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자격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드는 요즘이다.

개와 고양이처럼 다른 두 아이를 맞춰가며 키워야 한다는 건 나로서는 두가지 큰 산이 버티고 있는 것과 같다.

가능한한 성질부리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두 아이를 키우려고 하는데..쉽지 않네

 

큰아이는 항상 자기한테는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게 불만이고 매사에 대화가 공부에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난다는 것이고 내가 자꾸 저한테 짜증을 낸단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는 문제부터 밥먹는거 교복입는거 그리고 돌아와 학원 숙제나 학교 숙제  할때마다 입에 짜증을 붙이고 있는건 본인이라는 걸 몰라서 그럴까

기왕이면 학원숙제는 미리미리 좀 해놓으면 좋겠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밥먹기 힘들다는건 나도 경험해봐서 이해하지만

교복을 입는데 그렇게 하세월이 걸리는 건 영 이해할 수없다.

그렇다고 외모에 유달리 신경을 써서 거울앞에 오래 있거나  아침시간을 다잡아 먹게 샤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달랑 세수 양치 그리고 교복입는게 전부인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릴까

스타킹 신는것도 툴툴툴

숙제하고 시간이 남으면 이제 중학생이니 학과 공부도 틈틈히 하면 좋으련만

틈틈히 드러누워 계시고 핸드폰 액정만 들여다 보고 있다.

그래도 내가 얼마나 성질을 죽이고 있는데..

그렇게 이야기하고 큰아이를 다독거리면 뒤통수가 따갑다.

작은 아이다.

작은 아이의 불만은 늘 언니랑은 하하호호 이야기도 잘하는데 엄마가 자기랑만 있으면 묵묵부답이라는 거다.

언니랑은 공통된 화제도 많고 이야기도 많이하는데 왜 나랑은 안하냐고

사실 큰아이한테 입에 있는 기운을 다 쓰고 나면 작은 아이랑은 그냥 침묵속에서 공감하고싶다.

사실 전에도 썼다시피 작은 아이는 아직도 마냥 어리게만 느껴져서 뭔가 내 생각이나 느낌을 공감할까 싶어 조금 무시하는 경향도 없지는 않다.

큰아이는 딸이라기보다 친구처럼 키워서 말도 잘 통하고 어떨땐 따끔하고 예리한 지적도 받아서 편하면서도 어려운 존재지만 작은 아이는 마냥 편해서 그냥 그 앞에서는 늘어진다.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하듯이 충고하고  배운대로 나 전달법이나 공감하기 정공법으로 대화하는데 그게 자기를 무시하는 말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무심코 재미있는 걸 발견하거나 본 영화이야기등등을 큰애에게는 하는데 작은 애한테는 하지 않는다..

뭐랄까 친구에게 할 얘기가 따로 있고 엄마에게 혹은 아이에게 할 말이 따로 있는 것처럼,.,,,

요즘 가만 들어보면 작은아이도 할말이 많고 관심도 많고 이제 슬슬 사춘기가 오려는지

옷차림 친구문제 하고 싶은 일등등 여러가지로 꿈과 고민이 많았다.

언제 컸나 싶은 마음도 들고 어쩌면 제 나이에 맞게 자라고 있구나 싶기도 했다.

큰아이는 큰아이라서.. 그리고 키도 커서 마냥 크게만 보고 그 나이에 맞는 유치한 짓을 못하고 넘어가서 그런지 늘 아이같지 않더니

작은 아이는 마냥 아기같을 줄 알았는데 제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이 엄마라는 사람만 아이 성장에 맞추지 못하고 엉뚱한곳에다가 눈높이를 대고 있는 중인가보다.

그렇게 너무나 다른 혹은 내가 너무나 다르게 키운 두 아이를 감당하느라 요새 정말 지친다.

아이를 둘 이상 키우는 다른 부모도 그럴까?

하나만 있다면 선택과 집중이 쉬울텐데 둘로 분산되다보면 내가 정신이 없다.

학원가는 시간도 제각각, 숙제를 봐주거나 하는 시간도 제각각 각각의 스케쥴에 맞춰 텔레비젼을 틀었다 껐다하는 것도 안맞아서 누구는 이제 막 할일 마치고 텔레비젼이나 보고 있자면 한쪽은 나는 이렇게 끙끙대고 수학을 푸는데 놀다니..... 하는 원망이 돌아온다.

하나는 배고프고 하나는 입맛없고

먹고싶은 것도 각각이고 가고 싶은 것도 각각이고 취미도 영 다르고

그렇다고 하나씩 데리고 하기엔 체력도 돈도 모자르고 둘을 다 만족하는 건 그저 놀이공원뿐이니...

하나는 영화가 보고 싶고 하나는 절대 극장은 싫고

하나는 산책을 나가고 싶고 하나는 뒹굴거리고 싶고

하나는 쇼핑을 하고 싶은데 하나는 걷는 건 딱 싫다고 하고

아... 그렇다고 하나만 데리고 가면 도끼눈을 뜨고 혼자 세상 상처 다 받은 듯  우울하고...

 

 

빌려온 책이나 읽어야겠다.

그래도 그녀보단 나을테니까.. 이게 위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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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고궁엘 갈까 미술관엘 갈까 동대문이나 남대문엘 갈까.. 하다가

집안을 뒤집었다.

뭐 많이는 아니고 내구역 정리를 한다,

매번 남편이나 애들에게 치우라고 잔소리하면서 정작 내물건들은 늘 쌓아놓고 살았다.

봄맞이 간단 청소라고나 할까

읽은 책 읽을 책 두번다시 볼 일 없을거같은 책 아이에게 보여줄 책을 정리했다.

여기저기 쌓이고 묵힌 책이 너무 많다

집도 좁고 통장 잔고도 달랑거리니.. 이제 책을 그만 사야겠다.

도서관을 이용해야지.. 중고서점에나 나가볼까..

정리하고 묵은 먼지를 닦고 책을 뒤적거리다가

그럭저럭 정리하고 팔건 알리딘에 팔기에 내놓고..

어라... 자리가 남는다,

왜그렇지??

다시 알라딘에서 뒤적거리고 장바구니를 채운다,

다행히 이성이 먼저 돌아와서 결제는 하지 않았지만

이러면 묵은 정리도 공간을 넓게 이용하자는  다짐도 소용없다.

도로아미타불...

 

책팔아서 둘째가 원하는 걸스카웃에나 보태야지 했는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이러면 안되지..

적어도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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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덮으면서 떠오르는 생각

"남자들은 이런 마음을 알기나 할까?"

 

물론 모든 여자가 다 그렇다는 명제는 아니다.

 

니시노 마을의 도둑.

 

나름 닿는 이야기였다.

여자아이들 사이의 소소한 신경전, 하지만 소소하다고 치부하기엔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쿨하게 잊어버리고 그걸 알고 용서한 사람이 전전긍긍하게 되는 일들

사실 큰 울타리밖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런걸 다.... 라고 할만큼 소소한 일일지는 몰라도 그 문제를 직면한 당사자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이다.

생리때마다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도벽을 어른들이나 친구는 다 알고 묵인하게되지만

어쨌든 도벽은 도벽이니까 도저히 묵인할 수 있는 주인공은 혼자 괴롭다.

이건 분명히 아닌데  세상은 내가 아니라고 한다.

세상에 이렇게 지구가 꺼꾸로 도는 거같은 충격이 있을까

나도 괜찮은 척 담대한척 해보지만  내가 입은 충격과 상처는 어쩔셈인가

이상하게 나만 어리석고 나만 손해보고 있다는 억울함이 참 공감이 간다.

너무 크게 부풀리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소하고 일반적인 정의감으로  평가를 내리고 말을 하고싶지만 남들도 다 그러잖아.. 그러면서 크는거지 너무 소소한걸 가지고 따지지 말라구..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내가 느껴야 하는 패배감, 옳고 그름에 대한 혼란 그걸 다시 생각하게된다

나는 미치루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의 감정도 잘못이 아니다.

 

그 다음의 세편은 비슷한 맥락이다,.

동네에 일어난 방화사건이 어쩌면 나의 주목을 끌고싶은 그 싫은 남자의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착각

나를 때리고 집요하게 구는 남자친구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싶은 착각

순수한 꿈을 쭞는 남자를 숭배하고 그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는 착각

 

어떤 프로에서 그랬다.

결혼은 언제하는게 좋으냐는 질문에 내가 혼자여서 너무좋다~ 라는 생각이 들때 그때가 결혼할 때라고...

사실 이런 말은 늘 전해온다.

외로울때는 결혼하지마라

혼자 설 수 있을 때 결혼하라... 등등등

그렇게 나 스스로 당당할 수 있고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름의 잣대가 서있을때 누군가를 당당하게 사랑하고 함께하라..

이미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말이 얼마나 소중한 조언인가를 알았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가장 큰 교훈이다.

나 스스로 자신이 없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젊은 시절

내가 가진 생각이나 사고에 대한 확신도 없지만 그렇다고 뭔가 휘청거릴만큼 바꾸어나갈 용기도 없는 때

내 손에 쥐어진 패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여자들 이야기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 남자가 나를 찍은게 아닐까 하는 도끼병에서

사랑에 흔들리며 인생을 저아래로 떨어뜨리는 여자들

그들이 어리석었다고 손가락질 할 수가 없다.

사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리석고 어리석고 어리석었구나

하지만 되돌아가기엔 걸어온 길이 너무나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되돌리기엔 나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는 게

사실 별거 아니라고 나중에는 알지만 그때는 절대 알 수 없는 대단한 사건이니까...

결국 스스로 잡은 선택이 끝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마지막 이야기는 정말 공감간다.

아이를 낳고 키웠다면 다들 크고 작게 공감하지 않을까

아이가 정말 사랑스럽고 소중하지만 그만큼 나도 소중하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이 나와 대치될때, 나를 돌아버리게 할때 느껴야 하는 죄책감마저 죄스러워지는 것...

정말 마지막에 요시에의 작전이 잘 되었을때 나도 모르게 휴유... 한숨이 나온다.

그래 어쨌든 잘 마무리되었으면 된거야

아는 사람끼리는 은밀하게 서로 까방권을 줘야하는 상황임을 잘 알고있다.

 

 

 

 

 

이 두권을 읽고 고민없이 선택한 작가였다.

뭐랄까 사소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세밀하게 풀어내어 공감을 이끌어내는게 대단하다 싶었다. 일상적인것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할까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사실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작가탓이라기 보다 이번 소설의 대상은 조금 젊은 여자들의 이야기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내가 겪었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어떤 환상도 기대도 없는 지금 이런 이야기는 조금 서글프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이야기 뒤에 숨은 무시무시한 사건들 감정들은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법이다.

커다란 사건사고는 늘 소소한 출발점이 있는 법이다.

 

내게 생일선물로 준 사랑하는 딸... 고마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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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키우면서 하는 공통적인 말이

둘째는 키워도 키워도 크질 않는다고 한다.

둘째라 더 귀엽고 더 관대하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막내라는 점때문에 마냥 어리게 보게 된다.

 

나의 둘째도 그렇다.

남보다 키가 크고 속이 깊어서 내 자식이잠 조금 두려운 면이 있는 첫애와는 다르게

애교도 있고  살가운 말도 잘하는 둘째는 마냥 이뻤다.

오죽하면 큰애가 이미 다 알고 있을만큼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둘째는 공부를 못해도 이쁘고 짜증을 내도 금방 풀린다는 이유로 이쁘고 변덕이 심하다는 것 조차 매력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동글동글하게 생긴 얼굴에 혀짧은 말투 때문에 그 아이가 벌써 4학년이라는 것도 잊고 초등 1학년처럼 대한다. 병이다.

 

그런데 어제 드디어 터졌다.

 

작은 아이가 토요 방과후를 다녀오고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유기견까지 구경하고 기분좋게 돌아오는 길에 딱 한마디에 터졌다.

정말 별 생각없이 놀리는 말이 아니었는데

얼굴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내가 보기엔 큰애는 강아지 상이고 작은애는 돼지상이라고 했을 뿐인데..

순간 아파트 현관앞에서 놀리지 말라고 소리치고 .울면서 제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따라 들어가봤지만 소리소리 지르며 혼자 있고 싶다고 나가라고 말하기 싫다고 하는 아이가

몹시 낯설었다.

이런 적이 없는데 울어도 화를 내도 내 품에 안기곤 했는데

이젠 나를 몰아낸다.

나쁜 뜻은 아니지만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엄마의 위로는 더이상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

순간.. 내가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큰아이는 4학년이 되면서 이제 사춘기가 올거야..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준비라도 했지

둘째는 큰아이의 경험이 완전 무색할만큼 무방비상태에서 아이의 성장을 맞았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어리석은지...

책을 읽고 엄마들과 이야기하면서 큰아이의 변화는 미리 준비하고 오히려 너무 서두르고 앞서가면서 작은 아이는 마냥 어리고 철부지로 있을 거라고 믿었나보다.

이제 이렇게 문을 닫고 엄마를 거부하고 통곡하고 속상한것 화나는 것들을 엄마와 나누지 않을 거라는 걸 미리 준비하지도 못했다.

어쩌나.....

그렇게 삼십분을 제방에 있다가 나온 아이도 이유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 말은 그저 그 아이 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무언가에 불씨를 붙인것 뿐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묻기기 힘들었다.

 

큰 아이도 제 동생의 변화에 당황하기도 했던거 같다.

 

이제 컸구나.. 아이는 커가는데 변하지 않고 돌덩이처럼 굳은건 나뿐이구나.

그렇게 내가 문제겠구나...

큰 아이가 사춘기라고 전전긍긍하고 속으로 욕하고 하루에 골백번도 더 마음이 왔다갔다하는 순간에도 작은 아이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직은 어린아이일 뿐이라고...

그런데 그런 내뒤통수에 무차별적인 가격....

이제 정말 품에 안기는 아기는 없다는 걸 알았다.

 

나중에 아이에게 들은 이유는 나름 심각하다면 심각하고 유치하다면 유치한 것이었다.

이제 큰 비중을 차지할 친구문제라는 건 심각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도 유치하고 사소하다는 건 안심할 일이었다.

원인은 큰 걱정이 아님을 알고 마음을 쓸어내리지만...

내가 이제는 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이의 엄마라는 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무심하고 잊고 있는 사이에도 아이는 계속 자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뒷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것..

아 뒷통수가 너무 따끔거리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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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박완서의 소설이랑 김수현의 드라마가 참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직은 살아온 날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나름 나 잘난 맛이 세상모르고 높았을 무렵

세상에 대한 독설과 매서운 관찰 그리고 내뱉는 무심하면서도 뼈가 박힌 말들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푸근한 인상과는 달리 박완서의 이야기들은 늘 어린맘에도 아프고 보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꺼집어 내어 이것봐라~ 하고 내미는 고약한 심성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통속적이구나. 너무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던 장면들이었다.

차라리 김수현의 드라마는 드라마이기때문에 가지는 환상과 낭만이 있었지만 박완서의 소설은 단단하고 건조한 그 문장들 속에서 현실감이 그냥 툭툭 튀어나와서 책장을 넘기기조차 고약했던 적이 있었다.

세상을 알지 못하는 나에게 왜그렇게 그악스럽게 세상을 들이미나 싶어서 몇작품 읽지 않고 아는 척 하고 나랑은 맞지 않아~ 하고 넘기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그 작가가 첨 글을 쓰던 나이가 되고 그런 경험이 켜켜히 쌓여가면서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그가 본 세상, 사람살이가 사실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었다.

 

예전 어떤 선배가 어느자리에서 엉뚱하게 뱉었던 박완서의 소설이야기

'그 가을 사흘동안"이 졸업을 앞두고 읽으면서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다고.. 생뚱맞은 이야기지만 아이를 받아내기 위해 기다리는 그 사흘간의 절박함이 너무나 간절하게 와닿았노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선배나이는 겨우 20대 초반이었던 까닭에 그 말이 정말이지 선배말마따나 생뚱맞았다

그리고 읽었던 그 소설이 그냥 그런 박완서 풍이구나.. 하고 넘겼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설에서 보여지는 절박하고 초조한 느낌이 현실에서 부딪치게되었다.

뭔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될거 같은 기분.. 누군가에게 쫒기는 기분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같은 것을 느끼면서 그 작가의 혜안에 감탄하면서 두렵기도 했다.

 

항상 작품에 조금씩 엿보이거나 노골적으로 보이는 작가의 살아온 삶의 모습들

그것이 그의 한계야 하면서 잘난척 해본적도 있지만 그 깊고 넓은 세계를 가졌다는 것이 참 부럽기도 했다. 시대를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사고와 직관은 같은 시대를 거쳤다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이들면서 이제는 엄마를 이해하게되듯이 그의 작품이 와닿기 시작하면서 주말밤 그의 책을 읽었다.

어쩌면 소설인지 수필인지 모를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녹여있고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들이었다. 

주말이면 혼자 자기 싫다는 작은 아이때문에 그아이 방에서 함께 누워 아이를 재우고 책에 수록된'나의 가장 나종에 지닌것"을 읽었다.

예전에도 읽었던 아는 이야기라 술술 읽어나가는데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났다.

무어가 그렇게 북받치는지 마구 쏟아지는 눈물에 나조차 당황스러웠다.

내용이 그렇게 슬펐던가? 그건 아니었다.

그러면 내용에 내가 공감하고  동감하는 부분이 있었던가?그것도 아니다.

그냥 이해로 넘어가는 이야기일 뿐인데

굳이 이유를 끌어들이자면  구술체(맞나?)로 쓰여진 그 말글이 주는 느낌때문이었을까

누군가 내 옆에서 한없는 넋두리를 듣는 기분때문에?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화자의 마음에서 울었다기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수화기 저 너머의 형님의 마음이 더 절절하게 와닿았다.

어떤 감정의 표현도 없이 담담하고 절제되어 한평생을 살면서 차갑다 정없다는 말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살아온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되었던거같다.  거의 드러나지도 않는 이에게 이입되었던 이유를 지금도 모르겠다.

그렇게 계속 울면서 읽었던거 같다.

그러면서 드는 깨달음...

어쩌면 박완서님 작품에 늘 드러나는 것. 그래서 내가 찔리기도 하고 멀리하고싶어했던 부분은 "결핍"이 아니었을까

시대상황적인 결핍, 경제적인 결핍.. 모든 걸 채워넣은 현실에서도 어딘가 공허한 정서적인 결핍.. 그 결핍되어 늘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자꾸 자꾸 누군가에게 사랑을 구걸하게되고 끊없는 수다를 떨게하는 것

이유를 알 수 없는 . 혹은 이유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결핍이었다.

나이먹어서도 사춘기처럼 우울하고 외롭고 쓸쓸했던것

혼자가 편하다고  나는 사람들과 함께있지 못한것에 불편함이 없다고 혼자 잘난척 하는 것

그런것이 어쩌면 내 속에 숨은 결핍을 감추려는 허세가 아니었을까

많이 외롭고 슬프다고 누구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번도

사실 왜 그러냐고 물으며 대답이 궁했기때문이기도 했다.

없이 자란것도 아니고 못배운것도 아니고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내면속에서 자꾸 배고파하는 그 무언가를 뭐라고 말하기 몹시 힘들었다.

배부른 투정처럼 보일 수도 있고 허세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늘  외롭고 허전했고 불안했던거 같다.

그런 상투적이면서 속된 나의 투정이  그의 책 어느부분과 닿았던 것일까

늘 읽으면서 불편하면서 공감이 갔던건 어쩌면 그분도 알게 모르게 그런 결핍을 느끼고 살았던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면 내가 읽으면서 엉뚱하게 눈물을 쏟은 책들이 다 그랬던거같다.

 

 

이 책의 같은 제목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으면서도 그렇게 눈물이 났었다.

그때는 한참 어렸고 사실 내용이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불륜녀에 공감하는 어린 아이이야기였는데.. 나는 그때 그 주인공 꼬마가 너무나 이해가 갔다.

엄마의 자리를 꿰찬 나쁜여자라는 걸 알지만 내 속에 숨어있던 결핍을 알아봐준  유일한 사람..

어떻게 그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아이의 절절한 마음과 서로의 결핍을 알아보고 다가갔던 여자와 꼬마의 이야기가 너무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났었다.

 

 

이 책은 두번째로 내가 펑펑 운 작품이다.

아마 여기서도 동구의 결핍 그리고 사실 가장 극악스럽고 악의 축이었던 할머니의 결핍이 책의 말미에서 드러나면서 그만 울어버렸던게 아니었을까

왜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어둡고 나약한 부분을 꼭꼭 감추면서 살아갈까

어쩌면 그 부분을 드러냄으로서 차라리 위안받고 털어버릴 수 있을텐데

그 걸 알면서도 자꾸 감추고 허세를 부리고 남에게 위악을 떨어버리는 것 그렇게 외면해버린ㄴ 내 속의 허한 부분 ... 그 결핍이 여기서도 나를 울게 했던거 같았다.

아...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나만 나쁜 건 아니구나 하는 기분...

 

내 속의 결핍을 알고 있으면 어쩌면 그 것으로 힘이 될 수도 있다

혹은 그 결핍이 내 발목을 잡아서 그 허한 마음을 허겁지겁 감추려고 악수를 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어떤 쪽이었을까

어쩌면 후자여서 더 남의 결핍을 모른척하고 혼자 남몰래 울음을 쏟아내었던 건 아닐까

 

울고 나서 개운한 마음이 반.. 왜 그랬을까 하는 머쓱한 마음도 반

여전히 드러내기엔 뭣하고 아직도  위선을 떨어야 하는 경우라면

이렇게 간혹 통곡해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다.

또 어떤 글들이 나를 울게 할지 .... 조금 겁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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