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덮으면서 긴 한숨이 나온다.

내내 숨가쁘게 달려온 기분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도데체 어쩌자는 걸까,.

책을 이해 못한데서 오는 한탄일 수도 있고  내가 알던 그 작가가 맞나 싶은 멍한 느낌일 수도 있다. 하긴 나는 김연수의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무언가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고  그래도 한번 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가슴 한켠에 늘 매달려 있었던 작가였다.

요 근래 들어 가장 핫하고 잘나가는 작가라는 것 많은 책을 냈고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였고 평판도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읽기를 미루었던건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함께 준다는 씨디에 혹해서 "7번국도"를 읽었다. 아마 초기작품이라고 기억한다.

젊은 이들이 함께 자전거로 여행하는 7번국도 그 길위의 이야기들, 그리고 사소하지만 강렬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흐른후의 회한같은 것들..

정확히진 않지만 그렇게 기억된다 (아쉽게 이사를 핑계로 많은 책을 팔았는데 거기 들어간듯하다)

음... 이런 작가구나 했었는데

이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책은 또 다르다

다른 책들도 그런가? 모르겠다. 안읽었으니까

 

입양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고 건조한 여자  카밀라

그녀는 양어머니가 죽은 후 양아버지가 보내준 자신의 물품에서 사진 한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뿌리찾기. 고국에서 생모찾기가  이어진다.

단하나의 단서 진안여고. 그곳에 엄마가 다녔다는 단서를 가지고 그 흔적을 찾아간다.

엄마는 왜 어린 나이에 나를 낳았고 나를 버렸을까

엄마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야기는 시점을 바꾸어가면 전개된다. 죽은 카밀라의 생모 지은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다시 누군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쩌면 단순한 사건, 여고생이 임신을 했고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입양이 되었고 그 여학생은 자살을 했다.

신문에 단 몇줄로 요약될 단순한 사실이  실은 어마어마한 속내를 숨기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이야기. 서로의 언어가 전달되지 못하고 허공울 떠돌아다니는 이야기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안개처럼 언어들은 사람에게 스며들지 못하고 그 사이 공간을 떠돌면서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생각을 돌연변이 시키고 오해하고 침묵하고 외면하게 한다.

누군가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외면하고 싶어하는 진실들이 교차되고 덮어지고 까발려지면서 서로 눈을 감는다.

 

먹먹하고 슬프면서도 조금은 상투적인 이야기

왠지 다 읽고 나면 여자가 쓴거 같단 생각도 든다. 섬세하게 가련하게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 여자들끼리 말하지 않아도 직감하고 또는 오해하는 그 감정의 결이 느껴진다는 거?

 

아.. 이 작가가 이렇게도 글을 쓰는구나.

7번국도랑 많이 다른 글도 쓰는구나. 참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

 

그런데 다 읽고도 그래서 지은이가 누구의 아이를 가졌다는 건지.. 정말 중요치 않은 그 사실이 몹시 궁금하다. 속물스럽게도,.,

그리고 카밀라.. 혹은 희재가 이젠 조금 편하고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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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 하우스 광화문

그곳은 상영관이 딱 하나다. 찾아가는 길도 그다지 친절하지않다.

광화문 어느 골목에서 엉뚱하게 주차장 가로막이 쳐진 길을 지나가거나 밥집에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야 한다.

간판도 없다. 다만 커닫란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을 뿐이다.

극장 안도 너무나 작다. 당연히 화면도 작다.

사실 얼마전 까지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 극장 매표소와 겹하는 카페에서 파는 커피가 참 맛있다.

조용하고 작은 테이블이 좋았다.

커피를 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약간은 관객석이 경사가 져서 좋았따.

 

거기서 "내가 먼저 고백을 하면" 그리고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를 보았다,

영화도 좋았다.

다만...

이제 그만 포스터를  바꾸면 좋겠다. 대표의 영화이지만 '내가 먼저,,,"를 내리고 "고양이를..."을 올리면 좋겠다. 뭐 담주에는 바뀔지 모르겠다,

 

영화관에 3분 늦었다. 커피까지 사가지고 들어가느라 6분정도 앞을 못보지 않았을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키가 크고 무료해 보이는 여자가 고양이를 빌려준다. 대여섯마리를 리어커에 태우고 다니면서 확성기로 말한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외로운 분들께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그리고  남편이 죽고 키우던 고양이마저 죽은 외로운 할머니, 오래된 단신부임으로 가족과 서먹해진 남자, 아무도 오지 않은 랜터카 사무실을 지키는 여자가 고양이를 빌린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구멍이 서서히 매워지고 새로운 기쁨을 찾는다.

그러나 고양이를 빌려주는 여자는 여전히 그대로다.

아직 결혼할 남자를 구하지도 못했고 옆집 할머니의 엉뚱한 잔소리는 여전하고 날을 덥고 고양이들도 말을 안들을 때가 있다.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창 남자로 인해 약간 설레일뻔도 했지만... 그가 남긴건  더운날에는 보리차가 아니라 맥주라는 사실과 요요 하나뿐이다.

그녀가 원하는 남자는 언제 나타날까

그 많은 고양이가 그녀의 구멍을 메워주기는 한걸까

엉뚱하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 나도 나중에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 는생각을 한다.

예전에"이기적인 고양이"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오만하고 이기적인 그리고 제멋대로인 고양이가 되고 싶다.

나를 먹지 않고 나를 버리지 않은 조금은 무심한 주인을 만난 이기적이고 게으른 고양이...

도도한 것이 오히려 매력이고 카칠함의 척도가 값어치로 나타나는 그런 고양이고 싶다.

한때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영훤히 이동하지 못하는 ...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 한 장소에서 시간을 견디는 것 그것밖에 할 것이 없는 나무이고 싶었다.

용감할 필요도 없고 비겁하거나 비굴해질 필요도 잘난척하거나 주눅이 들 필요없는 그냥 그자리에 서 있는 나무...

나란 사람은 게을러서인지 뭔가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많은 제안을 해오면 더 움츠려들어버리는 사람인것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선택사항이 없는 나무가 좋았던게 아닐까

그러면 그양이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게을러도 하루종일 낮잠을 자고 주인을 무시해도 습성이려니 하고 받아주는 고양이가 되고 싶은걸까

그 여자 행복할까

아직도 고양이를 빌려주고 있을까

내가 만내가 고백을 하면일 그녀를 만나면 고양이를 빌리까? 심사에 통과는 할까?

 

 

스폰지하우스에서 만난 여자들은 조용하지만 강하다.

고양이녀도 '내가 고백을 하면:의 그 간호사도 강하다

자기 세계에 한치의 빈틈도 없다. 외로워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지만 그래도 혼자 잘 견디고 지내고 있는 강한 여자들이다,.

아마 영화가 끝나고 그녀들은 먼저 다가가고 시도해볼것이다.

영화 내내 망설이고 기다리고 무심했지만 아마 그런 시간동안 키운 내공의 힘으로 영화가 끝나는 그순간 누군가에게 담담하게 그러나 도전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고 말을 걸지 않을까

그리고 거절당해도 상처입지 않고 담담할거다.

아니 상처를 입었어도 그걸 감추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아파할 줄 알것같다.

나의 외로움을 마주하고 바라보면서 견디는 걸 아는 사람은 강하다.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느껴지는 체온 털의 부드러움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느껴지는 은밀하고 뭉클한 움직임이 그립다. 그렇게 마음의 구멍이 매워질까?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하나

주인공의 옷 색깔이 정말 화려하다.

무늬가 없는 옷이 없고 형형 색색  한가지 색만 있는 옷이 없다.

비오는 날 거실에 거미줄처럼 빨랫줄을 치고 매단 빨래가 너무나 아름답다.

알록달록

같이 어울린까 싶은 색들이 의외로 촌스럽거나 이상하지 않고 주인공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문득 그말이 생각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화사하게 입어야한다. 아이가 처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엄마를 통해서 이니까 엄마가 보여주는 따뜻하고 화려한 색이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마요코의 그 화려한 색도 고양이에게 그리고 고양이를 빌려가는  마음에 구멍난 외로운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정서를 준다고 믿고 싶다.

그녀의 우울함도 외로움도 그 화려한 옷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지 않을까

 

(그 반대로 내.고백의 경우는 단정한 단색의 옷이다,

물론 고양이가 배경이 여름이고 내고백이 겨울이라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우울할때는 조금 화려하고 우스꽝스럽게 입어보는 것도 나쁘진않을거같다는 생각....

 

카모메 식당. 안경.. 그리고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이제 토일렛만 어디서 봐야하나?

심심하고 덤덤하면서도 뭔가 위로가 되는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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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결혼식같은 거 안할 수는 없을까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고 높은 힐을 신고 표정관리를 해야하고 아름다워보여야 하고 하객들의 축하와 부러움도 받아야 하고  당당하고 자신있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날

그런 과정을 뿅~ 하고 지나면 안될까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꼭 거쳐야 하는가

피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다,

결혼은 당사자들의 일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의 일이기도 하고 그 예식과 관련된 계산들 약속들 상업적인 여라가지 계약들이 오고간다.

인형처럼 차리고 방글러기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마법을 걸어가면서도 속내는 복잡하고 정신없다.

이 책은 딱 하루 그날 일어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여러명.. 옴니버스형식이다.

각각의 사연을 가진 주인곧들이 화려한 결혼식장인 아르마이티에서 벌이는 소동같은 이야기

웨딩마치를 울리는 순간까지 내 사랑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쌍둥이 자매

무대책으로 이중결혼식을 코앞으로 당겨놓은 멍청한 남자

이모가 결혼식에 위험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떠는 꼬마

그리고 자강 미운 상대가 가장 행복한 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하는 웨딩플레너

그들의 하루는 숨가쁘다.

계속 일은 꼬이기만하고 뭔가 대책은 안보이고 시간은 흐르고 나는 계속 미소를 짓고 있어야한다.

일단 오늘을 무사히 마치면 그만이다.

화려하게 꾸미고 미소짓고 치장한 그 이면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겨우 쪼가리 천을 덧대서 덕지덕지 기워놓은 것이든 임시방편으로 풀을 발라 막아놓은 것이든 그 이면의 복잡하고 정신사나운 모습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지금은 화려하고 밝게 행복한 그런 모습만 보여주어야 한다.

최대한 감추고 싶은 이면은 감추고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려는게 모든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내가 행복해지려고 감추고 보여주고 또 감추고 보여주고...

그런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가 단 하루 결혼식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보여준다. 치밀하고 세심하게

누구와 비교되지 않고  나 자신 스스로 빛나고 싶은 쌍둥이도  어쩔 수 없는 바람기와 무개념으로 이중혼인앞에 놓인 사내도, 아무도 모르는 이모의 위험앞에 혼자 전전긍긍하는 꼬마

하지만 누구보다 내마음을 끈 것은 웨딩 플레너인 다카코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담담하게 풀어내는 과거 이야기 그리고 지금 악연으로 만난 고객 하지만 마음을 접고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 미운 사람의 결혼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것 그걸 통해 느끼는 인간에 대한 배려 그리고 스스로 마음의 치유과정이 흥미로웠고 약간 뭉클하기도 했다.

이제 미움도 남아 있지 않지만 명치끝에 아스라히 남아 있는 통증으로 혼란스러우면서도 담담하게 드러내지 않고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엄청 거슬리는 사람이 오면 어쩔거야? 목에 칼이 들어와도 행복하라고 빌어줄 수 없는 그런 상대말이야 있잖아 간혹, 그래도 변함없이 마법을 걸어 최고의 날이 되도록 이끌어 줄 수 있지? 자기 멋대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 많지?

 

아무리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난 맞지 않은 머리를 얹고 기모노를 입은 신부의 모습은 두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어 내가 만진 머리가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굴욕이야

 

지저분한 일이건 돈 계싼이건 하나하나 밟아나가야만 결혼식이 완성되기에 추한 부분과 이기적인 부분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신부들의 로망을 이루어 줄 수 있다.

 

다카코는 원수같은 레이나의 결혼을 완벽하게 준비해주면서 스스로 흔들리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는 법을 배우고 레이나의 의외의 모습에 미움을 씻어낸다. 그리고 성장한다

 

젊은 작가인데 사람의 미묘한 심리가 잘 포착되고 묘사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전전긍긍하는 신부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질투 미움 달라지고 싶다는 욕구와 함꼐 나타나는 쌍둥이 다운 동일감사이의 갈등이 절절하게 나타난다.

 

가장 축복받는 자리.. 누구나 아름답고 행복할 권리를 가진 날

그 이면에 숨어있는 많은 욕망과 복잡미묘함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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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8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정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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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하신대로 돈 키호테 나리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미치광이 기사입니다. 그분의 행동으로 우리 모두가 얻은 즐거움에 비하면 그분이 말짱해진 다음에 보일 사려깊은 행동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시나 보군요. 그렇게 되면 그분의 재치와 매력은 사라지겠지요. 산초 판사의 재치도 덩달아 잃게 되고요. 두 사람의 재치있는 말과 행동은 어떤 우울한 상황도 즐겁게 만드는 능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당신은 그분을 몹시 염려하여 행한 일이니 그만큼의 복을 받으시겠지요. 자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p299

 

돈안토니오의 이 말이 돈키호테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눈에는 한심하고 정신없는 미치광이에 불과한 늙은이지만 그게 세상에 준 즐거움 유쾌한 소동도 가치가 있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그를 놀리고 조롱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라고 해도 좋고 지루하고 피폐한 일상에 쉼표같은 재미를 준것이라고 해도 좋다. 그의 엉뚱한 기행은 가치가 있다.

그 엉뚱함속에 돈키호테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매력이 드러난다.

불의를 참지 않고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달려들줄 알고 누구든 가리지 않고 옳은 말을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사랑을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없이 지속하는 것.. 세상사람이 가져야할 미덕을 모두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미쳤다고 한다는 건 세상이 잘못되어있다는 것뿐 다른 의미가 없다.

산초는 어떠한가

배고프고 춤고 힘들다는 현실을 모두 알고 투덜거리고 겁을 내고 징징대지만 결코 돈키호테를 버리지 않고 때로는 깜짝놀랄만한 지헤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쳤다는 걸 알고 간혹 핀잔을 주지만 자기가 모시는 기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의 세게를 존중해주는 마음 그건 요즘 말로 하면 배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높은 사람이라 하사하고 시혜를 베풀듯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미쳐버리는 것 그리고 그 세게를 함께 공유하는 배려를 보여준다.

배움이 잚은 무지렁쟁이지만 기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는 사람 남들은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 해도 빛바랜 기사도를 지켜나가는 사람 그들이 돈키호테와 산초였다

 

어린시절 읽었던 책의 기억에는 풍차를 거인이라 여기고 돌진하는것. 엉터리 기사 수여에 감겨하는 것 양떼들 사이를 돌진하다가 매맞는 것등등  소동을 일으키는 사건들만 있었다.

햄릿과 대조되는 인간형으로 돈키호테형인간형

고민하고 머뭇거리는 햄릿과달리 일단 행동하고 저지르고 보는 인간형

어떤 인간형이 더 나은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그렇게 국어 시험에 나오는 저돌적이고 허무맹랑한 인간이라고 기억했던 돈키호테의 매력을 다시 느낀 계기가 되었다. 이번 겨울엔 완역본에 도전해볼까

 

"라이팅 클럽의 주인공이 미국으로 도망치듯 가면서  가져갔던 단 한권의 책 " 돈 키호테"

길고 긴 외롭고 힘들고 추운 시간을 함께 견딘 책이라고 나왔을때도 궁금했다.

이 허무맹랑한 노이네가 희망이었다니...

그러나 이제는 알거가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사도를 잃지 않는 품위를 가진 진정한 기사였음을 알겠다.

남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묵묵히 자기의 믿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주인을 무조건 따랐던 종자까지...

이 둘과 함께라면 어디서든 견딜 힘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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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설은 창비아동문고 268
한윤섭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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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전학온 아이가 있다.

동네 친구들은 그 아이에게 동네 전설을 이야기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하지만 확실하게 각인을 시키듯이 ....

흔히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실감난다.

아들이 죽고 남은 노부부는 병에 걸리고 그 치료약으로는 어린 아이의 간이 필요하다

그 간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잡아간다.

죽은 아이를 낳은 여자가 아이를 뱀산에 묻고도 그 아이가 그리워 매년 찾아오는데 죽어서도 잊지 못하고 그 곳을 해맨다,

일제시대 강제 노동을 하다 죽은 독립투사가 자기가 노동한 아카시아나무를 찾아온다.

염하는 노인네는 어려 죽어버린 자식들을 대신할 아이를 잡아간다,

이게 뭐,, 하고 무시하고 싶지만 그래도 등골이 으스스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함께 행동한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은 친구가 되고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만의 은밀한 비밀도 갖게 된다,

 

어쩌면 준영은 아이들에게 마을의 전설에 대해 들었을때 부모님께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볼 수도 있고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실이 무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것이다,

뭔가 함께 나누는 것이 있고 그걸 함께 느끼고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친해져가는 과정 그것이 더 중요하다.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아이들은 어렵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어쩌면 아이들이 그렇게 어른에게 쉽게 도움을 구하지 않고 혼자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아이는 성장을 하는 것같다.

데미안에서 왜 싱클레어가 프란쯔에게 협박당하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거렸는지.의아해 했지만 이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알거같다.

혼자만의 비밀을 갖는것 나의 미빌과 내가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민하고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사춘기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 아닐까

부모는 뭐든 내게 털어놓고 상의하라고 하지만 어쩌면 부모가 개입하기 애매하고 개입해버리고 나면 스스로가 나약해 보여서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들이 생기는 순간이 성장이 아닐까

 

준영은 그렇게 마을의 전설을 아이들과 함께 나구고 두려워하고 은밀한 동지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성장한다.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가을빛치 눈에 보이듯이 그렇게 준영도 점점 득산리에 동화되어가고 득산리 아이가 되어간다. 그리고 자란다.

내가 막연히 두려워하든 실체인 돼지 할아버지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 마음을 알고 세상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밤나누에서 밤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함께 듣는다.
돼지 할아버지와 함께 나눈 새벽의 시간이 또다시 준영을 한뼘 자라게 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일.. 성장은 그렇게 이해의 다른말이고 두려움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등 뒤에서 간접적으로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마주하면서 알게 되는 진실들이 더 값진것으로 남는다

 

덕수를 비롯한 아이들이 왜 새로운 아이에게 득산리 마을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겁을 주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덕수 패거리들이 준영을 위협하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는, 어색함을 없애는 한가지 방법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듯하다.

누군가와 무섭고 은밀한 것을 나누면 더 친해진다. 함께 어색해하며 들어간 귀신의 집에서 나올때는 두 손을 꼭잡고 얼굴을 마주보며 안도의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것 처럼 함꼐 공포를 경험하고 약간의 짜릿한 나쁜 짓을 경험하는 것이 친밀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영악하지 않고 위악을 떨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게 자칫 밋밋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선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아이다운 악동짓이 더 마음에 든다. 밤서리를 하면서도 돼지 할아버지를 걱정하기도 하고 방앗간집 할머니의 죽음에 함께 상여꾼이 되려는 마음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읽는 내내 그 전설이 사실인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했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그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인지보다 그 은밀한 전설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 더 친밀해지는 걸 느끼고 나도 모르게 득산리에 적응해가는게 더 좋았다.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면서 세세하고 단순한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큰 격랑은 없지만 일상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크게 요동치는 아이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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