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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내내 마음이 무겁다.
이야기가 무거워서 일까 아니면 글을 써내려가는 필체가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너무나 담담해서 그게 더 무겁게 느껴졌던 걸까.. 모르겠다
조금씩 나누어 읽으면서 책장을 덮을때마다 오래 달려왔다는 느낌이 들면서 무척 피곤했다.
책에 몰두하면서 내가 조니가 되어보고 헌트가 되어보고 잭이 되어보면서 너무 힘들다.
이제 쓰러저 잠들면 좋겠는데 그게 더 힘들어진다.
자꾸 다음장을 봐야하고 모질게 마음을 먹고 책을 덮어도 계속 피곤하고 마음이 무겁다.
다 읽고 괜히 눈물이 나고 서글펐다. 나이탓인가?
아주 흥미롭거나 재미있게 긴박함이 흐르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재미없다는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그런건 아니다
그런데 중간에 끊기는 몹시 힘들었다,.
조니가 짊어지고 가는 생의 무게가 내게 전달되는 거 같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믿음직한 아버지 아름다운 엄마 그리고 자기와 똑같이 닮았던 아름다운 쌍둥이 여동생
비극은 어느날 쌍둥이 여동생이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가족은 무너지고 아버지는 가출을 하고 어머니는 버티다 약물과 알콜로 무너진다.
그리고 소년이 남았다
여동생만 돌아온다면 내가 그 아이만 찾아낸다면 가족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 나만이 가족을 다시 예전으로 만들 수 있다.
아이는 영악하게 때로는 본능적인 순진함으로 사건을 파고든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메스컴에 노출되고 여러가지 사건을 휩싸이고 그러면서 뜻밖의 결말이 나온다.
사건은 모두 해결되었다. 조니는 다시 행복해졌을까
이젠 아빠도 여동생도 없는 둘 만의 가족으로 다시 행복해졌을까
어떤 일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두가지 반응을 보인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그것을 그냥 덮고 지워버리려는 사람과 피를 철철 흘리면서 그 고통을 똑바로 응시하고 대면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어떤것이 더 옳은거라고 하긴 힘들다.
어쩌면 그렇게 덮고 지워버리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는 사람도 있고 차라리 정면으로 응시하고 고통을 견디는 것이 필요한 사람도 있으니까
내가 기억에서 지워도 옛흔적은 내 몸이 기억하고 내 습관이 기억해서 언젠가 나도 모르게 드러날 수도 있다. 덮어버리는 것은 그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뿐이라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고통을 응시하는 것..그것을 바라보고 응시하고 견디는 건 해결책이 될까. 그 과정의 고통은 어쩌고... 조니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그 현실을 바라본다
실종된지 1년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은 동생이 사라져버렸다는 것.. 그러나 그 동생이 아직 살아있을거라고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그냥 덮어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경찰의 눈을 피해서 마을 돌아다니고 혐의자들을 관찰하면서 동생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외면하고 응시하면서 조니의 소원은 하나다. 다시 가족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엄마가 더이상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악마같은 홀웨이가 죽어버리고 다시 편안한 일상을 찾는것
사건은 조니가 범인을 찾고 범인이 죽으면서 해결되는가 싶더니 엉뚱한 곳으로 튀어서 반전을 만들어낸다.동생의 실종은 ... 죽음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조니가 동생을 찾아다니며 겪은 여러가지 모험과 죽음에 대한 곹포따위는 그 현실에 비해 아무것도 아닐것이다. 내 몸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폭력과 위험들이 주는 두려움보다 어쩌면 내 곁에 가장 믿었던 누군가에게 당하는 배신감이 더 큰 고통을 주고 좌절을 준다.
조니는 언론이 만든 영웅도 되었다가 정신 이상자도 되었다가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관도 되지만 결국 13살의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일뿐이었다. 동생을 찾아나서면서 보고 알게된 세상의 악들이 결코 나와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 어쩌면 그렇게 들어나는 악인들 대신 내 옆에서 나와 닮은 선량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우발적이고 이기적인 악행에 더 상심하고 상처 받았는지 모르겠다.
잭도 결국 13살 소년일 뿐이었다. 마음속에 자리잡은 죄의식이 모든 것들이 그의죄를 묻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차라리 조니처럼 폭력을 당하고 공포와 맞서는 것이 더 낫다. 내 속에 뱀처럼 또아리를 튼 뱀같은 죄의식은 더 나를 공포로 몰아넣고 두려움에 떨게했다. 단순한 까마귀 레위의 중얼거림이 그렇게 자신을 가르키는 것 처럼 들리는 건 그가 아직도 13살 소년이기 때문이다.
조니는 가족이 망가져서 고통을 받지만 그래도 가족으로 인해 위안받은 기억이 있었고 그 가족에 대한 희망이 있지만 잭은 가족에게 어떤 기대도 희망도 가질 수 없었다.
조니는 여러가지 일을 겪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하나의 희망이 있어 모든 것을 견뎠지만 잭은 술을 마시고 욕을 하고 학교를 빠지면서 반항을 해도 어디에 기댈데가 없었다. 종교에 빠진 엄마 형만 편애하는 아빠 그리고 불구의 몸까지.. 강한척 하지만 한없이 여린 아이가 바로 잭이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그 두 소년이 여전히 서로의 친구이기를 ... 바란다.
누군가는 상처를 입었고 누군가는 상처를 주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상처들은 그저 딱지가 앚게 되고 작은 흔적만 남길것이다. ;순간이나마 조니의 외면도 이해가 가고 끝없이 편지를 보내는 책도 이해가 된다. 어떤것으로도 용서가 안되고 어떤 것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관계가 다시 허물없는 친구가 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 언젠가 다시 두 아이가 함께 어울리고 키득거리고 손잡고 갈 날을 생각해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믿는 구석이 되는 건 (어쩌면 어른도 마찬가지고) 가족이고 집이다. 거기서 희망을 가지면 어디서든 용감할 수 있고 무엇이든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다.
술과 약으로 허물어진 캐서린이 다시 설 수 있는 것도 아이에게 힘이 되기위해서이고 헌트가 현실을 똑바로 보고 옳은 결정을 하는 것도 아들을 위해서였다.
어떤 허물이 있든 그것을 이겨내고 함꼐 견딜 수 있는 힘은 상투적이지만 결국 가족이다.
레위조차 자기의 어머니 아기를 위해 (결국 그것이 두 소년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죽지도 못하고 먼 길을 오게 했다.
읽는 내내 긴장하고 피로했지만 결론은 상투적으로 된다, 그러나 그건 언제나 해답이고 진부하지만 빛나는 진실이다.
가족이 희망이고 가족이 가장 큰 고통이다.
어떤 길을 택할지는 모든게 각자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