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 되면 떠들썩하고 사람들이 모이는게 싫었다,
종가집이라 손님은 많았고 음식냄새는 내내 집안을 돌아다녔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은 무례했다, 와글거리며 모여든 친척은 꼼짝도 않고 티비를 보거나 떠들기만 하면서 음식이 나오면 입만 놀렸고 입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듯 굴었다,
이방저방 혼자 있을 공간이 없었다,
차례가 끝나고 밥상을 올렸다 물렸다가 몇번이 이어지면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졌다,
그리고 늘어진 엄마 쌓여진 설겆이들
그렇게 명절이 갔다,
# 일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보는 것도 오래되면 저절로 익혀지는 모양이다,
해보진 않았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빤하다,
명절 음식 자체가 빤하기도 하니까
조용한 명절이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또 걸렸다,
꽤 좋은 며느리도 아내도 엄마도 아니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목구멍 가시처럼 걸렸다,
어릴 적 엄마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이것저것 해보지만 하면서도 속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당연하게 받는 거랑 당연하게 준비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일까?
세상에 이렇게 당연한 것들은 언제부터 당연한 것들이었을까
가족의 화목이나 일상의 평범한 즐거움이라지만 그게 전부일까
생각은 꼬리를 물지만 손은 습관처럼 움직이면서 음식은 하나둘씩 완성된다,
# 딱히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명절이면 더 자주 딴짓을 하게 된다,
인터넷 세상도 더 궁금해지고 텔리비젼에서는 더 재미있는게 많아지는 거 같다,
평소 안먹던 믹스커피도 더 달게 느껴지고 미뤄놓은 팟케스트도 들어야 할게 너무 많다,
사이사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댓글을 단다,
평소 그냥 그랬던 것들이 더 재미있고 더 궁금해진다,
청개구리같대도 어쩔 수 없다,
# 집을 가출하면 가는 곳이 늘 서점이었다,
음 가출을 한 게 몇번 되지 않지만 막상 집을 나오지만 갈 곳이 없었다,
영화를 보러 가기엔 시간이 애매하거나 보고 싶은 게 없거나
누군가를 만나기엔 갑작스럽고
혼자 시간을 잘 보내기에 서점만한 곳이 없다,
작은 동네서점은 불가능하지만 대형서점은 그 안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
시간을 죽일 수도 있고 뭔가를 먹거나 앉아서 쉴 수도 있다,
서점에서는 누구나 혼자다,
함께 오더라도 책을 보는 동안은 혼자다,
혼자여도 어색하지 않을 공간 오히려 더 편안한 공간
혼자서 몸을 숨기기에 외롭다는 마음이 들키지 않기에 딱 좋은 장소
그래서 항상 서점으로 도망쳤고 책을 보고 조금은 가볍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사를 와서 가까이 도서관이 있게 되면서 또다른 도피처는 도서관도 포함되었다,
적어도 서점에 비해 돈을 쓸 기회도 적고 도서관 역시 혼자라도 상관없는 공간이었으니까
# 어릴적부터 상가집이나 병문안을 가는 일이 싫었다,
싫다기 보다는 두려웠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초등학교 때 아는 선생님이 부상으로 입원을 해서 함께 배우던 학생들이랑 엄마들이 병문안를 함께 갔었는데 나만 병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는데 그냥 막연하게 환자랑 마주한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
아주 오래전이라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혼자 대기실에허 하염없이 기다리다 병문안을 마친 다른 일행과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냥 부끄러워서라고.. 엄마가 변명을 했던 기억도 난다,
부끄러움.. 뭐 그런 감정도 있었던 거 같지만 두려웠던 거 같다,
뭐가 두려웠을까
나이가 들면서 상가집에 가야할 일도 많이 생겼지만 늘 가기전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병환으로 오래 입원한 아버지 병문안을 가는 일도 힘들었다,
누군가 죽은 사람을 마주하는 일
가족이 죽어 남겨진 사람을 바라보고 위로하는 일
아픈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
좀 어떠냐고 상태를 묻고 괜찮아질거라고 위로하고 손을 잡아주고 하는 일들이 참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가면 이런 말은 뭣하지만 잘 했다,
상심한 표정으로 위로를 하고 뭔가 도와주려고 몸을 가볍게 움직이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들 ... 아무렇지 않게 하고 편안하게 있다가 나온다,
나오면서 그 상황에서 행동하는 내가 참 낯설다는 생각을 한다,
죽음이나 병자를 마주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 진짜 나인지 천연덕스럽고 편안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 나인지 헷갈렸다, 내가 참 이중적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게 살아가는 방편이라고 스스로 여기기도 했었던 거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주 가지는 않지만 산소에 가는 일도 참 어렵다,
막상 가면 음식을 차리거나 절을 올리고 풀을 뽑고 뭐든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오지만
막상 가는 동안은 기회만 있다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 닥치기 전까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갈 수 있다면 갈 수 있는 곳까지 도망치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막상 닥치면 그렇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할수가 없다,
꼭 그렇게 기다려왔던 사람처럼
그리고 돌아오면서 중얼거린다,, 정말 싫었어..
정말 싫었던 것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나 자신인지
그렇게 마주치기 싫었던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결국 이렇게 될 나 자신인지 모르겟지만
여전히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살고 있다,
# 황정은의 신작은 <아무도 아닌> 인데 자꾸 <아무것도 아닌>으로 인식된다,
왜그럴까?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이라는 말이 더 입에 익숙하다,
<아무도 아닌>이라고 하면 왠지 그 대상이 나인거 같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느낌이 들어서 자꾸 부정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하면 그건 대상이 나는 아니다, 물론 나일 수도 있지만 주로 내가 아닌 타인 혹은 타자에 대한 지칭으로도 쓰인다,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아무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탓하기 좋은 말
그래서 어쩌면 내가 아닌 타인에게 무언가를 돌리고 싶어서 그냥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말해버리는게 아닐까 ,
<아무도 아닌>이라고 하면 내탓인거 같고 내가 모든 책임을 줘야 하는 기분
혼자만의 착각인지 모르겠고
아직 책을 읽지 않아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다,
# 모든 것이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순간은 시험을 앞둔 순간이고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가는 순간이 일이 쌓여 있는 순간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관성처럼 해야할 일을 해내기도 한다,
그 일이라는 것이 단순 노동이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손으로는 일을 하면서 머리로는 잡다한 생각을 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의 짦은 글을 보면서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펼친다,
내일이 명절인데
이젠 닥치는대로 뻔뻔해지고 오면 오는거지 하는 마음이 커졌다,
# 큰 일이라면 큰 일을 앞두고 자꾸 딴짓하고 싶어서 쓰는 페이퍼
그냥 그런 걸 끄적이며 하루를 마감한다,
내일은 내일대로 잘 치뤄지겠지 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한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해엔 떠날 사람은 떠나고 보이지 않아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쉬어야 할 사람은 그냥 푹 쉬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