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본 영화.....
혼자서 보면서 괜히 애잔하고 슬프고 먹먹하지만 그래도 희망찬 영화라고 기억한다.
그때 아직 아이가 어렸던가 아니면 아직 없었던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아이가 자라면서 느끼는 것이 참 부모노릇이 쉽지 않다는 것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나이는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지만 예전 우리 엄마처럼 아빠처럼 아니면 그때 주위 어른들 처럼
그렇게 나이먹고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부모되기 어렵다 하고 투덜거리고 하소연하는 것도
돌이켜 보면 나 자신이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어정쩡한 한 인간으로 서성이고 있기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다
거기에 주인공 동구의 부모가 나온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했는지 따로 살고
아빠는 왕년의 권투선수였는데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늘 폭력적이고 말도 함부로 하고 아들을 자기 기준으로 보면서 무시하고 주먹을 휘두른다.
여자가 되고싶은 마음이야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심지어 사내자식이 기왕 하려면 폼 나게 권투를 해야지 왜 씨름따위를 하는지조차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마초같은 아빠
그리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못견디고 집을 나와 겨우 하는 일이 놀이동산에서 인형옷을 입고 앙ㄴ내하는 것..채 어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모습으로 있다.
부모를 연기하는 껄렁한 이윤석이나 아직도 여리여리해서 엄마역이 영 어설퍼보이는 이상아.
그들을 현실에서 보면 혀를 쯔쯔 차면서 한심해 하고 누군지 그 자식이불쌍하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그런 인물들인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성장한다.
어른도 아닌것이 나이만 먹고 아직고 꿈에 살고 현실 파악 주제파악이 안되보이는 부모들인데 갑자기 뭉클하게 부모가되어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내가 그들의 나이가 되고 그만한 자식을 가지게 되고 보니 그들은 그래도 부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니가 하는 걸 응원하고 옳다고 믿어주는 엄마
말을 함부로 하고 주먹을 휘두르면서도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앞에서 한없이 망설이고 고민하는 아빠.. 욱하고 주먹이 먼저가고 일단 잡아 앉히고 윽박지르는 아빠가 아니라 어쩔줄 몰라하는것이 무책임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좋은게 뭔지 고민한다는 거 자체가 참 신선하고 어른스러웠다.
부모가 되기 힘들다는 건 아직 내 어른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저런 부모도 어른이되어서 어른 다운 고민을 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걸 보면서 부끄럽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고 조금씩 삐그덕거리면서 그리고 나랑 정말 안맞구나 하는 걸 매일매일 절절히 느끼면서 내가 왜 부모는 되가지고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하고 있는중
천하장사 마돈나의 동구가 생각이 났고 그 부모가 생각이 났다.
부모가 된다는 건 우선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걸 아이를 10년 넘게 키우고 겨우 알게 되었다.