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그건 무슨 맛이야?

   무슨 맛이긴 영진 구론산맛이지

   엥?

   저쪽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주인아주머니가 쿡 하고 웃으신다,

   하긴...  영진구론산은 영진구론산 맛이고 바나나 우유는 바나나 우유맛이고  자몽소다는 자몽

   소다 맛이고.. 감동란은 계란 맛이고 불닭면은 불닭면 맛일뿐이지

 

   동네 편의점이 가까이 있다보니 자주 가게 되었다.

   옆건물 지하에 수퍼가 있으니까 그곳이 가격이 더 싸긴 하지만 굳이 지하로 내려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싫다거나 늦은 밤이라면 가장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다,

  처음엔 간단한 음료나 버스카드 충전이 전부였지만

  아이가 밤늦게 독서실에서 오는 날이 길어지면서 자정 넘어 갈 수 있는 편의점은 아주 유혹적이었다,

작은 편의점안은 나에겐 신세계였다,

한면을 가득 채운 음료코너의 알록다록한 음료들은 언제든 선택장애를 일으키게 한다,

슈퍼에도 있는 음료도 여기서는 색다른 매력을 풍기고 편의점에만 있는 다양한 맛의 음료들은 더욱 유혹적이었다, 도깨비도 아니면서 여기서 저기까지 전부 골라보고 싶은 충동을 막는건 언제나 주머니사정이다,

편의점에만 있는 간편음식들이나 편의점용 과자들도 매력있고 계산하는 동안 계산대 아래칸에 있는 껌이나  젤리류도 괜히 손이 한 번 더 가게 한다,

이주간 거의 매일 딸이랑 드나들면서  죄책감도 느꼈다,

명색이 엄마인데 아이에게 홈메이드 간식을 먹이는게 아니라 편의점의 간편식을 사준다는게 괜히 혼자 찔리기도 했지만 그 죄책감보다는 편의점의 유혹이 더 컸다,

그렇게 2주를 드나들고 댜양한 맛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어느날

주인 아주머니가 아는 척 한다,

아! 이제 그만 올 때가 되었구나

나란 인간이 누군가와 안면을 트고 나면 더 편해지는게 아니라 더 불편해지는 편이라

앞으로 자정이후에 이 편의점은 왕래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다행히 아이 시험기간도 끝났다,

 

# 누군가는 편의점에서 몇백만원을 쓴다고 하지만

  나는 편의점에서 만원이상 쓰는 경우 굉장한 과소비를 하는 기분이다,

  명품관 핸드백들의 가죽냄새나 백화점 일층 다양한 코스메틱의 향기 혹은 유기농 판매점의 신선한 야채에 마음이 끌리는게 아니라 환한 불빛 아래 알록달록 조금은 산만한 편의점 빛깔 아래 나는 항상 유혹을 받는다,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사보고 싶고 맛보고 싶다,

삼각김밥은 맛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인스턴트 요리들도 종류가 점점 많아진다,

계란 종류도 훈제란뿐 아니라 요샌 감동란이 더 인기란다,

4대에 만원인 세계 맥주들도 가끔 종류가 바뀌어서 고를때마다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그만큼 서너개만 집어도 단가가 올라가 만원이 우스워지지만

그렇게 편의점에서 과소비를 하고 나면

명품관에서 쇼핑한 이상 허탈함과 죄책감과 뿌듯함이 뒤섞여서 짜릿하고 묘한 기분으로 문을 나선다,

 

# 늘 집앞 gs 25만 가다가 버스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진 cu에 처음 간 날

  아이는 촌년처럼 놀라고 어리둥절한다,

  늘 텔레비젼에만 나오는 편의점이 이렇게 우리집 근처에도 있었구나

  늘 가던 편의점의 두배이상의 크기에 한쪽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고 음료 코너도 늘 가던 곳의 2배 길이다,

더우기 편의점마다 특색있는 물품이 있는데 여기는 계산대 앞에 즉석식품까지 있다,

아이는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이것도 신기하고 저것도 신기하다

찬찬히 보면 우리집 앞 편의점과 구색이 다르지 않지만 다른 공간에서 만나면 늘 보던 것도 새로운 법이다, 온갖 촌티를 풀풀 날리면서 편의점을 몇바퀴를 돌아서 물건을 고른다,

고르는 건 늘 그게 그거지만 .. 아이에게 이곳은 또 다른 신세계일것이다,

나는 나만 알던 핫플레이스를 아이에게 소개한  뜬금없는 뿌듯함을 안고 편의점을 나왔다

 

# 슈퍼에서 사면 얼마를 더 아낄 수 있는데

  늘 집에 오면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라고 결심하진 않아도 조금 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저녁 귀가시간  편의점의 환하고 밝은 불빛은 언제나 유혹적이다,

  내가 뭐 다른데 돈을 쓴다고 하면서 편의점에 들어가 새로운 음료를 사보기도 하고

  오늘 새로온 알바의 군기가 바짝 들어가 뻣뻣하게 계산하는 손길도 평가하듯 바라보기도 하는게  나름 하루의 즐거움이다,

 

# 어쩌면 편의점이 편한 이유는  익명성의 보장과 아무 말 없어도 모든 계산이 끝난다는 것도 있다. 요새야 대형 마트도 누구와 말하지 않고 계산까지 끝날 수 있지만 그래도 편의점이 주는 스쳐지나침과는 또 느낌이 디르다,

그리고 언제든 내가 가고자 하면 갈 수 있다는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도 매력이다,

늦은 밤 제각각 할일을 하고 나른하게  거실에  가족이 모였을 때

잠은 오지 않고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때

우리 편의점이나 다녀올까?

 이 말은 꽤 유용한 쉼표가 되기도 하다,

 

너무 편의점을 사랑해서 내가 주부로 엄마로 너무 마이너스가 아닌가 고민도 되지만

그래도 매일 가는 건 아니라고

안 갈 땐 몇주를 안가기도 하지 않냐고 스스로 위안하고

동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곳에서 구매를 해야하지 않냐는 거시적 의미도 부여하면서

아마 나는 또 편의점으로 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한명의 편의점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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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이 되면 떠들썩하고 사람들이 모이는게 싫었다,

   종가집이라 손님은 많았고 음식냄새는 내내 집안을 돌아다녔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은 무례했다, 와글거리며 모여든 친척은 꼼짝도 않고 티비를 보거나 떠들기만 하면서 음식이 나오면 입만 놀렸고 입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듯 굴었다,

이방저방 혼자 있을 공간이 없었다,

차례가 끝나고 밥상을 올렸다 물렸다가 몇번이 이어지면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졌다,

그리고 늘어진 엄마  쌓여진 설겆이들

그렇게 명절이 갔다,

 

# 일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보는 것도 오래되면 저절로 익혀지는 모양이다,

  해보진 않았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빤하다,

명절 음식 자체가 빤하기도 하니까

 조용한 명절이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또 걸렸다,

  꽤 좋은 며느리도 아내도 엄마도 아니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목구멍 가시처럼 걸렸다,

어릴 적 엄마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이것저것 해보지만 하면서도 속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당연하게 받는 거랑 당연하게 준비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일까?

세상에 이렇게 당연한 것들은 언제부터 당연한 것들이었을까

가족의 화목이나  일상의 평범한 즐거움이라지만 그게 전부일까

생각은 꼬리를 물지만 손은 습관처럼  움직이면서 음식은 하나둘씩 완성된다,

 

# 딱히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명절이면 더 자주 딴짓을 하게 된다,

인터넷 세상도 더 궁금해지고 텔리비젼에서는 더 재미있는게 많아지는 거 같다,

평소 안먹던 믹스커피도 더 달게 느껴지고  미뤄놓은 팟케스트도 들어야 할게 너무 많다,

사이사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댓글을 단다,

평소 그냥 그랬던 것들이 더 재미있고 더 궁금해진다,

청개구리같대도 어쩔 수 없다,

 

#  집을 가출하면 가는 곳이 늘 서점이었다,

  음 가출을 한 게 몇번 되지 않지만 막상 집을 나오지만 갈 곳이 없었다,

  영화를 보러 가기엔 시간이 애매하거나 보고 싶은 게 없거나

  누군가를 만나기엔 갑작스럽고

  혼자 시간을 잘 보내기에 서점만한 곳이 없다,

  작은 동네서점은 불가능하지만 대형서점은 그 안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

  시간을 죽일 수도 있고 뭔가를 먹거나 앉아서 쉴 수도 있다,

  서점에서는 누구나 혼자다,

  함께 오더라도 책을 보는 동안은 혼자다,

  혼자여도 어색하지 않을 공간 오히려 더 편안한 공간

  혼자서 몸을 숨기기에 외롭다는 마음이 들키지 않기에 딱 좋은 장소

  그래서 항상 서점으로 도망쳤고 책을 보고  조금은 가볍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사를 와서 가까이 도서관이 있게 되면서 또다른  도피처는 도서관도 포함되었다,

  적어도 서점에 비해 돈을 쓸 기회도 적고 도서관 역시 혼자라도 상관없는 공간이었으니까

 

# 어릴적부터 상가집이나 병문안을 가는 일이 싫었다,

  싫다기 보다는 두려웠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초등학교 때 아는 선생님이 부상으로 입원을 해서 함께 배우던 학생들이랑 엄마들이 병문안를 함께 갔었는데 나만 병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는데 그냥 막연하게 환자랑 마주한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

아주 오래전이라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혼자 대기실에허 하염없이 기다리다 병문안을 마친 다른 일행과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냥 부끄러워서라고.. 엄마가 변명을 했던 기억도 난다,

부끄러움.. 뭐 그런 감정도 있었던 거 같지만 두려웠던 거 같다,

뭐가 두려웠을까

나이가 들면서 상가집에 가야할 일도 많이 생겼지만 늘 가기전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병환으로 오래 입원한 아버지 병문안을 가는 일도 힘들었다,

누군가 죽은 사람을 마주하는 일

가족이 죽어 남겨진 사람을 바라보고 위로하는 일

아픈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

좀 어떠냐고  상태를 묻고 괜찮아질거라고 위로하고 손을 잡아주고 하는 일들이 참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가면  이런 말은 뭣하지만 잘 했다,

상심한 표정으로 위로를 하고 뭔가 도와주려고 몸을 가볍게 움직이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들 ... 아무렇지 않게 하고 편안하게 있다가 나온다,

나오면서 그 상황에서 행동하는 내가 참 낯설다는 생각을 한다,

죽음이나 병자를 마주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 진짜 나인지  천연덕스럽고 편안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 나인지 헷갈렸다, 내가 참 이중적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게 살아가는 방편이라고 스스로 여기기도 했었던 거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주 가지는 않지만 산소에 가는 일도 참 어렵다,

막상 가면 음식을 차리거나 절을 올리고 풀을 뽑고 뭐든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오지만

막상 가는 동안은 기회만 있다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 닥치기 전까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갈 수 있다면 갈 수 있는 곳까지 도망치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막상 닥치면 그렇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할수가 없다,

꼭 그렇게 기다려왔던 사람처럼

그리고 돌아오면서 중얼거린다,, 정말 싫었어..

정말 싫었던 것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나 자신인지

그렇게 마주치기 싫었던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결국 이렇게 될 나 자신인지 모르겟지만

여전히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살고 있다,

 

#  황정은의 신작은 <아무도 아닌> 인데 자꾸 <아무것도 아닌>으로 인식된다,

    왜그럴까?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이라는 말이 더 입에 익숙하다,

   <아무도 아닌>이라고 하면 왠지 그 대상이 나인거 같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느낌이 들어서 자꾸 부정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하면 그건 대상이 나는 아니다, 물론 나일 수도 있지만 주로 내가 아닌 타인 혹은 타자에 대한 지칭으로도 쓰인다,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아무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탓하기 좋은 말

그래서 어쩌면 내가 아닌 타인에게 무언가를 돌리고 싶어서 그냥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말해버리는게 아닐까 ,

<아무도 아닌>이라고 하면 내탓인거 같고 내가 모든 책임을 줘야 하는 기분

혼자만의 착각인지 모르겠고

아직 책을 읽지 않아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다,

 

# 모든 것이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순간은 시험을 앞둔 순간이고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가는 순간이 일이 쌓여 있는 순간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관성처럼 해야할 일을 해내기도 한다,

  그 일이라는 것이 단순 노동이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손으로는 일을 하면서 머리로는 잡다한 생각을 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의 짦은 글을 보면서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펼친다,

 내일이 명절인데

  이젠 닥치는대로 뻔뻔해지고 오면 오는거지 하는 마음이 커졌다,

 

# 큰 일이라면 큰 일을 앞두고 자꾸 딴짓하고 싶어서 쓰는 페이퍼

  그냥 그런 걸 끄적이며 하루를 마감한다,

  내일은 내일대로 잘 치뤄지겠지 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한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해엔 떠날 사람은 떠나고 보이지 않아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쉬어야 할 사람은 그냥 푹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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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7-01-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 가독성 있는 글이어서 중독된듯 읽었네요. 저희집도 종가집이어서 어릴적엔 어떻게 그 코딱지만한 집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잘도 먹고 마시고 잤는지 돌이켜보면 불가사의하네요. 여성들에게 명절이란 참.
저희 세대부턴 없애야하지 않을까요?

푸른희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쭈니 2017-01-2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글을 참 맛있게 잘쓰십니다.
맛이 느껴지네요.

그저 건강이 최곱니다.
올해도 건강하십시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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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를 졸업하는 나는 어디에도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만 딱 한군데

무라이 건축선계 사무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용기를 내어 졸업작품으로 했던 휠체어가 들어가는 주택에 대한 포토폴리오를 만들어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채용이 된다, 외외의 일이다,

알고 보내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인원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이 사무소는 여름에는 여름별장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최소한의 직원만 도쿄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짐을 싸들고 기타아사마에 있는 통칭 아오쿠리 마을에 있는 여름별장으로 옮겨간다,

첫 출근한 나도 함께 여름별장에 옮겨가게 되고 그곳에서 모두가 제각각 맡은 일을 진행하는 동시에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 프로젝트 일에 참여한다,

 

건축뿐 아니라 요리 새 식물 등등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등장한다,

어떤 날선 대립이나 갈등은 없다,

모두가 힘을 모아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라는 것

처음 입사한 내가 사람들속에 무리없이 섞여들어가고 다양하면서 동시에 비슷하기도 한 사무실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여름동안 펼쳐진다,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여름이라는 계절과 숲속 여름별장이다

이야기가 건축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집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이 서술되어서일까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시간과 인물들

그 모든것을 아우르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인공으로 도드라진다,

 

 

먹고 자고 사는 곳이라고 한 것은 참 적절한 표현이야 이들은 뗄 수 없는 한 단어로 생각해야 돼 먹고 자는 것에 관심없이 사는 곳만 만들겠다는 것은 그릇만 만들겠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나는 부엌일을 안하는 건축가 따위 신용하지 않아 부엌일 빨래 청소를 하지 않는 건축가에게 적어도 내가 살 집을 설게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주인공의 사수이면서 여름별장에서 요리도 담당하는 우치다의 말이 훅하고 들어오는 건 공간에 대한 나의 생각과 비슷해서였다,

집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지 아름다워야 하는 공간은 아니다,

난 요리책이나 인테리어책을 보는 걸 좋아한다,

아름다운 공간을 보고 부럽기도 하고 멋지다고 감탄하는 데 사실 그 공간에 누군가가 살아가고 생활의 흔적을 묻힌다고 상상하면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보기엔 아름다운데 삶이 들어가도 과연 아름다울까?

식구끼리 밥을 먹고 냄새를 풍기고 조금은 느긋하게 며칠 청소를 안해서 먼지도 보이고 구석구석 묵은 떄도 보이는 것 그러다 마음먹고 팔을 걷어서 닦아낼때의 뿌듯함도 있지만 이정도로 지저분하다고 죽지는 않아 하는 마음에 모른 척 넘어가는 부분도 많은게 우리 살림 아닐까 (나만 ?)

그렇게 살고 자고 먹는 공간은 사실 아름답지는 않다,

한 번도 요리를 한 적없어 보이는 주방이나  울타리를 치고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붙여야 할것 같은 거실이나 침실보다는 흐트러지고 그저 늘어져도 편한 공간... 그게 내가 원하는 공간이다,

 

누구라도 알 수 있고 누구라도 쓸 수 있다는 것만큼 강한 것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간단하고 간결하다는 것은 사람을 가리지 않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 설명하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으니까 말이야. 건축에서 사소한 장치를 생각할 때도 사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그 장치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 거야 취급 설명서 따위 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우위라고

 

 

우리 집같은 전통 화과자점은 십 년을 하루같이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게 일이야 똑같다는 데 가치가 있어 새로운 작품을 몇 년에 한 번 어쩌다 만들어도 손님들이 신기해하는 잠깐 동안만 팔리고 손님들은 결국 늘 먹던 것을 원하더라고 장인기라고 하면 숙련이라든가 세련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인내력과 지구력이야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사실 아버지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 부러울거야,

 

 

큰 집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밝고 넓으며 공걱인 공간으로 하지 않은 것도 선생님이 만드시는 주택답다, 열린 곳은 마음껏 열고 닫을 곳은 닫는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기분이 좋아 주절주절 말할 때와 멍하니 혼자 있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훌쩍거릴 때 여러가지 상황에 놓이는 것이 인간이니까 방도 거기에 맞춰 역할 을 분담하는 게 좋다고

 

 

고객이 시키는 대로 납기를 지키기 위해서 일하라는 건 물론 아닐세 만일 고객이 불평하거나 변경해달라고 했을 때 마감이 임박할 때까지 주물럭거리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 자네가 잘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어. 그런 만일의 경울르 위해서라도 늘 시간은 봐둬야 하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예술이 아니야 현실 그 자체지   (중략)

설계 사무소가 있는 것은 한정된 시간을 사람 수로 늘리기 위해서이기도 해 혼자 하면 하루 걸릴 일이 둘이 하면 반나절이면 끙나지 도서관 설계 같은 것은 나 혼자 하다가는 오년이 지나도 안 끝나 내가 자네들한테 맡기는 것도 자네들이 나한테 맡기는 것도 협동이라는 거지 제자니 보스니 하는 상하관계하고는 별개야. 신뢰지 그렇지 않으면 같이 일할 수 없어

 

주로 우치다나 선생님이 말들

어느 순간 요리가  집이 예술이 되어버렸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공간 누구에게 보여주는 멋진 플레이팅이 주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결국 본질로 돌아가면 음식은 먹고살기 위한 것이고 집은 그 공간에서 안전하게 생활해야하는 곳이다,

아름다울수록 좋고 멋질 수록 좋지만 살아가는 일상에서 늘 잊기 쉬운게 살기 쉽고 만들기 쉬워서 누구나 편안해야한다는 것

알지만 잊고 있는 기본을 선생님이 이야기하고

소설 내내 나오는 공간에 대한 서로의 토론이나 음식을 만드는 묘사 그리고 여름별장 주위의 사람들과 자연들을 보면 가장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일 수 있겠구나 생각케한다,

 

 

소설은 몇년 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의 여담도 나오지만

주된 시간과 공간은 내가 입사하고 처음 맞은 그 여름   여름별장에서의 일들이다,

그 곳에서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연애를 시작했다,

모든 게 여륾이라는게 당연하다,

여름은 싱싱한 청춘의 계절이니까

 

여름은 지내는 동안은 더워서 습해서 미칠것 같아도 그 순간이 지나면 묘하게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렇게 더웠는데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몹시 그립다,

겨울을 혹독하게 보내고 봄이 오면 먀냥 오는 봄이 좋았지만

여름을 견딘 후에 가을이 오면 그 여름이 그리워진다,

왜 그럴까?

주인공에게도 그 여름은 그냥 지나가는 여느 다름 여름과 다르지 않ㅇ다,

첫 사회생활 첫 사랑이 있었던 여름이라는 의미는 되겠지만 대단한 다이나믹이 있던 것 아니었다

그럼에도 오래오래 그 여름이 그곳에 남아 있는 건

결국 여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서인지 누군가의 연애담을 보는 게 참 재미있다,

누구도 몰래 하는 사내연애.. 아주 짜릿하진 않아도 그렇게 마리코와 연애하는 여름날과

아직도 진행중인 선생님의 그녀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만나는 그 훔쳐보는 간질거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결국 어떤 연애는 여름날의 추억일 뿐이고 어떤 연애는 긴시간 덤덤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이어기기도 하고 그렇다,

여름과 연애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삶과  그 삶의 배경들을 생각해본다,

찬은 없지만 여름 잘 지은 쌀밥을 물말아 오이지를 얹어 먹는 소박하고 덤덤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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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라이팅 클래식 3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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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이 말하는 니체를 읽은 것인가?
니체를 이야기하는 고병권을 읽은 것인가?
사실 주선자에게 혹해서 소개팅에 나갔지만 그 상대도 만만찮게 매력있다 그를 좀 더 알아볼지 아니 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아직은 주선자가 좀 더 끌리고 더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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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눈물이 났다,

처음 읽었을 때는 울지 않았다,

그동안 나이를 먹었을까? 뭐가 변했을까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고싶어졌다,

누군가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를 다독여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단편 <소코의 미소>를 읽으면서 어쩌면 누구보다 나를 많이 생각했었다,

드러내지 않은 감정 그래서 나조차 알수 없었던 마음

유치하게 시기심을 느끼고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던 순간들

그리고 또 다시  더 유치하게 내가 더 우월하다고 느꼈던 순간들

모두가 나에게 잘못하고 있다고믿었던 순간 그러면서 동시에 그 마음조차 미안하고  미안해서 더 엇나갔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괜찮다고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너무 초라하고 너무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만 했다,

더 노력해야하고 더 힘써야하는데 나는 게으르고 나태하고 나는 능력도 없다고

스스로를 자꾸 아래로 아래로 밀어버리는 시간들이 있었다,

내가 나라는게 너무 싫었고

주변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고 누구도 나를 몰라준다고 여기지만

그 깊은 마음속에는 주변 누군가 타인이 아니라 내가 제일 밉고 싫고 바꾸고 싶었던거였다,

그렇게 나는 무조건 못난 사람이고  더노력해야만 하는 사라이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몰아붙이고 미워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내가 나를 미워하면 누가 나를 예뻐해줄까

누군가 나를 예뻐해도 그 진심이 들어오질 않는다,

모두가 위선이고 겉치레고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고 치부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아프고 못나고 힘들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또 아무도 모르는게 당연하다고

그래도 싸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소득도 없을 노력만 강요하던 때

 

다른 누구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해도 괜찮다

그건 이기저인게 아닐것이다,

나도 참 많이 노력했구나 나도 많이 애쓰고 있구나

그런데 몰라주고 있었구나

내가 나를 몰라주는데 누가 나를 알아줄까

나에게 제일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

오래 모른 척 해서 미안하다고 자꾸 다그쳐서 미안하다고

자꾸 나를 미워하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좁고 못난 내가

과연 누구를 다독이고 이뻐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세상에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일이다,

만약 가장 어색하고 가장 어려운 상대가 나라면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라

미안하다고....

몰라서 미안하다고...

괜찮다고 여태 괜찮게 잘 살아온거라고...

그렇게 말해주라고

소설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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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2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나 자신에 향해 말걸고, 이해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