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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편하지 않을때
혹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자꾸 내마음 속을 해집어봐야 할떄
나의 말이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는지 독이 되었는지
나도 모르게 내 말 속에 몸짓속에 독을 품고 남에게 퍼부은게 아닌지
그래서 내가 지금 몹시 불안하고 인생이 피곤하고
내가 믿었던 사람들을 더 이상 잡고 싶지 않을때
그럴때 이런 류의 책은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내내 따뜻했었다.
그때 함께 본 아이가 6살이었고 이제 13살이 되었는데 이 영화를 기억한다.
비가 오는 날 엄마가 돌아왔고 그리고 비가 그친 어느날 엄마가 다시 떠났다.
어쩌면 그때 아직 어린 아이를 가진 내가 볼때 여주인공을 엄마.. 라는 관점에서 봤던거 같다.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내 아이를 위해 엄마의 부재를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걱정으로
엄마가 비오는 계절에 다시 돌아왔다고..
그리고 엄마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엄마가 나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을 덜어주고 엄마엇이고 깔끔하고 현실감있게 사는 법을 알려주고
6주간 엄마는 그 모든 것을 해주고 떠났다.
단 6주동안 평생에 걸려 해주어야할것들을 속성으로 알려주고 사랑해주고 기억을 남기고 떠났다.
내 기억속의 영화는 그러했다.
죽은 엄마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그 비밀이 무엇인지 그건 중요치 않았고
엄마 없는 아이가 더구나 엄마의 죽음에 죄책감까지 가진 아이가 갖는 겁먹고 불안한 눈동자가 다시 맑아지고 천진스러워지는 것만 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책이 있다는 걸 알고 책을 읽었다.
책은 영화보다는 부부애를 더 보여준다.
물론 엄마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모든것이 부족하고 서툴고 모호하기만 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만나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는가를 더 많이 섬세하게 보여주다.
15살에 만나서 함께 학창시절을 보내고 시간이 흘러 단 3번을 만나서 서로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결혼한 커플
죽어서도 다시 만나야 하고 내가 일찍 죽는다는 것 이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몹시 서툴러서 내가 많이 도와주고 양보해야하는 아는 상황에서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는것
세상에 이러 환타지가 있을까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나는 내내 불편했다.
나를 버리고 희생하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맞춰서 사는 여주인공의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이 드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최근에 들은 말
" 넌 한번도 너를 나에게 맞춰준적이 없다"
어쩌면 고집스럽고 무뚜뚝하고 애교가 없는 내가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생활이라는게 적어도 굴러가고 있는 중이라면
어쨌든 서로에게 맞추고 조금씩 접어가면서 사는 거 아닌가
나라는 사람은 내가 절대 못할 일은 용기가 없어서도 못하지만 대신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한다고 생각한다.
친화력이 부족하고 좌우를 휘어잡는 리더쉽도 없지만 적어도 모임에 깨빡을 놓는 짓은 하지 않고
싫어도 그 상황에 맞출 줄 알고
애살스런 표현은 못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야하는 건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돌아온 말이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았다고? 내가?
차라리 이 소설의 주인공 같은 남자를 만나면 어땠으까 싶다.
그냥 조용히 가족에게 집중하고 소박하고 단조롭게 사는 것
그것도 속박이고 희생이라 여기며 지겨워했을까
수줍어서 누구에게 다가가지 못해 내 곂에 있는 가족에게 집중하는것
이 책을 보면서 그것만 보인다.
차라리.. 사람좋아하고 일 벌이는거 좋아하는 사람보다 이런 사람이 더 내개 맞지 않나?
아니 어쩌면 정말 내가 문제일까
미요처럼 나를 상대에게 맞춰주지 못한거 그게 정말 큰 잘못일까
어쩌면 미요가 닷짱이랑 잘 맞는 상대였는지도 모른다. 조용하고 고요해서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내 가족에게 몰두하고 조용하게 사는 것 그게 두 사람에게 잘 어울리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락 두 사람의 사랑이 그렇게 아름답고 소중해보이는 건지도 ,,,,,,
누군가를 사랑하면 기대하는것도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실망도 커질테고
그러다가 조금씩 맞추고 양보하고 포기하고.. 그렇게 사는게 아닐까
나랑 볼트와 너트처럼 딱 맞는 짝을 찾는건 아주 드문경우가 아닐까
(절대 없다고 하고 싶지만 간혹 내가 그래.. 하면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냥 남의 떡이 커보이니까 남들은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고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살아가는 것이 비슷한게 아닐까. 이건 나만의 착각인가?
하긴 미요와 닷짱도 딱 맞는 볼트와 너트처럼 이 둘 이외 맞는 사람은 없을거같다.
맞지 않는 사람들 맞추고 포기하고 사는 것
그게 한번 쌓인 불만이 터지자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온다.
남에게 맞춰준적이 없다고? 내가?
소설은 아름다우나 나는 찌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