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제 떠나지만
너의 뒤에 서 있을 거야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게

 

박진영의 저 노래가 딱 맞는 영화였다.

"기다려" 이 한마디에 46년을 기다려주는   늑대소년

순이가 주고 간 숙제를 완벽하게 해내면서 기댜렸던 순이의 첫사랑

 

사실 마지막 장면을 두고 너무깬다든가 신파의 극치라고 하면서 영화전체가 별로라는 평도 많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극적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실 46년이 흘렀으면 어여뻤던 순이도 할머니가 될 수밖에 없질 않은가

그렇게 머리위에 서리가 내리고 얼굴이 자글자글 해진 순이를 아름답다고 말해주면서

니가 부담스럽지 않을 딱 그만큼의 거리 뒤에서 이렇게 너를 기다렸노라고 하는 늑대소년의 아직도 말간 얼굴은 정말이지 신파의 극치이면서 동시에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며  하이틴 로맨스풍의 최고가 아닐까

내가 변해도 내가 떠나도 나를 잊지 않고 기다려주는 누군가....

이건 비현실이면서도 지극한 바램이니까..

(나만 그런거 아니길... ^^)

 

영화는 사람들 말처럼 가위손을 적당히 가져다 만든 영화이기도 했고

옛날 향수를 적당히 도배하면서 뭔가 미진한 부분은 그렇게 예전이니까... 하면서 넘어간 부분도 많았다.

늑대소년이 소녀를 도와주고 괴력을 발휘하는 건 가위손이고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노는 건 어딘가 동막골을 닮았고

뭐 그랬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송중기가 내내 화면을 뽀사시 하게 채우고  단지 얼굴만 내미는게 아니라 말없이도 눈동자로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보여주고 설레게 하고 그러면 된거지

감독으로서는 송중기를 가지고 그의 매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면서 이야기도 나름 달달하고 감상에 젖게 만들어 내면서 더불어 이 배우 연기도 정말 꽤 하는구나 하게 느끼게끔 한거..

그것만으로 꽤 성과가 괜찮지 않나 싶다.

적어도 함께 간 40대 여성과 13세 10세 소녀는 눈물을 찔끔거렸고 옆에 앉았던 알 수없는 20대와 10대 고교생들도 코를 훌쩍였고 적어도 앞에 앉은 10대 남학생들이 중간에 나가지는 않았으니까

다 아는 뻔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알만한 스토리고 내용이라 더 감정이입이 잘 되고 몰입하고 느끼게 되는 것도 있다. 게다가 화면이 뽀사시하고 가슴설레게 하는 누군가가 계속 나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봐준다면야....

 

보고 나오면서 실없는 소리를 했다.

"어쩌면 늑대아이의 유끼 다음 이야기가 아닐까... 산으로 갔던 그 유끼가 마을로 내려와서 어떤 소녀를 사랑하게되었다면 이런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아이는 한마디 한다

"적어도 유끼는 학교도 다녔고 사람처럼 살았으니까 저렇게 동물적이지는 않을거야"

그렇구나..

 

평생 한 암컷과만 다니고 가족애가 강하고 짝이 죽으면 홀로지낸다는 늑대..

영화 두편을 그렇게 봤더니

사람보다 늑대가 더 나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흔히들 남자는 늑대... 라면서 말들 많지만 차라리 늑대같은 남자가  사람같은 늑대보다 나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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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 헨리 포드부터 마사 스튜어트까지 현대를 창조한 사람들
전성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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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먼쇼"가 허구가 아닐지 모른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  바로 이시간 누군가가 나의 일상을 엿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엿보고 있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의 행동반경을 생각을 이미 다 파악하고  느긋하게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잘 세팅되고 세련된 가사 용품들을 갖고 싶어하고  휴가가 되면 세련되고 멋진 체인호텔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고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위해서라고 하면서 디즈니 채널을 아무 생각없이 틀어놓고  백설공주에게는 늘 일곱난장이가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12월이 되면 배가 나온 뚱뚱하고 맘좋게 생긴 싼타가 빨간옷을 입고 나타나길 바라기도 하고 내가 뭘 먹든 입가심으로는 코카콜라만한게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미국의 부자들의 기부문화를 부러워하면서 우리나라 재벌의 촌스러움에 대해 수군거리기도 하고 세상의 절반이 굶는다는 현실보다는 질좋은 고기에 더 관심이 많았고 현대를 누리고 문명의 이기를 잘 쓸 줄 아는 자신이 멋진 인생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런것들이 어쩌면 누구가가 만들어놓은, 우리의 무의식으로 심어놓은 것이라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그런것들은 존재했고 우리 생활에 어떤 의문도 없이 당연히 있어왔고  그것들이 있어 편리하고 행복하고 나자신이 가치있어보였다는 것 그것만 중요했다.

이 모든 것이 트루먼쇼였다는 느낌이 이 책을 통해 나왔다.

빈손으로 모든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성공한 사람들

그래서 간혹 위인전에도 나오는 사람들..

그런 성공이 다수의 희생이 있었고 알지못하는 사이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댓가로 한다는 걸 몰랐다.지금 내가 누리는 것이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뭘 잃어버렸는지 우리가 뭘 뺏겼는지 알지못하고 알 필요도 없이 성공한 저들이 주는 것들에 만족하고 고마워하고 존경하고 있었나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다는 기업들 사람들에 대해 이런 책이 나온다면  역시 비슷한 수순으로 서술되지 않을까

그들은 위기를 기회로 성공했고 이름을 얻었고 사람들에게 베풀었다그런데....

 

책을 다 읽고도 모든걸 바꿀 수 없으니 트루먼쇼는 계속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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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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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아이가 물었다.

"왜 책읽기에 대한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 재미있어?"

 

글쎄 그러고 보니 책읽기에 관한것 글쓰기에 관한것을 무지 많이 읽었던거 같다.

책읽기에 대한 책들  혹은 서평을 써놓은 책들을 읽으면 내가 그 책속에 있는 책들을 다 읽은 기분이 들어서 괜히 헛배부른 느낌이 들었던거 같다

글쓰기에 대한 글만 읽어도 내가 무지 글을 잘 쓸거 같다는 착각에 살기도 했던거 같고

이제 그런 책들은 그만 읽고 내가 직접 텍스트를 읽고 직접 뭐라도 끄적여보자고 마음먹지만

또다시 그런 책앞에 기웃거린다.

 

사실 알라딘에서 이 책에 대한 평이나 리뷰를 쓰윽~보긴 했다.

책 표지가 주는 칙칙함이나 한자로 세로로 씌여진 제목을 보고 나는 지레짐작으로 아하 또 새로운 일본 추리물이 하나 나왔구나 했다. 딱 표지만 보면 그랬다.

일단 시작하기는 조금 어렵고 따분하겠지만 읽다보면 재미에 빠져 끝까지는 읽겠고 또 중간 중간 혹은 마지막 부분에는 지루한 묘사나 감상이 있어 어느부분 넘겨 읽어도 내용이해에는 지장이 없어 보이는 딱 그런 추리물....

그런데 서평집이란다. 게다가 알라딘에 있던 사람이라..

일단 보기로 했다.

장르는 달랐지만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거랑 비슷했다

여기저기 넘겨가며 내가 읽은 책을 이사람은 어떻게 읽었나 보려고 찾은 부분은 흥미로웠다.

뭐 아는 만큼 보이는 거라서 그랬을까 내가 아는 이야기 내가 아는 책이라보니 같이 공감하며 홍홍 이사람은 그때 이런 기분이고 이런 상황이었구나 하고 읽었고

내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대충 넘겨버리기도 했다.

흥미있다가 지루했다가 한참을 덮어뒀다가 그리고 무심코 펼친 책장에서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다가....

이 책에서도 그런말이 나온다.

좋은 책이란. 혹은 좋은 독서란 또다른 독서를 부르는 것이라고...

가끔 이런 서평류의 책들의 좋은 점은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혹은 전혀 몰랐었던 책들을 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을 메모해둔다.

언제 읽을지 과연 읽기나 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끄적여둔다.

나도 나름 쿨하고 세련된 현대인인양  스마트폰에 책 제목을 저장해뒀는데 아니나 다를까

엉뚱한 무슨 조작을 했는지, 손가락을 잘못 놀렸는지 그만 몽땅 삭제되었다.

아하... 이렇게 저장해놓고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책을 찾을때 이용하려고 했는데..

역시 무지하면 머리나 기기를 믿을게 아니라 내 손가락을 수첩과 연필을 더 믿어야 한다는 말이

진리임을 다시 깨닫는다.

 

이 책이 서평의 진리이다... 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젠체하지 않고 잘 난척 하지 않은 평이라 맘에 든다.

물론 직업이나 전공의 관계상  내가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나오고 이론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건진건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그리고 김수영...

이들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는 했는데 언제 결제를 클릭할지는 미지수다.

올겨울에는 고전을 ... 누구나 알지만 읽지 않았던 그런 책들을 문학쪽으로 읽어야지 했던 결심과 잘 맞아 떨어져서 장바구니에 담아뒀는데...모르겠다..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때문에  한번 동대문엘 다녀와서 가족들  월동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쌈지돈을 모아놨더니 이게 혹시 다른 장바구니 결제에 쓰이지 않을지 걱정이다.

긴긴 겨울밤 읽을 책들도 필요하고 입을 내복도 필요하고 아이의 작아진 외투도 바꿔줘야 하는데. 어떤게 우선순위인지 매우 헷갈린다.

그게 다 이 책탓이라고 하면 위로가 될려나..

 

 

내가 잘 모르는 누군가... 나랑 일면식은 없지만 그래도 누군지는 대강 아는 누군가를 소개받는 기분이었다.

이러이러한 사람이 헤밍웨이란다. 김수영이란다. 그리고 보통이란다..

아하.. 그렇구나

뭐 이런 느낌이 읽는 내내 들었다.

나란 사람은 직관이 좋지 않아서 첫인상을 믿는 편은 아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아무리 알려줘도 의심증이 많아서 내가 직접 찍어 먹어봐야 그래서 배탈도 나고 속이 울렁거려봐야 아하.. 하고 믿고 단정하는 사람이라.. 자세하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건 맞지 않다.

딱 이정도

난 이 사람이 이렇다고 생각해.. 그냥 내 느낌은 그래

그 정도로 소개받고 내가 관심이 가면 작정하고 파고 들어서 알아보면 되겠지 하고 넘길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의 재미가 있다.

책을 읽고 그때 느낌을 생각을 이렇게 정리한다는게 보기엔 별거 아니지만 참 힘든일이라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라.. 이 책이 만만치는 않다.

 

한편.. 괜찮은 직장을 그만두고 생계형독서가가 되어 글을 팔아 살아야가 한다는 작가가 괜히 안쓰럽네.. 치기어린 동생을 보는거 같기도 하고 ...

한때  내가 쓴 글을 돈이 되면 좋겠습니다... 라고 했다가  글 쓰려는 사람들에게 비난과 야유를 받고 계산적이라는 소리를 들은 입장에서... 그의 바램이 글을  돈이 되고 밥이 될 수 있는 .. 나아가 책 읽기 또한  돈이 되고 밥이 되길 빌어준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도 어쩌면 세상이 좋아진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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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소음에 대해 너무 짜증만을 내지 말라

어쩌면 짜증나고 내 신경을 긁어대는 그 소음속에 그 이웃의 처절한 삶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그 소움이 이웃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작은 고리가 될 수도 있다.

용의자 x의 헌신도 사실 그 이웃간의 소음에서 시작된다.

이웃에서 들리는 소음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다시 살게 만드는 희망이 되기도 했다

또 그 소음으로 이웃의 아픔을 알고 도와주면서 혼자만 간직했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이 책의, 혹은 영화의 작은 미덕은 이웃간의 소음을 짜증과  감정폭발로 연결시키지 않고

관심과 사랑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아파트혹은 공동주택에서 이웃의 소란과 소음으로 스트레스받고 고통받는 이웃도 있지만

이웃에서 한두번 항의하러 온 경험만으로도 온 신경이 곤두서고 나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점검하고 되새김질하는 스트레스를 받는 이웃도 있다.

아주 독한 소음만 아니라면

아 내 이웃에도 누군가가 살고 있구나

아직도 그 이웃이 건강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구나 하고 인지하는 것으로 넘어가주는것이

함께 사는 에의라고  주장해본다.

 

설령 내 이웃에 나의 삶의 희망이 되는 존재가 살고 있지는 않아도

누군가  내 곁에 살아있다는 것 함께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나에게 항의했던 누군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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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이 나오는 영화가 개봉되었다고 듣고 일단 일본판을 먼저보기로 했다.

책을 읽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영화를 보면서 다시 되새김질 한다.

책을 읽었을때

왜 이렇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저 물리학자는 다 파헤쳐서 모든 사실을 드러나게 했을까  했던 안타까움이 있었다.

가끔 진실이라는 것이 묻히고 그래서 완벽하게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사실  일반인에게 살인이라는 사실은 혼자 품고 가기엔 너무 크고 힘든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렇게 누군가가 알게되어 스스로 사실을 말하고 세상에 드러내게 되면서 홀가분해지고 어쩌면 거기서 행복과 편안함을 얻기도 할테니까..

용의자 X의 헌신

 

 

 

영화를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상대는 알 수 없지만 내게 살아갈 힘을 주고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헌신하는 수학자가.. 내내 안타까웠다.

그런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범죄를 만들어냄으로써 그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뫈벽하게 지켜내는 것

그것이었다면 마지막 모든 사실이 드러났을 때 그가 얻을 것은 또 무엇이었을까

완벽하게 사랑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 죄책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완전범죄를  만들어주고  혹시 있을 양심상의 문제까지 고려해서 새로운 범행까지 저지를 수 밖에 없던 수학자가 안쓰럽다. 안타깝다

그리고 그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가서 풀어낼 수밖에 없던 물리학자의 심정도 그렇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학생시절 처음 만나던 장면이 있다.

수학풀이에 몰두하던 수학자에게 물리학자가 다가가서 묻는다

이건 이미 증명이 끝난 문제가 아니냐고

그러자 수학자가 답한다.

그 증명이 아릅답지 않아...

그렇다

뭔가가 풀렸다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이웃여자의 범죄를 덮어주고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시간을 그여자가 어떠한 진실도 알지 못하고 죄의식으로 힘들어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아름다운 것만 보게 하고 아름다운 지금 그대로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수학자의 마지막, 자신의 존재를 걸고 하는 증명이었다.

내가 존재했던 이유, 그리고 마지막에 의미있게 떠나려는 것들이 모두 그 여자에게 있었던 수학자였으니 마지막 그 여자가 모든 진실을 알았을때 그렇게 통곡같이 처절한 울음을 뱉았던게 아닐까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나의 아름다운 증명이 공식들이 허물어지는게 두려웠던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류승범의 석고를 만났다.

일본의 이시가미(이 수학자 이름이 이제 생각났다.. 아 미련하고 아둔하여라..)와는 닮은 듯 다르다

아무렇게나 입은 옷 웅크리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걷는 모습

답답하고 고지식하고 주저하는 모습은 같지만 석고쪽이 좀 더 감정이랄까 느낌이 드러난다.

석고의 이야기에는 친구인 물리학자가 없다

대신 형사가 그의 역활까지 다 맡아서 한다.

이미 아는 이야기이고 일본판을 보아서 그런지 한국영화쪽은 조금 감정과잉 표현과잉이 아닐까 싶은 부분들이 느껴진다.

주변부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들도 조금 더 감정적이고 격렬하다.

일본판은 밋밋하다 싶게 조용하고 정리되어 넘어갔다면 한국판은 한판 벌려놓은 기분이다.

경찰서의 사건대책본부(명칭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에서도 일본은 정말 일본스럽게 사건을 벌여놓고 조용히 지시대로 기민하게 복종하며 움직인다는 느낌이라면 한국에서는 왁자지껄한 시장통스럽기도 하고  상관에게 말대꾸 하는 거라든가 감정의 표현 충돌이 참 많다.

뭐 문화의 차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어디가 더 낫고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내 성격상인지 아니면 이미 본것에 대한 가산점인지 몰라도 전자가 내게는 와 닿는다.

(이야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본다면 우리 영화가 더 친절하고 다이나믹하며 몰입도는 있을거 같기도 하다)

석고의 이야기는 철저히 그의 중심에서 이야기가 풀려간다.

이웃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남자

류승범은 일본배우는 잘 표현하지 않은 섬세한 감정의 표현도 보여준다.

화선을 보면서 설레고 미세하게 떨리는 감정이 손끝에서 눈빛에서 잘 나타난다.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이 남자를 신뢰할 수 있겠다던가 이 남자가 지금 사랑하는 구나라던가 더 나아가서 이 남자가 두렵고 낯설다는 느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다 알고 보는 거지만  완벽한 석고의 알리바이에 눈물이 났다.

모든것을 내가 안고 내가 되돌아갈 퇴로마저 차단해버리고 앞으로만 나가는 이 남자의 헌신이 마음아팠다.

 

다만 아쉬운것은 책에서 잘 나와있고 일본판에서도 의미있게 보여주는 이시가미. 혹은 석고에게 있어서의 수학이라는 것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나름 의미있는 대사들은 나왔지만

가령

누구도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만드는 것과 푸는 것 어떤 것이 더 어려운가

보기엔 기하문제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함수문제같은 미묘하게 착각을 일으키게 꼬아놓은 문제들

뭐 그런 대사들이 나오지만

그냥 의미있어보이고 좀 그럴듯한 대사를 그냥 가져다 놓은 느낌이랄까

일본판을 봤을 때 느낀 아하.. 하는 그런건 적었다.

어쩌면 이시가미의 대척점에 놓은 물리학자의팽팽한 누뇌가 빠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수학이라는 것이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지만

확실한 답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답을 향해 가는 길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잘 증명하고 풀이한 식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그런 수학의 난해하지만 아름다운 질서가 드러난 사건이 바로 이 이야기가 이니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희망이었던 여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 방법이 여러가지지만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그 여자가 남은 생을 행복하게 그늘없이 만들고 싶다는 가설을  스스로를 다쳐가며 증명하는 남자의 헌신 그 이야기다.

 

일본판은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하고

한국판은 감정적으로 건드린다. 세상에는 이런 바보같은 어리석은 그러나 욕할 수만은 없는 사랄ㅇ이 있다고

뭐가 좋은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리라

 

사족...

나중에 아이가 수학이 어렵다고 징징댄다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수학이 이렇게 아름답고 의미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하지 않을까

나처럼 너무 늦게 알지만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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