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에게 좋은 부모는 아니란걸 나도 안다.

변덕도 심하고 아직도 미성숙한 부분이 많이 남아서 아이랑 싸우면 꼭 이겨 먹으려고 하고

내 마음이 다치는게  아이가 다치는 것보다는 더 싫고 자존심도 상하고

뭔가 내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아이가  가져다 주는 뿌듯함 , 통속적인 행복 우쭐함도 함께 누리고 싶다.

한마디로 손대지 않고 코풀고 싶은 심리가 있다.

 

정서적인 안정감

언제나 모범이 되는 뒷모습

아이의 성장에 맞추는 잘 짜여진 육아계획과 실천들등등

그런건 하나도 못하지만 아쉬운 건 없지만 단 한가지

아이가 엄마를 기억할 때 엄마.. 하면 떠오르는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요리를 썩 잘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지만 그래도 때가 되면 먹어야 하는 건 아이의 기호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 솜씨와도 전혀 상관없이 해주고 싶었다.

설에는 떡국을 먹고 정월 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을 먹어야 하고 부름도 깨야하고

복날에는 삼계탕도 먹어야 하고

동지에는 팥죽도 먹어야 하고

명절때는 동그랑 땡이나 전을 태워가며 모양이 엉망이 되어도 먹어야 하고

암튼 그런 무모한 욕심이 있었다.

입맛이 다른 아이에겐 그런 음식에 대한 기억도 취향도 없다.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라는 걸 나도 알지만

뭐랄까 이런날은 이런 음식.. 이라는 기억을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함께 나눈 시간 따뜻한 정 기분 좋은 냄새 같은 게 아니더라도

먹기 싫은데 엄마는 무얼 저리 많이 만들어 먹이나 싶은 기억이라도

아... 이런 음식도 있구나 이럴때 먹는 구나.. 하는 그런 지겨운 기억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박이래도 할 수 업고..

 

 

울 친정 엄마가 음식 솜씨가 좋은 건 아니지만 내가 기억하고 좋아하는 엄마 음식이 참 많다.

엄마가 해 준거니까 마늘을 많이 넣어도 간이 좀 강해도 그건 늘 맛있었다.

모양이 보기가 그렇고 먹어도 질리지 않고 그리운 맛이다.

때마다 먹었던 절기 음식이나 자랄땐 그렇게 지겨웠던 명절음식 제사 음식도 지금은 그립고 아쉽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모습이나 소리와 함께 맛도 함께 있다.

 

그래서 내 아이도 나의 모습이나 소리이외에 맛도 함께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때가 되면 주저리주저리 투덜거리면서도 그 음식을 기억하는 몸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작은 바람이다.

 

그 바람속에 읽었던 이 책은 내게 꼭 친정엄마같다.

물론 나는 작가보다는  나이가 덜 먹어서  그런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작가가 기억하는 음식에 대한것들은 공감이 간다.

한없는 갈증속에서 정말 기갈나게 쬐끔씩 얻어먹었던 맛

지겹게 먹어서 물리기까지 한 맛들

그땐 어려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던 맛들이

사실 별거 아닌 재료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충대충 만들었던 맛들을 정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맛깔나게 표현해내고 있다.

고구마 쑥  부추 (내겐 정구지. 작가에겐 솔) 메밀 호박 쌀 등등...

이젠 듣기만 해도 정겹고 따뜻한 재료들이 만들어 내는 맛과 기억을 펼쳐내고 있다.

전라도 곡석 가시내의 기억이나 그로부터 몇년 뒤에 태어난 부산 가시내나 뭔가 맛을 기억한다는 건 참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걸 알 고 있다.

그래서..

그런 행복한 기억이 내 아이들도 있기를 바라면서

지금도 지겨워하면서도 야무지 못한 손끝으로 여전히 맛을 빚어내고 있다.

다만... 고백하자면

함께 만든 음식만큼 함께 키득거리며  소곤거리며 먹는 길거리 음식  식당 음식도 기억이 되리ㅏ 믿는다는 것.. 조금은 게으른 엄마의 변명이기도 하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작가의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하고 뭔가 가슴 저 아래가 아릿하면서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을,,,, 내 아이도 먹지 않은 음식이래도  뭔가 뭉클해지는 기억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소박한 재료가 나오기 까지의 자연과 사람의 정성

그 재료가 음식이 되어나오기까지의 요리하는 사람의 무심한 정성과 마음

그 모든 것이 어우러 진 걸 우리가 먹는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냥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괜히 입가에 웃음이 배실배실 베어나와서 괜히  멋적기도 했다.

이런  경험.. 이런 기분을 내 아이도 꼭 경험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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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은영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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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공부를 통해 마이클 모퍼고를 처음 만났다.

그의 책들은 역사적인 어떤 사건이나  혹은 실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이야기를 꾸려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전쟁, 홀로코스트, 난민이나 이민자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의 이야기등등

우리가 살면서 큰 줄기를 알지만 세세한 그 결을 살피기 힘든 사건들을 작게 쪼개어서 그 섬세한 결을 보여준다.

전쟁이 났다 사람들이 많이 학살되었다 도시가 파괴되었다.

이런 큰 흐름만 알고 지나가면 그 속에는 사람이 들어있지 않다.

그저 사물화된 사건이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숫자들로만 이루어진 기사와 다르게 이야기는 그 속에 살아있는 사람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폭격을 당한 곳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우리가 오가는 골목이나 들리게 되는 작은 가게 주말에 찾아가는 도서관이나 동물원이  바로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고 다니는 곳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것이고 숫자로 기록되는 사망자의 숫자나 피해액은 바로 우리가 어제 만났던 혹은 언젠가 스쳤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사실을 알고 인식하기에는 기록이나 기사가 유익할 수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 속에 살아있던 숨쉬고 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저 숫자로만 차갑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을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힘은 우리에게 어떤 사건을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 고통받았던  납작하게 엎드려야 했고 견디고 살아낸 혹은 죽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보여준다.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

그것이 기록과 이야기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이차대전에서 독일은 언제나 나쁜 놈이었다. 일본과 더불어

나치 히틀러와 언제나 같은 맥락에서 전쟁을 도발한 전범국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이야기속에서 배경이 된 드레스덴 폭격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전쟁 막바지에 보복을 위해서 무고한 도시에 퍼부은 폭격이 사람들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힘들게 하는지를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전쟁에서는 이긴쪽이든 진 쪽이든 전쟁을 도발한 쪽이든 당한 쪽이든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

결국 고통받는 건 인간이었고 동물이었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라는 것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이라는 걸 담담하게 이야기는 보여준다.

 

동물원 조련사였던 엄마가 데려온 아기 코끼리 마들렌

리지는 이 상황이 싫고 동생 칼리는 정말 좋아한다.

코끼리와 개의 갈등으로 인해 폭격을 피하게 된 리지 가족은 코끼리를 데리고 이모네 농장으로 피난을 가고 가는 길에 만난 낙오한 영국군도 함께 떠나게 되고..

많은 일을 겪고 우여곡절끝에 모두가 무사하게 전쟁을 마무리하게 된다.

코끼리와 함께 떠나는 피난이라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오히려 위로를 받게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어처구니 없고 어이없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이 있고 위로가 있기도 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고 그 속에 견뎌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전쟁의 실상을 알게 해주는 이 이야기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케 하면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더불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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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세탁소 - 정미경 소설집
정미경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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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내가 나인 순간이 얼마나 될까 그런 순간이 오기는 하는 걸까 지금 내가 널 좋아한다는 것 네가 날 좋아한다는 것 무언가에 휘둘려 그것마저 놓쳐버린다면 지금의 우리에게 도데체 뭐가 남아 있을까.....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그저께 대대적으로 책정리를 했다.

집 근처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기고 제일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중고 서점에서 싸게 책을 구입....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끌고 다니던 책을 하나씩 둘씩 야금야금 파는 재미에 들려서 모든 책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집에 뭔가를 두고 싶지 않고 콘도같은 집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두손들고 반길 일이긴 하지만  사는 사람 생각은 안하고 낡고  이미 오래전에 나온 책을 무지 좋은 책이라고 꾸역꾸역 팔아야 한다고 우기는 남편을 말리는 건 힘들었다. 나에게 좋은 책이라는 것고 팔리는 책은 다른 거니까.

각설하고 책을 정리하다가 옛날 편지를 발견했다.

 

친애하는 **에게.. 라고 쓴 짧은 한장짜리 편지였는데

누가 썼는지 이름조차 없어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애정을 가지고 쓴 편지라는 것 (사실 애정이 없이는 손편지를 누구에게 쓰겠는가) 그리고 그 상대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이미 15년 가까이 흐른 후 받아든 그 편지가 참 새삼스럽고 설레었다.

짐작컨대 결혼전 활동하던 동호회의 누군가가 내게 책을 보내면서 함께 보냈던 편지라고 짐작된다. 책을 보낸다는 글귀로 보아..

뭐랄까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문장들로 이어진 자기 신변 이야기뿐인 짧은 메모같은 편지지만 그래도  행간에 보이는 배려랄까 애정이 느껴진다면 너무 오바스러울까

아주 늦게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한때 사귀었다기보다는 몇번 만났던 사람이었고 모임에서 몇번을 보다가 조금은 친해지다가 그냥 흐지부지 되고만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편지가 그때의 기억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사실 별 연애감정도 아니었고 사이도 아닌데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싫어서 멀리 했던 기억도 있고 뭐랄까 세삼 그리울 것도 없는 상대지만 그때 내가 받은 편지를 다시 보는 건 또 다른 감정이었다.

아... 나도 한때 이런 적이 있었구나.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내 스스로 나였고 거기에  대책없이 당당하고 자유로웠떤 나를  떠올리게 했다.

괜히 좋아서 딸에게도 보여줬지만 별 관심이 없다.

뭐 절절한 사랑표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지하게 건조한 내용이긴 하다

받은 사람만 보낸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꺼집어 낼 수 있는 거니까 누군가가 공감하기는 어려운 지극히 개인적인물건이니까.

그래도 편지를 발견한 그 며칠 내내 기분이 좋았다.

까맣게 잊어버린 내 청춘을 느닷없이 발견한 기분

풋풋하다고 하기엔 모자라지마 그래도 뭔가 설레고 기묘한 감정의  되새김질도 좋았다.

 

그래서 기분좋게 정미경의 소설집을 읽어내려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팍.. 나를 닮은 감정의 결을 다시 느껴본다

어쩌면 비루하고 대책없는 청춘들의 허우적거리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참 빛난다는 걸 그들은 알까? 내가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순간을 찾아 다니는 그 청춘들이... 골뱅이 처럼 배배 꼬인 뒤끝을 가지고도 다음날이면 다시 헤헤 거릴 수 있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모든 작품을 읽고 책을 덮으면서는 조금 마음이 아리고 허무하고 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장의 에상치 못한 편지의 감흥은 지속되고 있었다.

 

결국 이 글은 리뷰가 아니라 책을 읽는 도중 어떤 편지를 발견해서 책은 뒷전이고 그 편지가 주는 감상에 취해서 홍해옿애거린다는 이야기일 뿐인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되겠다...

 

고로 같은 작품을 읽어도 그 순간의 상환이나 감정상태에 따라  지극한 비극도 희극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알려주는 것...   아 챙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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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상

 

 

 

 

 

 

 

계유정란의 이야기가 배경이지만 내 눈에 이 영화는 슬픈 아비 이야기였다.

김내경이나 문종이나 둘 다 애닯고 처연한 아비였다는 것만 눈에 들어온다.

어린 아들을 두고 차마 눈을 감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일국의 왕이나

세상 모든 이의 앞날을 예감하고 심지어 살인자까지 척척 찾아내는 관상쟁이가 제 아들 단명할건 알아보지 못했으니 이보다 더한 비극이 어디 있을까

김내경이 산골생활을 접고 서울로 상경한 것도 제 아들 잘 거두어 먹이고자 함이었고 과거를 버리고 과거길에 올라 말단 벼슬을 가진 아들 진형을 다시 만나서도 그저 아는 척 하지 않고 무탈하게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랄 뿐이었을 것이다.

허나 왜 그 잘난 관상장이는 제아들 운명을 .. 아니 자신이 아들을 잃을 거라는 운명은 보지 못했을까 . 아무리 신기가 내린 관상장이라도 제 가족앞에서는 눈먼 장님이나 다름없다는 것..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이성도 마미될 때가 있다는 걸 보여준게 아닐까 싶었다.

영화에서 누구나 칭찬하는 연기력을 가진 김종서의 백윤식이나 수양대군의 이정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무난하게 흐름을 이어가는 배우였을 뿐이다.

내내 나는 김내경이게 그리고 일찍 화면에서 사라진 문종에게 집중되었다.

쇠약한 아비는 한나라의 국왕이라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내가 왕이 아니었다면 내 아들이 왕의 계승자만 아니라면 아무 일도 아닐 것들이 다만 왕이라는 , 혹은 왕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목숨마저 위태롭고 눈을 감아도 감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비는 아들을 살리려고 관상장이를 부르고 많은 증거들을 남기지만 아들은 그것을 믿지 못하고 혼자 전전긍긍하고 결국은 아들을 구하려는 충신들은 호히려  수양을 왕으로 만들어 놓는 꼴이 되고 만다.  (영화장면중 점을 그려넣는 장면에서 결국 그러했다. 저렇게 어리석은 자들이 한 사내를 기어이 왕으로 만들고 마는구나.. 어쩌면 저 점만 아니면 왕이 아니될지도 모를 것을...)

영화에서 김내경과 그의 처남은 어쩌면 부부관계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미가 저렇게 호들갑스럽고 수다스러우면 조금 동정이 가지 않고 눈쌀을 찌푸릴까 어미자리에 대신 처남 그러니까 외삼촌을 넣었던게 아닐까 싶게

그의 처남은 어미처럼 김내경의 아들 진형이를 위한다. 아비몰래 아들에게  원하는 길을 가게 일러주고 다시 만났을 때도 소소한 정을 주지 못해 안달이다. 그저 지금 눈에 보이는 내 아이의 안녕을 위해 오히려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눈먼 어미처럼 그렇게 아이를 품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그 지극한 안달과 사랑이 지나쳐서 오히려 대의를 망치고 남편(매부)를 망치고 아이를 잃게된다. 그게 아니었음에도...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지만 혹시 문종도 가능했다면 왕위를 동생에게 주어버렸다면.. 뭐 그게 가능하지 못했으니 그런 사단이 났겠지만 어쩌면 아들을 잃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이제 나이를 먹은 송강호는 아비 역활이 참 잘어울린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만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아비 역활이 참 잘어울린다.

"효자동 이발사" 그 영화에서도 순박하고 착하지만 큰 흐름에 휘말려 아들을 잃어버리는 아비로 나왔고 이 작품 감독의 다른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도 악의는 없지만 딸과 소통이 안되서 고립된 아조폭 아비로 나온다.

아비들은 그렇다 자식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고 사랑해주고 싶어하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고 소통하는 방법을 모른다. 아니 알지만 그걸 행하기엔 너무 어색하고 쑥스러워 모른 척 한다.

그래서 그 사랑이 엉뚱하게 오해되고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낳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면 모든 오명은 혼자 뒤집어 쓰고 견딘다.

우아한 세계에서 유학간 딸은 끝내 아비의 속을 모를것이고 화살에 맞고 죽어가는 진형도 어쩌면 그 아비가 왜 그랬는지 모든 걸 알지 못하고 눈을 감았을 것이다.

어린 단종도 유약한 아비 문종이 얼마나 자신을 위해 전전긍긍했었는지 알았을까...

지금 상황이 그래서인지.. 자꾸 영화에서는 어리석으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아비들이 보이고 있다.

 

 

2. 부에노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솔직히 예고편이 너무 좋았던 영화다.

"언어의 정원'을 보러갔을 때 에고편이 너무 좋아서 이걸 꼭  봐야지 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아니 별로라기 보다는 너무 늦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이미 도시에서의 쓸쓸함, 고독 소외 이런건 왕가위가 다 써먹었고 이전에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여러명이서 전화로만 이야기를 나누고 속내는 털어놓지만 끝내 만나지는 않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미 모두 써버린 소재를 가지고 영화가 늦게 나왔다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날거면 좀 더 일찍 만나지.. (아니 대면이 아니라 통신상의 만남을 보더라도) 너무 늦게 소통하고 스치고 지나는 장면이 짧아서 지루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삭막한지를 너무 오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내가 전혀 몰랐던 부에노스의 거리풍경.. 어디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난개발의 상황 그리고 불법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뚫어버린 창들과 벽의 광고들의 기발함은 맘에 든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그래서 깨닫는다. 뭔가 획기적인 기획이라는 것도 때가 있다는 것. 이미 남들이 하고 지나간 걸 꼭 다시 하고싶다면 뛰어난 스토리나 감각을 가지고 할것.

이건 영화와 상관없이 내가 내게 하는 충고이기도 하다.

 

3. 블루 재스민,

 

블루 재스민

 

 

우디알렌이 그동안 말랑말랑한 여행기만 보여주더니 여기서는 다시 날카로워졌다. 아주 심한 건 아니고 그래도 두고두고 생각해볼 것들을 던져준다.

나이먹고 다시 읽었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참 울림이 많았다..

블랑쉬도 이해가 되고 스텔라도 이해가 되면서 둘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한 사람의 내면에 들어있는 두가지 자아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끊임없이 꿈꾸고 이상만 바라보고 허공에 떠 있던 블랑쉬나 현실적이고 소박하지만 더 이상 꿈꾸지 않는 스텔라가 모두 내 속에 있지 않나 싶었고 그러면서 내심 주목받는 블랑쉬보다 현실에 안주해야하는 그리고 스텐리를 견뎌야 하는 스텔라가 더 안타까웠다.

차라리 꿈꾸는 동안은 나는 행복하다  남이야 뭐라고 하던말던 나는 행복하다.

하지만 현실에 발을 딛는 순간 나는 나의 행복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써야한다. 내가 가진 행복이나 이상은 일정수준 저당잡히고 현실에 발을 붙여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꿈꾸는 언니를 바라보는 스텔라가 많이 갈등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쩌면 더 고통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았다.

 

케이트 블란쳇은 정말 우아하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들이나 스타일은 너무나 부럽고 멋지고 상징적으로 들고 입었던 에르메스나 샤넬도 어쩌면 그렇게 맞춤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지.. 눈이 즐거웠다. 게다가 그녀의 강박증 신경쇠약 현실 부적응등도 우아하기까지 하다.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기댄 면이 많지만 내가 상상했던 주인공들과는 조금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재스민은 유약하고 비 현실적이라서 라기보다는 그저 이기적이고 아직도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었다. 어쩌면 내가 가지지 못할 것이라면 남도 가지게 할 수 없다는 이기심이 재스민을 바닥까지 치게 만들었다. 내가 하는 거짓말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 순간 감정이 충실했던 것만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 그렇게 현실감이 없고 순수하기만 해서 누구에게나 짐이 되고 말이 통하지 않게 되는 어리석고 미성숙한 인간이다.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 뒤에 감추어진 미성숙함이 그녀를 꿈속에서 살게 하고 현실파악을 못하게 하는 이유기 되었다. 끝임없이 현실을 부정하는 것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결국은 스스로를 파멸하게 한다는 것이 나는 끔찍했다.

하지만 인형처럼 어떤 외부적인 요소만으로 무너지는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그 추락에 원인이 있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내것이 아니면 남도 가질 수 없다는 욕심에 남편을 고발하고 스스로도 무너진다. 어쩌면 고발 하는 순간까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너무나 뇌마저 순수한 그녀였으므로.

스텔라를 대신한 진저는 지극히 현실적인 여자였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극악스럽지 않고 착하고 순수하다. 언니를 동경하면서 한때 언니를 흉내내려고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선택지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여자이다. 그래서 큰 굴곡은 없을지라도 더 이상의 변화조차 없는 그래서 슬픈 여자 였다. 왠지 웃고 있고 끄덕이고 긍정하고 있는 그녀가 더 슬펐다. 그래도 그녀의 남자는 희곡속의 스탠리보다는 신사적이고 따뜻하긴 했지만 여전히  뭔가는 아쉬웠다. 그래도 할처럼 이기적이고 사기꾼이 아닐지라도 그가 걸친 옷들 그가 가진 배경들을 보면서 그저 이것이 저것보다 더 낫다고 선택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 그래서 슬프고 아쉽고 그랬다.

나이를 먹고 때를 먹고 세상살이가 교과서대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이것과 저것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물론 도덕적 법적인 테두리를 지킨다는 건 언제나 맞는 말이지만 그 범위안에서 얼마만큼의 선택을 하고 어느 정도까지 눈감을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딜레마이다.

재스민이 안쓰럽고 허황되다는 걸 분명하게 알면서도 그녀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고 진저의 현실성을 높게 사면서도 그녀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공존하는것

내게 있어 찰리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것 그만하면 착하고 성실하다는 걸 알지만 사기꾼 할에게도 끌릴 수 밖에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영화 내내 누가 악당이고 누가 선한건지 구분할 수도 없고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누구든 나일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슬프고 아름답고 답답하고 기묘한 영화였다.

역시 우디알렌이라는 말만 할 수밖에...

영화를 보고 나의 속물스러움을 들킨 기분도 들면서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마음도 들고 암튼 그랬다.

하지만 재스민이 누군가에게 혹은 아무에게나  의식없이 혼자 중얼거리고 대화하는 모습은 여전히 짠하고 저렇게만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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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잘랐는데 왕자표 크레파스의 메인모델이 되버렸다.

앞머리를 자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깜빡한 미용사가 잘라버리는 통에 그만.. 몽실이 윌리윙카 혹은 왕자표 크레파스 머리가 되버렸다. 나이나 어리면 귀엽기라도 하지 마흔 중반의 아줌마로서는 대책이 서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왠만하면 약속을 만들지 않고 나가더라도 일찍 들어오며 저 멀리 누군가 아는 얼굴이 보이면 돌아간다. 얼른 머리가 자라길 바랄 뿐이다.

옛날 엄마들 처럼 보자기를 두르고 다녀야 하나싶다. (머리통이 커서 맞는 모자가 없다. ㅠㅠ)

이 머리를 하고 서울로 그것도 광화문 한복판으로 영화를 보려갔다.

제목도 다정하고 고풍스러운 "우리 선희"

갑자기 고등학교때 수학선생님을 짝사랑한 심한 곱슬머리 선희라는 동창이 생각났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당시 교복자율화였는데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녹색 원피스를 입고 온 적이 있었는데  다른 친구가 시니컬하게 한마디 했었다. " 선생님 생맹이잖아. 니가 그렇게 입어도 우중충하니 회색으로 보일껄.." 갑자기 수학샘도 선희도 궁금하다.

각설하고

우리 선희 (Our Sunhi

 

참고로 광화문으 스폰지 하우스는 혼자 영화보기 정말 좋은 곳이다. 그곳은 누군가와 함께 오는 사람이 더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함께 판매하는 커피맛도 괜찮다. 가격도 그리 사악하지 않다.

영화는 늘 그렇듯 홍상수 영화다.

 

1 늘 나오는 배우들 비슷한 성격과 정말 리얼한 일상들의 묘사탓일까

  보면서 지난 번에 내가 본 홍상수 영화의 제목이 기억나질 않고 제목이 기억나는 영화는 내용이 어쨌는지 기억나질 않았다. 뭐였더라 이 장면 이 주인공의 행동이 지난번과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각각의 영화가 뒤엉켜버려서 옥희의 영화인지 북촌 방향인지 해원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뒤엉켜도 별 상관없구나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주인공들의 성격도 여전하구나.. 비슷해서 식상하다는 느낌보다는 어짜피 일상이라는 것이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은 걸... 어제 본 놈이나 오늘 같이 술을 마시는 놈이나 찌질하고 한심하긴 마찬가지고  뭐 그런 정말 잔인한 현실감을 느낄 뿐이다.

 

2.카메라맨은 정말 할 일이 없겠다.  연극무대처럼 카메라는 그자리에 박혀있고 인물들이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혹은 길게 길게 대화하고 연기한다. 저거 한번 실수하면 끝이겠구나 싶은 생각에 내가 엉뚱하게 긴장되었다.. 술도 마시면서 다들 참 능청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배우라는 걸까 아니면 저게 저 사람의 본모습일까

 

3. 혼자 있을 때는 모든 인물들이 멀쩡하다.

   둘 이상이 되면 이상해진다. 거기에 술까지 들어가면 망가진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보일 수 없는 바닥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웃을 수만도 없고 냉소적일 수도 없다. 그게 나니까..

 

4. 정말 말들이 많다. 하지만 거의가 동의반복적이다. 내가 했던 말을 저놈이 또 자기것인양 딴놈에게 하고 딴놈은 제것인냥 내게 한다. 어라 어디서 듣던 말인데... 누가했지? 아하.. 내말이구나 뭐이런.. 그렇게 말의 잔치가 벌어지는데 전혀 소통이 되질 않는다. 우라질.

다들 제말만 하고 있다. 타인의 말에 귀이울이지도 않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내가 꼬이면서도 계속 혼자 지껄인다. 서로 이해하건 상관없다. 열하루는 입도 못뗀 사람처럼 그래서 입속의 군내를 없애려는 듯이 말을 해댄다. 그래서 외로워보인다. 다들 소통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마주앉아서 술을 마시지만 혼자 떠들고 자기랑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아.. 슬프다.

 

5.결국 긴 시간 술을 마시고 떠들지만 상대방을 알지 못한다. 나를 보여주지도 못한다.

   술이 깨면 필름이 끊어지고 어젯밤이 생경해지는 것처럼 다음에 멀쩡하게 만나면 서로 서먹하고 묵묵해진다. 뭔가 상대에게 근사한 존재가 되고 싶은데 찌질하 놈만 아니면 다행이다.

 

5. 결국 선희를 만난 세 남자는 선희를 잘 알까? 내가 본 선희를 선희의전부라고 생각할 뿐이다.

선희는 그 세남자를 잘 알까? 그래도 선희가 영악하다면 그들을 잘 알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기 바랄 뿐이다. 뭐 타인에 대해 그렇게 잘 이해하는게 꼭 필요한건 아니다.

그래도 슬프다. 함께한 시간이 그렇게 의미없어져버린다는게..

 

6. 나와 남이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건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도데체 어디서 익혀야 한단말인가..

 

사족..

이제 이선균은 거의 홍상수의 남자가 되었나보다. 찌질하고 귀엽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자기 옷처럼 잘 맞아 떨어진다.

김상중의 제 2의 문성근이 되려는 걸까? 하지만 문성근이 가진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뒤의 야비함 보다는 귀엽고 어설퍼서  매력적이다.

정재영은 홍상수 영화에서는 첨이지만 잘 스며든다. 하지만 나는 이 남자의 " 아는 여자"에서의 연기가 가장 좋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이기도 하고.. 이나영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정유미는 이제 정말 내가 아는 여자같다. 똘똘하고 영리하지만 어딘가 똘끼가 충만하고 허당스러운... 정말 사랑스럽다.

여기서 유준상의 귀여운 찌질함을 못 봐 안타깝고..  김상경의 느물거리는 모습도 이제 보고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화를 보니 낯술 생각이 간절하다. "언어의 정원"보다도 더...

영화를 보고 가까운 덕수궁이라도 갈까 싶었지만 힐끗 들여다 본 궁안은 아직도 초록일색이다.

조금 더 붉은 색 노란색이 많아지면 다시 한번 영화를 보고 궁으로 가야겠다.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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