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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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왜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고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책읽기를 하기를 바라며 모든 연령대에는 꼭 읽어야 한다는 필독서라는 게 있고 매체마다 각자의 베스트셀러 혹은 올해의 책등등의 목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여기 책읽기에 빠진 또 한명의 독자가 생겼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그녀가 영국의 여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녀는 우리와 같은 평민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은 책 읽기에 대한 책이다,

왜 책을 읽는지, 책을 읽으면 어떻게 되는지 책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를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조금은 어이없고 난해한 영국유머도 있고 생각해 볼 거리도 있다,

찾아보니 많은 알라디너들이 이 책을 좋아했다.

누구나 인용하는 구절

 

영왕은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이 길잡이가 되어 다른 책으로 이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개를 돌리는 곳마다 문들이 계속 열렸고 바라는 만큼 책을 읽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  p 28

 

사실 브리핑은 독서와는 정반대지, 브리핑은 간단하고 사실에 입각한 것이고 요점만 추린 것이야. 반면 독서는 자유롭고 광범위하고 쉴새없이 마음을 끌어 브리핑은 대상을 축소시켜 가두지만 독서는 대상을 활짝 열어놓지. p 29

 

노먼은 그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고 깨달음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었다. 물론 그 즐거움의 일부는 깨달음에서 온다는 것을 노먼도 알고 있었지만 의무는 그 안에 없었다,

그러나 여왕과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즐거움이란 늘 의무 다음이었다,

 

책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하기때문이라고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안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왕 자신을 비롯해서 모든 독자는 평등했다.        p 39

 

 

책을 읽고 마음에 든 작가가 생겼는데 그 작가가 쓴 책이 그 한권만 있는게 아니라 알고 보니 적어도 열권은 넘게 있는 거예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p79

 

책읽기는 세상을 넓혀지구 나를 더 넒은 세상을 이끈다. 세상을 확대하고 대상을 광범위하게 펼쳐놓으며 나를 유혹한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책일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유혹이고 매혹이다.

책읽기는 누구든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이고 시간 보내기이고 오락이고  연구이고 학습이기도 하다,

여왕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만나고 또다른 세상의 문을 열었다. 그 과정속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왕은 점점 넓어지고 확장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여왕은 닫힌 문앞에 놓여있었다., 이것만이 전부일까? 과연 읽는 것이 전부일까

여왕은 이제 쓰기로 넘어가기로 한다,

쓴다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고 읽는다는 행위보다는 조금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다,

여왕은 이제 읽는다는 단순하고 소극적인 행위에서 쓴다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로 넘어간다. 책읽기의 확장이다. 그것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책은 마무리가 된다,'

읽기가 개인적이라면 쓰기는 사회적인 일이다.

이제 여왕의 삶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 개개인의 책읽기는 어떤 것일까

조금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책읽기는 도피였다,

현실에서의 도피였고 내 앞에 놓인 문제에서의 도피였고  나자신으로 부터의 도피였다,

책속에는 무궁무진한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그건 나를 쉽게 중독되게 하고 마취시켯고 현실의 문제를 잊게 한다.

양귀자의"모순'을 보면 주인공 진진의 엄마는 무슨 일이 닥치면 일단 책을 읽었다.배움이 짧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가족을 먹이는 억척스러운 캐릭터였던 그 여자는 일본관광객을 상대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일본어 책을 보았고  폭력으로 감옥에 간 아들을 위해 우선 한 것이 볍률책들을 사들이는 것이었고 암에 걸려 돌아온 남편을 두고 맨 먼저 식이요법이나 병에 대한 책들을 꾸역꾸역 읽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책읽기가 생활이 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문제를 앞두고 결정을 앞두고 그리고 난관을 앞에 두고 책을 모았고 읽었고 꾸역꾸역 읽었을 뿐이다. 그 책은 언제나 한결같이 그녀에게 해결책을 주지 않았다, 그저 몸으로 부딪치고 겪어내면서 실패하고 속아넘어가고 뒤통수를 맞으며 일을 해결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책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혹 그녀는 책속에 길이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게 아닐까 순진할 만큼....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무슨 문제에 부딪칠 때 책을 읽었다., 그녀와 다른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도피를 위한 책읽기였다는 것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몹시도 부족한 나는 책에게 위로를 얻고 평화를 얻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무시무시하고 오싹한 추리물을 읽으면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내 속의 악마를 다스릴 수 있었고 냉정하고 현실적인 사회과학서적을 읽으면서 조금 차갑고 냉소적으로 나를 무장했다. 성장소설을 읽으며 아직도 나는 더 자랄 여지가 있다고 믿고 싶었고 나도 바뀔 수 있을거라고 꿈꾸기도 했지만 늘 현실앞에서는 쑥맥이고 비겁했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책은 내게 위안인 동시에 위험한 도피였다,

적어도 나에게 책읽기는 즐거움을 주면서 그만큼의 현실을 잊게 하는 마약과도 같았던 그런 때도 있었다. 내앞의 문제들을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책속으로 도망가고 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영원히 깨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고 좋아했던 나는 그저 책을 많이 읽었던 어른이 되었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세상을 향해 외쳤던 것처럼 책이 사람을 만들고 인재를 만드는 건 아닌 모양이다,

책읽기는 그저 책읽기일 뿐일 때도 있다,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위안과 깨달음으로 맺음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아차렸다,

 

 

책을 읽는 것은 움츠려드는 일입니다.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시려면 추구하는 게 조금 덜......이기적이셔야 합니다. p 35

 

내 아이가 책을 읽기 원한다, 많은 책을 읽고 똑똑해지고 성적이 좋아지고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을 가고... 그리고 나중에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말하는 나를 꿈꾼다,

그냥 책만 읽었을 뿐인데... 책 읽기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저렇게 성공했네요,...

그러나.,,

세상에 관심이 많고 친구가 좋고 사람과 직접 부딪치기를 좋아하고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세상엔 저렇게 궁금한게 많고 알고 싶은 게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책에 정신을 빼앗길ㅐ 수 없다 물론 책도 재미있고 즐거운 세상이지만 이 우주는 책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내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친구가 많고 해야할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이 책읽기보다 무의미하고 가치가 없다고 어떻게 말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친구도 없고 재미있는 걸 세상에서 찾지 맛한 수줍고 내성적인 아이는 책으로 들어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내 부모는 자랑스러워하고 무언가 기대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부끄럽고 수줍고 자신이 없어서 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그런 사람을 한명 더 알고 있다,

여왕은 매력적이지만 외로운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제 입헌군주제가 되어 나라를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의전과 보여주는 게 전부인게 왕실이다. 나름 바쁘긴 하지만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내가 없다고 왕실이 잘못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왕이어서 누구와도 쉽게 마음을 열수 없고 누구도 내게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떼 여왕은 책을 만났고 노먼을 만났다. 그리고 그 속으로 아무런 주저없이 빠져들었다.

책은 여왕에게 위로였고 쉼터였고 친구였을 것이다.,

한때 그리고 지금 내가 그렇듯이...(물론 나는 여왕과는 비교 할 수 없지만...)

책은 여왕을 그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길로 이끌었고 즐거움을 주었고 때때로 현실을 잊게 하고 현실에 조급증을 내게 하고 무의미하게 느끼게도 했을 것이다,

당연히 주위사람은 대공을 제외하고는 여왕의 책읽기가 못마땅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여왕이 내가 알던 그 여왕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 그건 주위사람에겐 두렵기도 하지 않았을까

나를 안다는 것이 나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때때로 불편하기도 하다,

그건 주위사람처럼 여왕도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나는 변해버렸고 이젠 예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

새로운 것  낯선 것은 언제나 불편하고 피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을 마주해야 내가 보이고 내가 확장되는 것이다, 여왕은 그것을 영리하게도 알아냈고 그리고 세상을 넓히기도 했다,'다행히도 여왕은 책속에 도망간 인물이 아니었고 다시 책 밖으로 나와 나를 보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읽기가 진정한 읽기의 완성이 아닐까

위로받고 때떄로 도피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읽기에서 시작된다,

읽고 알고 깨닫고 그리고 행동하는것

그렇게 독서는 완성이 된다,

 

책읽기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사람은 여왕보다는 노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현재 책읽기 열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 바로 노먼이 아닐까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노력한다,'

노먼은 주방 보조라는 하찮은 일을 가지고 있지만 책읽기를 좋아하고 그것으로 여왕과 알게 되고 여왕에게 책을 골라주는 역활로 승격된다.

주위의 질시에도 굴하지 않는다., 기회는 만들어지고 노력하는 자는 그 기회를 잡는다,

노먼은 여왕과 친해지고 함께 책을 읽고 점점 중요한 위치에 오른다, 여왕에게 책을 골라주며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그것을 기회로 삼아 이겨낸다

질투를 받고 궁에서는 나가게 되지만 결국 대학을 진학하고 그곳에서 자기의 능력을 펼치고 인정받는다,

책을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 성적이 올라간다. 좋은 대학에 간다, 좋은 직업을 갖는다. 존경받게 된다.

학습지가 독서논술 수업이 지향하는 책읽기의 전형이 노먼이라고 하면 조금 억지가 될까

유쾌하고 발랄한 노먼에게는 자기의 성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책읽기가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성공의 사다리로 가는 필독서와 교양서가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가?

여왕의 책읽기를 들여다 보면서 노먼의 책읽기는 어떻게 노먼을 변화시켰는지도 살짝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여전히 나는 책을 읽고 사고 모은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고 혼자 탄식하고 어처구니 없게 여기면서도 쉬지 않고 읽어 치우고 꾸역꾸역 모으고 있다,

내게 책읽기는 어떤 의미일까

아직도 도피이기도 하지만 이젠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그게 뭔지는 나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에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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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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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지간 만물지중 인간이 가장 귀한 이유가 뭔지 아느냐?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염치는 제 것과 남의 것을 분별하는 데서 생긴다, 염치, 이 두 글자를 평생의 문자로 숭상하여라, 그러면 너는 어디를 가든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으리라, 천분을 넘어서는 것을 욕심내지 마라, 욕심이 과하면 탐심이 생긴다, 탐심은 남의 것을 훔치게 만든다, 도둑질은 절댈 절대로 절대로 하면 안된다, 필요한 것을 남이 가지고 있으면 내가 가진 것과 바꾸어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훔치는 것은 안된다, 훔치지 마라, 훔치고 나면 너는 네것을 모두 도둑맞게 된다, 네 삶을 도둑 맞는다, 그러면 너에게 무엇이 남겠느냐,

 

 

아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사는 게 휠씬 쉽다, 나는 한번도 내 살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게는 아직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나같은 평범한 사랆이 지지하고 지켜줘야 한다, 내가 포기하는 건  가족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인터넷 명언 중의 하나  "진상은 호구가 만든다"

이 말이 딱 떠올랐다,

조금 속되게 소설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천지간에  인간이 가장 귀할 수 있는 이유 바로 염치를 아는 것

그 염치를 가장 잘 알고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살았던 김만수는 결국 호구가 되었고  종내 투명인간이 된다. 유리처머 투명해서 그의 존재는 보이지 않지만 그를 통과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바라본다, 엿같은 시대라는 생각밖에

인터넷 명언중 또 이런 게 있다  "나를 가장  끝까지 괴롭히는 건 결국 가족이다"

내가 도망갈 수도 없고 끊어낼 수도 없는 가족이 나의 발목을 잡고 나를 막고 나를 가장 오해하고 미워한다.

보통의 속되고 뒷담화를 좋아하고 세상사 모든 일에 토를 달고 모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터넷의 보이지 않는 인구들이 만든 말이 세상 어떤 석학이나  지도자 권력자가 만든 말보다 가장  진리에 가깝다

적어도 지금 이순간은 그들이 인터넷속에서 시니컬하게 내뱉는 말이 가장 귀한 명언이다,

김만수씨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순간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는데 그는 모든 이들에게 버림받고 이해받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한다, 누구나 그를 이용하고 싶어하고 기대고 싶어하고 귀찮아하고 잊어버린다,

가장 열심히 살고 작품의 주인공인 그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이야기는 계속 김만수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타인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 김만수는 스치듯  간혹 그 대상으로 등장한다,

김만수는 한 번도 자기 입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독서를 통해 알게되는 김만수는 타인의 눈에 보이는 김만수다,

그건 조각조각 된 김만수의 한 조각일 뿐이고 그 조각마저도 제대로 의미포착이 된 그가 아니다. 말하는 화자를 통해 걸러지는 김만수일뿐이다,

그는 끝까지  형식을 통해서도 외면을 당했나보다,

"국제시장"의 덕수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만수지만 그는 끝내 주인공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 덕수나 만수나  현대사의 모든 굴곡을 몸으로 다 넘어왔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전자는 그 시대의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후자는 그 시대들의 찌질함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들이댄다. 그래서 만수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나보다,

책장을 열고 덮을때까지 내내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흔히들 말하는 작가 성석제의 입담이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미련한 독자 입장에서 도데체 언제 만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지가 몹시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드러나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에 조금 많은 비중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건 결국 다 지나고 난 뒤 한두마디 덧붙이는 해제에 불과하다,

그는 자기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살아왔으니 되지 않았냐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뿐이다. 그 전에 언제나 그래왔듯이..

보고 나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느 순간 사라진 석수와 그의 생물학적 아들 태석의 모습이 만수보다 더 오래 마음이 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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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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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그리고 5 대에 걸친 이야기가 퍼즐처럼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낸다,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으로 초록캠프로 가게된 스탠리 그리고 그의 고조할아버지가 돼지를 훔친 이야기. 그리고 케이트 바로우의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얽히고 엮이면서 스텐리와 제로의 관계가 이어지고 이야기는 멋지게 마무리 된다,

복잡한 이야기지만 흡입력은 대단하다,

처음엔 그냥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스텐리가 뚱뚱하고 자신없던 외모가 근력이 생기고 홀쭉해지고 어른이 되어가듯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아를 찾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텐리는 처음부터 자존감이 바닥인 소년은 아니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고 꾸역꾸역 자기가 맡은 일을 해내는 뚝심을 가졌다. 게다가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거짓으로 편지를 쓰는 섬세함마저 가지고 있다.

보여지는 부분은 비참할지 몰라도 그 아이의 내면은 원래 단단한 아이였다는 걸 두번 읽으며 알게 된다 그 아이의 힘은 결국 낙천적인 부모에게서 왔고 그 부모 역시 온갖 일을 겪고 돈을 모조리 잃고 난 다음에도 낙천적일 수 있는 조부모 그리고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돼지를 훔쳤다는 생각을 오래오래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고조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온간 불행을 고조할아버지 탓으로 돌리던 집안의 내력은 알고 보면 그렇게 웃고 넘기려는 여유고 유머였던 거 같다,

결국 고조할아버지가 평생을 가지고 있던 집시여인에 대한 죄의식은 나중에 스텐리로 의해 다 풀린다.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결국 운명은 제로와 만나게 하는 거였나보다,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조금 이른 시간 조금 늦은 시간이 잇고 조금 어색한 장소가 있을 수는 있지만 모든 시간 모든 장소는 다 의미가 있다,

스텐리가 매일매일이 더 최악이라고 여기며 파던 구덩이 역시 그리 헛된 장소나 시간은 아니었다,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아직 꿈을 꾸지 못하고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에게 꿈을 찾으라고 큰 그림을 그리라고 독촉하기 전에 지금 하루하루의 일과를 묵묵히 해내는 미련할만큼의 성실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

물론 그 미련한 성실성이 엉뚱한 방향을 흐를 수 있고 시간 낭비라는 걸 알게 되는 날도 있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했던 일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되건 내겐 좋은 시간이 되고 좋은 의미로 남지 않을까 싶다, 스텐리처럼 말이다,

그가 무언가를 원하고 꿈꾸지 않았지만 묵묵하고 지속적인 행동이 선을 가지고 오고 행운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가,,,

작은 퍼즐을 꾸준하게 맞춰나가는 하루하루의 의미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야기가 복잡하지만 그래도 잘 읽히는 건 이 책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들 때문인거 같다,

인물의 행동이나 사고 그리고 불쑥 불쑥 드러나는 작가의 유머코드는 엉뚱하지만 발랄하다,

심각한 사건을 조금 비켜서서 재미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책 전체에 있고 그 작가의 감성이 스텐리에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게되더라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

자신의 구덩이를 구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꾸역꾸역 파는 끈기가 갖고싶다고 생각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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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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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이외에 세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있다,

각각 다른 이야기지만  다 읽고 나면 모든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각각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그 인물을 관통하는 정서는 상실감일 것이다

 

표제작 "환상의 빛' 에 나오는 여주인공 유미코는 남편이 자살을 했다.

어떤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도데체 왜 무엇때문에?

그 알 수 없는 의문은 내내 그녀를 따라다닌다,

남편이 죽고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던 그녀는 먼 바닷가 마을로 재혼을 해서 떠난다.

그 곳에서 좋은 남편과 살가운 딸 그리고 편안한 시아버지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따뜻하고 넓은 자연을 품은 마을에서 아들도 제대로 잘 자라는 것을 보면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죽은 남편을 자꾸 생각한다.

그날 밤 어두운 밤에 무엇이 그 남자를 철로위로 걷게 했을까

길게 이어진 철로위로 그냥 걸어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녀는 그 이유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태어나는 일에 이유가 없듯이 죽어버리는 일에도 이유가 없는 것일까

왜 죽었나요?

가난하지만 어떤 불화도 없었고 무거운 빚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태어난지 이제 막 석달이 된 아들이 있었고 통근을 위해 자전거까지 마련했는데 그는 왜 죽었을까

멀쩡히 퇴근해서 근처 커피점에서 커피까지 마신 그가 왜 집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철로를 갔고 그 선로위를 무심하게 그러나 단호한 걸음으로 걸어가버렸을까

 

저는 왜 그런지 견딜 수 없을만큼 슬퍼졌습니다, 초경이 무서웠던 게 아닙니다, 저는 그때 가난이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원망했던 것입니다, 했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는 국도로 사라진 할머니의 조그만 뒷모습이나 막벌이꾼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한낮인데도 전구를 켜지 않으면 안 되는 축축한 방 가득히 되살아났습니다. 저는 장지문을 쾅 닫고 피가 굳어서 딱딱해진 팬티를 스크트 위로 언제까지고 꼬옥 누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달거리가 시작될 때는 어김없이 이유 없이 썰렁해지고 쓸쓸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마 초경이 있었던 순간 파친코점의 냉방으로 얼음처럼 차가워진 땀에 절여 있었던 탓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p30-31

 

저는 당신이라는 ㄴ사람이 따라다니는 푸영에서, 소리에서, 냄새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깨닫자 마자 제 가슴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한신 국도 서쪽으로 멀어져간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또렷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별안간 애가 타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아직도 개찰구에 내내 서 있을 게 틀림없는 어머닝한테 돌아가고 싶어졌습니다.  p40

 

 

저는 이슥한 밤에 흠뻑 젖은 선로 위의 당신과 둘이 걷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힘껏 껴안아도 돌아다봐 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뭘 물어도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피를 나눈자의 애원하는 소리에도 절대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윗모습이었습니다, 아아 당신은 그냥 죽고 싶었을 뿐이었구나 이유 같은 것은 전혀 없어 당신은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저는 뒤를 쫒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순식간에 멀어져갔습니다,

                                                                         p 60

 

이제 아무래도 좋아 행복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죽는다고 해도 좋아 뿜어져 올랐다가 흩어져 날아가는 커다란 파도와 함께 그런 생각이 자꾸만 가슴속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당신이 죽었다는 것을 저는 그때 확실히 실감했던 것입니다, 아아 당신은 얼마나 쓸쓸하고 불쌍한 사람이었을까요 눈물과 흐는낌 저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언제까지고 울었습니다.

 

 

 

 

 

눈에 비치지 않지만 때떄로 저렇게 해변에서 빛이 날뛰는 떄가 있는데 잔물결의 일부분만을 일제히 부치는 거랍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속인다. 고 아버님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가만히 시선을 주고 있으니 잔물결의 빛과 함꼐 상쾌한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아제 그곳만은 바다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부드럽고 평온한 일각처럼 생각되어 흔들흔들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미쳐 날뛰는 소소기 바다의 본성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잔물결이 바로 어둡고 차가운 심해의 입구라는 것을 꺠닫고 제정신을 차릴 것임을 틀림없습니다

 

 

 

 

유미코는 새 가족과 아무런 어려움없이 잘 지내는 중에서도 계속 죽은 남편을 떠올리고 대화를 나눈다.

그때 당신을 유혹했던 빛은 무었이었나요?

죽은 남편을 닮은 남자를 보고 먼 바다에 나가서 죽지않고 지혜롭게 돌아온 우메노댁을 보면서 그리고 일상을 덤덤하지만 묵직하게 이어가는 새 남편과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유미코는 점점 환상의 빛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간다,

유미코에게 상실감은 죽은 남편만이 아니었던 것같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뒷모습을 남기고 사라졌던 할머니, 어두운 방안에 누운 아픈 아버지 맞아가며 일을 해야하는 엄마 그리고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어버린 초경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실감이 아니라 처음부터 가지지 못한 상실감을 유미코는 어릴 적 부터 알아버렸다. 그래도 애서 안도했던 그녀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남편이 크게 흔들어 놓았던 것 뿐이다,

무엇이 저렇게 까지 사람을 몰고 갔을까

어쩌면 어쩌면 유미코는 그렇게 가버린 남편이 부러웠던 건 아니었을까

일상속에 환상처럼 흔들리고 빛나는 그 빛이 사실은 어둡고 차라운 심해의 입구라는 걸 이제 유미코는 안다.

그래서 살아갈 것이다.

때떄로 그 빛에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그 상실감의 바닥을 쳐 본 유미코는 충분히  현실을 볼 내성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 아련한 부재가 힘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자기 방의 불을 끄고 튓마루의 유리문을 열었다. 따스한 밤이었다. 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겠는걸 하고 아야코는 생각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져버리는 활짝 핀 벛꽃을 . 아야코는 튓마루에 앉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별도 달도 보이지 않았다 정원석도 도기로 된 의자도 보이지 않았다. 밤 벛꽃이 꼲임없이 지고 있는 모습만이 마음에 스며 들어 뜨뜻미지근한 꽃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기분에 취해 있었다.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는 방법을 오늘이 마지막인 꽃 안에서 일순 본 것인데 그 아련한 기색은 밤 벛꽃에서 눈을 떼면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벚꽃이 핀 풍경은 아름답다.

어두운 밤 달빛에 환하게 빛나는 벚꽃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다

그 벛꽃의 개화기는 그리 길지 않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아야코는 젊어서 강한 여성이었을 것이다. 기가 쎄고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강한 여성이 아니라 스스로 자존심이 높고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것이  확실한 여자가 아니었을까

남편의 단 한 번의 외도에 칼같이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 그러하고  그 이후 줄곧 혼자서 살아온 점 아들을 먼저 보내고도 그 집에서 견디어 온 점등이 아야코의 성격을 느끼게 한다,

사는 동안 아야코는 자기집 정원의 벛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을까

그 벛꽃을 바라보며 한 숨 돌리는 여유를 가진적이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늘 자기 정원에 있었던 벛나무였으니까 조금은 무심해도 상관이없다고 생각했을 듯 하다.

그렇게 무심했던 벛꽃의 아름다움을 이 동네에 처음 온 낯선 젊은 부부는 온몸으로 느낀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고 느끼는 그 젊음이 아야코는 부러웠을까

그렇게 오래 살아도 무심하게 지나쳤던 벛꽃을 보면서 아야코는 자신을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는 방법

어떤 사람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아야코는 낯선 부부를 이층에 들인 그 날밤 알게 된다,

내에게도 누군가를 유혹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다는 걸 그것을 잃은 후 상실과 함께 느끼는 아야코는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룰 수 없다,

왜 모든 깨달음은 한 참이 지난 후 알게 되는 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벛나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건 그녀에게 다행일까 불행일까

모르겠다,

 

나는 전붓대를 깍는 일을 그만두고 제방 건너편의 휑뎅그렁하고 지저분하며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숨어 있을 그 주변 위의 하늘에는 엄청나게 많은 박쥐가 어지러이 날고 있었다, 나는 소름이 끼쳤고 언제까지고 박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둔하고 까만 눈을 가진 새라고도 짐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생물의 추악한 춤이며 땀과 허무로 처버ㅏㄹ라진 관능의 무수한 비밀이며 기괴한 표정에 조종되는 그 영혼들의 어쩔 수 없는 술렁거림이었다,

 

 

저물어가는 어슴푸레함속에서 낙엽이 격렬하게 춤추고 있었다, 바람은 시센도의 뜰에서 소용돌이 치는 모양으로 몇개의 입사귀가 땅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위로 아래로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 낙엽이 검게 뒤석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가을 저물녘에 흩날리는 낙엽은 십면 년전의 박쥐 바로 그것 이었다,. 아주 고요해져 있던 내 몸 속 안에서 크레인 소리가 울리고 어지럽게 그리고 나긋나긋하게 서로 뒤ㅅ엉키듯이 박쥐들이 품어져 나왔다, 

 

때떄로 이게 끝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관성처럼 계속 하고 있는 행동이 있다,

주인공은 우연히 부딪친 친구에게서 잊어버리고 있던 엣친구 란도를 기억해내고 그때 란도와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해낸다. 그건 ' 기억한다'가 아니라 '기억해 내는' 것이었다,

별 일이 아니었고 그냥 무심학 보아버린 크레인 소리가 시끄러운 그 지저분한 하늘의 박쥐가 지금 이순간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주인공앞에 펼쳐진다,

그때는 박쥐를 보고 무엇에 쫒기듯 친구를 버리고 도망쳐버렸지만 지금은 어디도 갈 데가 없다,

이제 잊어야 하고 놓아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주인공은 놓쳐버렸고 이제 박쥐를 피해서 달아날 곳은 없다. 지금은 그 박쥐들이 흩날리고 뒤엉키는 낙엽처럼 아련할 뿐이다,

이것도 역시 상실이다,

순수성을 잃었다고 할 수도 있고  마지막 한조각의 양심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도 있고 뭐 그렇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작품은.....

뭐랄까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엔 그냥 턱 하고 걸리는게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등을 보이며 흐느끼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책을 넘기기 힘들었다,

누구나 섬처럼 외롭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바다에서 빛나는 환상의 빛이든 밤에 핀 벛꽃이든 박쥐떼든... 그게 무엇이랴 하는 생각

그 노인의 모습과 그 노인을 바라보는 주인공을 생각하면서

이 책은 밑줄을 그을 수가 없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꽉 짜여진 더 이상 줄일것도 없고 걸러낼 것도 없는 고농축의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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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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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본 티비 프로' 속사정 쌀롱'의 주제는  '내가 부러운 팔자?"였다,

존경심이나 숭고함이 아니라 속물스럽고 통속적일지라도 부럽다 싶은 팔자가 누구냐는 주제였다,

여러명의 인물이 나왔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모두가 닮고 싶고 존경하고 훌륭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될 자신은 없다. 그들의 삶은 인정하지만 나더러 그렇게 살라고 한다면 못할거 같다고 하면서 입을 보아 선택한 제일의 팔자는 페리스 힐튼이었다,

보면서 나도 키득거렸지만 그네들의 결정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훌륭한 인물을 꼽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부러운 팔자를 말하는 거라면 그것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것과 부러운 것은 다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은, 완전한 나는 , 참된 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힐껏 과거를 돌이켜본다고 해서 완전한 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참된 나는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한 사람의 기억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내적자아와 가장 참된 자아를 반영하고 있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때로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 절망하고 날카로우운 비참함에 온몸이 꿰이고 슬픔에 몸서리치기도 했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위대한 것임을 여전히 확신한다, 

 

꽤 두꺼운 그녀의 자서전을 다 읽었다,

한때 그녀의 작품에 푹 빠져서 모든 책을 게걸스럽게 읽어치운 적이 있었다,

이젠 모든 이야기가 뒤죽박죽되어 기억이 헝클어졌지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은  회색 뇌세포를 가진 포와로와  전혀 탐정같지 않은 탐정 미스마플이다,

그 이야기에 빠지면서 생각했드랬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구나...

어떤 살인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주어야 할 이유는 있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사소하게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 었고 아픔을 주었기때문에 죽음을 맞을 수 박에 없다는 생각.

그래서 보면 그의 책에서 살인자는 늘 슬펐고 죽음을 당한 사람이 진정 악인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단순하지만  긴장감을 느낀 플롯과 주변을 묘사하는 섬세함이 모두 있어서 그녀의 책을 좋아했던 거 같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소녀시절 읽는 추리물로는 그녀의 작품만한 게 없다.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함께 달콤하고 세세한 일상을 엿보는 기분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내가 제일 부러운 팔자는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애거사 크리스티가 아닐까 싶었다,

부유하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제적인 어려움과 두번의 세계전쟁을 겪었던 인물이지만 그 시대에 세계일주를 두 번이나 했고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귀가 얇은 성격이라고 하면서도 강단있게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하고 만 여성이었다,

심지어 두 번의 결혼조차 꽤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있는 딸은 영리하고 엄마를 이해하는 딸이었고 언제나 든든한 키다리아저씨같은 언니가 있었다는 것 통속적으로 나름 그 시대의 복부인인 듯 여기저기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부러웠다,

무엇보다 가장 부러운 것은 전혀 작가가 될 생각이 없이 어느 순간  글을 써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집필이다,

"써보기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지 않겠니?'하는 낙천적이고 적절한 순간 갖게 된 엄마의 조언도 부러웠다. 맞는말이다.  시작하기 전엔 그것이  잘 될 지 잘 되지 않을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작가가 될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작가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써낸 책들이 출판되고 잘 팔리고 돈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작가가 되어 있었고 재미있어 보였던 희곡쓰기에 도전해서 그것도 커다란 명성으로 이어지는 것

원하는 순간에  돈 걱정 없이 세계여행을 떠나고  관심 가졌던 고고학 발굴에도 참여하게 되는 등등의 그녀의 삶을 돌아보면 그녀만큼 팔자좋다고 할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었다,

아 세상에 내가 한때 열심히 탐독했던 책들을 이런 사람이 쓴 것이구나...

내가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이 자서전을 읽었더라면 실망하고 화가 났을지 모르겠다. 전혀 어려움도 없고 갈등도 고민도 없어보이는 여자가 쓴 책에 그렇게 빠졌을까 후회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속물근성을 가지게 된 지금 그녀의 자서전은 재미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녀는 주저하고 도망가고 싶어하고 부끄러워했으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이것이 끌리면 주저하면서도 계속 해 나갔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그냥 하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이 알맞게도 그녀의 능력만큼이 되었고 그것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는 "빨간머리앤'이나 "작은 아씨들'처럼 구체적인 묘사로 상상을 일으키며 읽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그녀가 작품을 쓰게된 동기나 창작에 대한 생각을 써놓은 대목들이 좋았다,

그녀의 일생을 보면서 아 이런 경험이 이런 작품을 쓰게 했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는 것도 좋았고 다시 그녀의 추리물을 읽어볼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최근 읽은 그녀가 다른 이름으로 출판한 책들에 대한 언급도 흥미를 끈다,

어쩌면 조금 정신없는 구성이지만 연대순으로 잘 짜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다,

내가 잘 아는 친근한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이야기는 자주 옆으로 새어 나가고 중간중간 긴 잔소리같은 푸념과 연설도 곁들여지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흥미로웠다,

이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좋은 팔자인 그녀를 알게 되면서

그 팔자라는 것이 결국 스스로 헤쳐만들어낸  사람의 지도라는 생각을 한다,

길게 보진 못해도 그 순간순간 행복하고 집중했던 그녀의 삶을 읽으며 나도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미스마플과 많으 닮았을거라고 생각한 그녀의 모습은 의외로 오히려 빨간머리앤을 많이 닮아 있다,. 어쩌면  시간대는 달라도 여자로서 어떻게 살것인가 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수도 있지 ㅇ낳을까 싶은 책이다,

책이 아닌 맨 얼굴의 그녀를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다.

무엇보다 내 생각과 많이 다르지 않았고 다르다고 여긴 부분도 더 좋았음에 더 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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