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러 갑니다
가쿠타 미쓰요 지음, 송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늘 감탄하는 것은 그것이다

아주 미시적으로 꼼꼼하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누군가가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쳐갈 법한 감정과 어떤 움직임을 미세하게 잡아내는 것이다,

뭘 이런 걸 다... 싶은 것들까지 하나하나 꺼집어내고 발라내고 눈높이까지 치켜들고 꼼꼼하게 살피는 기분 아.. 졌다 싶다,

이 소설집에 들어있는  일곱개의 이야기도 그렇다,

사람이 가진 악의

그 녀석은 악의를 품어버린 사람을 숙주로 해서 끊임없이 악취를 풍기고 누군가를 위협하고 마지막엔 그 죽주마저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악의는 쉽게 마음속에 파고 든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누군가가 미워 견딜 수 없다 죽었으면 좋겠다, 없어지면 좋겠다,

내가 꼭 업앨거야, 복수할 거야 부셔버릴거야 저주할거야

그 말은 처음엔 무시하지만 마음속에세 싹을 튀어고 점점 그 속을 휘감아 타고 올라간다,

때로는 오래오래 잊혀지듯 묵혀졌다가 어떤 무심한 자극에서 불쑥 튀어 나오는 멀미같기도하다

<죽어러 갑니다>의 구리코는 무심코 버스 뒷자석에 앉은 여자의 한마디 '누군가를 죽이러 갑니다" 그 말 한마디가 내내 잊혀지질 않는다., 누구를 죽이고 싶을까 난 누구를 죽이고 싶을까

그 말은 그녀의 깊은 기억을 헤집어내고 잊고 있던 과거의 악마를 찾아내고 죽이고 싶다는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그 한마디는 잊고 있던 약점을 건드리고 숨기고 싶은 기억을  수치감을 드러낸다,

 

<스윗칠리소스>의 미도리 <잘자 나쁜 꿈 꾸지말고> 의 사오리 역시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위에 있거나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았다,

 

악의는 일상에서도 가볍게 발생한다, 말다툼이나 단순한 언쟁에서도 나와 다른 의견을 내거나 나를 부정하는 누군가가 죽이고 싶게 밉다, 그 감정은 너무 치사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나도 싫고 그렇게 미운 꼴을 보이는 상대도 미워서  도데체 어찌해애 할지를 모른다, 그 미움이 내 속을 꽉 차서 나를 망가뜨리는 게 너무 싫다,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 수도 없지 않은은가

미도리는 그런 갈등앞에 있다, 남편과의 사소한 말다툼에서 두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고  그 싸움은 끝을 보지 못하고 그냥 두 사람이 피하듯 지나가고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 뭔가 알 수 없는 찝찝함을 견디지 못한다, 남들은 그저 신혼의 알콩달콩한 싸움이라고만 보지만 미도리는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심각하게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기도 그런 문제이다, 일상에서 누군가를 미워했다가 그런 내가 부끄러워서 다시 상대에게 잘 해준느 그런 감정의 반복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무시하기는 힘들다,

 

마음에 꽉 찼던 악의를 터뜨려야 하는 그 순간 사오리는 올려차기 내려차기가 아니라 그저 단 한마디 '미안해" 그게 전부였다,

그 순간 악의는 푸르르.... 구멍난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이 흔적도 없어진다,

사오리가 가진 악의는 동생 시오루에게 위안을 얻는다, 히키코모리였던 시오루는 누나의 악의에 찬 복수에 관심을 가지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사오리의 악의는 그 기운을 다 빼고 이제 동생의 사회성에 그 힘을 돌리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딸>의 가요코와 레이  <하늘을 도는 관람차>의 아사미와 시게하루

<맑은 날 개를 태우고>의 노리유키와 전 여자친구의 경우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저주를 한다고 믿는 것도 누군가에게 악의를 보내는 것 못지 않게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상대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지만 그가 나를 미워한다. 저주한다는 생각자체가 많은 힘을 쓰게 하고 스스로를 지치게 한다. 그건 사실을 확인하기도 참 그렇다.

나를 무시하고 욕을 하고 소리치는 상대 혹은 은근하게 무시하고 간을 보는 상대에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요코처럼 그저 저 아이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과 그래도 순간적으로 팔을 잡아서 살려내는 마음의 무게가 어디로 기우는지는 나도 모른다,

시게하루 역시 아사미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지 아직도 분노를 담고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그건 스스로에게도 수치감이다,

내가 미워하는 것 미움을 당하는 것 그건 악이면서 동시에 수치다, 그건 노리유키가 보여준다,

 

살면서 눈군가와 부딪치고 상처받고 상처주면서 우리는 무심코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때떄로 그 미움을 오래오래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 미움은 냉장고 속의 썩은 한알의 과일이다, 그저 한알이지만 그것이 계속 냉장고 속에서 다른 야채나 과일과 함께 있으면 다른 야채와 과일도 덩달아 썩어들어간다,

그 미움은 그렇게 나를 가득 채우면서 나를 더럷히고 나를 힘들게 한다,

사소한 미움 사소한 감정

누구에게도 말하기 치사하고 유치한 그 감정을 우리는 어찌 할 수 없어서 무시하고 외면하지만 냉장고 속의 썩은 과일 한알처럼 계속 번져가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감정을 작가는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일본 소설들은 너무나 확대해서 보여준다,

이런 게 있지 않니? 이런 적 있지 않니? 하면서

 

이 책 속의 일상들은 쓸쓸하면서 동시에 섬뜩하다,

누군가에게 품은 적대가 어떻게 나에게 돌아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번져가는 지

무심하게 던진 그 한마디의 말 그 한줌의 감정이 어떻게 스스로 자라가는지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한 일이기에 괜히 뒷목을 쓸어보게 만드는 책

그 책이 바로 이것  죽이러 갑니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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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도 춤을 추어요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8
힐데 하이두크 후트 지음, 김재혁 옮김 / 보림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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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가 가득한 그림책이다.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이리저리 헤쳐모이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모양도 무늬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때로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하고 두세개가 모여있거나 여러개가 옹송오송하게 모여있기도 하다.,

그저 돌멩이네 .. 하고 넘어갈 법도 하지만 그 돌멩이를 보는 마음은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아니 때로 어른들도 제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내가 화가 난 이유가 슬퍼서인지  불안해서인지 아니면 외로워서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냥 "화가 났어" " 나 화났거든" 하고 그만이다,

아무 말 없이 한 구석에 쭈구리고 있는 아이 혹은 한켠에 말없이 먼산을 보는 어른

그들도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외로운 것인지 심심한 것인지 아니면 피곤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이 그림책의 돌멩이는 자기 자신이다,

누군가가 미울 때

내가 스스로 못나 보일 때

불안하고 자꾸 뒤쳐지는 조급함이 들 때

외롭고 왕따 당한 기분이 들 때

함께 있지만 나만 어울리지 못하는 기분이 들 때

그때 그때의 감정이 돌멩이에게 나간다,

이 돌멩이가 나같아...

저 돌멩이는 이유없이 싫어

마음은 가만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건 분명 내것인데 내것이 아닌거 같다. 낯설다,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아무리 좋다고 그렇게 까부는 건 아니었는데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 내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보지?

세상은 정말 행복해 보여 딱  나 한사람만 빼고

엄마도 멀어보이고 아빠도 어렵고 나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

혹시 들켰을까? 내 행동이 이상한 거 아닐까? 나 괜찮은 거 맞나?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단수한 감정 뒤에는 나를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욕망도 있고 더 잘 하고 싶은 욕심 누군가와 관계맺고 싶음도 있다,

 

돌멩이 그림을 보면서 아이는 혹은 어른은 내 마음을 느낀다,내 마음을 본다,. 내 마음을 안다

이건 내모습이구나

이건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이건 친구와 나

마음을 몰라서 감정을 몰라서 표현하기 힘든 어른과 아이는 이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쑥스러워 마주 보고 눈을 맞추진 못해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림책을 들여다 보면서

"있잖아요 사실 내가 요....

하며 시작되는 조곤조곤한 이야기에서 내 마음을 그리고 너의 마음을 알게 되면 좋겠다,

그림책은 참 좋은 약이 될 수 있겠다. 적어도 쓰지는 않을테니까...

 

잠깐 다른 이야기

스마트폰이 처음 나오고 다들 신기했던 건 이제까지 버튼을 힘으로 눌러 작동했던 기기가 아니라

다만 살짝 스치는 터치로 기기가 작동한다는 거였다.

어떤 대상이 나의 손끝에서 움직인다는 것

그것도 조금은 폭력적일 수 있는 물리적 힘( 단순한 버튼하나 누른 것에 대단한 힘이 들어가는 건아니겠지만 그래도 힘은 힘이니까) 이 아닌 어떤 만짐으로 이루어 진다는 건 근사한 일이었다.

사람은 어쩌면 누구나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어하는 존재일 것이다.

그 소통이 누르는 힘이 아니라 살짝 건드려지는 촉감으로 이루어 진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아무도 만져주지 않는 나를 만지듯이 사람들이 핸드폰을 만지고 꾸미고 사랑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했다,

이렇게 따뜻하게 만지고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불안하고 언제나 내몸처럼 늘 함께 해야하는 것 세상의 끝에서도 나와 함께 분명히 함께할 이 핸드폰이 어쩌면 작은 위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어도 이거 하나면 외롭지도 않고 혼자가  아니다.

가끔 다수가 모인 전철안이나 대합실에서 모두가 제각각 핸드폰을 쥐고 들여다 보는 모습이 짠하다 내가 너무 외로워서 소통하는데 그 대상은 핸드폰 뿐이라니...

그래도 그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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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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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어떤 일이 내 앞에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대응하는 사람의 자세도 제각각이다.

삶을 어떤 자세로 맞이하는가 하는 것이  제각각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것이 옳다고 틀렸다고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알란 노인처럼 그저 닥치는대로 묵묵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 앞에서 한걸음을 떼기가 몹시 힘들만큼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짧은 삶속에서 알게 된 것은

고민을 하건 그저 부딪치건 받아들이는 강도는 비슷하다는 것

 

나이 들어서 알게 된 삶의 지혜 하나.

할까 말까 하는 것은 일단 하고 보라....

 

이 명언에 딱 어울리는 삶을 한세기동안 살아온 알란 노인이 여기 있다.

그는 어떤 선택에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어려움이 닥치고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그저  앞으로 걸어갈 뿐이다.

그리고 일은 언제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 있고 노인은 그 일의 의미를 고민하기 전에 다시 행동을 시작한다.

 

내 삶의 주체는 나다... 이 진부한 경구는 오래되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알기는 힘들었다.

주제는 나니까 내 멋대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채워나가는 건 결국 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모퉁이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통이의 무언가를 어떻게 마주할지도 사람마다 다르다.

이제 나는 조금 오픈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난 아직 백세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조금은 내 멋대로 움직여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를 핑계대기엔 내 삶은 소중하다.

무언가 상처로 주저하기에는 내 삶은 너무 유한하다.

고로 나는 결정했다.

노인의 유쾌한 삶은 바라보면서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진부하지만 유쾌한 ...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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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ㅐㅇ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 주었다. 이모의 가르침대로 하나면 나는 김장우의 손을 잡아야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모의 죽음이 나로 하여금 김장우의 손을 놓아버리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췄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다.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다.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이모가 그토록이나 못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의 어떤 교휸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스물여섯의 안진진은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고 온 힘을 다해 생애를 걸며  살아야 한다고 부르짖던 그날로 부터  일년을 살았다.

그 동안 안진진이라는 인물과 주변인의 이야기가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엄마와 쌍둥이로 태어나 좀처럼 구분이 되지 않던 이모 그 둘은 결혼을 시작으로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엄마의 딸로 엄마의 삶을 바라보고 이모의 삶을 바라보면서 안진진은 안정되지만 재미없고 계획대로 되어가는 삶과 절대 지리멸렬함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늘 무언가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계획한다.

내 마음이 떨리는 것. 내 마음이 편안하고 솔직해지는 것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하면서 모순되고 복잡한 삶을 받아들인다.

 

이미 나는 가슴 떨리는 연애의 유효기간도 알고 속물적이지만 안정적인 삶이 주는 기쁨도 알 고 있다. 파란만장하고 지리멸렬해지지 않은 풍파가 어떤지도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믿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나의 그때와 다르지 않은 안진진의 고민들을 조금은 멀찍이서 구경하면서 결국 그녀의 선택이 완전한 해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점수는 받을 만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삶을 제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늘 계획하고 수정하고 돌아보면서 반듯하게 살면서 행복하고 풍요하게 사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삶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늘 나의 예상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면 모둔 답을 다 아는 줄 알았다. 어른들은 정답지를 가지고 있어서 절대 틀리지 않고 바른 쪽으로만 간다고 믿었다. 무엇이 바른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물론 어른은 아이보다 어느정도 답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제각각 가진 답들이 다 다르다는 거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삶만큼 많은 정답이 있다는 것

그의 정답이 나의 것이 될 수 없고 나의 정답이 그의 것이 될 수도 없다는게 문제다.

 

지지리 궁상맞고 피하고 싶은 내 삶도 내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면서 당당하게 허리위에 손을 얹고 세상을 향해 소리칠 수 있는 뻔뻔함도 필요하다.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바꿀 수 없다면 안고 가야할 내 몫이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 남들이 보는 내모습 바꾸고 싶은 내모습 모두가 나다,

그래서 삶은 모순이고 정답이 없지만 나는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당당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안진진.. 그녀의 선택이 후회로 변할 수도 있다.

이모의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투정이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응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남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이상 입바른 소리는 사절이다.

그에게는 그의 삶이 있고 내게는 나의 삶이 있다.

나는 내 삶을 살아갈 뿐이다.

타인의 삶은 참고는 될지 몰라도 그걸 흉내낼 수도 없고 따라 갈 수 도 없다. 설령 따라간다더라도 똑같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사람이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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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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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이라는 말을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본 총칭으로 사용했다. "한국미술"이라는 호칭을 일부러 쓰지 않은 이유는 한국이라는 용어가 제시하는 범위가 민족 전체를 나타내기에는 협소하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중략)

'조선'이라는 용어를 고른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말이 학대를 받아온 호칭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던 나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민족의 호칭은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는 차별의 멍에를 지게 되었고 민족 분안과정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짐을 떠안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때 긴장과 불안 때로는 공포마저 느껴왔는데 이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정직한 반영이다. 나는 억울함을 당한 이 호칭을 그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학대에서 더욱 구출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대의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안된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의 좁은 사고방식으로 조선시대.. 즉 이씨 조선 시대의 미술인가보다 했다

그러나 목차에 적히 작가들은 신윤복을 제외하고 생소했고 휘리릭 넘기며 눈에 들어온 그림들은 내가 상상했던 그림은 아니었다.

저자는 넓은 의미의 조선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국 혹은 우리. 라는 단어가 주는 울타리 밖에 배제된  모양새가 아니라 조선.이라는 말 이외에는 뭉뚱거릴 수 없는 모두를 담고 싶은 바람이 조선 이라는 말을 어렵게 가져왔다.

그리고 책은 계속 된다.

 

......내가 지키려 했던 원칙은 작가 본인과 시간을  들여 대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내 관심이 작품 그 자체는 물론이고 항상 미술가라는 인간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이 미술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작가를 향한 책이라고 했다.

미술작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한 사람을 들여다 보고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시대 배경을 들여다 보고 그 사람의 생각 마음 감정을 들여다 보고자 했다.

저자는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가들을 선택했고 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가족'  그리고 그 정체성에 대해 많은 것을 물었고 또 물었다.

 

1. 긍지 높은 촌놈.... 신경호

그의 이름은 낯설었고 작품도 처음 보는 것이지만 어딘가 낯익은 구석이 있었다.

본 적이 있지는 않은데 어디선가 익숙하고 기억에 남았있다는 느낌이 드는...

읽은지 오래되지 않은 한강의 소년들 이야기가 오버랩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고향이 광주이고 그때 그 곳에 있었다는 공통점때문일 것이다.

미안함, 우리는 그 당신 그 곳에 있던 당사자가 아니어서 증언할 수 없다는 결국 살아남아버렸다는 죄책감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무감을 그에게서 읽는다.

'외로이'인가 '함께'인가

그는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는 리얼리즘을 그리지만 그가 그리는 현실은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삶의 방향점,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 고민의 끝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삶에 대한 확신성과 뱡향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어딘가 낯설면서 동시에 많이 익숙하다.

그래서 새롭다.

 

2. 완고한 맏아들... 정연두.

 

마흔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신세대 작가라고 불린다,.

젊은 작가이다.

그는 복종도 거부도 하지 않는다. 부딪치고 또 동시에 함께 살아가면서도 제 길을 알아서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한국적이라는 것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것으로 그만이 아니냐고 우리에게 말한다,

 

3. 우아한 미친년..........윤석남

 

새로운 개념의 페미니즘을 보여준다.

여성의 연대성을 이야기힌다.

통념을 거부함녀서 얻게 되는 자유와 쾌락 에 대햐여..

전체적이고 전인류적인 구원을 이야기하고 보살핌의 능력을 가진 여성의 힘을 이야기한다.

소외받은 사람에 대한 관삼 그들에 대한 애정과 공감 그것이 강하고 조용한 힘이 된다.

그림은 그녀를 구원했고 이제 그녀는 세상을 위로한다.

여성이어서일까

가장 관심이 가는 작가였다.

 

4.분열이라는 콘텍스트...........이쾌대

 

어쩌면 저자가 가장  흥을 내며 써내려간 작가가 아닐까 싶다.

가장 잘 알고 있고 들려줄 것이 많은 일본 미술사의 이야기를 열심히 풀어내면서 그 속에서 작가 이쾌대를 소개한다. 아는 이야기 생각을 많이 한 이야기인 만큼 몰입도가 있다.

이쾌대의 분열성은 역사의 결과물이라는 걸까

식민지. 분단. 전쟁으로 이어진 한국사에서 이쾌대의 완성되지 않은 작품관은 우리의 역사와 시대상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소속감이 없는 주변인으로서의 삶이 주는 불안함과 여유없음을 이쾌대라는 작가를 통해 저자도 공감하고 있는게 아닐까

작가 자신의 분열성을 이쾌대를 통해 설명하고 변명하며 드러낸다.

이 작가를 알아가면서 나는 조금씩 이 책의 저자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5. 성별조차 초월한 이단아..............신윤복

 

신윤복을 만나는 대신 그를 소재로 소설을 쓴 이정명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신윤복의 작품을 통해 어쩌면 그가 여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순간적인 의문으로 시작한 소설과 그 소설을 보고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시대 화원이라는 신분으로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음탕하기까지 한 그림을 그려낸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작품 속 여성들이 너무나 당당하고 위축되지 않음은 정말 작가가 같은 여성이어서 가능한 것이었을까

신윤복의 젠더가 어떠하던 상관없이 그는 어쩔 수 없는 그 시대의 이방인이고 주변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그림들이 아름답다는 걸 세삼 느낀다.

 

6. 이름이 많은 아이.......... 미희

 

생소한 작가였다.

벨기에로 입양되었고 한국에서 살다가 캐나다로 갔다가 거기서도 영주권을 얻지 못하고 아직도 떠돌고 있는 노마드 ... 작가

그의 엄마는 한국인이고 아빠는 일본인.. 그리고 국적은 아마 벨기에가 아닐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우리.. 조선 이라는 테두리안에 넣을까 하는 문제마저도 몹시 고민하게 만드는 존재

이 작가를 알아가면서 저자의 생각이 조금씩 잡혀간다.

그가 무 얼 말하고 싶었을까..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저자는 여러 작가들을 만나면서 '가족'을 묻고 '소속감'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한다.

한국이라는 곳에 대해 더 크게 우리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코리아 디아스포라라는 의미라면 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최근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저는 단지 외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디아스포라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이스포라가 된 배경에는 어떤 식으로든 강제성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경제건 전쟁이건 혹은 입양제도이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억지로 갈라지고 헤어진 경험이 바로 디아스포라의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디아스포라 예술은 꼭 태어난 곳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디아스포라 예술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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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죽음으로 끝나겠죠. 최종적으로 죽음에 의해 끝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도 저는 한탄스러운 이야기만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예요. 수없이 많은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나이를 먹어갈 수록 독립적인 존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p 325   미희의 인텨뷰중..

 

작가 미희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지만 어쩌면 저자도 같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는 삶들

그것이 구체적 사실이건 사상적인 뷰유건 상관없이 이 곳에서 이곳의 정통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없는 , 혹은 하기 힘든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미술이라는 커다란 거울을 통해서 그는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선택한 작가들 역시 미안해하고 외로워하면서도 단단하게 살아가는 힘을 가진 작가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저자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책을 덮으며

 

저자는 계속 자기는 미술에 대해 특히 한국 '조선'의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공감하고 이해햐려고 서툴지만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유명한 전문가에게 홀리듯 듣는 미술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서툰 이방인. 관람자가 수줍게 들려주고 또 어는 부분에서는 막혀서 우물거리고 한참을 정적속에 잠기게 하는 대화도 좋았다. 모르는 사람끼리 머리르 맞대로 그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해야할까..막막해하면서 동시에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알것 같은  이름붙이기 묘한 감정을 나누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아끼는 작가들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이야기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을 내보이는 이야기가 좋았다.

단지'미술'만이 아닌 '미술'을 통해 '나' '사회' '국가' 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나 역시 짧은 미술지식과 처음 만나는 작가들 앞에서 그저 꾸역꾸역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알 수 없이 중얼거린 말이 '다행이다' 다행이야' 였다.

뭐가 다행이란 말인지..

이런 작가들을 알게 되어 다행이고 이들 작가를 서경석을 통해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조금은 감상적인 기분도  들었다.

 

글을 써서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책에서 '미술' 보다는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을 '글'로 소개하는 따뜻하고 뭉클한 방법을 배웠다.

사랑하고 관심을 가진다는 것. 그 대상을 깊고 오래 들여다 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배웠다.

 

17~8세기 조선의 미술이 나오는 책인줄 오해하고 펼친 책에서 나는 나와 멀지 않은 작가들을 차례로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사람의 따뜻한 시선을 함께 들었다.

짧은 지식이라 무어라 근사한 해석은 할 수 없지만 이 책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깊고 따뜻한 시선만큼은 대단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내가 몰랐던 꽤 괜찮은 사람에게 그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차례 차례 소개받은 그런 벅찬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의외로 꽤 괜찮다.. 이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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