 표정 감정을 이어나간다,

 은결에게는 절대 풀리지 않은 공식이 없는 문제처럼 다가간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수 만큼의 공식이 제각각 존재하고 그 공식을 모두 입력하려 든다면 은결의 엔진은 터져버릴 것이다, 인간도 모든 인간을 알고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공감할 수 잇는 인간의 범위는 정말 하찮을만큼 적은 부분이다,

은결에게 그런 인간의 변화는 따라잡기 벅차지만 언제난 초기회하지 않고 그대로 데이터로 축적하고 남겨둔다,

그에게 대상의 어떤 감정 어떤 표현 어떤 언어나 비언어 그 모두가 하나의 자료이며 동시에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인간사의 모든 일들이 그냥 당연했었다

희노애락을 느끼는 일.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는 일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 모르고도 아는 척 하는 것 좋으면서 아닌척 하는 것 아니면서 좋은 척 하는 일들이 어쩌면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하고 숙자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 모든 과정은 광장히 순간적인 시간이다,

생각하는 순간 행동하고 느끼는 순간 표정이 드러난다,

그게 인간이다,

그러나 은결에게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행동과 표정 모든 인간사의 일들은 언제나 낯설다, 은결의 눈을 통해 보는 인간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존재였나 새삼 놀라게 된다,

저마다의 개성이나 저마다 가지는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이 결국은 어떤 데이터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다,

제각각의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지만 결국은 그것조차 어떤 경우에는 어떠한 결과라는 공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존재 공식이 없는 존재를 사랑하게 된 은결

그가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

그가 만들어진 계기가 무엇이건간에 그의 몸속에 흐르는 것이 피도 아니고 따뜻한 체온도 없지만

그는 그렇게 인간이 되었다,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사람만도 못한 사람

인간 이하의 인간은 여전히 우리주변에 있고

나도 어느 순간 어느 포인트에서 인간임을 잊거나 저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사람이 사람이어서 위대하다

사람이어서  품위있게 살아야한다는 것

사람이어서 아름답게도 살아야 한다는 것

사람이어서 무의미해보일지라도 해야할 일이 있을거라는 것

로봇 은결을 보면서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워지면서

이제는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해 불가능한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구전을 통해 허황되게 부풀려지는 것들, 존재의 진실성 여부가 그것을 상상하는 사람들의 수긍과 인정에 달려 있는 것들. 잊어버린 채 방기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등 뒤에서 노크해 오거나 부지불식간에 덜미를 잡아채는 것들 실체를 확인하고 부석하기 위해 과감히 렌즈를 들이대면 사라지는 것들 그래서 때로는 지나치게  의미가 부여되곤 하는 것들

그러므로 존재하기를 그만둘 게 아니라면 차라리 이해하기를 멈춰야 옳은 것들 은결은 그 가운데 하나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머물러 왔다 

 

차가운 겨울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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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6-12-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가운 겨울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이라니, 꼭 봐야겠습니다~^^

푸른희망 2016-12-13 17:26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작가를 많이 편애해서 사심가득한 추천이지만 님께도 좋은 독서였으면 바랍니다~^^

cyrus 2016-12-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만도 못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 할 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푸른희망님은 그들보다 훌륭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른희망 2016-12-13 17:27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