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춘기 푸른도서관 58
김인해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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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를 두고서 사춘기에 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내 아이의 사춘기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답을 구하고자 열심히 읽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이론적으로는 완전히 숙지가 되었지만 행동은 전혀...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문뜩 깨닫는게 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아이는 그 정당하게 그 나이에 건너야 할  강을 건널 뿐이다.

길을 걷다보니 강이 나왔고 강이 나왔으니 건너야지,,,, 그 자리에서 멈출게 아니라면 강을 건너야 계속 앞으로 나갈게 아닌가.

그렇게 강을 건너려고 몸도 젖어야 하고 숨도 차고 물에 대한 공포감도 이겨내야하고 암튼 뭔가 힘들고 짜증나고 곤란한 일들이 앞에 펼쳐있을 뿐이다.

미리미리 수영을 배웠더라면 쉬 건널 수 있을 것이고 첨으로 물과 마주해서 물에 대한 공포감 없는 무대포라면 또 쉽게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설프게 수영을 하고 막연하게 물에대한 공포를 가진 보통의 아이들은 물이 두렵고 젖는것이 싫고 힘든것이 싫을 수 밖에 ..

그러니 짜증나고 나도 모르는 호르몬작용이 일어나면서 물을 건너기 위한 적합한 몸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그렇게 건너야 할 강을 건너는 중인데 어른들이 오히려 안달이다.

왜 젖냐고.. 왠 겁을 내냐고 남들은 쉽게 가는 걸 너는 왜그렇게 어렵게 건너냐고 혹은 너무 생각없이 위험에 덜컥 덤비냐고..

나도 한때 건넜던 그 강은 어쪄면 아련한 기억만 남기고 모두 지워졌나보다.

더 이상 어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이렇게 힘들게 건너지는 않았을거라는 막연한 근거만 가졌다.

그러니 사춘기의 아이들과 어른들은 부딪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게 어른들이 문제인지 모른다.

어쨌든 아이들은 강을 건널 것이다.

아무리 어른들이 잔소리하고 걱정하고 야단을 쳐도 아이들은 제각각 제가 생긴대로 아는대로 강을 건너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건너는 강을 깊게 만들고 물살의 흐름을 막아버리거나 바꾸는 건 어른들이다.

세상을 살기 쉽지 않게 만들고 외롭게 하고 내 뜻을 알아주지 않는 것은 어른 탓이다.

옆에서 누가 죽어나도 시험을 봐야하고

이게 아닌데 하면서 엄마와 대립해야하고 서로 연민도 가져야하고

내잘못도 아닌데 사회에서 주눅들고 앞날이 어두워진다.

내 의지와 다르게 행동하고 남의 뜻에 휩슬리기도 하고 후회하지만 돌이키기 쉽지 않다.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는 미워서 미워서 미워할 수 없는 관계가 된다.

멀리 도망가지만 결국은 돌아가게 되는 사이..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하는 강이 사춘기라면 조금이라도 쉽게 편하게 건너면 좋겠다.

아픔도 상처도 다  성장이 된다고 하지만 그건 어른들이 쉽게 무책임하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쉽게 별 거 아니거든.. 하고 무심하고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 아이들을 깊고 물살이 센 강으로 밀어내면 안된다

왠만하면 쉽게 견딜만큼만 견디다 보면 어느새 강을 다 건너있기를...

그리고 돌아보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될 만큼만 힘들기를

 

그래서 정말 우리보다 근사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미안해서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를 들지 못할만큼 근사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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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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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건 싫어하는 사람과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상대가 끔찍하고 재미없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 함께 마주하고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고 꽉 막힌 느낌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요리를 하고 음식을 맛봤던 기억은 설령 그 사람과 나주에 좋지 않는 기억으로 헤어졌더라도 따뜻하게 남아있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내가 주부가 되고 아이가 생기면서 가지게 된 작은 소망하나가 그렇다.

나중에 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 날 기억할때 어떤 맛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비오는 날 먹었던 부침개나 질리도로 반찬으로 올라왔던 콩나물 무침

간혹 해줬던 호떡이나 달고나 같은 달큰한 것들도 좋다.

명절에 함께 부쳐낸 동그랑땡이나 생선전 동짓날 뻑뻑하게 끓여낸 목이 매이는 팥죽도 좋고

대보름날  물어 덜 우려내서 씁쓸한 맛이 한참이나 남은 나물들도 상관없다.

그냥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나를 기억하면 좋겠다는 것...

어쩌면 나도 내 엄마를 기억하는 게 다른 감각보다 미각에 많이 남아있는 거 같다.

튀김기도 없이 즉석에서 쉽게 해줬던 타래과는 지금 보면 은근히 할일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고

급식이라는게 없던 그 시절 점심 저녁 도시락을 반찬을 바꿔가며 넣어준것도 지금 보면 대단한 일이다,. 도시락 반찬이 달랐고 아침 반찬이 다르다는게 대단한 일이라는 걸 그땐 몰랐다.

그렇게 어떤 음식이나 맛 앞에서 기억되는 누군가는 그래도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런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이책에는 스물세편의 기억이 있고 맛이 있다.

작가가 남자라서인지 정성이 가득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아니다.

대충 만들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 간혹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이나 자판기 커피도 나온다.

하지만 어떤 음식이든 그 걸 먹었을때 함께한 사람이나 그때의 상황 날씨같은 것들이 맛과 함께 떠오른다.

힘들때 끓여먹던 죽이나 따끈한 국같은거

지금은 헤어진 그가 가르쳐준 간단하고 맛있는 레시피

어려서 몰랐던 엄마의 고단함이 어느순간 몸살을 앓으면서 온몸으로 느껴질때 등줄기를 훓고 지나가는 서늘한 깨달음 같은것

울면서 먹었고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집어넣었던 그 음식들이 이제는 따뜻한 기억으로 스멀스멀 올라올때 그래도 그런 기억이 있어 난 참 행복했구나.. 내가 참 열심히 살았구나.. 그래도 후회없이 사랑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조금 쓸쓸하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도 맛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은 참 좋은 거같다.

이야기가 단순하고 일상적이지만 그래서 좋았다.

특히 얼렁뚱땅 까르보나라편은 어딘가 모르게 신경숙의 작품을 닮아보였고

이런 아침 나이먹은 아들이 차려내는 떡국이야기는 따뜻하고 정겹다.

자판기의 달기만 한 커피가 어떨땐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기도 한건 일상을 살아보면 누구나 한번씩 경험했을 것이다. 달큰하고 따뜻한 컵을 감싸쥐고 있으면 그래.. 별거 아니잖아.. 살아보지 뭐.. 대책없는 용기도 생기는 법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정성이 들어간 소박한 음식들 그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은 무조건 고맙고 좋은 사람이라는 경험도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는 나중에 내 아이들에게 혹은 내가 아는 사람에게 어떤 맛으로 기억될까

나랑 먹었던 어떤 음식이 기억에 남고 나를 기억하게 할 맛은 무엇일까 몹시 궁금하다.

설령 시큰하고 떫은 맛이라고 아... 하고 나를 기억할 맛이 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르면 그 맛도 추억이고 행복일 수 있으면 더 좋겠다.

 

더불어 이 책은 레서피가 무지 간단하다는 것.. 과정이 쉽다는 점에서도 매우 훌륭한 책이다.

쉬우면서도 따뜻한 음식... 괜찮다.

(의외로 일본음식들이 레서피가 쉬운게 많았다. 양념도 비슷해서 대충 갖춰놓으면 꽤 근사한 요리가 되기도 한다는 걸.. 또다시 알게 된다..)

요리책으로 하나 소장할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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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엔 옷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가벼운 삶을 지향하겠노라..

있는 옷도 못다입고 죽겠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유행이란 별거 아니라고 스스로 쇄뇌도 해놓고

근데 쇼핑몰에 무지 시원해보이는 원피스가 떴다.

여름엔 원피스지..

하나만 입으니 간편하고 바람도 잘 통하고.. 그리고 나름 차려입은 느낌도 나고..흠흠

망설이다 망설이다

나의 결심을 무너뜨리지 않기위해 화면을 껐다.

그리고 알라딘에 와서 책을 고른다.

그래  그 옷값이면 책이 몇권이냐?

올 여름 몇권의 책으로 내면을 가꾸어야겠다.

책을 사는 돈을 아끼면 안되지 암..

이건 나도 보고 아이도 보고

옷이야 뭐.. 내 미모로 충분히 커버하지 뭐,..

홍홍홍,..

하는데 도서관에서 대출도서 반납하라고 문자가 왔다.

가볍게 반납하러 갔는데 아하...

내가 장바구니에 넣어둔 신간들이 줄줄이 들어와 있다.

대출중이라 지금은 못빌려도 언젠가는 빌려볼 수 있는 책들

얼른 얼른 예약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부지런히 예약 도서들을 장바구니에서 지운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원피스를 질렀다.

똔똔..

가볍게 살기. 비우고 살기는 개뿔

옷장을 또 미어터질거고

내가 장바구니엔 또 다른 책을 채울거고...

지갑만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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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빈이가 거울 보는 걸 싫어한다.

세수를 해도 거의 거울을 보지 않고 머리를 빗어도 대충 빗는다

당연히 로션을 바르는 일도 없다.

첨엔 위생에 외모에 관심이 없어 보여 야단치고 물어봤더니..

거울 보는게 무섭다나 뭐라나...

 

 

.......

세상 사람들 사이에 귀신이 섞여 살고 있거든

사람들 눈에 띄지 않지않아서 귀신들도 자기가 귀신인지 모르고 살지

하지만 딱 하나

귀신을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울이야

귀신은 거울에 비치지 않거든

그래서 귀신들이 자기가 산 사람인 줄 알고 거울을 보잖아

그런데 안보여..

그러면 자기가 살아있는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지..

그렇게 정체성을 알게된 귀신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

거울을 피하지.. 두려우니까

나랑 마주하는게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게.....

 

너  귀신이냐!!!!

 

기말 시험이 끝나기 전에 할 말은 아니었다.

무섭다고 징징대고 화내더니 결국은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고 일찍 잠들어버렸다.

 

자면서 물었다..

원래 저런 이야기가 있냐고?

 

있긴... 뭐가 있어?

다 엄마 구라지... 미안하다.

 

그런데 이시간 내가 무섭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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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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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여행을 많이 간다.

아이 시험 끝났다고 국내 여행을 가는 집부터

멀리 유럽까지...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는데 자꾸 어딘가 가고싶다.

나도  남해 좋은 거 알고 유럽 좋은거 다 아는데.. 갈 수 없다..

 

책을 집어든다.

좋다고 너무너무 좋다고 와보라고..

멋진 사진으로 도배하고 감탄사가 연발되는 책 말고

여긴 너무 힘들고 꾸지고  엉망진창이라고 이야기 해주는 빌 아저씨를 선택한다.

유럽이지만..

내 이웃이 카톡으로 보여주는 유럽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다.

지저분하고  짜증내고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사람들

물론 계속 궁시렁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카프리가 너무 좋고 피렌체도 좋다고.. 살고 싶다고도한다.

정말 유럽다운 소피아를 이야기해주는 부분도 좋았다.

지금은 어찌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맥도날드도 없고 편의점도 없는 고요하고 소박하다못해 빈궁기가 흐르는 그 도시를

나도 가보고 싶다.

 

"......소피아는 내가 가봤던 도시중에 가장 유럽다운 도시였다. 현대식 쇼핑센타도 대형 주유소도 맥도날드나 피자헛도 없고 코카콜라 회전 광고판도 없다.. 내가 가본 어떤 도시도 미국 문화의 달콤한 유혹에 이토록 철저하게 저항한 곳은 없었다. 소피아는 어느 모로보나 완전히 유럽다운 도시였다. 내가 어린 시절 꿈꾸었던 유럽은 바로 이런 곳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마음깊이 뭔가 몹시 불편해졌다............

 

물로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작가가 나름 계획을 세워서 다녀온 여행이겠지만 글로 느껴지는 건

어느 도시에서 그냥 나른하고 여유롭게 걸어다닌다는 것이 맘에 들었다.

어딜 꼭 가봐야하는 것이 아니고 관광지에서 길게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마음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대로 골목을 걸어다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

그리고 노천 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멍때리기도 하는 것

참 좋았을 시절 좋은 여행이 아닐까

 

계속 투덜거리고 궁시렁대더라고 그 곳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도 이 아저씨의 재능이 아닐까 싶다..

 

아침부터 밤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한치의 흐트럼없이 실행하는 여행말고

이렇게 헐렁하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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